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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orn's Yggdrasil

아이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理本
작품등록일 :
2012.11.10 13:48
최근연재일 :
2013.06.25 16:22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74,131
추천수 :
333
글자수 :
157,381

작성
13.03.10 21:43
조회
1,460
추천
6
글자
7쪽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2

DUMMY

“꼬맹이, 너 또 싸움질하고 들어왔지?”


“소식 빠르네. 어디서 접한 거야?”


로얀은 품에 한가득 빵을 사들고 온 엘리어트를 보며 심드렁하게 책장을 넘겼다. 로얀은 엘리어트가 던지는 빵을 받아서 테이블에 올렸고 엘리어트는 입에 빵을 쑤셔 넣으며 로얀의 앞에 마주앉았다. 어째서인지 죄다 바게트 빵이었다. 로얀은 엘리어트의 선택의 단순함과 가차 없는 통일성에 인상을 구기며 바게트 하나를 썰었다.


“어디서 접하기는. 마을에 싹 다 퍼졌는데 접할 필요도 없었다. 잼?”


“그럼 남이야 싸움질을 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세요. 잼 말고 크림 좀.”


로얀은 퉁명스럽게 대답하면서도 크림을 받았다. 엘리어트는 바게트 하나를 뚝딱하고 두 개째를 입으로 가져갔다.


“네가 싸움질 하다가 죽든 말든 상관없는데 너 때문에 하찮은 벌레들의 시선이 꼬이니까 그러지. 피에르, 홍차!”


“그럼 나랑은 왜 사냐, 도마뱀 새끼야. 피에르, 난 우유.”


엘리어트와 로얀은 피에르가 가져다주는 홍차와 우유를 마시며 실없는 논쟁을 이어갔다. 처음부터 칼 뽑아들고 싸움질하는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이 모든 게 에릭실의 중재와 그 놈의 미운 정 덕이었다. 엘리어트는 찻잔을 내려놓고 세 번째 바게트에 손을 올렸다.


“웃기지 마. 에릭실이 없었으면 진작 내쳤을 거다. 설탕도.”


“배때기에 칼침 박힌 놈이 살려준 은혜도 모르고. 버터!”


“그래서 인간이 비겁하다는 소리를 듣는 거야. 스프!”


“그렇게 잘나신 드래곤은 그래서 마나대란 때 다 죽어나갔답니까? 우유 조금 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져나간다고 진짜 단순히 식사용 대화 때문에 죽어나가는 사람(?)은 피에르였다. 부엌을 오가며 둘이 요구한 물건을 갖다 주는 것은 어지간히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어쩌랴, 그는 이 집에서 가장 최약체(?)인데.


“이게 뚫린 게 주둥이라고 막 던지네. 그래도 우리는 너희처럼 동족끼리 서로 치고 박고한 적은 없거든? 피에르, 샐러드.”


처음에는 바게트 몇 개만 놓여있던 테이블이 어느새 테이블 두 개를 더 붙이고 이런저런 찬가지가 늘어가더니 점점 난잡해졌다. 로얀은 바게트 하나를 느릿하게 먹더니 두 번째 바게트에 손을 뻗었다.


“얼씨구? 그래서 그린드래곤 가이드가 로드를 죽인 건 잘한 일이고? 햄.”


“가이드는 드래곤으로서 정신이 부족했을 뿐이야. 오히려 그년은 인간과 정신연령이 같다고 봐야지. 겨자.”


“드래곤이 인간의 정신과 같다는 게 그리 자랑은 아니지 않냐? 스프.”


“그것은 우리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는 것을 의미하지? 설탕 더.”


“그 상태 유지도 못하고 도태하고 있는 게 무슨 자랑이라고 그렇게 떠들어. 우리 인간은 살면서 나라도 세우고 사회를 이뤘는데 오래 사시고 정신적으로 성숙한 드래곤들은 남의 사회 기생이나 하고 살지 않는가? 우유 추가.”


“흥! 너희 인간들의 힘만으로 그 사회를 이뤘다고 생각하나? 인간의 사회를 이루는데 우리 드래곤의 도움이 없었다면 너희는 여전히 불도 피울 줄 모르는 야만적인 존재에 불과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볼까? 마법왕국 리치몬드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리치몬드족의 족장이었던 리치몬드는 태곳적에 그 당시 드래곤 로드였던 나이어드의 자비로운 은혜로 그와 혼인해 주변의 부족을 평정했지. 나이어드는 계속 모습을 바꾸어가며 리치몬드의 속에서 그들을 보살폈고 왕국을 세울 수 있게 도움도 주었다. 시대가 흐르고 그의 후손은 나이어드의 해출링 중 하나인 엘리어드의 은혜로 수호용의 도움을 받아 대륙을 통일하고 유일무이한 제국을 세워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을 봐라. 그런 면에서 보면 오히려 너희는 우리에게 감사해야 한다. 홍차 더.”


