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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orn's Yggdrasil

아이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理本
작품등록일 :
2012.11.10 13:48
최근연재일 :
2013.06.25 16:22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74,134
추천수 :
333
글자수 :
157,381

작성
13.04.23 22:07
조회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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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9쪽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7

DUMMY

땡! 땡! 땡!


마을의 종이 심하게 요동쳤다. 마을에 무슨 일이 생기면 울리는 경고의 종. 그 소리를 시작으로 마을의 모든 성인 남자들이 집에서 병장기를 들고 북문으로 달려갔다. 한동안 잠잠하던가 싶더니 여지없이 남하하는 오크와 트롤무리. 성벽 외곽에서 여러 색의 불꽃이 여러 발 피어올랐다. 붉은 불꽃이 여섯 개, 녹색 불꽃이 다섯 발. 지금까지 이례 없던 대군단의 남하였다.


“다녀오겠습니다.”


피에르가 고개를 꾸벅이며 거대한 자이언트 액스를 어깨에 걸치자 로얀은 그의 주머니에 포션을 두 병 챙겨주었다. 그는 로얀에게 고개를 다시 한 번 끄덕이고 몸을 돌려 집을 나섰다. 에릭실은 피에르가 떠나자 소파에 앉아 홍차를 잔에 따랐다. 여전히 붉은 아르젠 홍차를 입에 털어 넣은 그는 눈을 감고 그 맛을 음미했다.


“피에르가 다치지나 않을까요? 이렇게까지 많이 쳐들어온 적은 없던 것 같은데.”


그를 따라 홍차를 따르던 로얀에 말에 에릭실은 천천히 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설탕을 한 스푼 떠 홍차에 떨어뜨렸다.


“그래봤자 오백 언저리야. 그리고 피에르 역시 아이스트롤. 노스트리스 산맥 가장 아래인 이곳 트롤들이 노스트리스의 트롤인 피에르를 상대하려면 열이 아니라 백이 와도 모자라. 그런데 열 마리에 오크 오백? 개나 주라고 그래.”


에릭실은 홍차를 머금고 모락모락 김이 나는 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로얀은 티스푼으로 잔을 동그라미로 휘저으며 빵을 씹었다.


“뭐, 그럼 안심이지만 예전에 비하면 더 많은 수가 남하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요? 노스트리스 산맥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 같아요.”


“흥, 노스트리스 산맥의 주인인 내가 모르는 일은 없어. 차라리 드래곤이라도 잡으러 온다고 해라.”


에릭실은 빵을 잘근잘근 씹으며 그 고소하고 따뜻한 맛을 보았다. 로얀은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면서도 양 손으로는 계속 잔과 빵을 들었다 놓는 것을 반복했다. 문득 에릭실의 눈이 바닥을 향하자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쾅!


광포한 굉음과 함께 지붕 한쪽이 무너져 내렸다. 다행히 그들이 앉아있던 자리 바로 위에가 무너져 내린 것이 아니었기에 둘에게 의자에서 떨어지는 것 외에는 피해는 없었지만 충격으로 테이블이 넘어지며 그 위에 놓여있던 잔과 주전자, 그리고 빵이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에릭실의 이마가 점점 일그러졌다. 점점 신경질적으로 기울어지는 에릭실의 눈썹.


‘감히 나를 방해하다니. 피에르 놈,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제기랄, 드래곤의 티타임을 방해한 죗값을 물게 해주지.’


“서먼 에일하트.”


자리에서 일어난 에릭실이 주문을 외우자 그의 손에 붉은 검이 나타났다.


“서먼 렁캔슬.”


두 번째 주문이 영창되자 이번에는 왼손에 검은 색의 검이 나타나 들렸다.


“적당한 곳, 아무데나 가서 숨어있어라. 끝나면 어디에 있든 내가 데리러 갈 테니.”


이제껏 본 적 없었던 에릭실의 서슬 퍼런 모습에서는 살기가 흉흉하게 퍼져 나오고 있었다. 그의 말에 로얀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에릭실은 로얀의 끄덕임을 보고는 고개를 돌려 허공에 검을 휘둘렀다.


