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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남녀

은빛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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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설理雪
작품등록일 :
2007.07.04 13:35
최근연재일 :
2013.01.31 22:18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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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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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7,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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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1.31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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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42 카스와 유리아1

DUMMY

플래티나 대성 덕분에 우주선까지 무사하군.

하지만 그런데도 문제가 있습니다.

저 붙어버린 두 개의 우주선은 어떻게 빼낸답니까?

대답 좀 해주세요, 대성.


From. 카스

-42 카스와 유리아1


“운전해서 빼면 되지 무슨 문제 있나?”

“…….”



식사 끝내고 돌아온 자신에게 한 마디 건네는 카스를 향해 오히려 플래티나가 되물었다. 순간 커다란 망치에 머리를 얻어맞은 꼴이 되어버린 카스는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눈을 껌벅이는 카스의 귀에 메디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쥬리아와 에스가 안 보이는데?”

“에스는 우주선이 세워져 있는 공항에 갔고 쥬리아는 뒤늦게 에스 선물 사러 간다고 나갔다.”

“뭐?”



카스의 답을 들은 메디는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끼며 열을 올렸다.



“애가 혼수상태에 빠져서 산소 호흡기를 끼고 있는데 어딜 가? 우주공항엘 가? 그리고 선물을 사러 가? 너무 하는 거 아냐, 다들?”

“배고프면 일어나겠죠.”



등 뒤에서 들리는 대답과 이어지는 쩝쩝 소리에 메디와 옆의 유리아, 플래티나의 시선이 몽땅 뒤로 돌아갔다. 은색 머리를 높이 올려 묶고 환자복 차림에, 품에 과자 봉지를 안고 돌아다니는 쥬리아를 보며 유리아와 메디는 어이없어 했다.



“쥬리아, 지금 뭐하니?”

“응? 뭐가, 언니? 에스 오빠, 여기 선물. 생일 축하해요!”



오히려 되물은 쥬리아는 가방에서 작은 상자를 하나 꺼내 에스에게 건넸다. 에스는 포장지를 열어서 선물을 확인한 뒤 얼굴이 굳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싫다고 할 수는 없었기에 에스는 억지로 웃으며 겉과 속이 다른 말을 했다.



“고맙다!”

‘팔찌…. 남자가 팔찌를 하는 걸 봤냐? 이 녀석 점점.’



자신들의 말을 통하지 않자 유리아와 메디는 오르는 열로 인해 얼굴이 다 후끈거리는 지경이었다. 일행이 뻗어서 호흡기를 끼고 있는데, 아무 일 없다는 듯 행동하고 돌아다니는 게 그녀들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메디는 이마를 손으로 짚어서 열을 내리며 간신히 물었다.



“쥬리아, 리오를 봐. 입가를 가리고 있는 저게 뭔지 알지?”

“산소 호흡기요.”



일반실이라서 함부로 소리를 지를 수도 없는 메디인 가운데 문 쪽에서 또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는 애가 지금 과자가 넘어가니?”

“호흡기를 빼는 순간 눈을 뜨는 리오일 겁니다, 누님들.”



녹색 머리를 뒤로 넘기며 빙긋 웃고 있는 사람은 에스다. 그 역시 쥬리아처럼 머리를 높이 올려 묶으며 말했다.



“레드콘들은 모두 무사히 라우엘라 행성을 향해서 날아갔고, 해적단 놈들은 경찰청에 잘 들어갔어. 백문이 불우일견. 쥬리아, 한 번 해봐.”



에스의 말에 유리아와 메디만 기겁을 하는 가운데 친할머니인 플래티나조차 덤덤한 표정이다. 아무래도 꿈을 통해서 크리오네스가 혼수상태에 빠진다는 것을 알아차린 모양이다. 쥬리아의 손이 호흡기로 가던 바로 그 때.



“잠깐만 비켜주십시오.”



낮은 음성과 함께 흰색 가운을 입은 의사들이 서넛 일반실로 들어왔다. 그들이 검진을 하기로 한 사람은 크리오네스. 의사 세 명이 크리오네스의 몸을 살피고 남은 한 명이 유리아와 얘기를 나눴다.



“무슨 일 있었습니까?”

“애가 눈도 못 뜨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행동을 하는 게 못마땅해서요. 근데 여기 있는 에스 군이 배가 고프면 자동으로 일어난다고 말을 하더군요.”



유리아의 말에 의사는 안경을 고쳐 쓰며 물었다.



“배고프면 일어난다? 무슨 소리죠?”

