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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orn's Yggdrasil

아이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理本
작품등록일 :
2012.11.10 13:48
최근연재일 :
2013.06.25 16:22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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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141
추천수 :
333
글자수 :
157,381

작성
13.02.19 21:50
조회
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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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3쪽

5장 레오 폰 카를로스 4

DUMMY

정진의 혼이 레오의 육신에 들어간 지 한 달이 지났다. 이전에 산과 숲에서 야영했던 경험을 토대로 호수 주변을 살피다 발견한 작은 동굴로 거주지를 이전한 그는 점점 아이의 몸에 적응을 하고 있었다. 하루에 세 번 호수에 들어가 물고기를 잡아 그가 직접 만든 토기에 넣고 구워 훈제를 만들었고 긴 나무막대를 구해 주변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그 덕에 초식동물을 때려잡아 고기를 먹을 수도 있었다. 한 달 동안 꾸준한 생각과 가설 끝에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딘지도 대충이나마 추측하고 있었다.


‘대충 검은 숲인가. 며칠이나 달렸는지 모르겠지만, 키리루타 제국 근처에 숲이라면 검은 숲 밖에 없으니깐 대략 맞겠지.’


검은 숲.

키리루타 제국과 제국의 속국이라고 할 수 있는 리쿠나 사이에 있는 거대한 숲으로 숲 중앙에는 대륙에 단 네그루 밖에 없는 세계수 중 하나인 청수(靑樹)가 있는 성지(聖地)다. 신비의 힘을 가졌다는 세계수가 위치했기 때문에 매년 그 신비한 힘을 노리고 수많은 무리가 검은 숲으로 들어가지만 돌아오는 생존자 수는 극히 적다고 알려진 금지(禁地) 중 하나.


‘골치 아픈걸. 검은 숲이라…….


아이는 나무 그늘에 기대어 앉아 검은 숲이 주는 고립감에 머리를 감쌌다.


‘라스 가 놈들이 제들도 죽을 것을 알면서 레오를 이곳으로 끌고 왔을 리 없어. 그렇다는 것은 숲 외곽이라는 뜻인데…….’


서쪽으로 이동해 키리루타 제국으로 가자니 다시 죽을 것이 분명하고 동쪽으로 이동해 리쿠나로 가자니 어린 몸으로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는데다가 생명의 위협도 배제할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에 상황.


‘그렇다고 남쪽으로 해서 테일로 가자니 말이 안 통할 테고.’


검은 숲 남쪽에는 테일이라는 지역이 위치했는데 그곳은 대륙의 다른 왕국이나 제국과는 다르게 여전히 부족국가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키리루타 제국에서 리쿠나로 오가는 군대나 상인들은 주로 위험한 검은 숲을 가로지르느니 테일을 통해서 숲을 우회해가고 있었다.


‘동굴 근처에서만 있으면 죽지 않고 살 수 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아이언스 제국으로 돌아가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키리루타 제국을 통하지 않으면 불가능한데……. 젠장, 아무리 몸이 바뀌어도 숲에서 헤매는 신세라니!’


아이언스 제국의 서부국경에서 키리루타 제국까지 걸린 시간만 수개월. 그것도 마차로 왔을 때의 시간이었다. 어린 몸으로 서부까지 얼마나 걸릴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아이는 몸을 돌려 동굴로 돌아왔다. 안전하다고 해서 여기에 계속 머무를 생각은 없었다.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몸이 울부짖고 있었다.


‘이렇게 된 거 정면 돌파다. 얼마가 걸리든 서쪽으로 가서 제국을 가로질러 북부로 간다.’


아이는 생선과 나무열매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물로 갈증을 해소한 후 그는 주머니에 생선 훈제를 가득 넣었다. 한 손에는 조잡한 창을 챙기고 동물 가죽으로 만든 수통을 주머니에 챙겨 동굴을 나섰다. 그리고 비장한 각오를 다진 그가 발을 한 발자국 내딛자마자 그의 몸은 순식간에 빛과 함께 사라졌다.





“찾았다”


“어?”


