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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adang 님의 서재입니다.

높은 장원의 군주 (Lord Of High Manor)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Takadang
작품등록일 :
2023.04.02 14:27
최근연재일 :
2024.05.1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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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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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3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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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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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7화 마브엔 관문 요새(1)

DUMMY

듣기 좋은 콧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다그닥 소리 나는 말발굽이 땅을 딛는 소리에 맞춰 부르는 노래. 들썩이는 안장 위에서 길을 재촉함도 없고, 무엇인가에 쫓기듯 다급함도 없는 여유로움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어떠냐 레스카... 보통 때 보다는 짐이 무거운데, 괜찮으냐?"


레벤이 몸을 숙여 레스카에게 물었다. 짧게 푸르륵 소리로 대답한 레스카가 조금 더해진 짐의 무게 따위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듯이 더 빠르게 걸음을 움직였다.


부크레에서 부로가 마석을 팔아 벌어들인 이익은 상당했다. 다른 마석 상인들과 다르게 베스-디나스에서 동쪽의 험한 길을 더 가서 구불구불한 바위산 사이의 길을 지나 부쿠레까지 마석을 가져간 보람이 있었다. 부크레에 도착하기 전 부로는 짐마차를 몰며 지루한 시간을 달랠 겸 홀로 마석의 값을 깎으려는 상인의 말에 되받아칠 말들도 생각하고, 거래를 마친 뒤 손에 쥐게 될 금화와 은화의 개수를 예상해 보며 마차를 몰았다.


하지만 뜻밖의 행운이 부로에게 찾아왔다. 평소에 부크레로 마석을 가져오던 마석상인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아 도시 전체에 도는 마석의 양이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렌실로어의 근방의 다른 도시의 상인들도 넘치는 수요의 마석을 구하기 위해 부크레까지 왔지만, 그런 노력에도 필요한 마석을 구하지 못해 어찌할 바를 몰라 절박한 마음으로 도시로 들어오던 짐마차들을 살펴보며 '부디 이번에는 도시 안으로 마석을 실어 오는 마차이길'이라고 바라고 있던 차에 부로의 마차가 도시의 관문을 지나 부크레에 나타났던 것이다.


이후에 알아낸 부크레 뿐만이 아닌 렌실로어 전체에 마석이 부족해진 이유에는 의외로 큰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더 높은 가격으로 렌실로어의 남쪽에 디아트 백작령의 다라바이에서 대량으로 마석을 사들이고 있다는 소문에서 시작해 2배 3배까지 쳐준다는 소문이 퍼져, 모든 마석상인들이 소문을 믿고 남쪽으로 향해버린 탓에 렌실로어에 마석을 가져오는 상인이 없어졌던 것이었다.


부로의 입에서 미소가 떠나가질 않았다. 다라바이까지 가는 시간과 여비를 생각하면 부크레에서 파는 것이 훨씬 좋은 가격을 받은듯했다. 부르는 게 값이 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평소에는 찾지 않던 여신님에게 감사해하며 그 행운을 기쁜 마음으로 오랜 동료인 레벤과 기분 좋게 나눌 정도의 돈을 손에 쥐었다.


그렇게 예상외의 행운으로 레벤의 손에 들어온 금화. 가장 먼저 레벤이 돈을 사용한 곳은 지난 몇 년간 마상창 경기에 썼던 레스카의 마면갑이었다.


마상창 경기에서 부러진 랜스의 파편과 서로 부딪쳐 비껴간 랜스로부터 말을 보호하기 위한 마구에 가장 먼저 레벤의 돈이 쓰였다.


그동안 경기 때마다 꺼내 쓰던 레스카의 마면갑은 가죽과 작은 철조각을 섞어 만든 찰갑형태의 마구여서 무게는 가벼웠지만 철조각 사이의 틈으로 레스카의 털이 엉키기도 하고, 너무 오랜 시간을 써온 터라 낡고 헤져 항상 마음이 쓰였는대 이번에 생각보다 넉넉하게 들어온 수입으로 단단한 철판으로 만들어진 마면갑을 샀다.


그리고 하나 더 레벤이 사들인 건, 마상창 경기 전용의 왼쪽 어깨 갑옷 한 벌이었다. 마상창 경기에서 가장 많이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는 부위인 왼쪽 어깨와 왼쪽의 몸통 윗부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어깨갑옷을 부크레의 명성 높은 대장간에서 기존의 알란경의 갑옷에 덧대 착용할 수 있게 조정 작업을 걸친 뒤에 베스-디나스를 향해 길을 떠났다.


그리고 지금 서쪽으로 베스-디나스를 향해 나 있는 길 위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레벤의 어깨에는 새롭게 사들인 어깨 갑옷이 보인다.


