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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남녀

은빛 날개

웹소설 > 일반연재 > SF, 로맨스

완결

이설理雪
작품등록일 :
2007.07.04 13:35
최근연재일 :
2013.01.31 22:18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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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05
추천수 :
128
글자수 :
177,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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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1.31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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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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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38 뫼비우스의 띠가 이어준 재회

DUMMY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고마워, 돌아와 줘서 정말 고마워.

이제 이 언니랑 얘기 좀 할까?

할 말 많을 거 아냐.


From. 유리아

- 38 뫼비우스의 띠가 이어준 재회



[운명의 길이 걷는 뫼비우스의 띠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법이란다, 유리아.]

[음? 누구세요?]

[내가 누구든 그건 상관없다. 잊지 말거라. 네 올가미에 그녀를 가두려고 하면 할수록 그녀는 더 고통스러워할 터. 편히 놓아주는 게 너도 편하고 그녀도 편할 테니. 네 짝은 따로 있다는 것을 기억해라.]

[설마… 프라티아? 프라티아! 프라티아 맞죠? 프라티아!]

[모든 것은 뫼비우스의 띠가 흐르는 대로 흐르는 법….]

[프라티아! 프라……!]



* * * * * *



눈이 떠졌다. 앞에 보이는 건 허공을 젓고 있는 자신의 손이라는 것과 집 천장. 머리를 울리던 목소리는 모두 꿈이었던 것일까.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너무 생생했다.


모습은 보이지 않더라도 들리는 목소리만으로도 느껴졌다. 그녀, 프라티아는 분명 옆에 있었다는 게. 멍하니 있는데 천장이 흘러내린 붉은 색 머리카락으로 덮였다.


정확히 말하면 메디가 고개를 유리아의 얼굴 위로 들이민 것이다.



“유리아, 괜찮니? 프라티아, 프라티아. 이름을 자꾸 외던데. 뭐야? 새로 나온 프라이팬이니?”

“…….”



얘도 이런 면이 있던가. 넋이 나갈 정도로의 심각한 하이개그는, 유리아의 정신을 또 다시 하늘로 보내버리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었다.


꿈을 꾸고 막 일어난 유리아는 반쯤 가라앉은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



“넌 농담은 모르는 줄 알았다?”

“얘는. 내가 누군데? 라우엘라에서 15살 때부터 산전수전 다 겪고 지금은 강력계로 건너간 형사야, 형사. 3년 전까지는 미아 담당에 있었다는 걸 잊은 모양이구나?”

“아, 그랬지.”



메디의 웃음 섞인 말에 유리아는 그제야 작게 웃었다.


부모 잃고 길 헤매던 어린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들을 다독일 수 있는 유머감각을 익혀야 한다. 10년 전부터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 올라온 그녀이기에 지금의 강력계 형사가 될 수 있었던 것. 그게 심하게 되어 하이개그로 변했지만.


어찌됐든 미소를 조금 되찾은 유리아에게 메디는 쐐기 아닌 쐐기를 박았다.



“유리진열장에서 네 친구들 찾는 게 우선이 아니고, 여기서 네 동생을 찾는 게 우선이야. 정신 차려, 이것아!”

“……. 지금 날 아주 얼리려고 작정했지?”

“푸웃! 어떻게 알았어?”



씩 웃어 보인 메디는 날아드는 유리아의 베개를 가볍게 쳐내고 더 크게 웃었다. 자신의 유머감각이 너무 높아진 걸 이제야 알아차린 것이다.


똑똑.



“누님들-. 일어나셨으면 얼른 나오시죠!”

“어-!”



대화를 반쯤 들은 것으로 추측되는, 밖에서 부르는 에스의 말에 두 친구는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쥬리아가 자취를 감춘 지 3주째 되는 어느 날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1층으로 내려온 유리아와 메디는 카스와 에스, 그리고 콘프레스트 부부와 가정부만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7개월에 접어들어 거동이 조금씩 힘들어지는 콘프레스트 부인을 위해 집에는 한 명의 가정부가 잠시 와 있는 상태이다.



“어라? 카스, 리오는 어디에 있고 둘만 있어?”

“몰라. 아침에 일어나니 없더군. 쪽지 하나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유리아의 물음에 태연히 받아치는 카스의 말에 에스가 덧붙였다.



