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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남녀

은빛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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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설理雪
작품등록일 :
2007.07.04 13:35
최근연재일 :
2013.01.31 22:18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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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04
추천수 :
128
글자수 :
177,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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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1.3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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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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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34 트로토 항성계의 첫 날

DUMMY

으엑! 여, 여기가 어디야!

……. 헉!

왜, 왜, 어째서 우리가 여기서 있는 거지?

도대체 무슨 일이 지나간 거냐고~


From. 크리오네스

- 34 트로토 항성계의 첫 날



전 날인 6월 9일 밤. 트로토 항성계로 가는 중인 닥터 유리아의 전용선 안. 98명의 연구원들까지 빽빽하게 탄 탓에 우주선이 유독 좁아 보인다.


다들 자는 중에 유리아는 챙겨온 가방에서 자그마한 책자 하나를 꺼냈다. 손바닥 크기의 그 책자는 딱히 뭐라고 부를 만한 이름이 없다.


침대 끝에 살짝 걸터앉은 그녀는 안경을 끼지 않아서 조금 더 차가움이 돋보이는 얼굴로 책장을 넘겼다.


『우연이 여럿 겹치면 그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전 항성계를 포함해서 영원한 비밀은 없다.』


자신의 얘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유리아는 감정 없는 얼굴로 책장을 넘기다가 어느 부분에서 멈췄다.


『사랑을 잃고 방황하는 탁한 갈색 눈동자에 없는 빛. 그 빛은 차디찬 흑갈색의 그녀가 되돌려 주리니…』

『은색과 파란색은 운명이 정한 환상의 만남. 숨겨진 과거는 운명에 스쳐가는 고뇌일 뿐.』


한 장에 앞뒤로 적힌 그 두 개의 예언은 이상할 정도로 유리아의 머릿속을 강하게 들어왔다.



“빛이 없는 갈색 눈동자? 설마….”



떠오르는 인물이 한 명 있었다. 그녀 역시 그의 눈동자를 본 순간 ‘상처 많은 눈’ 이라는 것을 느꼈다. 인형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만큼 그의 상처는 깊었다.


그렇다면 이 예언이 지시하는 그녀는 누구일까. 유리아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결론은 어렵지 않게 나왔다.



“나?”



* * * * * *



코를 찌르는 자욱한 담배 냄새와 곳곳에서 들려오는 거친 말소리, 그 속에 섞인 욕들. 그래도 가장 심한 말은.



“죽을래? 어? 너희들은 다 똑같아~ 다른 사람 죽이는 건 쉽지, 그러면서 정작 자기들은 죽기 싫다 그래~ 그게 무슨 거지같은 횡포냐고, 어?”



이 한 마디면 모든 게 해결 되는 어느 장소. 각종 범죄자들과 현상범들을 상대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거칠어지는 자들. 도시의 안전과 시민의 안전을 위해 ‘다른 의미’ 로 봉사하는 자들이 모인 곳.


알카덴츠 세계 정부에서 용병과 검사 이외에 무기를 소지할 수 있도록 허락받은 그들. 그 정부라는 커다란 힘을 배후로 둔 그들. 직업의 특성상 “연중무휴” 일 수 밖에 없는 곳.


바로.


경찰청.



“그들은?”

“아직 반응 없습니다.”

“모델명 확인 결과는 나왔나?”

“MR-Faith 0414 기기입니다. 50년 전 나온 엄청난 고물딱지입니다.”



남자의 말에 상대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럴 수밖에. Faith 사는 20년 전에 메나드 수도행성으로 본사를 옮겼고, 그 때부터 2M-Faith 사로 이름을 바꿨으니까. 신분 확인은?”

“완료입니다. 네 명은 메나드의 ‘버킹엄 포레스트’ 라고 하는 길드 소속의 용병이고 한 명은 리차드 프로이사 박사입니다. 참고로 여자는 그레이스 가문의 막내입니다.”

“뭐? 박사에 마법사?”

“네. 어떻게 할까요?”



웅성웅성 시끄러운 와중에도 유독 두 사람의 얘기 소리는 잘도 들려왔다. 자기 얘기라서 그런 모양이다.



“음….”



크리오네스가 눈을 뜬 건 그쯤이다. 번쩍 눈을 뜬 그는 일단 주변부터 살폈다. 다 자고 일단 혼자 깬 것 같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길게 내린, 흑갈색 생머리의 주인은 흰색 가운을 입고 오른손은 허리에 올리고 왼손은 이마를 짚은 자세 같다.



“얼른 불어!”

“…?”



맞은편에서 들리는 짧은 외침에 크리오네스는 상체를 일으켜 자리에 앉았고, 직후 외침의 주인과 앞에 선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헌데 그 주인 두 명이 먼저 그를 알아봤다. 맞은편의 외침 주인은 살짝 웃으며 그를 불렀다.



