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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adang 님의 서재입니다.

높은 장원의 군주 (Lord Of High Manor)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Takadang
작품등록일 :
2023.04.02 14:27
최근연재일 :
2024.05.1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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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3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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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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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8화 그랜드 토너먼트(7)

DUMMY

밝아지는 창고의 안. 탐욕스러운 얼굴이 횃불을 손에 들고 창고의 곳곳을 비춰가며 욕심의 갈증을 해소해 줄 만한 물건을 찾고 있었다.


피와 비의 냄새가 섞인 유쾌하지 않은 비릿한 냄새와 외투 속까지 스며오는 찝찝한 습기 따위는 잊을 정도로 다른 누군가의 재화를 빼앗을 때의 기대감과 쾌락에 저도 모르게 이를 드러내며 흉한 웃음을 짓는 얼굴들이 횃불 아래 보이며 창고의 구석에 있는 디베르테를 향해 점점 가까이 거리를 좁혀왔다.


횃불이 이리저리 급하게 흔들리고, 디베르테와 눈이 마주친 남자의 목소리가 창고 안 다른 동료들을 불러 모았다.


예상하지 못한 창고 안 구석에 앉아 있는 디베르테의 모습을 본 검은 그림자의 횃불이 디베르테를 향해 다가왔다.


푸른색 안광을 머금고 크게 뜬 디베르테의 눈이 자신을 향해 가까이 다가오는 낯선 그림자를 따라 움직였다.


기력이 쇠해 지쳐 있는 듯한 모습으로 창고의 벽에 기대어 가쁜 숨을 쉬고 있는 모습의 디베르테를 확인한 무리 중 한 명의 남자가 검을 뽑아 웃음 지으며 손에 쥔 검을 내리쳤다.


후두득. 끈적이는 핏덩이가 살점과 함께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찰그랑. 바닥에 떨어진 검의 소리와 함께 들리는 비명.


디베르테가 움직인다. 그가 그토록 소중한 보물처럼 여기며 품속에 늘 안고 있던 검이 그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횃불, 어둠 속에 녹아 들듯이 디베르테가 모습을 감추고······. 이내 비명이 들린다. 비에 젖은 외투와 함께 쓰러지는 질퍽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창고 안 곳곳에 내리는 빗소리와 섞여 울리는 공포에 질린 목소리가 들린다.


살을 가르고 물먹은 얇은 가죽 갑옷과 천옷을 가르는 소리가 들린 뒤, 피 웅덩이 위에 쓰러진 시체들을 내려다보는 푸른 안광이 어둠 속에 홀로 서 있었다.


다시 창고의 안엔 고요함 뿐이다. 더 이상 낯선 이의 비명도, 고통에 괴롭혀지는 신음도, 피를 머금은 기침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창고의 낡은 나무 지붕 위에 내리는 굵은 빗방울 소리, 그리고 그 지붕을 타고 내려오는 물줄기의 소리가 먹먹하게 들려왔다.


희미하게 들리는 여인의 웃음소리······.


디베르테의 입가에는 황홀함을 느끼는 미소가, 아름다운 연인을 보고 있는 듯한 애정 어린 눈으로 손에 쥔 검을 보고 있었다.


피로 얼룩진 외투, 살점과 지방이 엉겨 붙은 자신의 검에 볼을 가져다 대며 디베르테의 눈이 감긴다.


떨리는 입술, 손끝에 외투의 천을 잡아당겨 조심스럽게 검을 닦았다.


디베르테의 입에선 끝없이 같은 단어가 반복되어 나오고 있다. 누군가의 이름···.


레아벨라. 레아벨라···. 레아벨라······. 부르면 부를 수록 가슴이 저미는 사랑스러운 이름 레아벨라······.


굵은 빗발의 비가 멈추지 않고 세차게 내리는 어둑한 창고의 안에서···. 서로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연인이.


새로운 사랑이 태어났다.





