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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남녀

은빛 날개

웹소설 > 일반연재 > SF, 로맨스

완결

이설理雪
작품등록일 :
2007.07.04 13:35
최근연재일 :
2013.01.31 22:18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15,595
추천수 :
128
글자수 :
177,096

작성
13.01.31 22:09
조회
381
추천
4
글자
10쪽

37 파란 마녀의 진실

DUMMY

빌어먹을, 찾아야 하는데.

설마 파란 마녀가 행방불명이라고

저까지 행방불명되어야 공평하다는 어이없는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카펫이 꺼져 있으니 나 이것 참.

게다가 비까지 오고 말이야.


From. 에스

37 파란 마녀의 진실



쏴아아아아아아-


행성 내부의 전용기를 아직 사지 않았기 때문에 비오는 날은 어쩔 수 없이 집안에 있어야 한다. 크리오네스와 카스, 에스의 설명 아래 쥬리아가 사라진 걸 알아차린 크리오네스의 부모는 나가지도 못 하고 집에 있게 생겼다.


심각한 문제를 앞에 둔 콘프레스트는 담배를 피우며 연개를 내뿜었다.



“후-.”

“음? 아버님, 담배 피우십니까?”



동생의 아버지이기에 어느 정도 호칭에 힘을 준 카스의 물음에, 콘프레스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고서 대답했다.



“그리 자주는 아니고. 흡연가기는 하지.”

“그렇군요. 근데 리오는 담배 냄새를 왜 그리 싫어하니?”



에스의 물음에 크리오네스는 입술을 삐죽이며 투덜거렸다.



“싫으니까 싫은 건데 이유가 있나요.”

“하핫, 하긴.”



아들의 투덜거림을 들은 두 부모는 잠깐만 웃을 따름이었다. 그러고 보니 뭔가 이상하다. 다 있는데 그레이스가의 두 어른이 안 보이는 것이다. 물론 이유가 있다. 얘기를 들은 직후 콘프레스트 부인이 쥬리아의 부모에게 연락하자고 말한 것을 유리아가 말렸다.


왜 그러냐고 하는 콘프레스트 부인의 물음에 유리아와 메디는 고개만 저었다. 실질적인 이유를 말하지 못 하는 것이다. 유리아는 여동생에 관련된 과거를 친구가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찾지도 못 하고 집에만 갇혀 있는 가운데 비는 그칠 생각도 않고 있었다.



* * * * * *



사흘 후.



“…….”



창문 너머로 쏟아지는 비를 보며 쓸쓸한 눈빛을 지우지 않는 어느 여인 옆으로, 뭉툭한 코에 조금 긴 수염을 가진 70대 초반으로 보이는 어느 할아버지가 다가왔다.



“아가씨, 율무차 한 잔 더 줄까?”

“아니요. 괜찮습니다, 고마워요.”



여인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씬필름 외곽지역의 조금 큰 오두막. 그녀는 몸을 감싸고 있는 얇은 모포를 조금 더 끌어당겼다. 가만히 그녀를 보고 있던 할아버지는 빙긋 웃으며 난방 시설의 온도를 조금 더 올리며 말했다.



“추운 모양이군. 율무차 한 잔 더 줄 테니 마시게.”

“…예.”



여인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가 비를 맞고 쓰러진 채로 노인에게 발견된 때는 이틀 전이었다. 얘기는 않고 있지만 그녀는 눈을 뜬 지금이 절망적이었다. 이대로 돌아다닌다고 해서 친부모를 찾을 거란 보장도 없건만.


카펫을 꺼버려서 연락이 없는 지금, 그녀의 마음 한쪽은 일행이 자신을 찾으러 와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구해줘서 고맙다는 말 한 마디조차 하지 않고 있지만, 노인은 머리도 말려주고 모포도 덮어주고 밥도 주는 등 자그마한 정성으로 그녀를 보살폈다.


율무차 한 잔을 그녀의 손에 쥐어주며 자신도 한 잔 손에 든 노인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내게도 아가씨만한 손녀가 있었지. 손자도 있었고.”

“…!”



과거형의 말에 그녀는 순간 눈을 크게 떴다. 설마…?



