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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adang 님의 서재입니다.

높은 장원의 군주 (Lord Of High Manor)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Takadang
작품등록일 :
2023.04.02 14:27
최근연재일 :
2024.05.19 18:21
연재수 :
1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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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491
글자수 :
63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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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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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6화 그랜드 토너먼트(5)

DUMMY

"그럼, 여기 앉아 있는 우리 모두가 오늘 각자의 경기에서 이긴 거로군."


"예, 살린님. 말씀을 듣고 보니 그렇군요. 여기 니아는 이곳에 오기 전 익스타른에서 투기장의 투사였다고 합니다. 아마도 검에 있어서는 저보다 실력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하하하.."


"오오···. 그렇다면 다음번의 경기엔 레벤경의 경기보단 니아의 결투대회장으로 가봐야겠네."


살린이 원탁에 올려져 있던 작은 린넨재질의 작은 천 조각으로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이런, 살린님을 이곳 베스-디나스까지 안내한 길잡이 기사가 듣기엔 너무나도 서운한 말입니다. 하하."


"그렇지 않다네. 오히려 내가 레벤경을 신경 써주는 것이지. 결승전에서 만나게 될 상대가 응원을 핑계로 객석에 앉아 지켜본다면 제 실력을 못 낼 것 아닌가."


"흐음···. 그게 또 그렇게 되는 건가요?"


"그렇네, 길잡이 기사."


천연덕스럽게 미소 짓고 있는 살린을 향해 레벤이 턱을 매만지고 있던 손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고 보니 너무 마상창 경기에만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던 것 같군요. 니아가 결투대회에 참가하는 날도 잊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나도 레벤경의 그 말에 동의하네. 그래서 내일의 경기는 빠르게 승리한 뒤에 다른 그랜드 토너먼트의 경기들을 둘러볼 생각이야. 말했던 것처럼 니아의 경기가 궁금하기도 하고, 쇠뇌와 궁술 대회도 있다고 하니, 이곳저곳에 가봐야겠어."


"저도 여유가 생긴다면 살린님의 일정에 동행하고 싶군요."


레벤이 파엘랴 그릇 옆에 놓은 큰 스푼을 이용해 자신의 접시에 스푼 가득 담아진 파엘랴를 옮겨 담으며 말했다. 그리고 어느새 니아의 손에 들린 빈 접시가 나타나자, 그 접시 위에도 한 스푼 가득 떠주어 자신과 눈이 마주친 니아의 만족스러운 표정이 더해진 끄덕임을 받아 내었다.


"자네나 나나 내일의 경기가 있어 술은 자제해야 하니, 그게 조금 아쉽게 느껴지네. 이런 음식엔 좋은 술이 함께 있어야 좋은데 말이야."


"예. 황홀한 맛의 요리긴 합니다만. 입속에 담기는 이 맛을 돋우어줄 술을 같이 못 마신다는 건 조금 아쉽습니다."


"하하. 내일을 위해 이 아쉬움을 남겨두세 레벤경. 니아도 이해해 주겠나? 내일 마상창 경기에서 랜스를 바르게 들려면 몸속에 술의 기운이 머물고 있어서는 안 되거든."


살린과 레벤 두 사람이 아쉬움이 가득 보이는 손짓으로 왼손에 들린 물잔을 하염없이 매만지며 대화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상관 없다르. 술이 없어도 맛있다르."


술이 없어 아쉬워하는 두 사람과는 달리 여전히 바쁘게 두 손을 움직여가며 살린의 말에 대답한 니아가 크게 와앙 입을 벌려 입안 가득 파엘랴를 담아 넣고 우물거렸다.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부족한 음식이 있다면 얼마든 더 주문해도 되니, 맘껏 드시게."


"고맙다르. 배부르게 잘 먹겠다르."


바쁘게 움직이던 왼손의 포크와 오른손의 스푼을 내려놓고 잠시 멈춘 니아가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살린에게 보낸 뒤 원탁의 위에 다리를 전부 떼인 코발트 크랩의 몸통을 두 손으로 잡고 들어 자신의 앞으로 옮겼다.