“에어커터.”


에릭실의 주문과 함께 그의 양손에 들린 검에서 마법진이 빛을 발하자 각각 붉은 색과 검은 색의 기파가 뿜어져 나와 그나마 남아있던 벽을 무너뜨렸다. 한 발짝, 한 발짝 천천히, 그러나 무게 있게 걷는 그의 모습에 로얀은 넋 놓고 바라볼 뿐이었고 에릭실이 내뿜는 살기는 멀어질수록 희미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더 진해지며 로얀을 짓눌렀다.


“서먼 마스크. 폴리모프. 매직아머.”


에릭실의 주문과 함께 그의 얼굴에 붉은 가면이 씌워졌고 그의 긴 하얀색 머리카락을 묶고 있던 검은 머리끈은 힘없이 터져나갔으며 백발은 붉게 물들었다. 그의 몸에는 붉은색의 갑옷이 걸쳐져 살기에 공포심을 더해주었다. 그리고 그의 눈 색깔마저 붉게 물들었고 공포심에 이어 기괴함까지 추가되었다.


“소울 스티드.”


에릭실의 옆에 마나가 응축되더니 늠름한 한 마리의 흑마가 희미하게 나타나 에릭실과 나란히 걸었다.


“드래곤의 분노를 맛보여주마.”


기마(氣馬)에 올라탄 에릭실이 고삐를 쥐고 박차를 가하자 흑마는 대지를 박차며 달리기 시작했다. 마을 외곽에 도착한 그는 말안장에서 박차고 뛰어올랐다.


“디스펠. 프로펠.”


에릭실의 마법에 따라 흑마는 사라졌고 에릭실의 몸이 앞으로 밀려나갔다. 아비규환의 현장에 도착한 그는 땅에 착지하자마자 오크를 향해 쌍검을 휘둘렀다.


“췩!”


단말마에 비명과 함께 투명한 오크의 몸이 허물어지며 이내 흘러나온 그의 피로 전신이 물들었다.


“어스퀘이크.”


주문을 외운 그가 쌍검으로 땅을 내려치자 검에서 이전처럼 마법진이 발동했고 마치 거대한 망치로 땅을 내려친 듯 그 일대가 흔들리며 지면이 갈라졌다. 그 덕에 에릭실의 주변에 있던 오크가 흔들림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허물어졌고 그들에겐 여지없이 에릭실의 검이 파고들어왔다.


‘하찮은 것들.’


군데군데 보이는 아이스트롤과 그들을 대적하는 인간들. 에릭실은 몬스터 군단의 최대한 깊고 밀집한 곳에서 검을 휘둘렀다. 어느 정도 옷이 피에 흠뻑 적은 후 에릭실의 붉은 눈이 주변을 훑었다.


“겨우 오백이 아니군.”


그의 주변에 그가 벤 오크만 죽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삐죽빼죽 고개, 꼬리, 몸의 일부만 흉물스럽게 땅 위로 내밀고 있는 사체들. 새하얀 눈밭이라 그런지 그들의 하얀 피부는 유심히 보지 않는 이상 눈치 챌 수 없을 정도였다. 에릭실이 눈을 찡그리자 사체의 모습이 점점 선명하게 보였다.


“하, 그러고 보니 지금이 사라곤이 남하할 때군. 그러니 남하하는 수가 늘어날 수밖에.”


노스트리스 산맥 주변에 있는 깊은 바닷가에서 서식하는 사라곤. 모양은 바다사자와 비슷하지만 물 밖에서도 얼마든지 활동이 가능하고 얼음이나 땅 속을 제 맘껏 헤집고 다니며 재빨라서 인간은 돈이 됨에도 불구하고 사라곤을 잡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사라곤은 짧으면 이십년, 길면 백년에 한번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산맥을 헤매는데 그 때면 아이스트롤이나 오크가 극성에 못 이겨 일제히 남하하는 일이 적잖아 있었다.


‘일이 커지겠군. 사라곤이 남하하다니. 이렇게 되면 꽤나 많이 죽어나가겠어.’


