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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orn's Yggdrasil

아이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理本
작품등록일 :
2012.11.10 13:48
최근연재일 :
2013.06.25 16:22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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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127
추천수 :
333
글자수 :
157,381

작성
13.03.20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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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9쪽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3

DUMMY

“……그런 오만함에 절어있는 너희 같은 것들은 정말 질색이야.”


로얀은 그의 말에 한숨을 쉬며 씁쓸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논쟁. 더 이상 하다가는 자신마저 이상해질 것 같았다. 로얀은 식사하는 동안 내려놓았던 책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고 엘리어트는 로얀의 뒷모습을 보며 마지막 바게트를 입안으로 넣었다.


“너희 인간들은 네 놈들이 말하는 그 오만함 덕분에 지금도 식사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을 알아두는 게 좋을 것 같군.”


홍차를 마신 엘리어트의 짧은 말이었다. 엘리어트는 배를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벽에 기대어 선 그의 눈이 스르륵 감겼다.


‘피곤해.’


로얀과 했던 대화는 정말 중구난방이었다. 마치 이것이 정상적인 대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처음에는 로얀에게 사고를 치지 말라는 가벼운 경고를 줄 생각이었지만 따박따박 말대답하는 로얀에게 말려들어 어느새 자신의 과거까지 밝히고 말았다. 더군다나 자제하려고 했던 살기까지 풍겼다.


‘너무 많이 떠들었어. 나도 모르게 말려들어가는 느낌이야.’


엘리어트는 자신의 태도를 관조하며 눈을 떴다. 이상하게 로얀과 놀면 심하게 유치해진다. 계속 그에게 자신의 감정이 말려들어가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보면 로얀은 상당히 도발적인 인간인 것 같았다.


‘됐어, 한낱 인간일 뿐이야. 그것보다 조만간 다시 제국으로 돌아가야겠군. 너무 오랫동안 손을 놓고 있었어.’


엘리어트는 자신의 신분을 자각하며 한숨을 푹 쉬었다. 엘리어트 프레이즐은 화이트 드래곤이지만 그는 드래곤이라는 신분 외에 다른 여러 개의 신분이 존재했다. 로얀에게 말한 대로 이미 500년 전부터 세상에 나와 유희를 즐기는 탓에 전쟁영웅이 숱하게 되어있었고 지금 가지고 있는 신분은 라이대른 대륙 남쪽의 대제국 아르고스 제국의 엘리엇 후작. 현 황제인 카르마고 황제의 셋째 아들인 삼 황자를 밀고 있는 귀족 중 한명이었다.


‘빌어먹을 카르마고!


그는 지금 자신의 파가 처해있는 상황을 떠올리자 순간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그는 본래 루트리오 황제의 장자인 일 황자를 지지하고 있었다. 그의 계획대로라면 일 황자는 황태자로 책봉이 되고 순조롭게 황위에도 오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었다면 엘리엇 후작은 새 황제를 꼭두각시처럼 부리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릴 수 있음이 틀림없었다.


‘혈통도 뭣 같은 게 옥좌를 차지하고 시시덕거리는 꼴이라니……. 제길! 그 때 사신으로 내가 가지만 않았어도.’


그러나 엘리엇 후작의 계획은 카르마고의 혁명으로 깨끗하게 가루가 되어버렸다.


‘제럴드 공작의 국경수비군을 얻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황태자 책봉식 전날 반란이 일어난다는 소식을 들은 일 황자는 엘리엇 후작을 국경에 제럴드 공작에게 협력을 요청하는 서신과 예물을 보냈다. 그의 언변으로 깨끗하게 제럴드 공작을 설득하자 제럴드 공작은 일 황자에게 국경을 수비하는 20만 병사 중 최소한의 병력만을 남긴 모든 병력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연회마저 후회가 되는군. 쩝…….’


일을 해결했다는 안도감과 성취감에 그는 제럴드 공작의 영지에서 3일을 머물렀다. 제국의 북쪽 국경에서 제국 남부에 위치한 수도까지는 말을 타고 한달 정도가 걸린다. 엘리엇 후작은 제럴드 공작이 지원해준 소드마스터 10명과 함께 여유롭게 수도에 입성했다. 그리고 그가 황성에 들어가 가장 먼저 본 것은 한창 진행 중이던 황태자 책봉식이었다.


‘으득…….’


살아남은 일 황자 파의 귀족들에게 들은 것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여유까지 부리며 돌아온 순간 자신이 공들인 탑이 무너지는 것도 모자라 아주 가루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속이 뒤집어지고 열불이 터졌다.


‘하……. 진정하자.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카르마고의 행태에 분노한 귀족들의 불만이 겹겹이 쌓여있어. 얼마 안 있으면 카르마고를 몰아내고 내전을 일으키든 뭐라도 할 수 있을 거야.’


그는 애써 속을 진정시키며 분을 삭였다. 어느새 그의 머리에는 로얀과의 대화는 안중에도 없었고 에릭실은 자신의 방에서 유유자적 엘리어트의 정신을 느끼며 피식 실소를 지었다. 에릭실과 엘리어트는 정신으로 공유되어 있어서 엘리어트가 하는 모든 일은 에릭실의 머리로 마치 경험한 것처럼 기억이 생생히 축적되었다.


“내 판단으로 카르마고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닌데, 엘이 인간으로 이길 수 있으려나. 그의 지략은 가이아의 축복과도 같아서 나 역시 그를 순수한 지략으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안 되는 상대니깐.”


