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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듯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던전 탐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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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듯
작품등록일 :
2020.11.16 20:21
최근연재일 :
2021.01.0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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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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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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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1화

DUMMY

본격적으로 던전탐험을 시작하게전에 우리들은 최종적으로 점검하는 시간을 거쳤다. 던전에서 하루 묵어야 하는 만큼, 필수적인 절차였다.


“···그러니까, 우리가 탐색할 던전 1, 2층에서는 특별히 필요한 물품은 없습니다. 전부 기본적으로 던전을 탐험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물품들만 들고 내려가면 되거든요.”


또한 점검을 겸해서 이들에게 던전 탐험 지식을 전수해주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단편적인 지식은 몰라도 이러한 기본적인 지식은 의외로 정확히 알기 쉽지않기 떄문이다.


“단, 언제 어디에서나 해독, 정수, 정화, 물픔은 꼭 구비하고 다니셔야 합니다. 던전을 탐색하다 보면은 불의의 사고로 식량을 잃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고, 때론 고생해서 얻은 전리품들이 독이나 저주로 오염되어 있는 경우도 있기때문입니다만···. 그냥 이유불문, 물챙기듯이 가지고 다니세요. 아, 조명은 말안해도 아시겠죠?”


상세하고도 전문적인 지식을 술술 말하는게 인상깊었던 것일까, 며칠전의 그 불손한 언행은 온갖대도 없이 모험가 삼인방은 눈을 반짝이며 내 말을 경청했다. 중간중간 질문까지 던져오는게 완전히 푹 빠진 모습이다.


이래뵈도 도장에서 모험지식은 완전히 마스터한 몸이다. 이깟 F급 모험가들 구슬리는 것은 일도아니었다.


“웅··· 근데 나는 어떻게해? 난 가방을 못매는데······.”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이죠. 막스씨는 종족이 종족인 만큼 일반적인 모험가들과는 경우가 다릅니다.”

“그런거야? 에이, 그럼 나한테는 쓸모없네!”


그리 말하곤 동상위로 꾸물꾸물 기어올라가 다른 모험가들을 놀래키고 있는 저 분홍 슬라임만 빼고 말이다.


그녀는 동상위로 올라가더니 다시끔 모습을 바꿔 인간 여자 모험가 형상으로 변하였다. 그리곤 열띤 토론을 하고 있던 모험가 무리 사이로 슥 스며들어가 같은 동료인척 같이 토론에 참석하길 시작했다.


당연히 그녀를 눈치챈 모험가무리들은 깜짝놀라 뒤집어졌고, 그러면 그녀는 깔깔거리며 다시끔 동상위로 올라서서 다른 희생자를 노리는 것이었다.



“하아······.”


저 슬라임··· 아니 ‘포링’은 제 스스로를 ‘막스’라는 이름으로 소개했다. 이름이 ‘막스’면서 정작 사용하는 형태는 여성 모험가인게 웃기긴 하지만, 중요한건 그게 아니었다.


중요한건, 그녀가 포링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이종족이며 그들의 호기심이 정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다못해 민폐수준으로 엄청나다는 점이었다.


듣기로는 그들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들 하는데··· 그 때문인지 그들은 ‘새로움’에 엄청나게, 병적으로 집착했다. ‘새로움’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까지도 기꺼이 걸만큼.


던전 도시에서 발생하는 대사건의 절반정도는 이들이 관여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해하겠는가? 그들은 타고난 장난꾸러기요, 사고뭉치들이었다.


지금도 봐라, 단 한명의 포링이 치는 장난 때문에 동상 주변의 사람이 싹 사라졌다.


대체 왜 막스라는 이름만 보고 그냥 평범하게 우락부락하게 생긴 인남캐를 떠올렸던 걸까···. 당연히 인간이라 생각해 종족을 체크하지 않았던 것이 패착이었다.


“저기, 우리 언제가? 나 심심한데···.”