“하지만 8년 전에 우주선 사고로 그들 모두를 잃었다네. 그 때부터 이곳으로 들어와서는 홀로 지내고 있지.”

“그러시군요. …할아버지.”

“호오. 사흘 만에 처음으로 불러주시는군. 왜 그러시나?”

“혹시 파란 마녀라고 아세요?”

“파란 마녀? 음, 알지.”



노인의 긍정적인 대답에 여인은 눈을 크며 노인을 바라봤다. 여인을 보며 노인은 율무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빙긋 웃고서 얘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나와 비슷한 연배네. 50년 전에 활동했고 행방불명된 이후 죽었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난 살아있다고 보고 있네. 그녀는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마법사, 특히 예언적으로 강한 능력을 지니고 있던 초유의 마녀였지.”



노인은 조금 식은 율무차를 마시면서 창문 너머로 비 내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본명을 놔두고 예명으로 예언을 곳곳에 남겼어. 본명의 복잡한 트로토식 철자는 또 다른 식으로도 읽을 수 있거든. 그렇게 남겨진 예명이 ‘프라티아’ 이지.”

“그럼 할아버지는 파란 마녀의 본명을 알고 있나요?”

“알고 있지. 하지만 알려주지는 않을 거야. 내가 파란 마녀의 본명을 알리는 순간 그녀의 목숨이 위험해지거든. 그녀도 그것을 간파하고 있었던 모양이야. 그러니 두 개의 이름으로 활동했던 것이겠지.”



노인의 설명을 들으며 그녀는 율무차를 한 모금 먹고서 다시금 물었다.



“생김새, 기억하나요?”

“파란 마녀니까 일단 파란 머리겠지? 하지만 난 그녀의 파란 머리가 벗겨지는 가발인 걸 그 때 처음 알았어. 49년 전 처음 만났던 그 때도 이렇게 비가 내렸지. 아가씨도 알고 있겠지만 라티아는 지금이 우기(雨期)이지 않은가.”

“그렇죠.”



여인은 조금 풀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연배가 같고 우기라는 것을 바탕으로 파란 마녀는 노인의 집에 한 달 가량 머무를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꽤나 친해졌고 파란 마녀는 노인에게 자신에 대해 조금만 알려주었다. 그 안에는 본명도 포함되어 있었다.



“본명을 직접 알려주지는 못 하지만 트로토식의 철자로 보자면 ‘Platina’ 이지. 본명을 애칭으로 바꿀 때 ‘n’ 을 묵음으로 가라앉힌 거야. 머리카락은 진한 백색이었고, 길이는 상당히 길었지. 경국지색이라고 불릴 정도의 미모를 가졌지. 음, 이목구비가 젊었을 때의 파란 마녀와 상당히 닮았구먼.”

“제가요?”



여인의 물음에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율무차를 마셨다.


쏴아아아아아아아-


행성 라티아를 감싼 우기는 끝날 줄을 모르고 있다. 율무차를 반쯤 마신 노인이 물었다.



“카펫도 있는데 가족에게 왜 연락을 안 하고 있나?”

“……. 당분간 하고 싶지 않아서요.”

“근데 아가씨는 파란 마녀에게 관심이 많은 모양이구먼.”

“저도 꿈이 예언자거든요.”



여인은 창문 너머에만 시선을 두고서 대답했다.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파란 마녀처럼 이중으로 활동하게나. 그녀는 드러날 듯 드러나지 않게 활동해서 예언이 관심이 많던 사람들의 애간장을 녹였지. 하지만 파란 마녀도 40년 전에 활동을 그쳤지. 그러니 드러내고 활동한다면 아가씨의 목숨은 보장하기 힘들 것이야. 마법사나 예언자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상당히 안 좋은 건 아가씨도 알고 있을 테니.”

“그렇지요.”



여인의 대답은 거의 근성이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노인이 불러준 철자를 가지고 본명을 예측하기에 바빴다.



“프라티나… 플라티나… 플래티나….”

“후훗. 그 이름, 절대 입 밖에 꺼내지도 말고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도 말게.”

“…네? 설마….”