에릭실은 지금 엘리어트의 몸 상태를 온 몸으로 느끼고 머리로 곰곰이 생각했다. 엘리어트가 자신을 보고 마나를 봉인한 것에 대해 뭐라고 했지만 사실 엘리어트도 그다지 다를 것이 없는 처지였다. 에릭실이 드래곤하트를 봉인하고 인간의 모습으로 탈바꿈 하는 과정에서 드래곤하트는 마법처리가 되어있는 특수한 두루마리 한 장에 몽땅 봉인되었다. 그 두루마리는 에릭실의 유일한 약점이었고 에릭실만이 아는 특수한 장소에 숨겨져 있었다.


그에 반해 엘리어트가 한 봉인은 드래곤하트를 북부에 흩뿌리는 방식이었다. 드래곤하트의 방대한 마나를 북부에 퍼뜨리고 엘리어트가 원할 때는 언제든 흡수해서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 형태. 그가 원하는 만큼 흡수할 수 있고 다시 흡수했던 것을 방출할 수 있지만 완전한 드래곤하트를 이루지 않는 한 마나의 통제가 어렵고 이따금 역류한다는 가장 큰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드래곤은 본디 감성보다는 이성적인 존재. 드래곤하트가 없는 한 그는 감성이 이성을 앞서게 되어 지나치게 감정적이 되어버린다. 드래곤뿐 아니라 인간 마법사들은 세상을 관조한다. 서클이 올라갈수록 세상을 보는 눈이 탐구적으로 변하고 성격은 냉철하며 이성적으로 그리고 괴팍하게 변한다. 자연의 산물을 몸으로 받아들임으로 생기는 현상. 마나는 인간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감정으로 인해 감성적이 되어버리면 마나는 서클에서 역류를 하며 주인의 목숨을 앗아갈 가능성이 크다. 마법사에게 마나가 역류한다는 것은 치명상이다.


그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드래곤이 에릭실이 선택한 전자의 경우를 선택한다. 물론 드래곤하트는 드래곤의 개인소유물이기 때문에 어떻게 봉인하는가는 제 맘이지만 대다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을 이용한다.


‘어중간한 건 과한 것보다, 그리고 덜한 것보다 치명적이야. 회색은 존재할 수 없지.’


현재 엘리어트의 상태는 드래곤이라고 하기에도 뭐하고 인간이라고 하기에도 뭐라고 표현해도 어중간했다. 엘리어트가 유일하게 자신이 드래곤이라고 자각을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마나가 퍼져있는 북부뿐이었다. 북부의 일정한 범위에 들어오면 그가 드래곤이라는 것을 기억과 함께 지금껏 그가 썼던 모든 신분의 기억이 있지만 그가 드래곤하트를 흡수하기 전까지는 일정 범위 밖에서는 엘리엇 후작의 기억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이렇게 간접적으로 유희를 즐기는 것도 이제 슬슬 질리는데, 나도 어디 가서 귀족 질이나 할까?’


엘리어트가 느끼는 감정을 느끼며 읽던 책을 덮은 에릭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주 먼 곳에서 손님이 한 명 찾아오고 있었다. 거리는 인간에게는 멀었지만 드래곤에게는 지척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가까운 거리. 활발히 움직이는 에릭실의 서클에 마나가 더해지며 더욱 더 활기차게 돌아갔다.


‘정말 생각할 시간을 안주는군. 나이 들었으면 레어에서 평안히 영면에나 빠질 것이지 왜 이리 돌아다니는지……. 무슨 해출링도 아니고. 아니 해출링은 보살피는 드래곤이라도 있지, 나이도 먹을 만큼 퍼먹은 양반이 무슨 기운으로 그리 싸돌아다니는 거야?’


그다지 반가운 손님은 아니었다. 오히려 에릭실에게 백년손님처럼 대하기 껄끄럽고 시두손님처럼 최대한 보지 않았으면 하는 손님이었다. 그러나 손님은 손님이었다. 에릭실은 손님에게 무엇을 대접할까 고민을 하며 마을전체에 펼쳐놓았던 대(對) 마법결계에 정신을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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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아이린(Irin) 6장 동부의 소국 3 13.05.16 816 5 4쪽
34 아이린(Irin) 6장 동부의 소국 2 13.05.14 1,240 6 4쪽
33 아이린(Irin) 6장 동부의 소국 1 13.05.11 557 4 3쪽
32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10 13.05.07 1,847 4 6쪽
31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9 13.05.01 1,126 8 8쪽
30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8 13.04.28 850 4 8쪽
29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7 13.04.23 810 6 9쪽
28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6 +2 13.03.30 574 5 7쪽
27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5 13.03.24 877 4 7쪽
26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4 13.03.22 1,032 4 8쪽
»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3 13.03.20 854 14 9쪽
24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2 13.03.10 1,460 6 7쪽
23 6장 땀은 얼지 않는다 2 13.02.28 1,642 6 15쪽
22 6장 땀은 얼지 않는다 1 13.02.25 1,007 8 15쪽
21 5장 레오 폰 카를로스 4 +2 13.02.19 2,524 6 13쪽
20 5장 레오 폰 카를로스 3 13.02.15 2,969 10 10쪽
19 5장 레오 폰 카를로스 2 13.02.14 1,639 4 7쪽
18 5장 레오 폰 카를로스 1 13.01.13 837 4 7쪽
17 4장 흑막 5 13.01.12 1,179 4 9쪽
16 4장 흑막 4 12.12.23 1,936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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