“쥬리아 찾으러 나간다는 말이 남겨져 있었어요. 이번 달은 우기라고 되어 있던데요?”

“우기? 설마…. 이 비가 끝나지 않는다는?”



메디가 눈을 크게 뜨며 물은 뒤 콘프레스트 부부에게 시선을 돌렸다. 물론 유리아와 카스, 에스도 부부를 바라봤다. 콘프레스트 부인은 지긋이 웃으며 말했다.



“네, 우기 맞습니다. 아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보네요.”

“…….”



부인의 확인사살을 맞아버린 네 일행은 눈을 뒤집듯 하며 뒤로 쓰러지는 시늉을 했다. 생각 같아서는 “그 얘기를 왜 이제 해요!!” 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부인은 지금 7개월째에 접어든 임산부이기 때문이다.


쏴아아아아- 끝나지 않은 우기로 인해 비가 여전히 내리는 가운데 쪽지만 남겨두고 쥬리아를 찾으러 간 크리오네스. 그는 느낌이 말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랬기에 여기가 어디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이다. 그저 느낌이 알리는 대로 걷고 있을 뿐.



“에이씨, 여기가 어디야. 외곽 지역인가?”



우산 쓰고 투덜거리며 산을 향해 걷던 크리오네스의 눈에 누군가가 보였다. 옆으로는 어느 오두막이.



“다녀올게요, 할아버지.”

“그래, 부탁 좀 하마.”

“…….”



흐린 날씨 속에도 눈에 띄는 은색의 길게 내린 머리카락. 그리고 조금 야윈 것 같은 그녀의 체격. 비 때문에 꼼짝도 못 했던 3주, 그리고 느낌 따라 우산 쓰고 나온 그 첫 날.


크리오네스는 쓰고 있던 우산을 힘없이 바닥에 팽개치며 빙긋 웃었다.



“찾았다.”

“…? …!”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건넨 그녀는 돌아서면서 자신을 보고 있는 어느 청년을 보게 되었다.



“리오….”



거세게 내리는 빗소리에 여인의 부름이 청년에게 비록 들리지는 않지만, 청년은 여인도 자신을 봤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미소를 지우지 않으며 양 팔을 크게 벌렸고, 여인은 울며 웃으며 청년이 서 있는 곳을 향해 뛰었다.


여인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청년의 품에 뛰어들었고 청년 역시 눈물자국이 난 얼굴로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쏟아지는 폭우에 청년의 파란 머리카락과 여인의 은색 머리카락이 빠른 속도로 젖어들었지만, 두 남녀는 개의치 않고 꼭 껴안은 채 서로를 놓지 않았다.


7월 넷째 주 첫 날이던 그 날 얻은 건 감기 몸살과 비 맞고 망가진 손목 카펫. 그리고 돌아온 쥬리아. 두 남녀의 카펫이 망가졌다는 소식을 들은 카스와 에스가 의뢰비 중 일부를 떼어 남녀의 손목 카펫을 새로 사주었다.


감기 몸살에 걸려 1주일을 끙끙 앓은 크리오네스와 쥬리아는 일행과 함께 7월 마지막 날 라티아를 떠났다.


메나드를 향해 날아가는 우주선 안에서 쥬리아가 말했다.



“꿈을 꿨어요. 서랍 장 안에서 살짝 삐져나온 종이 한 장을 제가 보고 있는 꿈을요. 예지몽은 그 종이를 통해 제가 엄마, 아빠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어요.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예지몽은 지금까지 한 번도 어긋나지 않았고, 트로토의 마지막 날 밤에 꿨던 그 꿈 역시 어긋나지 않고 현실과 들어맞았어요.”



카스와 에스, 크리오네스는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하지만 쥬리아는 빙긋 웃었다.



“친부모를 찾겠다는 생각은 버렸어요. 누군지 알고 싶지 않아요. 지금의 부모님은 친부모님 이상으로 잘해주고 계시니까요. 6살 위의 친자인 언니의 빈자리를 저를 통해 채우고 싶었던 거겠죠. 저 역시 부모님께 언니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싶었어요. 지금에 만족해요. 그리고 우기인데도 날 찾겠다고 우산 쓰고 나와 준 리오에게 정말 고마워.”



쥬리아의 말에 크리오네스는 말없이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고, 쥬리아 역시 크리오네스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덮으며 빙긋 웃었다.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더 많잖아요.”