주변 사람들 다 내쫒아 내놓곤 한다는 말이란···! 새침한듯 물어오는 말투가 가증스럽게 들리는건 기분탓일까?


“···좋습니다. 슬슬 출발해도 될것같으니 저희도 움직이죠. 다들 짐 챙기세요!”

“좋아! 가보자고!”

“가자! 야 더벅머리! 빨랑빨랑 움직이라고.”

“빈이라니까··· 에휴.”


그래도 다행인건 우리 파티원들의 사기상태가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첫 탐험이라 긴장할법도 했는데 우리 파티원들은 지레 겁먹고 움츠러드는 겁쟁이는 아닌 모양이다.


“좋아, 좋아~~! 드디어 던전으로 출발!!!”


···좀 과하게 들떠있는 사람, 아니 포링도 한 명 있었지만······.


생각해보니 어차피 던전 1, 2층돌러가는건데, 솔직히 일이 벌어지면 무슨일이 벌어지겠는가? 애초에 이렇게나 불안해할 필요는 없는 일 일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나는 불안한 눈빛으로 먼저 앞서나가는 막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런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여전히 경쾌한 발걸음으로 발을 옮기고 있었다······.


***


광장을 벗어난 우리들은 성벽으로 둘러쌓인 던전의 입구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기다리는게 심심했는지 막스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대장. 그냥 던전으로 들어가면 되는거 아니야? 왜 사람들이 여기 서있지?”

“그냥 신원을 확인하는 겁니다. 던전에 들어가려면 최소한 길드급의 의뢰는 받아야 되거든요. 그냥은 들어가기 힘들죠.”

“헤에···. 그런거야? 왜 그냥은 들어가기 힘든데?”

“뭐, 범죄자 문제도 있고. 개나소나 다 들어가면 던전이 개판이 되버리는 것도 있고요. 의외로 칼질한번 안해본 주제에 던전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사람들 다 들여보내주면 던전이 금방 시체로 가득 찰걸요?”

“응··· 되게 상식적인 이유네. 난 또 특별한 이유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막스는 뭔가 김빠졌다는 듯 픽- 하고 숨을 내뱉었다. 뭘 기대한 건지.


“사람사는곳 다 똑같죠. 던전이라고 특별할 것도 없습니다. 물론, 여기도 예외는 당연히 있기는 한데······.”

“뭔데, 뭔데?”

“음··· 말로 설명하기보단 실제로 보는편에 더 이해하기 좋을 것 같은데, 마침 오네요. 저길 보세요.”


고개를 돌린 곳에는 딱보기에도 비싸고 좋아보이는 장비로 무장한 모험가 무리가 서있었다. 그들은 익숙한듯 옆문의 문지기에게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


“저게 왜?”

“다시 여기 서있는 사람들을 보면 바로 알아차릴 걸요?”

“응? ···아, 알것 같다. 히히.”


그래, 실력이 기똥차고 실적이 빠방하면 우리처럼 기다릴 필요도 없다. 내가 뭣하러 이 골치아픈 파티의 리더자리를 맡았겠는가?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론 쓰레기 줍고 다녀 봤자 평생을 이 신세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이번의뢰는 성공적으로 해내야만 했다. 나는 웃으며 경비병들과 대화를 하는 저들의 모습을 보며 결의를 다졌다.


“다음!”


제법 시간이 지난 후에 우리 파티의 차례가 되었고, 별 일없이 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정문을 통과하자마자 갈라진 땅 틈 사이로 아지랑이치듯 무엇인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이게 던전인가?”

“뭐야, 던전이라길래 어디 땅에 구멍이라도 뻥뚫려 있을 줄 알았더니···. 이거 그냥 땅이 갈라진거아냐?”

“···긴장하고 있었는데, 어쩐지 맥이 빠지네요······.”

“자자, 설명할테니까 진정 좀 해보세요. 당연히 던전입구는 따로 있습니다. 이건 그냥 균열일 뿐이에요.”


