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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orn's Yggdrasil

아이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理本
작품등록일 :
2012.11.10 13:48
최근연재일 :
2013.06.25 16:22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74,132
추천수 :
333
글자수 :
157,381

작성
13.03.22 18:22
조회
1,032
추천
4
글자
8쪽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4

DUMMY

“로얀! 나와라! 오늘은 정정당당히 승부하자!”


“누가 들으면 내가 비겁하다고 생각하겠다.”


델몬트 마을은 평균 5인 가족 50가구 정도가 모인 작은 규모의 마을이다. 그렇기에 로얀이 마을의 골목대장인 콜트레인을 쓰러뜨렸다는 것은 빠르게 마을 전체에 퍼져나갔고 마을사람들 중 로얀을 모르는 사람은 말 못하는 아기들과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노인들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다.


‘오늘은 또 무슨 비겁한 걸 준비했을지 눈물 나게 기대되네. 저 꼬맹이 때문에 내 인생이 단단히 꼬여버렸어.’


마을사람들이 로얀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당연했다. 북쪽은 약육강식의 세계. 강한수록 우대받는 것이 이곳의 법칙이다. 어릴 때부터 검술에 재능을 보이는 꿈나무는 미래의 마을의 지키는 강한 전사가 되어 마을을 수호하고 마을을 위해 사냥을 한다. 그렇기에 강한 자가 우선인 델몬트 마을사람들에게 로얀을 향해 이목이 쏠리는 것이다.


“시, 시끄러. 어제의 내가 아냐!”


“닥쳐. 콜트레인, 넌 내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아직도 모르는 거야?”


로얀은 목검을 들고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콜트레인에게 다가갔다. 로얀은 걸어가는 내내 내심 투덜대며 한 달 전에 있었던 자신이 한 싸움을 정말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었다.


‘놀아주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이렇게 가다가는 오히려 내가 도태되고 말겠어. 오늘은 깨끗하게 승부를 짓자.’


사람들의 이목이 쏠린 탓에 가족들 전부가 귀찮게 되었다. 에릭실이 자신을 학자라고 소개하자 졸지에 마을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었고 수려한 외모 탓에 마을 처녀들에게 시달리는 것이 일상이었다. 피에르는 거대한 체구 탓에 강해 보인다며 마을 청년들의 대련 상대가 되어주거나 아니면 사냥무리에 끼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이 꼬맹이를 패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매일같이 아침마다 모닝콜이 되어 로얀을 깨우고 싸움을 거는 콜트레인 탓에 로얀은 짜증이 극에 달했다. 혼자면 로얀이 이렇게까지 짜증을 내지 않았을 것이다. 아침마다 콜트레인을 상대하고 나면 정오 쯤 되면 아버지의 일을 도운 올리버와 제임스가 득달같이 달려들었고 그 후에는 아이들이 전쟁놀이를 하자며 그를 귀찮게 했다. 매일 흑사검술을 수련하는 것도 바빠 죽겠는데 마빡에 피도 안 마른 어린 조카들이 마치 연휴에 삼촌 귀찮게 하듯 달려드니 그로써는 충분히 짜증이 날 법도 했다.


“시끄러! 오늘은 꼭 이기고…….”


콜트레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로얀의 걸음이 단번에 빨라졌다. 빠른 공격으로 기절을 짓든 뭘 하든 빠른 승부를 보기 위해서였다.


턱!


목검이 콜트레인의 가슴팍을 후려쳤다. 나무갑옷을 입은 듯 둔탁한 소리가 나며 목검이 튕겨져 나왔다. 로얀은 목검을 쥔 손에 힘을 빼고 그대로 검을 놓은 채 콜트레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대로 광대를 맞은 콜트레인은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악! 비겁하게 말하는데 공격하는 게 어디 있어?”


“나 원 참, 누구는 달랑 옷만 걸치고 있는데 누구는 갑옷을 걸치고서 ‘비겁’타령이냐? 비겁한 걸로 따지면 네 쪽이 더 ‘비열’해 보인다만.”


로얀은 비겁과 비열을 특히 강조하며 검을 지팡이 삼아 일어나는 콜트레인의 종아리를 걷어찼다. 그러자 콜트레인은 그대로 다시 땅으로 되돌아갔고 로얀은 그 사이 자신이 놓았던 목검을 잡았다.


“비겁하다. 비겁해. 비겁해서 상대할 마음도 안 들어. 비겁한 놈아.”


로얀의 리듬감 있고 반복적인 비꼼에 콜트레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일전에 로얀의 검에 두들겨 맞은 뒤 자신에게 남은 것은 시퍼렇게 물든 멍뿐이었다. 로얀을 다구리 치다가 실패한 후 자신은 무리에서 완전히 쫓겨났고 쓸쓸히 집에서 지내야했던 날이 많았다. 복수를 위해 매일같이 로얀에게 도전했다.


‘너만 아니었으면. 너만 아니었으면!’


콜트레인이 비틀거리며 일어나 득달같이 로얀에게 달려들었다. 분노와 수치로 가득 찬 그의 얼굴.


