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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orn's Yggdrasil

아이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理本
작품등록일 :
2012.11.10 13:48
최근연재일 :
2013.06.25 16:22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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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144
추천수 :
333
글자수 :
157,381

작성
13.02.1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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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9
추천
10
글자
10쪽

5장 레오 폰 카를로스 3

DUMMY

더 크게 지끈거리며 울리는 두통이 아이를 괴롭게 했다. 고통이 커질수록 아이의 의지가 점점 자라났다.


‘이런 곳에서 죽을쏘냐. 간신히 얻어낸 새로운 삶이다. 겨우 이딴 걸로 죽지 않아.’


신의 얼굴을, 다시 주어진 생의 기회를 날려버린다고 생각하자 그의 눈에 생기, 아니 독기가 돌았다. 그는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나무에 기대며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밤새 내린 비로 인해 눅눅해진 땅과 숲의 상쾌한 바람에 덜덜 떠는 나뭇잎들. 하지만 아이의 눈에 그런 것은 전혀 들어오지 않았고 새들의 지적임이 아이의 머리를 더 아프게 했다. 하지만 그의 머리를 더 아프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젠장. 찾았잖아.’


눈앞에 보이는 물들의 집합체 호수. 어두웠던 탓인지 미처 찾지 못한 듯싶었다.


‘이렇게 가까이 있었을 줄이야.’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러 나오는 허탈함. 그는 자신이 투병중이라는 것도 잊고 당차게 뛰어……가지는 못했고 비틀거리며 호수로 걸어갔다.


풍덩!


그리고 그는 그대로 호수로 뛰어들었다. 호수의 물이 그의 몸과 옷에 찌든 먼지와 케케묵은 냄새를 감쌌다.


“푸하!”


이내 부력으로 호수 표면 위로 올라온 그는 다시 물가로 올라갔다. 그리고 입고 있던 옷을 다 벗어 옆에 내동댕이치고 주린 배를 물로 채우기 시작했다. 그의 목을 타고 넘어가는 호수의 물은 그의 식도를 타고 넘어가 텅 빈 속을 채웠다. 물로 어느 정도 허기를 잠재운 그는 상쾌함을 더 만끽하기 위해 다시 물로 뛰어들어 헤엄을 쳤다. 그리고 아이가 다시 뭍으로 올라왔을 때에는 물고기 한 마리가 손에 들려있었다.


“어라……. 머리가 안 아파. 열이 내렸네?”


짧은 시간동안 숨 가쁘게 움직인 탓인지 몸에서 느껴지는 열 기운은 완전히 해소되었다. 아이는 호수에서 잡아온 물고기를 들고 젖은 옷을 들고 다시 썩은 나무 밑동 속으로 들어갔다. 호수를 찾아서인지 과거에 있던 모든 암울한 일은 잠시 잊고 기쁨만을 만끽하는 모습은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순수함 그 자체였다.


“옛날에는 한번 내려가면 6,7마리는 잡았던 거 같은데, 감이 죽었나?”


한 마리도 간신히 잡은 터라 아이는 자신의 성과에 의구심을 품었지만 이내 물로 해소된 허기가 다시 몰려오자 물고기를 내려놓고 젖은 옷을 챙겨 입고 나무에서 나왔다. 주변에 떨어져있는 잔나무가지들과 나뭇잎을 모은 그는 밑동 앞에서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옛날로 돌아간 것 같네. 쩝……. 라이터 없나?”


나뭇가지를 비빈지 시간이 꽤 된 것 같은데 여전히 불이 붙을 기미가 안보이자 아이는 당황하며 좀 더 힘을 주어 빡빡 비볐다. 그러나 여전히 반응이 없는 나뭇가지.


“이러다가 생선 상할 텐데.”


간절하고 조급한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무는 불이 붙을 생각을 안했다. 하지만 아이는 포기하지 않고 노력을 멈추지 않았고 해가 석양이 되어 넘어갈 즈음 겨우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마른 잎사귀를 그 위에 덮고 후후 바람을 불어넣자 나뭇잎이 타오르며 불꽃이 일었고 그 열기는 조금씩 커져갔다. 아이는 이마에 그득한 땀을 팔로 닦아내고 나무 안에 넣어두었던 생선을 꺼내와 나뭇가지에 꽃아 불에 얹었다. 뜨거운 화염이 생선을 감싸자 이내 노릇노릇 구워졌고 아이는 때를 맞춰 그것을 꺼내어 생선을 베어 물었다.


“쩝쩝.”


