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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adang 님의 서재입니다.

높은 장원의 군주 (Lord Of High Manor)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Takadang
작품등록일 :
2023.04.02 14:27
최근연재일 :
2024.05.19 18:21
연재수 :
1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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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00
추천수 :
491
글자수 :
632,754

작성
23.12.13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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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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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93화 알투스 보어 사냥 의뢰(4)

DUMMY

"그런가요? 다행이네요. 제 옆에 계신 이 두 분이 오늘 그 고기를 가져오신 분들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쓸개와 간이 아주 잘 잘려있어 손질하기가 쉬웠습니다!"


두꺼운 쇠 투구 안에서 먹먹한 목소리가 그라벨과 니아에게 들렸다.


"윅슨! 준비해. 그라카를 이제 들여보낼 거야!"


또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우리의 안쪽에서 들렸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섞여 주위 모든 이들의 귀를 울리는 야수의 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울음소리가 멈추고 난 뒤, 짙은 갈색의 털과 깃털에 덮인 짐승의 모습이 보인다. 맹금류의 발톱을 닮은 큰 검은색의 발톱이 나 있는 앞발이 육중한 크기의 몸을 이끌고 걸음을 내딛는다.


앞발과는 달리 발톱을 숨긴 털에 덮인 크고 두꺼운 뒷발이 앞발의 뒤를 따라 모습을 보이며 우리 안으로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걸어들어왔다.


앞발과 뒷발의 생김새가 달라 위화감이 느껴지진 않았다. 오히려 땅을 박차고 달리기 위한 뒷발과 사냥감을 잡아 쥐고 찢어발기기 위한 역할이 나뉘어 있는 것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었다.


끝이 뾰족하고 선명한 색을 띠는 노란색 부리와 밝은 호박색의 홍채에 둘러싸인 진한 흑진주와도 같은 눈동자가 천천히 움직이며 철판 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윅슨과 그의 앞에 놓인 손수레 안에 담긴 고깃덩이를 노려보고 있다.


펼치지 않고 끝에는 흰 깃털이 섞인 접어놓은 그리폰의 날개가 앞발의 어깨 위에 있어 몸통을 일부를 가리고 있었다.


"펼치면 15큐빗(7.5m)은 될 정도로 아주 큰 날개를 가졌지요."


디라스가 우리의 가까이에 붙어 그리폰의 모습을 보고 있는 그라벨과 니아에게 말했다.


날짐승의 왕과 들짐승의 왕이 합쳐져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사자와 독수리가 그리폰의 모습을 빌려 세상에 존재하기 시작했다고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용맹함과 위엄이 동시에 그 모습에 벤, 모든 짐승의 제왕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그라카. 착하지···. 나야 나. 윅슨. 디라스 주인님이 너를 위해 이 멧돼지 고기를 구해주셨어~"


윅슨의 긴장한 목소리가 들리자, 술 모양으로 된 흑갈색의 털송이가 달린 것과 같은 긴 꼬리의 끝을 흔들며 크고 동그란 눈으로 고기가 담긴 손수레를 향해 그라카가 고개를 숙이며 다가갔다.


"옳지....옳지... 니가 좋아하는 알투스 보어의 고기야···. 간도 있어. 자, 자~"


윅슨이 손수레의 손잡이를 잡고 서서히 팔을 움직여 수레 안에 담긴 고깃덩이들을 바닥에 조금씩 쏟아 내었다.


처벅처벅 소리를 내며 피를 머금은 고깃덩이들이 바닥에 닿자, 가르랑거리는 소리를 내는 그리폰의 소리가 뒷걸음으로 그라카에게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윅슨을 더욱 긴장시켰다.


부디 저번처럼 고기에 머금은 피 냄새에 흥분해 날뛰지 않기를 속으로 여러 번 바라며 윅슨이 긴장감을 삼키려는 침 넘기는 소리가 자신이 입고 있는 갑옷 안으로 울려 다시 들릴 정도로 크게 들리는 침을 삼키고......


그라카가 자신을 위해 준비된 고기의 맛을 보기 위해 앞발을 내뻗어 고깃덩이를 움켜쥔 뒤 갈고리 같은 부리의 끝을 박아 목의 힘으로 끌어당겨 살점을 뜯어내 맛을 보았다.


"두분이 가져오신 고기가 그라카의 마음에 드나 보군요."


주위의 공기를 강하게 진동시키며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는 그라카의 모습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며 디라스가 말했다.


"오늘은 아주 예감이 좋아요, 오늘처럼 마음에 드는 고기를 먹여 배를 채우고 기분을 좋게 만들면, 아주 가끔은 암말을 잡아먹지 않게 되어 히포그리프의 알을 얻을 수 있지요."