여인의 말에 노인은 빙긋 웃을 따름이었다. 율무차를 모두 마신 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창문 너머로 비를 보면서 다시금 빙긋 웃었다.



‘플래티나 콘프레스트. 파란 마녀의 정체이자 10년 전까지 의사로 활동했던, 꽤나 유명한데다 거물급 사람이었지. <알카덴츠 성단, 전설의 전당> 에 의사 자격으로 이름이 오른 망명 높은 여자… 그런 그녀의 전직 중 하나에 <예언자> 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 어찌 될까?’



그것이 바로 노인의 머리에 잔상처럼 남은 50년 친구의 모습이었다.


가져온 율무차를 여인이 든 잔에 조금 더 부으며 노인은 중얼거리듯 말했다.



“본명을 드러내는 것은 그녀의 명성을 깎는 일이야. 지금 알아낸 것을 마음에 새기고 머리에 새겨서, 절대의 그녀의 명성을 깎아내리지 말아주게나. 전설적인 인물 중에 하나니까 말일세. 그녀의 마지막 예언을 꼭 지켜주게.”

“마지막 예언이요?”

“음.”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 노인은 창문 너머로 시선을 돌려 비 내리는 풍격을 보면서 말했다.



“전설은 전설로만 남았을 때 아름다우니까. 그렇기에 현세의 사람들은 그 전설을 전설로만 남기기 위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지.”

“아.”



쥬리아는 짧은 탄성을 내뱉었다. 그래서 이곳 라티아와 메나드에서도 예언을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전설을 전설로만 남기기 위해 함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쉽게 접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 안타까움이 올라오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여인은 다시금 물었다.



“혹시 파란 마녀, 그 예언을 종이에 남기지는 않았나요?”

“전혀. 아까도 말했듯 전설로만 남기고 싶으니까.”

“흐음. 그렇군요.”



아쉬운 듯 고개를 끄덕인 듯 여인은 노인에게 던졌던 시선을 다시 창문 너머로 돌렸다.


우기를 통해 한동안 만나지 못 할 일행. 그 일행 중 한 명의 손에 그녀가 가지고 싶어 하던 ‘뭔가’ 가 쥐어져 있다는 자그마한 사실은, 직접 만나 얘기하지 않는 한은 모를 것이다.



* * * * * *



얼떨결에 본가가 아닌 아는 동생의 집에 얹혀살게 된 유리아는 유일하게 챙겨온 물건 중 하나인 작은 책자를 보고 있었다. 허나 책자 어디에도 그녀가 궁금해 하는 답은 없었다.



‘도와주세요, 프라티아… 친동생이 저희의 품으로, 그리고 저희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도와주세요.’



과연 쥬리아는 언제쯤 가족에게 그리고 일행에게 돌아올 것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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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날개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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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은빛 날개-항성계 +2 13.01.31 213 0 -
45 Epilogue 13.01.31 359 2 5쪽
44 終 카스와 유리아2 13.01.31 284 2 7쪽
43 42 카스와 유리아1 13.01.31 326 2 11쪽
42 41 과거몽 13.01.31 281 2 10쪽
41 40 행성 바깥의 전투 13.01.31 433 4 10쪽
40 39 목숨 걸린 대추격(?) 13.01.31 253 2 10쪽
39 38 뫼비우스의 띠가 이어준 재회 13.01.31 405 3 10쪽
» 37 파란 마녀의 진실 13.01.31 382 4 10쪽
37 36 쥬리아의 행방불명 13.01.31 311 2 10쪽
36 35 연 많은 경찰청 13.01.31 305 2 10쪽
35 34 트로토 항성계의 첫 날 13.01.31 516 3 11쪽
34 33 연구원 대 이동 13.01.31 340 2 9쪽
33 32 폭풍전야 13.01.31 442 2 9쪽
32 31 우주선 안에서 13.01.31 247 2 9쪽
31 30 타 항성계로 +3 07.07.04 502 4 10쪽
30 29 연구소 사건 +2 07.07.03 462 5 9쪽
29 28 새로운 거처 07.06.29 344 2 10쪽
28 27 통신 대소동 +3 07.06.26 312 2 10쪽
27 26 메디의 가출 +2 07.06.24 299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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