“어? 리오 군! 일어났네?”

“음? 아, 리오. 일어났구나. 너희는 도대체가.”

“아. 유리아 누님, 메디 누님. 여기가 어디에요?”



크리오네스의 멍한 물음에 유리아는 그를 제대로 보기 위해 옆에 앉으며 말했다.



“메디가 저렇게 열 내는 거 보면 모르겠어? 여기, ‘경찰서’도 아니고 무려 ‘경찰청’ 이야. 우주선을 잡아넣을 만 한 땅을 보유한 곳은 ‘경찰청’ 뿐이니까.”

“…….”

“다들 안 일어났으니까 너부터 수사 좀 받아야겠다. 쥬리아도 참. 어쩌자고 생일을 경찰청에서 보내게 됐는지.”



유리아의 말에 정신이 멍해진 크리오네스의 눈에 다시 초점이 돌아온 건 ‘생일’ 이라는 단어 하나였다.



“생일…? 그러고 보니 저도 오늘이 생일이네요.”

“뭐? 리오 너도? 어머, 생일 축하하기는 하는데. 장소가 좀 그렇다.”



그녀의 얘기처럼 경찰청은 생일 축하를 하기에는 많이 그런 장소다. 누님의 말을 이해한 크리오네스는 스스로를 향해 작은 조소를 던졌다. 하필이면 생일을 이런 곳에서 보내게 생겼단 말인가.



“힛. 그러게요. 참, 유리아 누님. 쥬리아 생일도 이번 달이라면서요? 언제에요?”

“응, 녀석도 오늘이야. 우연의 일치… 네.”

“정말요? 와우.”



유리아는 웃다가 말았다. 어제 밤에 우주선 안에서 봤던 책자 안의 예언 중 하나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연이 여럿 겹치면 그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그 예언은 보기 좋게 맞아떨어졌다. 같은 생일, 다르지만 같은 소유의 은색. 유리아는 책자 속 예언을 했단 사람의 이름을 떠올렸다.



‘…프라티아….’



유리아가 홀로 생각에 잠긴 가운데 어느 형사가 크리오네스 옆으로 다가왔다.



“담당 형사 도르입니다. 크리오네스.D.콘프레스트 씨 맞으시죠? 일어나신 김에 몇 개의 질문에 대답을 좀 하셔야겠네요. 질문에 대한 답은 정직하셔야 하며 답에 거짓이 있을 경우 법의 제재를 받게 됨을 명시하십시오. 유리아 박사는 잠깐만 비켜주십시오.”

“예.”

“네, 진실만을 대답하겠습니다. 질문 주세요.”



크리오네스는 그러겠노라 대답했다. 유리아가 자리를 비키기 위해 옆으로 가자 형사가 그녀가 앉았던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우주선을 타고 오셨던데, 어디서 출발하신 겁니까?”

“메나드 항성계, 수도 행성의 메나드입니다. 제 4우주공항에서 출발했고, 제 1트로토의 제 4우주공항을 도착지점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랬다가 엊그제부터 체스를 배웠어요. 정확하고 빠르게 배운다고 우주선 안에서 밤을 샜고, 끝나고 피곤해서 잤다가 오퍼레이터의 안내 방송을 못 듣고 말았습니다.”

“그렇군요. 트로토에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은 다들 못 들으신 거군요.”

“네, 맞습니다.”

“알겠습니다. 일단 정황은 알아냈으니 여기까지 하지요. 우주선은 하루 정도 있어야 풀려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네? 하지만….”

“다른 분들 일어나면 얘기 좀 해주십시오.”



형사는 크리오네스의 말을 자르고 안쪽으로 향했고, 크리오네스와 유리아는 속수무책으로 경찰청에 발이 묶여야 했다. 유리아와 메디는 우주공항에 우주선을 세우고 거기서 현상범을 목격하고 잡아서, 경찰청으로 데리고 왔다가 반쯤 체포된 상태로 경찰청에 끌려온 크리오네스들을 보고 만 것이다.


어쨌든 이틀 가까이 잠이 부족한 일행은 오후 5시나 되어서야 일어났다. 크리오네스는 수사 끝난 직후 불편하게 새우잠을 자고 있던 쥬리아의 무릎베개를 해주었고, 그 모습은 유리아, 메디 및 다른 형사들의 시샘을 자아냈다.


쥬리아는 푹 자고 일어난 듯 눈을 비비며 입부터 열었다.



“어? 여기가 어디야?”

“일어났어? 우리 잡혀왔어, 여기 경찰청이야. 형들이랑 박사님이 아직 안 일어나서 못 가고 있는 거야. 어차피 못 간다고 그러네.”