잘 구워진 생선이 아이의 배를 따끈하게 데워주었다. 간단히 배를 채운 아이는 나무로 땅을 파 그 안에 장작더미를 넣고 불을 옮겨 담았다. 이미 어두워진 밤하늘로 희끗한 연기가 올라갔다. 아이는 주변에서 주워온 나뭇잎을 나무 안에 깔아 푹신하게 만들어 그 위에 누워 벼락이라도 맞았는지 머리가 뻥 뚫린 나무의 틈 사이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때마침 들어온 자칼이 아니었으면 죽었을 거야. 아니, 조롱을 당하고 죽었으니 원망해야하나.’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듯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피곤한지 아이는 눈을 감았다. 감기의 잔재와 피로가 그를 괴롭혔다. 이내 아이는 깊은 잠의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정진의 방을 매일 비추던 달처럼 이곳의 달도 아이를 몸을 비추었다.


‘여긴…….’


형체가 불분명하고 흐릿한 영혼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어린 꼬마아이, 레오 폰 카를로스였다. 레오는 영혼이 눈을 뜨자 애타게 기다리던 선물을 받았던 것처럼 방긋 웃음을 지었다.


“반가워. 새로운 혼. 나는 레오의 육신. 네 새로운 그릇이야.”


“…….”


“새로운 혼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내 혼은 이미 떠났고 남은 것은 육신과 기억뿐이야.”


“레오……. 난 누구지?”


흐릿한 영혼이 자신의 양손을 보며 자신이 누군지 기억하는데 애썼다.


“기억나지 않아……. 나는 누구지?”


“정신 차려. 네 모습은 네가 가장 잘 알잖아.”


레오가 영혼의 눈을 올려다보았다. 작은 미소를 띤 그는 기대감에 가득 찬 눈을 가지고 있었다.


‘나……. 누구지?’


레오는 손가락으로 혼의 옆구리를 톡톡 쳤다. 그러자 혼의 허리에 검이 한 자루 나타났다. 멋들어지게 광채와 윤기가 나는 은색의 검.


“기억 안 나?”


레오의 손을 따라 검을 본 영혼의 눈에서 안광이 빛나기 시작했다.


‘나는 문 정진. 흑사검술의 계승자.’


영혼이 점점 선명해지고 새로운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곧 완전한 모습을 갖춘 영혼은 백색 도복을 입고 한 손에는 검을 들고 있었다. 정진은 자신감에 찬 눈으로 레오의 눈을 마주보았다.


“기억났어, 새로운 혼?”


“그래. 똑똑히 기억나. 새로운 그릇.”


확고한 정진의 말에 레오의 미소가 짙어졌다.


“이제 이 몸은 네 거야. 비록 혼이 없지만 그 빈자리를 네가 채워줘. 네 몸이니깐 이제 무엇을 해도 상관없어.”


“그래, 고마워.”


정진은 기특하게 말하는 레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정진은 그 자그만 레오를 품에 안아들었다. 레오는 정진의 귀를 당겨 그의 귀에 속삭였다.


“부탁이 하나 있어. 이건 이전에 혼을 비롯해 그릇인 나, 그리고 기억. 셋의 공통된 의견이야.”


“들어줄 수 있는 것이라면 최대한 해볼게.”


“그래. 부탁할게. 이미 이 몸의 기억을 알듯이 나는 라스 가에 의해 죽었어. 그러니깐 그들에게 복수를 해줘!”


‘복수에 이유는 충분하니깐.’


정진은 레오의 태도를 보며 기억을 곱씹었다. 레이 킷을 보낸 것이 자신의 할아비, 카를로스 공작이 아니라, 키리루타 제국의 라스 공작임을 알게 된 순간 레오의 눈에는 죽음의 공포가 가득했다. 다행히 곧바로 방에 들어온 자칼의 기습에 레이 킷은 그대로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했고 자칼은 레오를 데리고 대사관을 나와 무조건 서쪽으로 도망쳤다. 허나 대사관을 얼마 지나지도 않아 자칼은 사주를 받은 자객들에게 목숨을 잃었고 더 이상 그를 지킬 사람이 없어지자 레오는 그대로 납치당했다. 마차에 갇혀 얼마나 이동했는지 기억도 안 날만큼 오랫동안 호송된 그는 마차에서 끌려 나오자마자 그대로 심장에 긴 장검이 박히는 급작스런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복수해줘,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미소를 짓고 있던 입 꼬리가 점점 처졌고 복수를 해달라는 말을 할 때 레오는 마치 실성한 것 같았다.