<드래곤 플라이 · 타이거 비틀>



베스-디나스의 외곽 신시가지.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새 벽돌의 냄새와 나무의 향기가 아직은 어렴풋이 풍겨 오는 식당 안에 짙은 색 머리칼의 남자가 붉은 기가 도는 어두운 갈색 단풍나무 테이블 위에 팔을 올려 턱을 괴고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남자의 모습.


식당의 내부는 많은 사람의 목소리로 가득하다.


웃음소리, 음식이 담긴 접시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큰 소리로 들고 있는 요리를 주문한 손님을 찾는 여급의 목소리가 들린다.


턱을 괴고 있는 남자가 다가온 여급과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으며 음식을 주문 하는 듯하더니 생글 거리는 미소로 남자에게 인사를 건넨 여급이 식당의 주방 쪽으로 멀어져 가자 크게 하품을 한 남자가 그렁그렁한 눈물이 맺힌 눈으로 주위의 둘러본다.


주방에서 바로 조리되어 모락거리는 김을 피어올리는 요리.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기괴하게 보일 수도 있는 돼지머리가 담긴 접시와 붉은색의 포도주, 웃음소리와 함께 잔을 들어 올려 달콤한 벌꿀주를 들이키며 식당의 홀안을 넘치는 활기로 가득 채우는 손님들의 모습을 나긋한 입가의 미소를 띄우고 보고 있었다.


싫지 않은 기름 냄새와 식욕을 돋우는 빵 냄새가 주방에서 풍겨져 나오며 주린 배를 매만지고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손님들이 턱을 들고 목을 길게 빼며 요리가 담긴 접시를 손에 들고 홀을 지나 다니는 여급을 바라보고 있다.

커다란 방패를 의자 옆에 내려놓고 지친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아 크기가 큰 두 잔의 술을 주문한 육중한 덩치의 모험가.


그랜드 토너먼트의 일정에 맞춰 이제 막 베스-디나스에 도착한 한 무리의 방랑상인들이 모여 앉아 무거운 등짐을 메고 험한 길을 걸어온 다리와 어깨를 주무르며 있다.


홀로 앉아 있던 남자의 외모는 식당의 홀안에 그 어느 누구보다 주위의 이성을 끌어들이는 외모였다. 유려한 턱선과 매끈한 얼굴, 남자의 손이라고 보기 힘든 길고 예쁜 손. 홀의 구석에 남자의 자리가 있었음에도 곁눈질로 힐끗거리며 혹시나 자신과 눈이 마주치면 붉게 달아오른 볼을 가리고 자리를 피하는 여급들이 있을 정도였다.


잠시 후 고개를 숙인 식당의 여급이 왔다간 남자의 자리엔 붉은색의 포도주가 담긴 물푸레나무로 만든 술잔이 놓여져 있었다.


"제가 너무 늦었나요 드래곤 플라이 씨?"


홀 안을 가득 메운 시끌벅적한 소음을 뚫고 선명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드래곤 플라이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부른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음?"


"많이 늦은 건 아니죠?"


친근함의 인사로 드래곤 플라이의 어깨를 손등으로 치고 지나간 타이거 비틀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그래. 많이 늦진 않았다."


"음식은요?"


"내가 먹을 요리는 주문했지."


"예에? 제껀요? 제껀요오~?"


동그랗게 뜬 눈으로 삐죽 내민 입술과 함께 타이거 비틀이 말했다.


"뭘 좋아할지 어떻게 알고. 나도 주문한 지 얼마 안됐으니 너도 어서 빨리 주문해."


"네···. 그런데 드래곤 플라이 씨는 어떤 요리를 주문 하셨나요?"


"두 번 구운 보리빵, 염소의 간과 감자를 볶은 요리를 시켰지."


"헤에···. 염소의 간이라···. 나는 그럼."


잠시 주위 다른 손님들의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요리가 뭐가 있는지 살핀 뒤, 타이거 비틀이 자신을 향해 다가온 여급을 향해 미소로 맞이했다.


"주문하실래요?"



생글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여급이 말했다.


