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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orn's Yggdrasil

아이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理本
작품등록일 :
2012.11.10 13:48
최근연재일 :
2013.06.25 16:22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74,130
추천수 :
333
글자수 :
157,381

작성
13.01.12 19:14
조회
1,179
추천
4
글자
9쪽

4장 흑막 5

DUMMY

“그루터기!”


한석의 다리가 그대로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며 리 치앙의 종아리를 걷어찼다.


“그리.”


공중에 뛰어오른 한규의 정강이가 중심을 잃은 리 치앙의 안면을 걷어차고 이어서 발뒤꿈치가 뒤통수를 강타했다. 한두 번 맞춰본 것이 아닌 연격. 리 치앙은 힘없이 저항 한 번 못한 채 땅에 꺼꾸러졌다. 한석과 한규는 다시 자세를 잡고는 리 치앙이 자리에서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개새끼들.’


바닥에 쓰러진 리 치앙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자신의 팔 끝에 달린 두 당랑수가 원통하게 울고 있었다. 이미 중국에서 상대할 자가 없다는 그. 더 강자를 찾아 화성으로 왔고, 춘식이 내걸은 후한 조건에 혹하여 대회를 진행했다. 그저 잘 싸우기만 하면 된다는 춘식의 조건은 리 치앙에게는 너무나 쉽고 간단한 조건이었고 갑작스러운 춘식의 소환. 올라오자 두 사내가 서있었고 올라온 또 다른 두 사내가 자신의 앞에 섰다. 그리고 이어지는 구타. 언제나 승리만을 만끽했던 그에게 짜증을 안겨주었다.


“끝이다. 푸르미르.”


마치 한 마리 청룡처럼 상대를 연속 발차기로 올려친 후 내려찍기로 공중에서 상대를 추락시키는 고급 기술. 달려드는 한규의 발은 정확히 리 치앙의 턱을 겨냥하고 있었다. 맞는 순간 리 치앙은 꼬꾸라지고 이은 연격은 그를 공중으로 띄울 것이다.


‘권(滚).’


오랜 숙원이었던 레미제라블마저 무참히 격퇴했던 그다. 이번 공격을 허용하면 자신의 자존심에 금이 갈 것 같았다.


‘철사장으로 아주 작살을 내어주지.’


리 치앙의 상체가 뒤로 한 번 물러났고 한규의 발차기는 허망하게 허공을 갈랐다. 그대로 반동을 이용한 당랑수가 한규의 얼굴을 강타했다. 섬뜩한 소리가 한규의 얼굴을 진원지로 한석에게 닿았다.


“심 장로님!”


한석의 비통한 목소리. 당랑수의 철사장은 그대로 한규의 얼굴로 파고들었고 리 치앙이 손을 뽑자 붉게 물든 그의 손과 함께 살점, 근육 그리고 피가 흘러나왔다. 이미 대련 중 사람을 죽인 것도 한 두 사람이 아니었고 이번 대회에서도 죽인 사람이 꽤 있어서 죄책감 따위는 느껴지지도 않았다. 다만 사람의 일부가 자신의 손에 묻었다는 것이 찝찝할 뿐.


“이 새끼야!”


한석의 다리가 그대로 리 치앙의 머리를 노렸다. 뒤 돌려차기의 자세에서 발뒤꿈치가 그대로 리 치앙의 관자놀이에 맞아 들어갔다. 당랑수에 묻힌 찝찝함이 공격을 허용했다.


“큭, 빌어먹을!”


리 치앙의 몸이 한 바퀴 돌고, 이어서 그의 주먹이 한석의 배를 찔렀다. 철사장의 수련으로 이미 손의 날카로움은 단도와 같았고 타격은 철판을 뚫을 정도였다. 그런 당랑수에 맞았으니 한석의 목숨도 이내 한 줌의 가루가 될 것이라고 리 치앙은 확신했다.


“컥!”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는 한석의 입에서 피가 사정없이 흘러나왔다. 마치 칼로 쑤신 듯이 크게 나있는 상처에 한석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상처를 움켜쥐고 리 치앙에게 달려들었다. 돌개차기가 연속으로 이어지며 리 치앙의 가슴을 강타했고 뒤로 물러나는 그에게 젊은 발차기가 연속으로 들어갔다. 좀 더 매서워지고 사정없는 공격에 리 치앙은 한석의 움직임을 잡지도 못하고 그냥 주구장창 얻어맞을, 아니 걷어차일 뿐이었다.


“물보라!”


공중으로 떠오른 리 치앙이 떨어지는 때에 맞추어 한석의 올려 차기가 그대로 리 치앙의 허리에 접촉했다.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리 치앙의 척추로부터 연결되어있던 대부분의 뼈가 충격을 고스란히 받으며 부러지고 깨지고 산산조각이 났다.


“초우(操)…….”


‘내가 이런 어린놈한테 당하다니……. 늙은 걸까.’


리 치앙의 입에서 탄식과 분노가 섞인 한 마디가 피에 섞여 나왔고 그는 몸을 조금 움찔해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한석은 이미 서있을 힘도 없이 상처를 움켜쥐고 땅에 쓰러져 있었다.


“큭……. 심 장로님…….”


피가 바닥에 가득 흘러내림에도 그는 한규에게 다가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계속 기면서 심 장로 옆에 도착한 그는 도와줄 사람을 찾아 옆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계속 춘식과 검을 나누는 견택과 그들의 뒤에서 정신을 집중하는 정진의 모습. 차마 도와달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방해하고 싶지 않은 마음 탓이었을까, 아니면 고통에 할 수가 없었던 것일까.


