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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남녀

은빛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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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설理雪
작품등록일 :
2007.07.04 13:35
최근연재일 :
2013.01.31 22:18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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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15
추천수 :
128
글자수 :
177,096

작성
07.06.2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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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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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25 술이 이어준 커플

DUMMY

내가 조심해야 할 사람은 한 명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 녀석도 은근한 적일 줄은 정말 몰랐어. 앞으로는 더욱 조심해야겠어.


From. 카스

- 25 술이 이어준 커플


“…그리고 결론은 쥬리아가 포도주 한 잔에 취해서 뻗었다는 것. 리오는 성인식을 치러서 그런지 두 잔은 마시더군. 그래도 뻗었다는 건 마찬가지지.”

“후훗.”



그 날 밤의 숙소 건물 옥상. 자다가 깬 두 형제가 담배를 피우며 얘기 중이다.



“포도주라서 그런가? 상당히 빨리 깼어. 그렇지, 형?”

“음. 모레부터 특별훈련에 들어가니까 내일은 몸조리할 겸 푹 쉬라고 하더군.”

“근데 우린 왜 이러고 있을까?”



담배를 피우며 에스는 결론을 또 하나 내어달라는 듯 형한테 물었고, 카스는 입술의 담배를 손으로 옮기고 대답했다.



“잠이 안 오니까. 음, 벌써 월말이군. 이번 달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어.”

“아아,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라티아에서부터 사건사고의 연속이었잖아. 정신 하나도 없었지. 후훗. 다음 달도 이러면 어떨까, 형?”

“……. 생각하기도 싫으니까 들어가서 자자.”

“피식.”



현실 외면이라는 답을 남긴 카스는 불씨를 깨끗하게 끄면서 일어났고, 홀로 조용히 웃은 에스도 불씨를 끄면서 일어나 형과 함께 계단을 내려갔다.



* * * * * *



두 남녀가 자는 그 사이, 형제가 잠시 일을 하나 벌인 그 날 아침.


어제 점심 때 먹은 난데없는 낮술에 취해 그대로 뻗어버린 쥬리아와 크리오네스는 카스와 에스의 도움을 받아 숙소로 돌아왔다. 크리오네스가 풀어서 무릎 위에 올려뒀던 두 자루의 검은 카스에게 좋은 버팀목이 되어줬다.


근데 문제는….


침대 위에 눕혔던 두 남녀가 구르고 굴러 어느새 바닥에서 춤을 추고 있다는 것이다.



“으음-.”



촉.



“…? …!”



상황 설명을 하자면-.


옅은 신음소리를 목에서 내며 빙글 돌아누운 크리오네스의 입술이 어딘가에 닿았고, 그 짧은 소리에 크리오네스는 눈을 살짝 떴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여기는 침대 위가 아닌 바닥이며 방금 촉 소리는 쥬리아의 입술과 자신의 입술이 부딪쳐서 난 소리라는 것을.


완전히 굳어버린 크리오네스는 마치 심장까지 정지된 듯 숨도 안 쉬고 그대로 있었다. 잠결이고 의도하지 않았다고는 하나 그는 일단 쥬리아의 입술을 뺏은 남자가 아닌가. 보너스로는 둘이 같이 덮고 있는 이불까지.


누가 봐도 “사고 쳤다!” 라는 말을 던질 수 있는 상황이다.


벙해 있는데 쥬리아가 손을 뻗어 크리오네스를 끌어안으며 입술을 또다시 마주쳐 온다.


줬다가 다시 받았으니까 제로.


그럼 이제는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엉뚱한 생각이 크리오네스의 머리를 감싸는 가운데. 쥬리아는 손끝이 알리는 감촉을 머리로 느끼고 뭔가 이상해서 눈을 떴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서로 마주 보고 소리 지르기 한 번, 그리고 속옷차림이라는 것을 보고 또 한 번. 쥬리아는 이불을 빼앗아 상체를 확 가리며 발로는 연신 크리오네스의 등을 찼다.



“바보, 변태, 저질! 지금 어디 있는 거야! 무슨 짓을 한 거야! 이게 무슨 짓이야!”

“아야, 아야, 아야! 그건 내가 할 소리라고!”

“너 정말 이럴 줄은 몰랐어! 실망이야, 왕 실망!”

“나도 기억이 안 나는 일이라니까?”

“그걸 말이라고 하냐고!”

“…못 봐주겠군.”



침대 위에서 두 사람의 말싸움을 보던 카스가 베개를 둘 사이로 던져서 잠시 그들을 말린 뒤, 이어 방금까지의 촬영을 모두 끝낸 비디오카메라의 버튼을 눌러 꺼서 크리오네스에게 던졌다. 날아오는 비디오카메라를 크리오네스는 잘 받았다.