“비겁하다니깐. 비겁자야. 비겁해~ 비겁해~”


로얀은 그가 휘두르는 목검을 가볍게 피해내며 비겁비겁 노래를 불렀다. 콜트레인의 검이 점점 더 무거워지고 빨라졌다. 분노로 인해 본 모양까지 사라질 정도로 마구 휘두르는 검. 본디 아버지께 검을 배우는 외지의 특성상 검술은 거의 모습이 비슷비슷하였고 북부의 날카로움과 하나하나가 온통 살수인 검술은 사라지고 그냥 막무가내로 휘두르는 것으로 밖에 안보였다.


“비겁하다고.”


로얀의 눈이 한순간 번뜩이더니 팔꿈치로 콜트레인의 가슴팍을 찍었다. 그러자 뿌득하는 파열음과 함께 콜트레인이 걸친 나무갑옷에 실금이 갔다. 두꺼운 외투를 입고 있던 탓에 육안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로얀은 손에서 느껴지는 감각으로, 콜트레인은 가슴에서 느끼는 허전함으로 알고 있었다.


‘젠장! 또 졌잖아!’


콜트레인은 허탈함에 무릎을 꿇었다. 눈앞에 있는 자신보다 작고 왜소한 꼬맹이를 어떻게 해도 이길 수가 없었다. 덩칫값도 못하는 놈이라고 말한 쌍둥이가 떠올랐다. 로얀에게 진후로 쌍둥이들 에게도 탈탈 털릴 정도로 자신감이 떨어졌다.


“콜트레인, 하나만 묻자. 넌 왜 이렇게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


“뱁새가 드래곤의 뜻을 어찌 알겠는가.”


‘지랄하네. 정신병에 걸렸나. 말하는 본새하고는.’


로얀의 질문에 어디서 들어본 것은 있어서 고풍스럽게 말하려고 노력하는 콜트레인의 모습을 보며 로얀은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하지만 그것을 밖으로 내비치지는 않았고 무릎 꿇은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지 말고 왜 이러는지 말해. 매일 네 투정 받아주는 것도 이제 지치니깐.”


“…….”


“빨리 말 안 해?”


“…넌 몰라. 우리 마을에서 싸움에서 진다는 의미를 말이야!”


콜트레인의 악에 받친 소리에 로얀은 ‘이 정신병자를 어떻게 처리하나.’라는 고민에 심각하게 빠졌다. 로얀은 도통 알 수 없는 소리를 해대는 콜트레인을 그냥 죽일까라는 살심에도 사로잡혔지만 어린 몸으로 살인을 했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사안이었다.


“대체 뭐라는 거야. 결국에는 넌 싸움에서 져서 나한테 도전한다는 거야 뭐야?”


“시끄러, 외지인이 알 리가 없지.”


‘후우~ 이 꼬맹이가 진짜 끝까지 가오 잡고 앉아있네. 꼴값을 떨어도 정도껏 해야지. 이게 정말 맞아죽으려고 환장했나.’


로얀은 머리끝까지 올라오려고 하는 화를 꾹꾹 누르며 주먹을 꽉 쥐었다. 같잖지도 않은 꼴값을 떨고 있는 어린이를 보자 정말 한 대 치지 않으면 정신을 못 차릴 것 같았다. 하지만 현재 로얀은 11살. 콜트레인 보다 2살이나 어렸다. 어린놈한테 훈계를 더 어린놈이 하는 그 꼴이 얼마나 우스울지 아무도 몰랐다.


‘이게 정말 성질 나오게 하네?’


뚝!


로얀의 머릿속에서 뭔가가 뚝 끊어지는 소리가 났고 그것은 이성의 끈이었다. 로얀은 무릎 꿇은 콜트레인의 멱살을 잡아챘다.


“이 개새끼야! 그럼 매일 찾아오지 좀 말라고! 너랑 싸운 후로 모든 게 다 엉망이 됐잖아! 이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을 새끼가 무슨 뱁새고 드래곤이야! 몰매를 얻어맞고 다음 날 피똥 싸봐야 정신을 차릴 거냐? 이 나이도 어린놈이 어디서 세상 다 산 노인네처럼 지껄이고 앉아있어? 나이는 똥구멍으로 처먹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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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아이린(Irin) 6장 동부의 소국 3 13.05.16 817 5 4쪽
34 아이린(Irin) 6장 동부의 소국 2 13.05.14 1,240 6 4쪽
33 아이린(Irin) 6장 동부의 소국 1 13.05.11 557 4 3쪽
32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10 13.05.07 1,847 4 6쪽
31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9 13.05.01 1,126 8 8쪽
30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8 13.04.28 850 4 8쪽
29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7 13.04.23 810 6 9쪽
28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6 +2 13.03.30 575 5 7쪽
27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5 13.03.24 877 4 7쪽
»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4 13.03.22 1,033 4 8쪽
25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3 13.03.20 854 14 9쪽
24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2 13.03.10 1,461 6 7쪽
23 6장 땀은 얼지 않는다 2 13.02.28 1,642 6 15쪽
22 6장 땀은 얼지 않는다 1 13.02.25 1,007 8 15쪽
21 5장 레오 폰 카를로스 4 +2 13.02.19 2,524 6 13쪽
20 5장 레오 폰 카를로스 3 13.02.15 2,969 10 10쪽
19 5장 레오 폰 카를로스 2 13.02.14 1,639 4 7쪽
18 5장 레오 폰 카를로스 1 13.01.13 837 4 7쪽
17 4장 흑막 5 13.01.12 1,180 4 9쪽
16 4장 흑막 4 12.12.23 1,936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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