상대의 창을 미끄러뜨려 내기 위해 플루팅 기법으로 넣은 방사선의 멋을 내고 잘 다듬어 놓은 표면은 햇빛을 반사해 내며 다른 오래된 갑옷들에 섞여 유독 그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그런 레벤의 새로운 어깨 갑옷을 만들어낸 렌실로어의 가장 큰 도시인 부크레는 철광이 풍부한 산에 둘러싸인 도시이다. 유수한 철의 산지로, 왕국 내에서도 유명한 만큼 렌실로어의 부크레에서 만들어내는 철의 질은 우수했다.


매년 세금의 일부를 제하는 대신 철주괴 500스톤(kg)을 내라는 명이 내려질 만큼의 유명세였다.


그런 부크레의 우수한 철을 써서 만든 갑옷과 마면갑의 성능을 발휘하러 길을 가고 있는 만큼 레벤의 기분은 한껏 들떠 있었다.


베스-디나스에 도착하기 전부터 마상창 경기용으로 사들인 어깨 갑옷을 입고 있는 것도 그 들뜬 마음의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장비에 몸의 움직임을 적응시키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비대칭의 갑옷이 주는 미세한 균형의 흐트러짐에 적응해야 한다. 그리고 그 균형의 흔들림은 두 다리를 지면을 딛고 섰을 때가 아닌 말 위에서의 흔들림, 경기 때라면 앞을 향해 질주하는 말 위에서의 흔들림이기에 조금이라도 더 그 감각을 자신의 몸과 자신을 태운 레스카에게 적응시키며 베스-디나스를 향해 레벤과 레스카가 길을 가고 있다.


"레스카. 어제 말린 노루고기와 함께 사들인 말린 포도인데, 한번 먹어봐라."


레벤의 목소리에 반응해 레스카가 고개를 옆으로 돌려 말린 포도 한 움큼을 쥐어 내민 레벤의 손을 향해 입을 벌렸다.


"어때? 부크레의 근방에서는 맛이 좋은 포도를 기르거든. 알은 작지만 아주 달고 향이 좋지."


-히히히히이-


레벤이 기분이 좋아 내는 레스카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미소 지었다. 그러고는 말안장에 달린 가방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건포도 한 움큼을 집어 내었다.


"렌실로어에서만 나는 포도라더니, 색이 독특하네···. 이름이 뭐였더라?"


손에든 분홍빛의 건포도를 보며 혼잣말을 한 뒤 다른 한 손으로 건포도 몇 개를 집어 입 안에 넣었다.


-푸르르륵-


"알았다. 너도 줄 테니 재촉하지 말거라~"


레벤이 손에 쥔 건포도 한웅큼을 레스카에게 준 뒤 말안장의 뒤로 기대었다. 왼쪽 어깨를 들썩이며 빙글빙글 돌려 아직은 어색한 갑옷에 적응하려 했다.


"어서 가자 레스카. 오늘은 마브엔 관문 요새까진 가야지."







마브엔 관문 요새. 베스-디나스와 부크레 사이 노르엔드 백작령인 렌실로어 지방의 가장 서쪽 외곽에 지어진 작은 요새이다.


렌실로어의 입구 역할을 하고 있는 이 요새는 예전 크루크트와의 전쟁 때 지어진 작은 요새로 당대에는 서쪽의 넓은 숲과 평야를 내려다보며 크루크트의 침공을 감시하는 중요한 거점이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 지금의 시대에 와서는 그저 높은 돌산 위를 지나는 길을 막고 서있는 오래된 돌을 쌓아 만든 관문일 뿐인 폐허로 변하기 직전의 요새였다.


버려진 요새. 문을 지키는 수비대 대신 까악 소리를 내며 요새의 벽 위에 앉아 있는 까마귀들이 지나는 사람들을 바삐 움직이는 갸웃거리는 고개로 바라보는 쓸쓸함과 황량함만이 느껴지는 마브엔 요새에 활기를 가져다준 이가 있었다.


리즈톤(Lizton) 남작. 리즈톤 가문의 작은 영주 리즈톤 남작이 렌실로어의 영주인 노르엔드 백작가로부터 마브엔 관문 요새의 소유권을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그 값을 지불하고, 요새의 관리를 아주 오랜 시간을 맡긴다는 명목하에 마브엔 관문 요새의 주인은 리즈톤 남작이 되었다.


리즈톤 남작은 수완이 좋은 남자였다. 갓 성인이 되자마자 가주의 역할을 해야 했던 그에게 가장 먼저 주어진 일은 렌실로어의 남쪽 구석 영민 100명 남짓한 작은 마을인 샬레(Chalais)를 다른 영지에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을 좋은 마을로 만드는 것이었다.


리즈톤 남작이 가장 먼저 마을의 중흥을 위해 꾀했던 건 식량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밀과 보리 그리고 영민들의 배를 채워줄 다른 작물들을 안정적으로 길러내기 위한 기술과 도구. 그리고 지력 회복의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법사의 영입이었다.