생생한 증거자료를 받은 남녀는 되돌리기를 한 뒤 재생 버튼을 눌렀다. 비디오카메라는 두 사람이 취해서 뻗은 후인 오후 9시부터 방금까지의 영상을, 3배 속도의 촬영으로 모두 담고 있었다.


침대 위에서 뒹굴 거리면서 옷을 벗는 모습, 그리고 이불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져도 모르고 잘 자는 모습, 자신이 덮고 떨어진 이불을 차내고 크리오네스의 이불을 끌어다 덮는 쥬리아의 모습, 돌아누우면서 쥬리아의 입술을 훔치는 크리오네스의 모습.


마지막으로 크리오네스를 안으면서 그의 입술을 훔치는 쥬리아의 모습까지.


에스가 손가락으로 귀를 긁으면서, 시선은 천장에 던진 채 중얼거리듯 말했다.



“너희가 그렇고 그런 사이인 줄은 몰랐다? 사흘 전에 식사 때가 되어도 안 내려와서, 방에 한 번 올라와봤다는 주인아저씨의 말에 의하면. 우리가 너희를 피해서 연구소에 쳐들어갔던 그 날, 그 날도 바닥에서 뒹굴었었다고 하더구나. 나와 형도 저녁을 거르고 자다가 5시쯤 깨서 보니까 너희 두 사람, 침대에서 잘 자고 있더라.”



에스는 목이 마른 듯 물 한 잔을 마신 뒤 말을 이었다.



“혹시나 해서 주인아저씨에게 물어서 비디오카메라를 한 대 장만해서 촬영을 시작했지. 암튼 입술 뺏고 뺏기는 장면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닭살 행각이었다. 잠결에 그럴 정도니 실제로는 오죽할까, 안 그러냐? 서로 그렇게 애틋하면서 왜 안 사귀는 거냐? 형 생각은 어때? 저 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주 많이 어울리지.”



카스는 평소와는 달리 고개까지 끄덕였고, 카메라의 영상을 정지시킨 크리오네스와 쥬리아는 얼굴을 붉힌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상태에서도 이불 속 두 손은 꽉 잡혀 있는데-.


아침부터 예기치 못 한 사고를 치고 정식으로 사귀게 된 크리오네스와 쥬리아. 식사도 하고 산책도 하면서 조금씩 둘만의 시간을 가지는 가운데 방해꾼이 하나 둘 나타난다.


첫 번째 방해꾼은 그들이 용병 자격으로 소속 중인 길드, 버킹엄 포레스트의 길드 장 로버트의 호출. 내일부터 특별훈련이 시작되므로 집이나 숙소에서 푹 쉬어라, 라는 것.


그리고 다음 날, 정확히 6월 1일. 크리오네스 일행은 버킹엄 포레스트에 다른 용병들과 함께 전원 집합했다. 모두가 모인 것을 확인한 길드 장, 로버트가 특유의 호탕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알고 있듯이 오늘부터 5일까지는 정기 채집이 있는 날이다! 평소 숙지하셨던 점을 바탕으로 하여 오늘도 어김없이 무사히, 그리고 잘 채집을 하길 바란다! 모두 출발하고 집단 명 <레스> 만 남아라!”

“…….”



로버트의 외침에 다른 용병들은 작게 웃으면서 길드를 나간 반면 남게 된 크리오네스들의 얼굴은 흙빛이다. 평소 표정 변화 없는 카스도 오늘만큼은 일행과 함께 얼굴빛을 바꿨다. 로버트는 남은 넷에게로 다가오며 말했다.



“정기 채집이 처음인 너희는 나와 함께 따로 들어가자꾸나. 리오와 쥬리아는 엊그제 안 왔던 것 같은데?”

“네. ‘어른들의 음료수’를 마시고 취해서 못 왔어요. 무슨 일 있었나요?”



쥬리아의 물음에 로버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음. 다른 건 아니고 엊그제부터 얘기를 했었거든. 카스, 에스. 얘기 안 했나?”

“아, 잊고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카스와 에스는 동시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로버트는 자세를 잡으며 설명을 다시 시작했다. …이틀 전 오지 않은 결석자 두 명을 위해.



“드리콘의 서식지에서는 레드콘이라는 붉은 보석이 자라지. 레드콘을 줍기 위해 드리콘의 출몰지인 ‘늪’ 으로 갈 거란다.”

“목숨을 내놓으러 출몰지로 간다는 말인가요?”

“비슷하지만 레드콘은 늪에서밖에 주울 수 없으니까. 암튼 너희도 나도 모두 조심해야 한다. 드리콘은 안이나 밖이나 위험한 건 똑같으니까 말이야.”