“그렇다고 할 수 있어, 정말?”



쥬리아의 말에 받아친 메디는 주머니에서 고장 난 손목 카펫을 꺼내들어, 두 남녀 앞에서 시계추처럼 흔들어보였다. 아직 버려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크리오네스와 쥬리아는 순간 웃음을 지우며 고개를 푹 숙였다.


웃을 듯 말듯 작은 미소를 입가에 지은 카스가 메디를 보며 물었다.



“메디 양, 그건 왜 챙겨왔나?”

“후훗! 이럴 때 놀려먹으려고요.”

“…….”



메디가 씩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다른 네 일행은 표정이 확 굳어졌다.



‘은근히 악랄하다.’



8년 사귄 유리아까지 메디의 그런 모습을 처음 본다, 라고 한다면 할 말 다 한 것이다. 굳어있는 일행을 본 메디는 미소를 지우며 다시 말했다.



“근데 라티아에서 파는 카펫이 은근히 비싸다. 라우엘라는 카펫 하나에 3만 페어면 사는데. 너희 둘 그거 잘 써야 해, 하나에 10만 페어 가까이 줬으니까.”

“헉. 정말요?”



메디의 말에 놀란 크리오네스와 쥬리아는 동시에 물었고, 두 형제와 두 친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행성 라티아는 카펫 제조회사가 없어서, 다른 행성에서 수입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이 좀 더 비싼 것이다.


[알립니다. 이제 곧 메나드 트리플 하우즈 우주공항에 도착합니다. 반복합니다. 이제 곧 트리플 하우즈 우주공항에 도착합니다.]

“다 왔다.”



오퍼레이터의 방송을 들은 에스는 묶지 않은 녹색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운전실 앞에 서서 수동항해로 전환하고 착륙을 시작했다.


우주공항에 우주선을 대고 내리며 카스가 물었다.



“리오, 너희 어머니 출산일이 10월 말경이라고 했나?”

“네. 10월 말경일 거예요. 그건 왜요? 아기 보고 싶어요?”

“왜? 아기 보고 싶어?”



크리오네스에 이어 에스가 묻자 카스는 말없이 시선을 돌렸다. 그런 행동이 긍정의 의미라는 것을 알고 있는 에스는 피식 웃어 보인 뒤 유리아와 메디에게 물었다.



“그럼 누님들도 같이 갈래요? 어차피 이번에 얼굴 익혔으니까 아기 보러 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네요.”

“유리아, 그럼 그렇게 할까?”

“응, 그러자. 아니. 차라리 내가 아기 받을까?”



메디의 말에 받아친 유리아는 합작까지 하며 눈을 빛냈다. 벌써부터 들뜬 유리아의 기분을 크리오네스가 단 한 마디로 화끈하게 꺾어놓았다.



“제 동생을 왜 누님이 받아요? 우리 아빠가 받아야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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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Epilogue 13.01.31 360 2 5쪽
44 終 카스와 유리아2 13.01.31 284 2 7쪽
43 42 카스와 유리아1 13.01.31 327 2 11쪽
42 41 과거몽 13.01.31 281 2 10쪽
41 40 행성 바깥의 전투 13.01.31 434 4 10쪽
40 39 목숨 걸린 대추격(?) 13.01.31 253 2 10쪽
» 38 뫼비우스의 띠가 이어준 재회 13.01.31 406 3 10쪽
38 37 파란 마녀의 진실 13.01.31 382 4 10쪽
37 36 쥬리아의 행방불명 13.01.31 312 2 10쪽
36 35 연 많은 경찰청 13.01.31 306 2 10쪽
35 34 트로토 항성계의 첫 날 13.01.31 517 3 11쪽
34 33 연구원 대 이동 13.01.31 340 2 9쪽
33 32 폭풍전야 13.01.31 442 2 9쪽
32 31 우주선 안에서 13.01.31 247 2 9쪽
31 30 타 항성계로 +3 07.07.04 502 4 10쪽
30 29 연구소 사건 +2 07.07.03 463 5 9쪽
29 28 새로운 거처 07.06.29 345 2 10쪽
28 27 통신 대소동 +3 07.06.26 312 2 10쪽
27 26 메디의 가출 +2 07.06.24 300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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