···어째 유치원생들 끌고 현장체험학습이라도 온 느낌이다. 궁금해서 아기새처럼 지저귀는 삼인방과 혼자서 균열앞에 쪼그려 앉아 신기한듯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는 포링 한 명··· 분명 던전 탐험하러 온건데······?


“던전은 그 특성상 입구가 반듯하게 뚫려 있을 수가 없어요. 던전내 넘쳐나는 마나의 분출구가 곧 입구가 되는데, 당연히 지진이라도 난듯이 지면이 거칠거칠한 겁니다.”

“여기가 균열···? 그럼 우리는 어디로 가는거야?”

“균열의 중심부, 흔히들 마나홀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가면 됩니다. 5분만 걸으면 될거에요.”

“거 참, 던전한번 들어오기 힘들구만 그래?”


그런 식으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던 우리는 이윽고 한 눈에 보기에도 엄청난 양의 마나가 솟구쳐오르는 커다란 구멍을 마주쳤다.


“이게··· 대체?”


빈이 멍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누구라도 처음 저 광경을 보면 저럴 것이다. 마치 작은 우리안에서 폭풍이 사방으로 날뛰는 듯한 모습, 그런데도 소리하나 들리지 않는다.


“모두 준비하세요. 각자 손 꽉잡고, 저 격류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심해서 내려가시고, 저기 휘말리면 곱게는 못 지나갑니다.”


방금전의 현장체험학습이라도 하는 듯한 분위기는 어디로 갔는지, 모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제야 던전 탐험을 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느껴지기 시작한 모양이다.


“···특히 포링인 막스씨는 각별히 조심해주시고요. 자칫하면 들어가기도 전에 탐험실패로 돌아갈겁니다.”

“···응. 주의할게.”

“그럼··· 들어갑시다. 모두 제뒤를 따라와 주세요.”


나는 가장 앞에서서 조심스럽게 구멍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곧이어, 우리들의 모습이 세차게 타오르는 마나의 격류 속으로 사라졌다.


***


던전의 초입, 나는 햇빛이 비쳐 들어오는 장소 가장자리에서서 던전내에 짙게깔린 어둠속을 훑어 보았다. 검은색 베일위로 옅게 깔린 먼지처럼 마나덩어리들이 부유하는 것이 보인다.


모두 내려오는데 성공했나보다. 내 뒤로 부산스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그대로 가만히서서 내가 말하길 기다렸다.


나는 몸을 돌려 그들을 보았다. 던전의 압력을 느낀 듯, 다들 하나같이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 중에서도 막스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던전의 환경은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던 세상과는 한층 다릅니다.”


그러면서 손을 휘젖자, 먼지라도 날리듯 마나들이 흩날리는 것이 보였다. 실체화될 정도로 무거운 농도의 마나. 던전의 대표적인 특징중 하나이다.


“이렇게 던전의 마나는 층층이 쌓이고, 농축되어 던전내부를 흐릅니다. 밖에서 보셨죠? 거기서 뿜어져나오는 마나랑은 비교도 안될만큼 농도가 진합니다. 바유하자면 바깥의 폭풍은 세찬바람, 던전 내부는 강이나 바다··· 정도로 이해하시면 되겠네요.”

“···그래서 이렇게 몸이 무거웠던 거군, 마치 물속에 있는 것처럼 말이지······.”

“바로 그겁니다. 여러분은 지금 물속에 있습니다. 다만 주 성분이 마나일 뿐이죠.”



불현듯, 나는 휙- 하고 주변의 돌맹이를 주워 던졌다. 힘차게 날아가던 돌맹이는 곧 무엇인가에 부딪히기라도 하는지 흐물렁 거리더니, 맥없이 툭- 바닥에 떨어졌다.


“보시는 것 같이, 그냥 평범하게 돌을 던지면 바깥이랑은 다르게 금방 바닥에 떨어지죠? 마치 물에서 던진것처럼···. 즉, 던전에서는 투사체 무기를 활용하는데 제약이 있습니다.”