“녀석은 배가 고프면 정신을 못 차리거든요. 오래 지켜본 건 아니지만 식사를 꼭꼭 챙겨먹는 건 봤습니다. 그리고 매 끼니마다 3인분은 기본이더군요.”

“…….”



카스의 답에 황당함이 뒤섞인 의사의 시선이 검진 받는 크리오네스에게로 향했다. 이윽고 의사들의 검진이 끝났다.



“호흡과 심장박동, 그리고 뇌파 모두 정상입니다.”



진단 결과를 말한 의사가 호흡기를 떼어내려 하자, 쥬리아가 씨익 웃으며 그의 손을 치고는 직접 호흡기를 떼어냈다.


그리고.



“배고파!!”



에스와 쥬리아의 예상대로 크리오네스는 호흡기가 떨어지자마자 배고프다, 라고 외치며 벌떡 일어났다. 할 말을 잃어버린 의사들과 유리아, 그리고 메디를 보며 카스, 에스, 쥬리아, 플래티나가 동시에 물었다.



“우리가 말했지?”

“? …무슨 일 있었어요?”



혼수상태였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크리오네스는 눈만 멀뚱멀뚱 뜰 뿐이었다.


이처럼 크리오네스와 쥬리아, 카스와 유리아, 에스와 메디는 짧은 시간 서로를 너무 많이 알아버렸기 때문에, 헤어지기 힘든 것인지도 모른다.



* * * * * *



1개월 후 9월.


필라이츠 항성계에서 8월 말경 발견된 20개의 대 행성은 가까운 행성끼리 수를 나눠 알카덴츠 성단에 항성계의 이름이 등록되었다.


놀라운 사실은 발견된 세 개의 항성계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고, 그들 나름대로의 문명을 개척하여 알카덴츠 성단과 유사한 최첨단 시대를 걷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다른 점도 많았기에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며 상부상조하는 중이다.


물론 이건 세계 정부나 성단 정부, 즉 정치권에만 국한된 이야기. 새로이 드러난 세 개의 항성계가 기존의 세 항성계에게 있어서 거의 적 분위기였기에, 분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경찰청 사람들이 갖은 수단을 다 써야 했다.


메나드 항성계의 수도 행성 메나드.


9월부터 연구소를 다른 사람에게 인수해주고 크리오네스들에게 완전히 합류한 유리아가, 은행 적금도 들고 이자도 타면서 일행의 경제권을 맡아주고 있다. 그녀는 중간 중간 저택을 찾아오는 환자를 돌보곤 한다.


유리아 덕분에 자금에 대한 걱정이 한결 수월해진 크리오네스 일행 중 카스와 에스는 요리사와 정비사의 능력을 발휘하여 이름값을 올리는 중이다.


크리오네스 역시 곳곳에 출현하는 몬스터를 잡으며 실력도 쌓고 돈도 버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마법사인 쥬리아만이 별 일 안 하고 있다.


…라고는 해도 모두 8월말까지의 짧은 15일간의 지나간 과거에 불과하다. 9월이 시작되면서부터 크리오네스와 쥬리아는 연애에 바쁘다.


조간신문을 보며 담배를 피우던 에스는 소파에 앉아있는 카스와 유리아에게 말했다.



“흠. 새로운 항성계가 발견되었다고 정치권 쪽은 난리인 모양이네. 하지만 사람들끼리의 인식은 크게 안 좋은 모양이야.”

“어째서?”



카스의 물음에 유리아는 안경을 고쳐 쓰며 입을 열었다.



“다른 세계, 다른 항성계의 사람들은 서로의 행성에 이주를 해갈 확률이 높기 때문에, 서로의 일터와 행성을 뺏기지 않으려고 하는 이기심이 움직이기 때문이에요. 알카덴츠 성단이 생성된 직후 이런 이기심 때문에 많은 논란이 빚어졌고, 끝내는 피바람까지 몰고 오는 대형 사건으로 번졌죠. 덕분에 메디까지 경찰청에 소환되어 바쁘답니다.”



조금 긴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 카스는 거실을 슬쩍 살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두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리오와 쥬리아는 또 나간 모양이군.”

“후훗. 월초부터 바쁘더군요. 하긴, 그동안 둘만의 시간이라는 것을 못 가졌으니.”



빙긋 웃으며 받아치는 유리아를 보며 에스는 녹색 눈동자를 형에게로 돌렸다.



“자금도 어느 정도 모였겠다. 이번 달은 우리도 쉬는 게 어때, 형?”

“그럼 쇼핑이나 할까.”

“저도 같이 가죠. 의약품이 다 떨어져서.”