"그래서 알투스 보어의 고기를 의뢰하신 거군요."


"예에. 그래도 아무리 그리폰의 깃털로 만든 값비싼 케이프와 귀부인들을 위한 깃털 장식을 만들어도, 매일 이렇게 먹일 수는 없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매일 이렇게 먹이고 싶지만요 호호홋. 히포그리프 알이 비싸게 팔리는 게 그나마 이렇게 가끔 먹일 수 있는 이유이려나요? 평소에 먹는 양이나 염소의 고깃값으로도 꽤 큰 돈이 들어가니까요."


"그렇겠군요."


우리 안의 그라카가 붉은색 피를 머금은 고기를 삼키는 모습을 보며 그라벨이 말했다.


"얼마나 비싼가르? 그리폰의 알."


탁자에 앉아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니아가 디라스에게 물었다.


"오허허허···. 정확한 값은 없고 때마다 다른데. 음...그리폰의 알은 드라슬라트 금화 2000개부터 시작해야 할 듯합니다.."


"우요...... 비싸다르."


"그렇지요. 키우기도 힘들고 길들이기는 그보다 더 어려우니까요. 저희 상회에서도 그리폰의 알보다는 히포그리프의 알을 사가시는 고객분들이 더 많습니다. 아까도 말한 것처럼 길들이기도 쉽고 크기도 보다 작으니까요."


"히포그리프 알은 그럼 얼만가르?"


"히포그리프는 700금화부터입니다. 알의 색에 따라 5000금화가 넘어가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히포그리프의 알 한 개를 얻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과 암말이 잡아먹히지 않을 행운까지 뒤따라야 손에 들어오는 것이니까요."


"미안하다르···. 돈이 부족 하다르."


니아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정말 살 생각으로 물어본 거였어!?) 니아......"


"오허허허. 괜찮습니다. 이미 부화한 어린 히포그리프 세 마리와 봄에 낳은 알도 주인이 정해져 있으니까요. 니아님이 사신다고 하셔도 저희 쪽에서 준비된 알이 없습니다. 니아님이 구입하시려면 일 년 정도는 기다리셔야 합니다. 아직 세상에 생겨나지 않은 알들도 주인이 정해져 있어서요."


디라스가 웃으며 니아를 위로했다.


"흠...그라카가 가져오신 고기를 아주 잘 먹는 걸 보니 오늘은 새로운 히포그리프의 알이 생겨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드는군요."


디라스가 우리 안의 그라카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


"디라스님. 실례가 안 된다면 지금 우리 안에 있는 그라카의 모습을 그릴 수 있을까요? 그리고 히포그리프 알의 그림이 있거나 직접 보고 그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라벨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디라스에게 말했다.


"오? 그림을 그리시는 건가요? 좋습니다. 얼마든지 그리셔도 됩니다. 히포그리프의 알도 직접 보고 그리셔도 됩니다. 단, 이곳으로 가져올 수는 없고 장소를 이동해야 합니다."


그라벨의 말에 디라스가 우리 안의 그라카에 사로잡혀있던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정밀하게 그리지 않는 밑그림일 뿐이니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그라벨이 디라스에게 감사의 뜻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말한 뒤 허리춤에 잉크병과 펜을 꺼내며 말했다.




그라벨이 이토록 이세계의 문물을 기록하려는데는 개인적인 그의 성향의 영향도 있겠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라벨의 공중 장원에는 파로스라는 이름의 동료가 있다. 나이가 많은 노인의 모습을 한 마법사이자 언령사인 이 NPC 동료는 오로지 자신보다 지식과 지혜가 뛰어난 주인을 섬긴다는 설정 때문에 당시의 그랜드 월드 온라인의 플레이어들이 영입을 시도했지만, 알고 있어야 하는 게임 내 로어(Lore)의 요구치가 워낙에 높은 탓에 대부분 사람은 동료로의 영입을 실패한 NPC이다.


그런 특수한 조건이 요구되는 NPC가 그라벨의 동료가 되었다. 이야기 듣기를 좋아하고, 읽기를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알아내는 것을 게임을 하는 기쁨 중 하나로 여겼던 그라벨은 그랜드 월드의 대부분의 로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파로스를 영입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영입 이후에 새로운 문제가 생겨났다. 파로스의 영입 조건인 게임 내 기본 로어의 80% 이상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채우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이 80%가 NPC의 친밀도 혹은 충성도라고 하는 수치의 최대치와 동일하다는 설정도 파로스라는 NPC의 설정이었다.