그러자 옆에서 내 이야길 듯고 있던 로라의 얼굴이 굳는다. 그녀의 주무장이 활과 화살인 만큼 당연한 일이다. 자신의 무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니까.


곧이어 나는 검을 뽑아 전방을 향해 휘둘렀다. 돌을 던질때와 마찬가지로 저항감과 함께 검이 힘없이 허공을 갈랐다.


“검도 똑같습니다. 물보단 나을 뿐이지, 우리 몸은 기본적으로 마나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해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운동능력이 저하됩니다.”

“···그럼 어떻게 하지? 나, 나는 검같은건 고기썰 때 말곤 써본적이 없는데······.”


로라가 불안하게 말해왔다. 바깥에서의 껄렁한듯 자신감 넘치던 태도는 어디갔는지 자신없는 태도로 단검을 만지작거렸다.


나는 그 질문에 대답하기에 앞서 나머지 파티원들을 훑어보았다. 로라보다는 덜하지만 역시나 불안한듯 얼굴을 굳히고 서있는 두명과, 신기한듯 주먹을 쥐었다 폈다하며 부산떨고 있는 포링족 한명.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두 가지 입니다. 첫 번째는 선천적으로 마나에 대한 재능, 혹은 체질을 타고나는 경우로··· 막스씨가 이에 해당합니다.”


그녀는 내 말은 안중에도 두지 않은채 아예 곳곳을 방방뛰어 다니기 시작했다. 몸 속에서 피어오르는 활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


분명 무레한 일이었지만, 저건 포링족의 특성 때문에 저러는 거라 뭐라 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지금 아마 난생처음 겪어보는 활기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거다.


“두 번째는 마나와 친해지는 겁니다. 마나와 함께 하면서 그것을 활용하는 법을 깨우치는 거죠. 대부분을 사람들은 이 두번째 방법을 사용해서 던전에 익숙해집니다. 마나를 활용해 검을 휘두르고, 활시위를 당기지요.”

“···마나를 활용하는 법? 이보게, 말이야 쉽지만 그걸 어떻게······.”

“잠시만요.”


나는 렌의 말을 끊으며 가방을 열어 탐색용 랜턴을 꺼냈다. 랜턴의 심지가 타오르고 방금 노려 보고있던 어둠속을 랜턴빛이 환하게 밝혔다.


“걱정하지 마세요. 마나랑 친해지는건 그리 어렵지 않거든요. 그냥 현실친구 사귀듯이 같이 뛰고 같이 지내다보면 저절로 알게됩니다. ···애초에 지상에서도 마나를 깨우치는 사람이 간간히 생겨나는데, 여기서라면 모를수가 없죠.”

“그··· 그러면 저도 곧 마나를 쓸 수 있는건가요?”

“글쎄요···. 활용하는건 좀 다르긴 한데, 그거야 본인이 얼마나 재능있냐에 따라 다르겠죠. 자, 잡설은 여기까지 하고, 슬슬 가볼까요?”


나는 랜턴을 허리깨 높이로 들어올렸다. 랜턴이 높아진 만큼, 빛은 더멀리 뻗어 어두컴컴한 던전 안을 자세히 내비쳤다.


허나, 빛은 딱 그 자신이 가진 광원의 한계까지만 손을 내뻗을 수 있었을 뿐, 그 너머로는 여전히 음산한 어둠이 도사리고 있었다. ···솔직히 애들이 본다면 밤잠꽤나 설칠만큼 삭막한 풍경이다.


“던전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초보자여러분. 충고하나 하겠습니다.”


그 순간 벽을 타고 비명인지 뭔지모를 소리가 울려퍼졌다. 마치 지저에서 사는 커다란 괴물의 울부짖음과도 같은 소리에 삼인방과 심지어 막스까지 몸이 바싹 굳는게 보인다.


“나대지 마세요.”


나는 빙그레 웃었다. 그 웃음과 대비되는, 음산한 괴성이 여전히 사방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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