안경을 살짝 벗어서 탁자 위에 올린 유리아가 성큼 일어나고 에스와 카스도 벌떡 일어났다. 왠지 느긋하고 여유 있는 분위기다.


…….


파란 마녀에 대한 생각은 아예 접힌 모양이군!



* * * * * *



다시 1개월 후인 10월.


라티아에서의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은 크리오네스 일행은 Silver Wing 을 타고 급히 라티아로 향했다. 의문의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경찰청의 긴급 요청을 받은 메디, 그녀는 유리아의 전용 우주선을 타고 홀로 필라이츠로 향했기에 라티아 일원에서는 제외됐다.


출발하고 30분 뒤. 라티아의 콘프레스트 자택에 갔을 때는 콘프레스트 부인, 지나의 출산이 이미 끝난 후다.



“에이~ 아기 낳는 거 보고 싶었는데.”

“너 결혼해서 보면 되지 않니. 고생했어, 당신.”



아들의 투덜거림을 가볍게 받아친 허크는 아이를 품에 안은 지나의 손을 잡으며 여지없이 자신들의 사랑을 과시했다.


왼손 오른손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진 두 쌍의 반지가, 그리고 20년 만에 태어난 늦둥이가 부부의 사랑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아들 하나 낳고 20년 후에 늦둥이를 낳은 40대 초반의 부부를 보며 카스는 홀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부럽군.”

“카스.”



뒤에서 안경을 끼지 않은 유리아가 부르자 카스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그녀의 부름에 답했다.



“음?”

“잠깐 나갈래요?”

“어딜 간다는 건가?”

“바람 쐬러 가요. 그동안 라티아에 올 때마다 늘 사건 사고가 터져서 제대로 못 갔던 곳이 있어요. <차렌디 식물원> 에 가볼래요? 멀지 않으니까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될 거예요.”

“…….”



유리아가 이끌자 카스는 말없이 그녀를 따라 식물원으로 향했다.


차렌디 식물원.



“라티아에 오면 가끔 들리는 곳이에요. 근사하죠?”

“그렇군.”



유리아는 간만에 안경을 하지 않은 맨얼굴로 카스의 눈을 가만히 바라봤다.



“당신의 그 탁한 갈색 눈빛…. 상처를 안은 눈이에요. 오래 지켜본 건 아니지만 조금은 겉도는 느낌을 저한테 안겨주더군요. 그래도 동생인 에스와는 친해보였지만요. 아무리 제가 의사라고 해도 마음의 상처까지 씻어줄 수는 없을 거예요. 그래도 얘기를 해볼 수는 있잖아요?”



다른 일행과는 달리 유리아는 카스에게만큼은 존대를 쓰고 있었다. 카스의 마음에 놓인 커다란 벽을 느끼고 있던 유리아는 그간 수어 번 벽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 벽은 유리아의 비칭을 허락하고 있지 않았다.


유리아의 물음에 카스는 햇살이 쏟아지는 활엽수의 가느다란 잎사귀를 보며 3년 전 있었던 연인의 자살에 대해 말했다. 얘기를 모두 들은 유리아는 팔짱을 살짝 끼며 물었다.



“그거 때문에 다른 사랑을 시작하지 못 하고 있는 건가요?”

“…….”

“질투가 나는군요. 이 세상 사람도 아닌 그녀에게.”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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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Epilogue 13.01.31 360 2 5쪽
44 終 카스와 유리아2 13.01.31 284 2 7쪽
» 42 카스와 유리아1 13.01.31 327 2 11쪽
42 41 과거몽 13.01.31 281 2 10쪽
41 40 행성 바깥의 전투 13.01.31 434 4 10쪽
40 39 목숨 걸린 대추격(?) 13.01.31 253 2 10쪽
39 38 뫼비우스의 띠가 이어준 재회 13.01.31 405 3 10쪽
38 37 파란 마녀의 진실 13.01.31 382 4 10쪽
37 36 쥬리아의 행방불명 13.01.31 312 2 10쪽
36 35 연 많은 경찰청 13.01.31 306 2 10쪽
35 34 트로토 항성계의 첫 날 13.01.31 516 3 11쪽
34 33 연구원 대 이동 13.01.31 340 2 9쪽
33 32 폭풍전야 13.01.31 442 2 9쪽
32 31 우주선 안에서 13.01.31 247 2 9쪽
31 30 타 항성계로 +3 07.07.04 502 4 10쪽
30 29 연구소 사건 +2 07.07.03 463 5 9쪽
29 28 새로운 거처 07.06.29 345 2 10쪽
28 27 통신 대소동 +3 07.06.26 312 2 10쪽
27 26 메디의 가출 +2 07.06.24 300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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