책 읽기를 즐겨하지 않던 리즈톤 남작이 인생 중 가장 긴 시간을 베스-디나스의 대도서관에서 책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새로운 도구, 새로운 농법을 샬레로 들여오는 것에도 망설임이 없었다. 영민들의 안정적인 삶, 행복 등 그런 거창한 이유에서 리즈톤 남작의 노력이 계속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아무런 걱정 없이 적당한 사치를 부려가며 평안하게 늙어가고 싶다는 남작의 아주 개인적인 소망을 담은 의지가, 아니면 작은 욕망이라고 할 수도 있는 그 계획의 실천이 가장 올바른 방법으로 행해졌기에 그에 따라 샬레의 영민들이 그런 남작의 계획에 포함되어 추운 날 곁불을 쬐듯 계획의 일부로서 그 혜택을 누린 것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시작과 과정이 어찌 되었든 몇 년 후 작은 마을인 샬레의 모습은 변해 있었다. 마을 주변은 작물들이 자라는 넓은 밭들로 변해 있었고, 거주하는 영민의 수도 늘어 수십 채의 집들이 지어져 있고, 마을의 외곽에는 큰 날개가 여덟 개인 풍차가 도는 제분소도 지어져 있었다.


그렇게 샬레는 주변의 그 어느 마을과 도시와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곳이 되었다. 하지만 리즈톤 남작이 열망하는 미래에 다다르려면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저 다른 마을에 비해 농사가 조금 더 잘되고 먹을 것이 넘쳐 겨울을 날 걱정 없이 사는 영민들이 사는 마을로는 부족하다'라고 리즈톤 남작은 생각했다.


'좀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영민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두려면 영지내의 영민들의 수가 더 늘어야 하고 영민의 수가 늘어 나려면 그들이 일할 곳이 있어야 한다. 밀과 보리를 기르거나 당근이나 순무를 기르는 밭을 늘리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리즈톤 남작이 생각해 낸 것이 멀지 않은 미래에 그에게 이빨가루 남작이란 이름을 가져다준 이유 중 하나인 샬레의 명산품 드래곤 민트의 재배였다.


샬레의 주변에는 야생동물이 많은 숲이나 산이 없다. 산이 없으니 광산을 개발하여 마석, 금, 은 하물며 석탄이 나길 기대할 수도 없다.


다른 인접 도시들의 사이나 대도시와 대도시 사이의 길목에 위치한 것도 아니라서 샬레라는 작은 마을이 발전하려면 넓은 평지에 있다는 그나마 유일한 장점을 살려 밭을 늘리고 또 그 밭에서 나는 작물의 양과 질을 올려 그것들을 파는 것이 리즈톤 남작이 선택한 샬레 중흥의 길이었다.


리즈톤 남작이 드래곤 민트의 재배를 시작하게 된 짧은 일화가 있다.


샬레에서 더 큰 돈을 벌어들일 수단을 생각해 내기 위해 샬레의 밭에서 기른 보리를 써서 만든 맥주가 유명한 주점의 2층 창가의 구석 자리에 앉아 아픈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며 정신적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을 때였다.


지력을 회복시켜 주는 멀리 숨은달 사원에서 모셔 온 마법사님과 열심히 일해주는 영민들 덕에 샬레에 넘쳐나는 농작물들을 활용할 생각에 드워프들의 증류기를 들여와 증류주를 만들까도 고민해 보고, 남아도는 농작물을 먹일 수 있는 소와 돼지···. 아니면 말을 키울까도 생각해 봤다.


하지만 리즈톤 남작의 마음을 움직이는, 확신을 가져다주는 새로운 생각과 생각이 연이어 피어나는 그런 완벽한 돈벌이 수단이 생각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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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108화 그랜드 토너먼트(7) 24.03.16 29 3 12쪽
107 107화 그랜드 토너먼트(6) 24.03.09 3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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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105화 그랜드 토너먼트(4) 24.02.24 34 3 12쪽
104 104화 그랜드 토너먼트(3) 24.02.17 36 3 13쪽
103 103화 그랜드 토너먼트(2) 24.02.10 35 2 12쪽
102 102화 그랜드 토너먼트(1) 24.02.03 42 3 12쪽
101 101화 살린 오리드(3) 24.01.27 37 3 11쪽
100 100화 살린 오리드(2) +2 24.01.20 41 3 12쪽
99 99화 살린 오리드(1) 24.01.13 45 3 12쪽
98 98화 마브엔 관문 요새(2) 24.01.06 45 2 11쪽
» 97화 마브엔 관문 요새(1) 23.12.30 4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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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95화 니아의 새로운 무기(2) 23.12.20 42 3 11쪽
94 94화 니아의 새로운 무기(1) 23.12.17 44 3 12쪽
93 93화 알투스 보어 사냥 의뢰(4) 23.12.13 43 3 11쪽
92 92화 알투스 보어 사냥 의뢰(3) 23.12.10 42 3 11쪽
91 91화 알투스 보어 사냥 의뢰(2) 23.12.06 47 3 12쪽
90 90화 알투스 보어 사냥 의뢰(1) 23.12.03 55 3 12쪽
89 89화 라타크 바나스 23.11.29 55 4 11쪽
88 88화 섀클 던 23.11.26 59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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