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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orn's Yggdrasil

아이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理本
작품등록일 :
2012.11.10 13:48
최근연재일 :
2013.06.25 16:22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74,137
추천수 :
333
글자수 :
157,381

작성
13.04.28 17:21
조회
850
추천
4
글자
8쪽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8

DUMMY

“콜트레인!”


로얀이 휘두른 프로즌하트가 살을 에는 냉기를 품은 채 사라곤의 목덜미를 흉물스럽게 베어냈다. 사라곤의 뒷덜미에 긴 상처가 생기고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콜트레인의 어깨에 이빨을 단단히 박고 있던 사라곤의 숨이 그대로 끊어졌다.


“으아악!”


“시끄러우니깐 닥쳐. 누가 보면 팔 잘린 줄 알겠네.”


로얀은 이를 악물고 양 손에 힘을 주어 죽은 사라곤의 머리를 잡아당겨 콜트레인에게서 떼어냈다. 로얀은 콜트레인의 어깨를 지혈하며 그 위로 포션을 들이부었다.


“켈트 형은?”


“아까 밖에 나갔어. 으윽……. 지금까지 없었던 대 습격이라나?”


‘그렇다면 어른들은 전부 북쪽으로 올라갔다는 거고, 남은 건 여자와 애들뿐이라는 건가. 이거 어렵게 됐어.’


에릭실이 떠나고 로얀은 곧바로 검과 포션을 챙기고 집을 나왔다. 사내들이 모두 북쪽 국경으로 나가고 남은 마을은 아비규환이었다. 오크나 트롤이 아닌, 바다사자와 같은 모습을 한 거대한 크고 작은 사라곤 떼가 마을에서 푸덕거리고 있었고 도로에는 군데군데 구멍까지 뚫려있었다. 그 마수에서 주민들은 모두 사라곤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이따금 유혈을 동반한 시신을 물어뜯는 사라곤의 모습도 있었다. 로얀은 덩치 큰 사라곤을 계속 피하며 마을을 떠돌던 차에 제 집 마당에서 어깨에 작은 사라곤 한 마리를 대롱대롱 달고 있는 콜트레인의 모습을 보았고 로얀은 검을 뽑은 것이다.


‘대체 이것들은 어디서 나온 거야?’


“이게 대체 뭔지 알아?”


“사, 사라곤. 악!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몇 십 년 주기로 마을을 습격한대.”


“엄살 부리지 마! 포션까지 부었는데 어디서 비명을 질러? 그것보다 너 혼자야?”


어깨를 감싸 쥔 콜트레인에게서 손을 뗀 로얀은 붓고 남은 포션을 그대로 마셨다. 콜트레인은 여전히 어깨를 감싸 쥔 채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머니는 안 계셔. 그것보다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나도 몰라. 아마 네가 말한 그 잘난 사라곤이 남하하는 게 재수 없게도 오늘인 모양이다.”


“그, 그럼…….”


말끝을 흐리는 콜트레인을 보며 로얀은 헝겊으로 프로즌하트에 묻은 사라곤의 붉은 피를 닦아냈다.


“우선 살아있는 사람을 모두 모은다. 이럴 땐 흩어져 있는 것보다 뭉쳐있는 게 오히려 안전해. 날 따라와.”


“자, 잠시만.”


마당에 나왔을 때 땅에서 튀어나온 사라곤에게 당한 탓에 멀쩡한 집 안으로 들어간 콜트레인은 레이피어를 한 자루 들고 나왔다. 그는 허리에 검대를 매고 거기에 레이피어를 걸쳤다.


“아무것도 없는 것보단 낫네. 좋아, 그거 쓸 줄은 알지?”


콜트레인은 고개를 끄덕였고 로얀은 차가운 미소를 짓고 걸음을 내디뎠다. 로얀의 집이 마을 정중앙에 있었고 콜트레인의 집이 마을 동쪽에 있으니 마을 경계에서 크게 한 바퀴 돌 생각이었다. 어느새 한산하게 변한 마을을 걸으며 마을 외곽까지 도착한 로얀은 콜트레인을 돌아보았다.


‘인기척이 하나도 없다?’


간간히 보이는 성인 사라곤과 꼬물꼬물 그 뒤를 따르는 새끼 사라곤 외에는 보이는 것도 느껴지는 것도 없었다. 다만 거리에 가득한 피가 누군가가 죽었다는 증표가 되었고 살아있는 인간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애들만이라도 다 구해야한다.’


“콜트레인, 올리버랑 제임스네 집 알아?”


“어? 응. 여기서 가까워. 이쪽으로 조금만 가면 바로 나와.”


“그럼 그쪽으로 가자. 이미 성인이 된 형들은 모두 북쪽으로 갔을 테고, 그렇다면 남은 건 우리 애들뿐이야.”


로얀은 콜트레인의 뒤를 따라 쌍둥이의 집을 향해 땀나도록 달렸다. 뛰는 동안에 지나친 집도 몇 가구나 될 텐데 인기척은 대신 사라곤의 울음소리만이 모든 것을 대신했다. 도착한 쌍둥이 집에 도착한 로얀과 콜트레인은 그 현장에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제임스!”


사라곤의 울음소리와 시신을 뜯어먹는 잔인한 식탐을 가로지르는 콜트레인의 비명. 로얀은 그 참혹함에 표정과 몸, 둘 다 굳어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젠장, 이게 대체…….’