동굴을 나선 순간 바뀐 주변풍경과 눈앞에 있는 거구의 하얀 생명체. 동굴을 나설 때 그의 시야에 들어오던 푸른 나무가 가득했던 숲의 풍경은 온데간데없고 싸늘한 공기가 가득한 얼음동굴 속으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작은 언덕높이 만한 얼음 위에서 자신을 보자마자 말을 거는 거대한 백색의 드래곤. 그의 피부는 투명한 얼음과는 상반되게 눈처럼 희였고 눈은 그와 상반된 칠흑 같은 검정이었다.


“하아~ 하아~”


갑자기 바뀐 환경 탓에 아이의 입에서는 하얀 입김이 후후 불어져 나왔고 아이는 가뜩이나 찢어져 걸레짝이 다 된 옷을 여미며 추위를 막으려 노력했다.


“실수. 미처 생각을 못했군.”


화이트드래곤의 의지에 따라 마법이 발동되며 아이의 몸을 에워싸던 한기가 사라지며 곧 그의 주위가 훈훈한 공기로 가득해졌다.


“난 드래곤 로드 에릭실 프레이즐. 신의 명으로 널 내 레어로 데려왔지. 한동안 내가 널 보살필 거다. 자, 나는 너에 대한 예의는 지켰다. 이제 네가 내게 예의를 지킬 차례겠지?”


‘드래곤 로드. 드래곤 로드. 드래곤 로드? 드래곤? 그 소설에만 나오던 그 드래곤? 아니, 충분히 말이 돼. 레오의 기억에도 드래곤이 있으니깐.’


드래곤 로드란 말에 아이의 머릿속을 헤집는 무수히 많은 생각들. 그리고 지금 그는 이곳이 소설로만 보아왔던 판타지 세계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자각했다. 아직 확신은 못하지만 드래곤의 존재와 그가 사용한 마법이 생각의 물꼬를 틔워주었다.


“본래 이 몸의 이름은 레오 폰 카를로스였지만 이제 이름은……없습니다. 이미 한번 죽은 몸. 이전의 이름은 무의미합니다.”


“호오라~ 말이 되는군. 그럼 내가 이름을 지어주도록 하지. 오오, 신의 은혜를 입은 아이의 이름을 내가 짓는다니……. 이거 영광이군.”


아이의 말에 그는 거대한 머리를 까닥거리며 수긍하는 표정을 짓더니 곧 고심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그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로얀. 고대어로 ‘피의 가치’이란 뜻이다. 신께서 내게 네 전생을 알려주셨다. 참 특이한 세계더군. 네가 죽을 때 흘렸던 네 아비의 눈물 때문에 가장 적당할거 같더구나.”


그가 말을 마치자 아이의 코앞에 있는 땅에 글씨가 새겨졌다. 읽을 수 없는 꼬부랑글씨. 아이는 계속 그를 쳐다보며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소설에서 흔히 말하는 드래곤은 거만하고 능력이 뛰어난 신에게 선택받은 강대하고 위대한 존재. 레오의 기억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드래곤에게서는 거만함이나 위압감은커녕 오히려 친근감까지 느껴졌다.


“고대어로 네 이름을 쓴 거란다. 수면기에 들어서 조금 늦었다.”


“아, 아닙니다. 드래곤 로드……님.”


“흥, 로드님은 무슨. 그냥 편하게 에릭실이라고 불러.”


꼬르륵~!


나무열매와 육포로 때운 끼니가 긴장한 탓에 벌써 꺼졌는지 로얀의 배에서는 부끄러운 생리현상의 소리가 울렸고 그 소리를 들은 에릭실은 웃음을 터트렸다.


“크크……. 자, 시장할 텐데 식사라도 하지. 트랜스포메이션.”


그가 시동어 없이 발동주문을 나지막하게 외자 그의 몸이 조금씩 줄어들더니 어느덧 백발의 사내로 바뀌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백발의 사내는 머리만큼 새하얀 희고 고운 살결을 가지고 있었고 그는 로얀의 손을 잡고 앞장섰다.


“우와!”