“에이씨. 하긴, 다 자느라 방송을 아무도 못 들었을 테니까. 내가 정신을 차렸어야 했어. 아까 잠깐 엄마가 카펫으로 전화했었거든. 근데……. 내가 네 무릎을 베고 잤었나?”



한참 떠들던 쥬리아는 그제야 멀뚱멀뚱 크리오네스를 바라봤고, 크리오네스는 싱글싱글 웃기만 했다. 쥬리아가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있을 때 형사들이 지나가면서 한 마디씩 했다.



“두 사람 사이좋은데? 부럽다니까, 아주.”

“20대 초반의 팔팔한 연애. 좋다, 좋아~”

“행복하겠네, 아가씨는? 남자친구가 무릎 배게도 해주고.”



형사들이 지나가고 나자 쥬리아는 벌떡 일어나며 울상을 지었다.



“해준 거 맞죠? 아우! 왜 그랬어, 무릎 아프지 않았어?”

“별로 안 아팠는데? 생일이라며, 축하해.”

“고마워. 선물 이미 받았어. 아, 좋다!”



쥬리아는 기분 좋게 웃으며 행복해했다. 자는 사이 받은 무릎 배게는 그녀의 가장 기분 좋은 선물이 된 것이다. 화장실에 잠시 다녀온 유리아가 마침 두 남녀와 대화를 듣고 크리오네스에게 말하려고 하는 순간 그가 윙크를 살짝 날렸다.



‘쉿!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 알았어.’



크리오네스의 윙크를 이해한 유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다정한 그들을 바라보던 그녀는 손가락을 튕기며 주머니를 뒤적였다.



“아참, 쥬리아. 내가 어디에 뒀더라?”

“그거라면 네가 그 때 가운의 가장 윗주머니에 넣었잖아.”



사건 보고서를 작성하던 메디는 유리아가 뭘 찾는지 바로 파악하고는 위치를 알려주었다. 메디의 말에 유리아는 윗주머니에서 작은 포장지를 꺼내며 메디를 보고 싱긋 웃었다.



“어머, 그랬지. 고맙다, 메디.”

“별 말을.”



짧게 받아친 메디는 보고서를 계속 썼고, 유리아는 포장지를 쥬리아에게 건넸다.



“큰아버지와 큰어머니께서 주시는 네 생일선물이야.”

“어머. 고마워서 어떻게 해요.”



쥬리아는 크리오네스의 무릎을 벤 채로 언니에게서 받은 포장지를 뜯었다. 레드콘으로 제작된 목걸이와 팔찌 한 쌍이었다.



“어머, 예쁘다! 이거 얼마에요?”

“1만 페어쯤 할 거다.”



유리아는 자신이 산 게 아닌 것처럼 하기 위해 말을 살짝 둘러댔다. 쥬리아는 포장지 안의 목걸이와 팔찌를 크리오네스에게 건넸고, 그는 두 개의 선물을 그녀에게 차례차례 걸어주었다.


어찌 됐든 6월 10일은 크리오네스와 쥬리아의 생일이자 트로토 항성계에 발을 디딘 첫날이자 그 첫날을 경찰청에서 보낸 역사적인 날이기도 했다.


물론 쥬리아는 크리오네스의 생일을 모른 채 그냥 넘어갔지만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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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Epilogue 13.01.31 360 2 5쪽
44 終 카스와 유리아2 13.01.31 284 2 7쪽
43 42 카스와 유리아1 13.01.31 327 2 11쪽
42 41 과거몽 13.01.31 281 2 10쪽
41 40 행성 바깥의 전투 13.01.31 434 4 10쪽
40 39 목숨 걸린 대추격(?) 13.01.31 253 2 10쪽
39 38 뫼비우스의 띠가 이어준 재회 13.01.31 405 3 10쪽
38 37 파란 마녀의 진실 13.01.31 382 4 10쪽
37 36 쥬리아의 행방불명 13.01.31 312 2 10쪽
36 35 연 많은 경찰청 13.01.31 306 2 10쪽
» 34 트로토 항성계의 첫 날 13.01.31 517 3 11쪽
34 33 연구원 대 이동 13.01.31 340 2 9쪽
33 32 폭풍전야 13.01.31 442 2 9쪽
32 31 우주선 안에서 13.01.31 247 2 9쪽
31 30 타 항성계로 +3 07.07.04 502 4 10쪽
30 29 연구소 사건 +2 07.07.03 463 5 9쪽
29 28 새로운 거처 07.06.29 345 2 10쪽
28 27 통신 대소동 +3 07.06.26 312 2 10쪽
27 26 메디의 가출 +2 07.06.24 300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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