설명을 들은 쥬리아가 조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럼 정기 채집이 곧 특별훈련이라는 거네요? 어째서?”

“그렇지. 다른 날은 늪에 직접 들어가지 않거든. 우리 길드의 주된 임무는 레드콘이라는 붉은 보석의 채집과 운송이야. 제작은 다른 곳에서 하지. 하지만 레드콘이 크는데도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날짜를 정해놓고 레드콘을 채집하는 거란다. 그러면서 의뢰가 들어오거나 하면 용병들이 파견되는 거지. 이해됐나? 그럼 출발.”



로버트는 붉은 보석 레드콘을 담아 올 봉투 하나씩을 일행의 손에 쥐어주고 길드를 나섰고, 일행도 그의 뒤를 따랐다.


그렇다.


오늘부터 5일까지는 버킹엄 포레스트의 정기 채집. 의뢰가 들어오는 건 모두 다른 길드에 맡기고, 버킹엄 포레스트는 이 기간 동안만 레드콘 수집에 들어간다. 그렇게 채집한 레드콘을 조금씩 운송을 통해 제작회사에 보내는 것이다.


200평방 카르메더의 넓이에 지하 1, 2, 3층은 드리콘의 주 서식지, 지상 1, 2, 3층은 늪으로 이루어져 있는 드리콘들의 출몰지.


드리콘의 늪은 드리콘이 많이 없으므로 그리 위험하진 않지만, 크리오네스 일행은 오늘이 정기 채집 그 첫 날이므로 로버트가 동행하는 것이다.


로버트가 그들을 안내한 곳은 3층. 오랜 결실을 맺은 결과인 듯, 늪 위 천장과 벽은 등불이 가득해서 밤에도 환해 보일 정도였다. 앞서 가던 카스가 물었다.



“이렇게 밝으면 드리콘들이 밤낮을 가리지 못 하는 것 아닙니까?”

“음. 그래서 늪에 오지 않을 때는 스위치를 내려두네. 제어장치는 길드 안에 있거든. 전력낭비를 막기 위해서 정기 기간에만 불을 켜두는 거지.”

“그렇군요.”



용병들이 모여 있는 곳이 아닌 곳을 찾다보니 꽤나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조금 넓은 늪 하나를 발견한 로버트는 일행을 그쪽으로 안내했고, 안으로 들어간 뒤 돌아다니면서 설명했다.



“자, 이렇게. 걷다보면 다리에 걸리는 게 있을 것이야. 그게 바로 레드콘이지. 적당히 큰 것은 주먹만 한데, 상당히 예쁘단다. 아, 있구나.”



상체를 숙인 로버트는 안에서 주먹만 한 크기의 보석 하나를 주워 올렸다. 레드콘이다. 그런 레드콘을 처음 보는 일행은 입가 가득 미소를 지었다.



“예쁘다!”

“그렇지? 이렇게 나가는 레드콘은 하나당 10만 페어 정도 한단다. 채집을 많이 하면 그만큼 많이 벌지만, 뒤로 갈수록 채집할 게 줄어드니까 여유를 두고 채집을 하려무나. 한 사람당 4개만 주워도 충분하니까. 자, 난 먼저 가보마. 모두 열심히 하라고.”



로버트는 방법을 알려준 후 늪을 나와 밖에서 잠시 지켜봤고, 크리오네스와 쥬리아, 카스와 에스 모두 늪 안으로 들어가서 레드콘을 찾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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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終 카스와 유리아2 13.01.31 285 2 7쪽
43 42 카스와 유리아1 13.01.31 327 2 11쪽
42 41 과거몽 13.01.31 281 2 10쪽
41 40 행성 바깥의 전투 13.01.31 436 4 10쪽
40 39 목숨 걸린 대추격(?) 13.01.31 253 2 10쪽
39 38 뫼비우스의 띠가 이어준 재회 13.01.31 406 3 10쪽
38 37 파란 마녀의 진실 13.01.31 382 4 10쪽
37 36 쥬리아의 행방불명 13.01.31 313 2 10쪽
36 35 연 많은 경찰청 13.01.31 307 2 10쪽
35 34 트로토 항성계의 첫 날 13.01.31 518 3 11쪽
34 33 연구원 대 이동 13.01.31 340 2 9쪽
33 32 폭풍전야 13.01.31 443 2 9쪽
32 31 우주선 안에서 13.01.31 247 2 9쪽
31 30 타 항성계로 +3 07.07.04 502 4 10쪽
30 29 연구소 사건 +2 07.07.03 463 5 9쪽
29 28 새로운 거처 07.06.29 346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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