“정신 좀. 차려 봐요. 장로님……. 네? 대답 좀 해보세요.”


하지만 이미 혼이 떠난 육신이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꼬. 한석에 애처로움에도 심 장로는 그저 쓰러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바쁜 아버지 대신 골칫덩어리였던 심 한규가 한석을 놀아주었다. 한석이 학교를 다닐 때는 한석이 어디서 맞았다고 하면 가서 그 집을 풍비박산을 내놓고 왔으며 한규는 언제나 한석의 든든한 보루였다. 혼이 떠난 육신을 돌보던 한석의 혼마저 육신을 떠나려 하였다. 희미해져가는 정신을 꽉 잡으려 하여도 사람의 운명은 하늘에 달린 것. 어찌 죽을 사람이 죽고 싶지 않다고 살 수 있을까.


“심 장로님……. 저도 이곳에서 죽는 가 봅니다.”


한석은 한규의 가슴팍에 머리를 베고 그대로 쏟아지는 잠에 눈을 감았다. 화성에서 보이던 별 하나가 구슬픈 빛을 내며 별똥별이 되어 하늘에서 사라졌다.



옥상에서의 전쟁이 끝나고 시신이 발견된 것은 다음날 아침이었다. 매일 아침마다 옥상에서 운동을 하는 선수가 있었는데 그가 평소처럼 옥상에 올라왔다가 시신들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의 신고에 따라 옥상에 시신들은 모두 병원으로 옮겨졌고 시신 한 구는 아직 살아있는 것으로 밝혀져 치료를 받게 되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견택은 병원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고 퇴원을 하는 그 길로 바로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시계를 이용한 의문사와 다르게 이미 화성 전체로 퍼져나간 탓에 그들의 시신은 모두 화장되어 납골당에 모셔져 있었다.


“정진아.”


정진의 납골함을 보며 견택은 비통함을 감출 길이 없었다. 끝까지 부릅뜬 눈이 뇌리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먼저 가서 죄송하다는 아들의 말. 견택은 정진의 납골함 앞에 아들의 애검, 은월을 풀어놓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데미안 최, 리 치앙, 이 한석, 심 한규의 납골함을 차례로 훑어보았다. 밤새 있었던 생사의 기로에 놓인 격렬한 전투. 견택은 악몽을 회상하며 손바닥에 기를 모으려 노력했다. 춘식의 공격에 깨져버린 단전. 그 이후로는 더 이상 내공이 모이지 않았다.


‘가르쳐야 할 아들도 잃고 가르칠 수 있는 능력도 잃고. 결국 내 대에서 흑사검술의 명맥이 깨지는 건가. 조상님들 볼 낯이 없군.’


이미 십 년은 더 늙어 보이는 견택의 외모.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해주던 내공이 사라진 탓에 검을 제대로 휘두를 힘도 같이 없어졌다. 살인사건 이후 지연되고 있던 대회. 춘식은 죽었지만 대회는 끝나지 않았고 견택의 말을 듣고 흑막을 밝혀줄 사람도, 견택 자체의 힘도 없었다.


‘진짜 은퇴로군. 아니, 사그라질 날만을 기다려야 하는 퇴물로 퇴화한 건가.’


견택은 납골당을 나와 엘리베이터에 올라 한쪽 벽에 기대며 나지막이 욕을 지껄였다. 타오르고 끓어오르는 혈기만 믿고 대회에 참가한 대가는 컸다. 아들은 눈앞에서 죽었고 오랜 친구는 죽음을 조작 당했으며 자신은 내공을 잃고 그저 공허하게 죽음만을 기다리는 노인이 되어버렸다.


‘국회의원 질도 더 이상은 못하겠군. 조용히 천수가 끝날 때만을 기다려야겠어.’


견택은 그 길로 진행부에 찾아가 기권의사를 밝혔고 사회자와의 일대일 면담 자리에서 춘식의 만행을 바로 까발렸다. 그리고 조용히 자신을 지구로 돌려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이미 켕기는 것이 있는 사회자는 딴소리 못한 채 그대로 견택을 지구로 송환했고 춘식, 아니 데미안 최라는 구심점을 잃은 대회는 아무런 음모 없이 성황리(?)에 마쳤다. 물론 대회가 끝나고 남은 선수들이 지구로 귀환하는 우주선이 우주에서 폭발해 가루가 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행복한 삶이었다. 악몽은 더 이상 꾸고 싶지 않아.’


지구로 돌아온 견택은 산 속에 가옥에서 대회가 끝났다는 뉴스를 보며 쓸쓸히 숨을 거두었다.


작가의말

홍보를 했습니다. 수정 중이라서 안하려고 했는데 게시글이 딱 3개가 있더군요. 결국 해버렸습니다ㅎㅎㅎ


이걸로 천상제일무도회에 관한 이야기, 그러니깐 지구에 관한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물론 화성도 포함해서 말이죠. 여기까지 오는데 정말 긴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응원도 몇번 받았던 것이 가장 큰 힘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 빠른 시일 내에 5장을 들고 오겠습니다.


2013년 5월 11일 오후 8시 37분, 응원에 힘을 받는 리본요시 올림.


Ps.싸우는 장면을 묘사하는 것은 저한테 아무리 해도 무리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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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10 13.05.07 1,847 4 6쪽
31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9 13.05.01 1,126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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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3 13.03.20 854 14 9쪽
24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2 13.03.10 1,460 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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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6장 땀은 얼지 않는다 1 13.02.25 1,007 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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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5장 레오 폰 카를로스 1 13.01.13 837 4 7쪽
» 4장 흑막 5 13.01.12 1,180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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