“내 몸에 있었던 너라면 알거야. 내가 느낀, 공포! 치욕! 모멸감! 고통! 그리고 분노!”


순진무구했던 어린아이의 눈에 핏발이 섰고 그 가녀리고 얇은 목에는 핏대가 올라왔다. 마치 절규하듯 악을 쓰는 레오. 정진의 눈이 허물어졌다. 몸에 기억은 직접 겪은 게 아니라 기억만 회상했던 정진의 치가 떨리고 두려웠는데 실지 아이가 느낀 공포는 얼마나 컸을까. 정진은 결정을 내렸다.


“그대의 소원대로.”


정진의 짧은 한마디에 레오의 소리침은 그대로 멈췄다. 그리고 내려갔던 입 꼬리가 다시 위로 올라갔다.


“고마워.”


눈웃음을 짓는 레오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그대로 정진의 혼에 안겨있던 레오의 몸은 가루가 되어 사라졌고 정진은 다시 자신을 잃어간다고 생각했다. 그가 눈을 떴을 때는 아이의 몸이었다. 여전히 자신을 비추는 달. 온몸이 땀에 젖어있었다.


‘라스…….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없앤다.’


아이의 눈이 분노와 원한, 복수심을 불탔다. 영혼은 정진의 것이나 몸과 기억은 레오의 것. 레오의 몸이 말했던 대로 정진의 혼은 이미 레오의 기억을 겪은 것처럼 생생하게 체감하고 있었다. 그렇게 정진의 혼은 내심 실지 본 적도 없는 가문에 복수심과 원한을 가지고 있었고 레오와의 만남을 통해 그것에 확신이 들었다.


‘보복. 레오의 이름으로. 그의 원대로.’


납치된 레오를 둘러싼 네댓 명의 라스 가의 자제들. 그리고 보란 듯이 검을 찔러 넣는 라스 가의 장자에 의해 레오는 목숨을 잃었다. 그의 얼굴이 떠오르자 이가 갈렸다. 본디 거리감 없이 세상을 보라는 의미로 태어나는 순간 눈을 한쪽 뽑는 라스 가의 관습. 거리감이 없다시피 하여 아예 거리감을 상실한 그들에게 처절한 공포를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 그의 목표가 되었다.


‘우선 여기서 살아남는 게 가장 큰 목표. 복수가 아니더라도 가장 해야 할 일은 이곳을 빠져나가는 거야.’


작가의말

자꾸 용두사미(용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머리지만)가 되는 것이 제 스스로에게 확확 와닿는군요. 요즘에는 제가 예전에 쓴 아이린을 다시 읽어보고 있습니다.


참 오글거려서 자꾸 x버튼을 누르거나 뒤로가기를 연타하게 되는 지경이니,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요. 벌써 3년 전 일입니다. 제가 처음 아이린이라는 소설을 쓰게 된 것이.

그때는 그저 대리만족감으로 쓰기 시작한 글이 지금은 제게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자꾸 이렇게 끝이 흐려지니 제 스스로에게 실망을 금치 않을 수 가 없네요;;

필력이 늘어야할텐데 말이죠....

Ps. 운동은 꾸준히 하지 않으면 탈납니다. 저처럼;;

Ps. 달리기에 동전은 꼭 필요한 요소더군요... ㅎ...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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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아이린(Irin) 6장 동부의 소국 3 13.05.16 817 5 4쪽
34 아이린(Irin) 6장 동부의 소국 2 13.05.14 1,241 6 4쪽
33 아이린(Irin) 6장 동부의 소국 1 13.05.11 558 4 3쪽
32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10 13.05.07 1,848 4 6쪽
31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9 13.05.01 1,127 8 8쪽
30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8 13.04.28 851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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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6 +2 13.03.30 575 5 7쪽
27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5 13.03.24 878 4 7쪽
26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4 13.03.22 1,033 4 8쪽
25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3 13.03.20 854 14 9쪽
24 아이린(Irin) 5장 북부의 인간미 2 13.03.10 1,461 6 7쪽
23 6장 땀은 얼지 않는다 2 13.02.28 1,642 6 15쪽
22 6장 땀은 얼지 않는다 1 13.02.25 1,008 8 15쪽
21 5장 레오 폰 카를로스 4 +2 13.02.19 2,525 6 13쪽
» 5장 레오 폰 카를로스 3 13.02.15 2,970 10 10쪽
19 5장 레오 폰 카를로스 2 13.02.14 1,640 4 7쪽
18 5장 레오 폰 카를로스 1 13.01.13 837 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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