십 수 마리의 새끼 사라곤이 올리버로 추정되는 시신을 뒤덮고 그 안으로 파고들어 그 어린 아이의 살을 뜯어먹고 있었다. 동생, 제임스는 망연자실하게 주저앉아 형의 시신이 훼손되는 현장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의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히히…….”


“이런 제기랄!”


사라곤의 울음소리를 다시 한 번 가르는 로얀의 고함. 그제야 딱딱하게 굳은 몸이 풀렸다. 친구(?)를 잃었다는 분노가 짐승의 잔인성으로부터 오는 공포를 억눌렀는지도 모른다. 로얀은 프로즌하트를 뽑아들고 시신을 둘러싼 사라곤에게 달려들었다.


“콜트레인, 제임스를!”


“제임스! 정신 차려!”


콜트레인은 제임스에게 다가가 그의 멱살을 잡고 연속으로 뺨을 후려쳤다. 하지만 제임스는 계속 헛웃음만 흘릴 뿐이었다.


‘올리버가……. 맞다…….’


로얀은 검을 거꾸로 잡고 사라곤의 목을 그대로 내리찍으며 동시에 죽은 사라곤을 걷어찼다. 하지만 새끼 사라곤들이 어디선가 스멀스멀 기어 나오며 계속 올리버의 시신에 파고들었다. 그 와중에 시신이 올리버라는 것을 확인한 로얀의 분노는 그 배가 되어 사라곤을 찌르는 검에 실린 힘이 더해졌다.


‘이렇게 된 이상, 내공으로…….’


“바퀴벌레 같은 새끼들. 발호장군(跋扈將軍)!”


로얀이 몸속에 내공을 끌어올려 검을 그대로 내리치자 안 그래도 매섭던 북부의 바람이 모두 아래로 향하며 사라곤을 찍어 눌렀다. 바람의 칼날이 되어 사라곤의 몸을 찍은 칼날은 로얀이 검을 들어 올리자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바람의 칼날을 맞은 사라곤들은 모두 시체라는 고깃덩이만 남기고 자취를 감췄다. 로얀은 올리버를 뒤덮고 있는 죽은 사라곤의 시체를 걷어내고 올리버의 참혹한 시신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변사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올리버…….”


비록 귀찮은 어린애였지만 같이 있던 시간이 적잖아 있었던 탓에 어느새 정이 들었고 그 작은 새의 죽음은 로얀의 가슴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와중 콜트레인이 제임스를 부축한 채 로얀의 옆으로 다가왔고 제임스는 처참한 형의 적나라한 시신을 결국 혼절해버렸다.


“콜트레인.”


낮은 로얀의 목소리에 콜트레인이 기절한 제임스를 부축하며 대답했다.


“계획을 바꾼다. 내가 잘못 생각했어. 북쪽으로 간다. 지금 그곳만큼 안전한 곳은 없어.”


로얀은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프로즌하트를 칼집에 집어넣었다.


“뭐? 하지만 지금 거기는 오크랑 트롤들로…….”


“모르겠어? 마을은 전멸이다. 우리 세 명 말고는 살아남은 사람이 없다고!”


로얀은 콜트레인을 차갑게 째려보며 말을 자르고 그의 멱살을 잡았다.


“마을에 우리 말고 다른 사람이 살아있을 가능성도 있어. 하지만 만나서 어쩔 건데? 우린 어린애야. 아직 어리다고. 그런 우리가 지금 마을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


로얀은 콜트레인의 멱살을 놓고 빈 포션 병에 흐르는 올리버의 피를 받았다. 병이 반 정도 차자 로얀은 마개로 병을 막고 품에 넣었다.


“마을에 남은 것은 사라곤뿐이야. 북쪽으로 가면 그나마 어른들이라도 있겠지.”


로얀은 정처 없이 걷기 시작했다. 콜트레인은 제임스를 부축한 채 로얀의 뒤를 따랐다.


작가의말

자꾸 막 싸지르고 수습도 불가능해집니다;;;;; 즐감하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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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아이린(Irin) 6장 동부의 소국 3 13.05.16 817 5 4쪽
34 아이린(Irin) 6장 동부의 소국 2 13.05.14 1,240 6 4쪽
33 아이린(Irin) 6장 동부의 소국 1 13.05.11 557 4 3쪽
32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10 13.05.07 1,847 4 6쪽
31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9 13.05.01 1,127 8 8쪽
»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8 13.04.28 851 4 8쪽
29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7 13.04.23 811 6 9쪽
28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6 +2 13.03.30 575 5 7쪽
27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5 13.03.24 877 4 7쪽
26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4 13.03.22 1,033 4 8쪽
25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3 13.03.20 854 14 9쪽
24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2 13.03.10 1,461 6 7쪽
23 6장 땀은 얼지 않는다 2 13.02.28 1,642 6 15쪽
22 6장 땀은 얼지 않는다 1 13.02.25 1,007 8 15쪽
21 5장 레오 폰 카를로스 4 +2 13.02.19 2,524 6 13쪽
20 5장 레오 폰 카를로스 3 13.02.15 2,969 10 10쪽
19 5장 레오 폰 카를로스 2 13.02.14 1,640 4 7쪽
18 5장 레오 폰 카를로스 1 13.01.13 837 4 7쪽
17 4장 흑막 5 13.01.12 1,180 4 9쪽
16 4장 흑막 4 12.12.23 1,937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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