"귀리 포리지가 있나요? 그리고 멧돼지 고기 요리가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네. 치즈와 꿀 그리고 달걀이 들어간 귀리 포리지가 있어요. 그리고 루다이트식 멧돼지 허벅다리 요리가 있습니다."


"루다이트식? 코발트 군도의 요리 말인가요? 어떤 요리인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음···. 진하게 소금간을 한 멧돼지 고기와 헤이즐넛, 겨자씨, 다진 파, 위트 베리, 소렐, 그리고 오리가눔을 루다이트식 무쇠 컬드런에 넣어서 조리한 요리예요.


검지 손가락을 아랫입술에 가져다 대며 요리에 들어간 재료들을 떠올린 여급이 말했다.


"오? 꽤 자세히 알려주셨네요."


"저도 바쁠땐 주방에서 요리를 돕거든요."


"음···. 그럼 귀리 포리지와 방금 말한 루다이트식 멧돼지 고기 요리. 그리고 구운 사과 2개와 포도주를 부탁할게요."


"네~에. 금방 가져 오겠습니다."


"너무 많이 먹는 거 아니야?"


"에이~ 해가 지려면 멀었자나요. 일하는데 지장이 없다면 잔뜩 먹어둬야죠. 게다가 루다이트의 요리는 아주 예전에 책에서만 얼핏 본 기억만 있거든요. 직접 맛을 봐야죠."


"귀리 포리지를 주문하지 않았으면 됐잖아."


"그건···. 오늘은 꼭 먹어야 한다고 이곳에 오기 전부터 결심했거든요. 꿈에서 먹은 음식은 그날 꼭 먹는다. 그게 제 규칙이거든요."


"흠···."


"아! 책에서 본 루다이트의 요리에 대한 문구도 기억났어요."


"어떤 건데?"


"그게 그러니까···. '옛 루다이트의 왕의 컬드런은 30마리의 돼지가 들어갈 만큼 크고 화려한 장식과 세상의 모든 짐승이 조각된 모습이 이 세상 그 어떤 예술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였던가···. 그랬을 거예요."


"꽤 자세히 알고 있네."


"헤헤···. 기억력이 좋으니까요."


어깨를 으쓱거리며 타이거 비틀이 눈웃음을 지었다.


잠시 시간이 흐른 뒤. 두 사람의 테이블의 위에는 주문한 요리와 타이거 비틀이 뒤늦게 추가로 주문한 노릇하게 잘 구워진 빵이 놓여져 있었다.


"어때요? 그 염소 요리?"


"음? 맛있는데? 한 점 줄까?"


입안 가득 우물거리던 음식을 꿀꺽하고 삼킨 뒤 드래곤 플라이가 요리가 담긴 자기 접시를 타이거 비틀을 향해 밀며 말했다.


타이거 비틀이 가까이 다가온 접시를 향해 손에 쥔 포크를 사용해 작은 고기 조각 한 점을 집어다 입으로 가져갔다.


"읔! 역시나 간은 안 되겠어요. 이 비릿한 쇠맛 때문에 먹기가···. 이걸로 확실히 말할 수 있겠어요. 전 간을 싫어합니다."


"그래? 나는 그 맛이 좋아서 먹는 건데."


"그런가요?"


타이거 비틀이 찡그린 얼굴로 염소의 간을 씹어 비릿해진 입 안을 달콤한 맛이 나는 구운 사과 한입을 베어 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대화는 이어졌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도시 외곽의 식당인데도···. 손님들이 많네요."


"그런가? 그러고 보니 보통의 주점이나 식당 보다는 확실히 북적이는군."


"우리도 저기 보이는 병사들처럼 살아 갔더라면 어땠을까요?"


육즙을 가득 머금은 위트 베리를 가득 떠 먹은 뒤 멀리 보이는 식사 중인 병사들을 보며 타이거 비틀이 말했다.


"한 곳에 머물며 지루한 삶을 반복하다 죽어 갔겠지. 갑자기 그런 생각은 왜 하게 된 건데?"