그의 이끌림을 따라 수많은 방 중 하나로 들어가자 커다란 테이블에 오른 수많은 만찬들. 방금까지 있던 얼음동굴과 다르게 그곳은 마치 통나무 속에 있는 것처럼 벽에 죄다 나무로 되어있었다. 아늑한 분위기가 펼쳐진 식당은 부분 놓인 촛불들이 그곳에 기온을 올려주었다. 에릭실은 로얀을 의자에 앉히고 그와 마주보고 앉았다.


“많이 먹어라. 행색을 보아하니 상당히 고된 날을 보낸 것 같은데 이걸 먹고 나면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주마. 가디언, 제복을 가져와라!”


잔뜩 긴장한 채 뻣뻣이 있던 로얀을 마치 자식을 둔 부모의 눈으로 흐뭇하게 바라보던 에릭실은 로얀과 눈이 마주치자 푸근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로얀은 그의 미소를 보고 안도한 듯 자신의 앞에 놓인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한 달 간 질리고 물리도록 먹은 생선구이와 나무열매, 제대로 못 구워 밍밍하기만 했던 고기구이. 그는 그동안의 설움(?)을 되갚기라도 하듯 눈앞에 수많은 향신료로 강렬한 향을 풍기는 고기로 만들어진 음식을 끌어와 와구 입 안에 몰아넣었다.


“냠냠. 에릭실, 이거 정말 맛있어요.”


로얀이 손을 못 때고 계속 입 안으로 가져가는 음식. 에릭실은 로얀이 먹는 음식을 보며 식은땀을 흘리며 애써 웃음을 지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고기. 사실 그 음식의 재료는 우연히 그의 영역을 침범한 아이스트롤이었다. 영역을 침범한 자를 용서하지 않는 드래곤의 심성 탓에 그는 지금 아이스트롤을 죽여 상에 올린 것이다. 그저 찬가지 하나 더 늘리려던 심산에 만든 허접한 재료의 음식이 로얀의 입맛을 사로잡을 줄 몰랐던 에릭실은 로얀에게 다른 음식도 권하며 그를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신의 은총(?)을 받은 인간. 신은 지루하다며 에릭실에게 로얀을 유희거리로 잘 활용하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거역할 수 없는 신의 명령대로 그에게 이 세계의 지식을 전수해준 후 내보낼 생각이었다.


“잘 먹었습니다. 에릭실, 정말 요리 실력이 출중하신데요?”


“물론이다. 인간 세상에 섞여 살다보니 맛있는 게 많아서 몇 가지 배워봤다. 다음부터 먹고 싶은 요리가 있다면 말만 해라. 무엇이든 만들어 줄 테니. 그것보다 이 녀석은 왜 안 오는 거지? 가디언!”


에릭실은 그가 식사를 마친 후에도 미소를 지어주며 로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의 호통에 문이 한쪽 문이 열리고 거대한 괴수가 들어왔다. 양손에 귀한 보석을 다루듯 옷 한 벌을 들고 온 그는 에릭실의 앞에 무릎을 꿇고 진상이라도 하듯 그에게 옷을 건넸다.


“나가서 대기하도록. 자, 입어보아라. 기대되는군.”


에릭실이 내민 옷을 받아들은 로얀은 그 옷에 고귀함과 사치스러움에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어지간한 인간 귀족이라면 탐해도 가질 수 없는 사치스러운 옷.


“집에 있는 간단한 재료로 만들었는데 맘에 들지 모르겠구나.”


드래곤 로드 에릭실이 직접 만든 그 옷의 천은 에릭실이 몇 천 년 전 어린 해출링의 블랙드래곤을 협박(?)해서 긁어낸 가죽이었고 천을 연결하는데 사용한 실은 백금을 녹여 만들었으며 어깨에는 굵은 사파이어, 루비, 에메랄드가 박혀있었고 단추는 티 없는 다이아몬드를 압축해서 만들어 투명하기 그지없었다. 인간들이 사용하는 금화로는 환산할 수도 없는 천문학적인 가격의 옷.


로얀은 침이 입가로 흐르는 것을 간신히 참고 그 자리에서 걸레짝이 된 옷을 벗고 에릭실이 준 옷을 행여 실이라도 뜯어질까 조심조심 사력을 다하며 입었다.