그랜드 월드 온라인 동료 NPC의 친밀도라는 건 플레이어와 얼마나 밀접한 사이인지를 나타내는 것이며 설정된 NPC와의 성향이 플레이어의 상호작용에 얼마나 만족하는지를 수치화한 것이다.


이 수치는 동료 NPC의 능력 개방과 그 동료 NPC의 전반적인 능력의 발현에 영향을 준다.


그렇기에 80%라는 친밀도는 그만큼 파로스의 NPC의 능력을 완전히 발휘하지 못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영입 이후 89%까지는 그 수치를 올렸지만 100%가 되기 전엔 함께 플레이 하지 않겠다는 그라벨의 알 수 없는 게임적 결벽 때문에 그라벨도 파로스라는 NPC가 가진 힘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진 않았다. 그렇지만 100%의 친밀도를 달성해야겠다는 열망은 이세계에 온 뒤에도 여전히 남아있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공중 장원에 돌아갈 때를 대비해 파로스에게 알려줄 이세계의 로어를 간단한 그림과 글로 기록하는 것이 그라벨에겐 하나의 습관이 되어있었던 것이었다.


물론 자신 역시도 지식의 축적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게 문서로 보관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도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생겨난 습관에 즐거움까지 느끼고 있었다.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 장소를 옮겨 히포그리프의 알이 보관되어 있는 작은 방에 그라벨은 앉아 있었다. 그리고 앉아있는 탁자의 위에는 디라스가 직접 가져온 은색의 큰 상자 안에 부드러운 천 조각들과 함께 들어있는 흰색, 회색, 밤색이 섞여 있는 무늬의 히포그리프 알이 있었다.


다시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난 뒤, 그라벨의 손에는 그라카의 모습과 디라스와 함께 이동한 장소에서 그려낸 히포그리프 알의 그림이 그려진 종이가 들려있었다.


히포그리프 알의 그림을 그리며 있을 때 그라벨의 옆에 디라스가 히포그리프의 알에 대해 한 가지 재밌는 지식을 알려주었었다.


히포그리프의 알은 태어나게될 히포그리프의 털색과 같은 색이 알의 겉면에 나타난다고 했다. 그렇기에 그 색과 무늬에 따라 가격이 모두 차이가 있고 서로 각각 다르다고 했다. 특히나 아무런 무늬가 없는 순백색의 알은 보통의 알보다 몇 배는 비싸다고 했다.


"알투스 보어의 고기가 필요할 때 따로 연락을 드려도 될까요? 물론 길드에 의뢰한 것보다 더 보상금을 드리고, 짐마차도 따로 보내겠습니다."


상대에겐 어려운 부탁일지도 모르는 말과 함께 한 손의 손등을 다른 손으로 비비며 그림을 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라벨에게 디라스가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네. 한동안은 구시가지 상점가 쪽의 티아바드 여관의 3층에 머물고 있을 예정이니, 언제든 의뢰를 해주세요."


"오오. 그래 주시는 건가요? 감사합니다. 이거 아주···. 안심이 되는군요. 든든합니다. 호허허허."


디라스가 그라벨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기쁜 마음을 표현하듯 그라벨의 손을 잡고 흔들며 말했다.


이후 디라스의 곁에 다가온 하인에게 손님이 찾아왔다는 말을 듣고 난 뒤, 디라스와 그의 의뢰를 수행한 모험가 둘은 저택의 밖으로 향했다.


조만간 또 만날 것을 약속하며 헤어졌다.


금화를 더 많이 모아 돌아오겠다는 니아의 말이 저택을 떠나는 둘을 따라나가 작별의 인사를 하는 디라스의 귀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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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108화 그랜드 토너먼트(7) 24.03.16 2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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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103화 그랜드 토너먼트(2) 24.02.10 3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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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100화 살린 오리드(2) +2 24.01.20 40 3 12쪽
99 99화 살린 오리드(1) 24.01.13 4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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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97화 마브엔 관문 요새(1) 23.12.30 44 3 11쪽
96 96화 니아의 새로운 무기(3) 23.12.24 46 3 11쪽
95 95화 니아의 새로운 무기(2) 23.12.20 42 3 11쪽
94 94화 니아의 새로운 무기(1) 23.12.17 43 3 12쪽
» 93화 알투스 보어 사냥 의뢰(4) 23.12.13 43 3 11쪽
92 92화 알투스 보어 사냥 의뢰(3) 23.12.10 42 3 11쪽
91 91화 알투스 보어 사냥 의뢰(2) 23.12.06 4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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