‘엘리어드의 손자뻘 되는 엘리어트는 리치몬드 제국을 아주 통째로 날려버리는데 일조했지만 모르는 게 오히려 낫겠지.’


처음이 어딘지 까마득할 정도로 이어진 논쟁은 어느새 역사적 사실로 넘어가며 설전의 중구난방을 보는 듯했다. 물론 그 내용 자체 역시 대부분이 알맹이 없는 시시껄렁한 이야기와 억지로 끼워 넣은 순 억지뿐이었다. 물론 그 와중에 죽어나간 것은 피에르 하나뿐이었지만.


“그러면 뭐하나, 리치몬드 제국은 이미 멸망해서 지도에서 찾아볼 수도 없고 멸망 후에 수많은 전쟁에서 이제는 역사책에서만 볼 수 있는 나라인데. 치즈……. 제길 상이 다 찼군. 얼마나 먹는 거야, 우리. 피에르, 치즈는 됐어.”


다행히 음식요구는 테이블이 가득 메워지자 끝났고 피에르는 그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한마디 하면 두 마디 나오고 두 마디 나오면 네 마디 나오는 대화의 끝은 끝이 없어보였다.


“어……. 그러니까 1차 대륙전쟁 때 마도사 에이프릴이 너였다고?”


“설마 에이프릴만 나였겠어?”


“뭐? 설마…….”


로얀의 입에 빵을 씹다말고 떡 벌어졌다. 그 후 엘리어트가 쭉 나열한 이름들은 지금껏 대륙에서 일어난 대륙 1차, 2차 전쟁의 영웅들이었다. 전쟁영웅이라는 피로 쌓은 명예를 가진 맹장과 마도사의 이름들. 그 수가 열을 넘어가자 로얀의 평정심이 깨지며 놀라 까무러칠 정도였다. 10년은 이 나라에서, 또 10년은 저 나라에서 살면서 이름과 신분을 철저히 세탁해서 살았다는 것이었다.


“뭘 그리 놀래? 드래곤한테는 인간들의 병정놀이도 한낱 유희거리일 뿐이야.”


로얀은 잠잠했다. 대륙의 한 사람이었다면 그의 말을 들으면서 공포에 떨며 약자의 태도를 취했을 것이고 현대의 사람이라면 인명을 천시하는 그의 태도에 화를 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로얀은 이미 둘 다 아니었다. 대륙인의 몸에 현대의 사고. 그 말인즉슨 몸은 공포를 느끼고 있지만 머리로는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솥밥 먹던 전우를 죽음으로 내몰아?”


“말했잖아. 인간들의 병정놀이는 유희일 뿐이라고. 네가 말하는 인간은 우리한테 너희가 가지고 노는 병정보다 못하면 못했지 더한 존재는 아니라고.”


엘리어트의 마지막 말은 위압과 살기가 섞여있었다. 더 이상 드래곤의 권위에 도전하면 에릭실의 보호라도 그를 용서치 않을 생각인 듯 했다. 집 안 기후가 내려가더니 주변이 싸늘해졌다. 로얀의 피부가 살기로 따끔거리며 조금씩 눈이 쌓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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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아이린(Irin) 6장 동부의 소국 3 13.05.16 817 5 4쪽
34 아이린(Irin) 6장 동부의 소국 2 13.05.14 1,240 6 4쪽
33 아이린(Irin) 6장 동부의 소국 1 13.05.11 557 4 3쪽
32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10 13.05.07 1,847 4 6쪽
31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9 13.05.01 1,126 8 8쪽
30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8 13.04.28 850 4 8쪽
29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7 13.04.23 810 6 9쪽
28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6 +2 13.03.30 575 5 7쪽
27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5 13.03.24 877 4 7쪽
26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4 13.03.22 1,032 4 8쪽
25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3 13.03.20 854 14 9쪽
»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2 13.03.10 1,461 6 7쪽
23 6장 땀은 얼지 않는다 2 13.02.28 1,642 6 15쪽
22 6장 땀은 얼지 않는다 1 13.02.25 1,007 8 15쪽
21 5장 레오 폰 카를로스 4 +2 13.02.19 2,524 6 13쪽
20 5장 레오 폰 카를로스 3 13.02.15 2,969 10 10쪽
19 5장 레오 폰 카를로스 2 13.02.14 1,639 4 7쪽
18 5장 레오 폰 카를로스 1 13.01.13 837 4 7쪽
17 4장 흑막 5 13.01.12 1,180 4 9쪽
16 4장 흑막 4 12.12.23 1,936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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