“피곤하지? 방을 하나 내어줄테니 거기서 쉬도록 해라. 내가 직접 레어 안을 안내해주고 싶지만 조금 바쁘거든. 그리고 내일부터는 내가 이 세계에 대해 가르칠 테니 오늘은 푹 쉬어라. 가디언.”


로얀이 가디언이 가져온 옷으로 갈아입자 에릭실은 정말 엄청 귀찮다는 표정을 보이며 로얀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다시 가디언을 불렀다. 다시 거구의 괴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스 트롤……. 이곳은 북부인가?’


아이스트롤인 가디언은 로얀을 한번 매섭게 노려보고는 에릭실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부……부르셨습니까, 위대하신 로드시여.”


“로얀, 이놈을 네 전속 가디언으로 주겠다. 가디언 이제부터 이 아이가 네 새로운 주인이다. 깍듯이 모셔라. 우선 이 아이를 방으로 데려다 주도록.”


치아구조 탓인지 어눌하게 말을 하는 아이스트롤을 싸늘한 눈으로 보며 에릭실은 로얀을 위해 명령을 내렸고 아이스트롤은 자세를 낮춰 로얀을 들어 그의 어깨에 올렸다.


“며… 명령대로.”


“가라.”


“잠깐! 에릭실, 정말 감사해요. 새 옷도 주시고 이렇게 식사도 대접하시고. 정말 감사해요.”


에릭실이 말을 마치자 아이스트롤은 몸을 돌려 식당 밖으로 나가려하자 로얀은 몸부림을 치며 아이스트롤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 에릭실에게 정말 진심어린 목소리로 감사를 표하자 에릭실은 그에게 웃어주었다.


“알았다. 그럼 가서 쉬어라.”


아이스트롤은 식당 밖으로 나갔고 에릭실은 마법으로 테이블 위에 남은 잔반들과 빈 접시를 사라지게 하고 차 한 잔을 소환해냈다. 피보다 붉은 홍차. 인간들이 흔히 최상등품으로 치는 아르젠 홍차의 향과 맛을 음미하며 에릭실은 조만간 라이대른 대륙의 드래곤을 전부 소환할 생각을 했다. 물론 몇 만 년을 사는 드래곤의 기준에서 조만간은 인간으로 치면 몇 년이 될지 알 수 없었다.


“하레인. 그 녀석이 자신의 가죽으로 본 옷을 봤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군.”


몇 천 년 전 자신에게 가죽을 내어준 블랙드래곤을 생각한 에릭실은 실소를 지으며 잔에 남은 홍차를 비웠다.



작가의말

드디어 에릭실이 출연했습니다.........!


이것으로 레오 폰 카를로스에 대한 이야기도 막을 내리는 군요. 대체 이게 검은 숲 헤매기 인지 아니면 레오 폰 카를로스 인지 저 스스로도 이해가 안가지만 말이죠... ㅎㅎ;;;;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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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아이린(Irin) 6장 동부의 소국 3 13.05.16 817 5 4쪽
34 아이린(Irin) 6장 동부의 소국 2 13.05.14 1,240 6 4쪽
33 아이린(Irin) 6장 동부의 소국 1 13.05.11 557 4 3쪽
32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10 13.05.07 1,848 4 6쪽
31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9 13.05.01 1,127 8 8쪽
30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8 13.04.28 851 4 8쪽
29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7 13.04.23 811 6 9쪽
28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6 +2 13.03.30 575 5 7쪽
27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5 13.03.24 878 4 7쪽
26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4 13.03.22 1,033 4 8쪽
25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3 13.03.20 854 14 9쪽
24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2 13.03.10 1,461 6 7쪽
23 6장 땀은 얼지 않는다 2 13.02.28 1,642 6 15쪽
22 6장 땀은 얼지 않는다 1 13.02.25 1,008 8 15쪽
» 5장 레오 폰 카를로스 4 +2 13.02.19 2,525 6 13쪽
20 5장 레오 폰 카를로스 3 13.02.15 2,969 10 10쪽
19 5장 레오 폰 카를로스 2 13.02.14 1,640 4 7쪽
18 5장 레오 폰 카를로스 1 13.01.13 837 4 7쪽
17 4장 흑막 5 13.01.12 1,180 4 9쪽
16 4장 흑막 4 12.12.23 1,937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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