"네? 아···. 그냥 궁금해지거든요···. '지금과 다른 삶의 나는 어떨까?'라는 생각이 나요."


"······."


"아. 그렇다고 지금의 일에 회의감이 들거나 뭐 그래서 그런 건 아니예요···. 하하···."


눈을 가늘게 뜨고 드래곤 플라이가 손에 들고 있던 포도주가 담긴 잔을 내려 놓자. 여전히 병사들을 보고 있던 타이거 비틀이 다시 드래곤 플라이를 향해 몸을 돌려 보며 다급히 말했다.


"조용히 식사하는 것보단 여흥 삼아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흠. 그런 거라면야···.병사로서의 삶···. 생활···."


"하핫. 어울려 주시는 건가요?"


"뭐. 일단은."


"감동이예요."


"별것도 아닌 걸로. 음···. 그럼···. 우리 둘 다 활 쏘는 재주는 없으니 그걸로 상관에게 잔소리는 좀 들었겠네."


콧등을 검지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드래곤 플라이가 말했다.


"흐으음···.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유능한 지휘관이라면 쏘기 쉬운 쇠뇌라도 우리를 위해 구해주지 않았으려나요? 실제로 이곳 베스-디나스에도 몇몇 병사는 활 대신 쇠뇌를 들고 있기도 했어요."


"활과 쇠뇌···. 그냥 취향이나 뭐 그런 거 차이 아니야?"


"쇠뇌 쪽이 훨씬 사용하기 쉬워요."


"그런가···."


"그렇다구요."


"그럼 창이나 검은 잘 썼을 테니, 관문을 지키는 병사가 되거나 산적이나 무법자, 강도나 도적을 잡으러 다녔겠지."


"헤헤···. 성벽이나 지키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데요."


"그래 봐야 한 곳에 뿌리내린 삶이잖냐. 금방 지루해질껄?"


"그랬으려나요···."


드래곤 플라이의 말대로 작은 마을이던 지금 앉아 있는 식당이 있는 베스-디나스와 같은 대도시건, 뿌리내린 삶을 상상하던 타이거 비틀의 표정이 조금씩 어두워졌다.


"아! 그럼 이건 어때요? 저기 저쪽의 사람들처럼 방랑상인으로 살아가는 건요? 답답하고 지루하게 한 곳에 머물지 않아도 되고. 대륙 어디던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는 삶은요!?"


근처 테이블에 앉아 있는 방랑상인들을 바라보며 새로운 삶을 생각해낸 타이거 비틀이 밝아진 표정으로 드래곤 플라이에게 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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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110화 그랜드 토너먼트(9) 24.03.30 26 3 12쪽
109 109화 그랜드 토너먼트(8) 24.03.23 27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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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106화 그랜드 토너먼트(5) 24.03.02 33 3 12쪽
105 105화 그랜드 토너먼트(4) 24.02.24 34 3 12쪽
104 104화 그랜드 토너먼트(3) 24.02.17 36 3 13쪽
103 103화 그랜드 토너먼트(2) 24.02.10 34 2 12쪽
102 102화 그랜드 토너먼트(1) 24.02.03 42 3 12쪽
101 101화 살린 오리드(3) 24.01.27 37 3 11쪽
100 100화 살린 오리드(2) +2 24.01.20 40 3 12쪽
99 99화 살린 오리드(1) 24.01.13 44 3 12쪽
98 98화 마브엔 관문 요새(2) 24.01.06 44 2 11쪽
97 97화 마브엔 관문 요새(1) 23.12.30 44 3 11쪽
96 96화 니아의 새로운 무기(3) 23.12.24 46 3 11쪽
95 95화 니아의 새로운 무기(2) 23.12.20 42 3 11쪽
94 94화 니아의 새로운 무기(1) 23.12.17 43 3 12쪽
93 93화 알투스 보어 사냥 의뢰(4) 23.12.13 42 3 11쪽
92 92화 알투스 보어 사냥 의뢰(3) 23.12.10 4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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