에릭실을 향해 두 자루의 몽둥이가 휘둘러졌다. 에릭실은 검을 들어 몽둥이를 베고 오크의 몸을 난자했다. 잡식성이라 풀뿌리도, 고기도 먹는 사라곤. 보기에는 동물이지만 실상은 오크나 트롤처럼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몬스터.


“하지만, 사라곤이라도 내 티타임을 방해한 것은 용서할 수 없다.”


오크의 피가 그의 얼굴이 촤악 하고 튀었고 에릭실은 조용히 읊조리고 다시 뭉쳐있는 오크 무리로 달려들었다. 그의 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여지없이 오크가 죽어나갔고 그가 마법을 발현할 족족 마법진에서 마법이 인계되어 강렬한 기파를 내뿜으며 화려한 효과를 연출했다.


“어스 웨이브.”


에릭실의 검은 오크를 갈랐고 마법진이 발동하면 땅 속에 사라곤이 죽어나갔다. 마법으로 오크고 트롤이고, 땅속에서 움직이는 사라곤까지 단숨에 밀어버릴 수 있었지만 그의 분노는 마법을 몇 번 발현하는 것으론 풀리지도 않았다. 그가 혈귀처럼 검을 휘두르고 그의 주변은 오크의 새하얀 피부가 피로 물들었고 땅에는 군데군데 구멍이 나 사라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에릭실의 옷은 살점과 피로 흥건히 젖어 완벽한 혈인(血人)이 다 되어있었다. 에릭실에게 기가 질린 오크들은 주춤할 뿐 더 이상 그에게 달려들지 않았다.


“하, 뭐야? 쳐들어왔으면 덤비란 말이야. 나도 엄연한 인간이라고.”


푹!


에릭실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오크에게 검을 겨누며 여유롭게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땅에서 로켓처럼 솟아오른 사라곤의 이빨이 에릭실의 어깨에 박혀 들어갔다.


“흥, 미물의 이빨 따위.”


에릭실은 검으로 자신의 어깨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사라곤의 숨통을 끊고 무리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한 순간 에릭실의 머리로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그의 눈에 조급함이 어렸다.


‘마을이 위험하다. 로얀이 위험해!’



작가의말

수정을 하는 것이 예상보다 더욱 더 더뎌지는 군요. 결국 스토리랑 수정, 동시에 병행하기로 했습니다. 에릭실의 전투씬은 좀 더 세세하게 묘사하고 싶었는데


‘어차피 수정할꺼.’


라고 생각하니 엄청 대충대충 써지는 것 같습니다;;; 수정이 작은 것이 아니라 점점 스케일이 커져가는 탓에 괴롭습니다아.....


빨리빨리 진행시키겠습니다 하하하하.... 즐독하세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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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아이린(Irin) 6장 동부의 소국 3 13.05.16 817 5 4쪽
34 아이린(Irin) 6장 동부의 소국 2 13.05.14 1,240 6 4쪽
33 아이린(Irin) 6장 동부의 소국 1 13.05.11 557 4 3쪽
32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10 13.05.07 1,847 4 6쪽
31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9 13.05.01 1,126 8 8쪽
30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8 13.04.28 850 4 8쪽
»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7 13.04.23 811 6 9쪽
28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6 +2 13.03.30 575 5 7쪽
27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5 13.03.24 877 4 7쪽
26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4 13.03.22 1,033 4 8쪽
25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3 13.03.20 854 14 9쪽
24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2 13.03.10 1,461 6 7쪽
23 6장 땀은 얼지 않는다 2 13.02.28 1,642 6 15쪽
22 6장 땀은 얼지 않는다 1 13.02.25 1,007 8 15쪽
21 5장 레오 폰 카를로스 4 +2 13.02.19 2,524 6 13쪽
20 5장 레오 폰 카를로스 3 13.02.15 2,969 10 10쪽
19 5장 레오 폰 카를로스 2 13.02.14 1,639 4 7쪽
18 5장 레오 폰 카를로스 1 13.01.13 837 4 7쪽
17 4장 흑막 5 13.01.12 1,180 4 9쪽
16 4장 흑막 4 12.12.23 1,937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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