코발트 크랩은 니아가 가져가고도 2마리가 더 남아 있었기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거대한 게의 몸통을 가져갈 수 있었다.


"그럼, 이 자리에 앉은 셋의 승리를 축하하며. 더욱 많은 승리를 서로에게!"


"결승에서 뵙겠습니다 살린님!"


"우오~!"


원탁 위로 레몬수가 담긴 세 개의 잔이 높이 올라갔다.








<별 외 편: 용을 쫓아온 개들>





어두컴컴한 이른 새벽의 거리. 서늘한 공기를 맞으며 움츠러든 목으로 길을 걷고 있는 드로코족 하나가 있다.


손에는 먹음직스럽게 윤이 나는 붉은색 사과 하나를 쥐고 낯선 거리의 모습을 보며 길을 걷고 있는 니아였다.


"움···. 춥다르."


손에든 사과를 크게 한입 베어 문 니아가 주위를 보며 싸늘한 바람이 외투 사이를 파고듦을 느꼈다.


니아의 입에서 나오는 하얀 입김이 해도 뜨지 않은 검은 어둠만이 내려앉은 호젓한 거리에 부는 바람의 차가움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지난밤. 미오프라에서 맛보았던 요리가 남긴 강렬한 맛의 기억이 니아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리곤 그 때문에 허기저하는 배를 달래기 위해 손에 쥔 사과를 베어 물었다.


또 다른 지난밤의 기억이 떠오른다. 더 큰 승리를 기약하며 헤어진 셋. 니아는 빵빵하게 속이 가득 찬 배와 함께 모험가 길드의 건물을 향해 걸었었다.


니아가 도착했을 때는 그리 밤늦은 시간이 아니어서 길드 건물의 내부에는 여전히 많은 수의 모험가가 자리하고 있었다.


식지 않은 모험의 열기를 서로에게 불어주며 오늘의 모험담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가득한 길드의 접수대 앞을 지나쳐 니아가 걸어가 걸음을 멈춘 곳은 길드의 의뢰 게시판 앞이었다.


의뢰 게시판에 붙은 수많은 의뢰들을 고개를 들어 훑어본 니아의 시선이 멈춘 곳은 오랜 시간 그 자리에 머물러있었음을 보여주는 너덜너덜한 의뢰서였다.


더욱 가까이 니아가 다가가 햇빛을 받아 바랜, 색이 누런 의뢰서를 게시판에서 떼어내어 그 위에 쓰인 내용을 읽어 보았다.



[ 베스-디나스의 서쪽. 라사르 습지에 있는 바실리스크의 퇴치 의뢰 ]


습지대의 물새 사냥과 갈대의 채집을 방해하고 있는 바실리스크의 퇴치를 요청하는 의뢰서에는 바실리스크의 그림도 그려져 있었다.


머리 부분에 왕관과 같은 무늬가 있는 모습의 거대한 뱀의 그림이었다.


두꺼운 몸통에 크게 벌린 입 속에는 수십 개의 휘어진 날카로운 이빨이 그려져 있었다. 그림 아래의 설명에는 '뱀들의 왕인 바실리스크의 숨결에는 지독한 독이 서려 있어 그 숨결만으로도 풀과 나무는 말라 죽고, 돌은 부서진다.'라는 문장이 쓰여져 있었다.


이후 바실리스크의 의뢰서를 들고 접수대로 향한 니아는 길드의 접수원에게 여러 차례의 경고와 주의를 들은 뒤, 접수원의 권유로 바실리스크의 독 숨결에 대응할 해독제 3개를 들고 길드 건물의 밖으로 나서서 티아바드 여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지금. 해가 뜨기도 전인 이른 시간에 바실리스크가 있다는 라사르 습지의 위치가 표시된 작은 지도를 손에 들고 알투스 보어의 사냥을 위해 자주 드나들던 베스-디나스의 서쪽 문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아침이나 되어야 열리는 큰문이 아니라 관문을 지키는 병사에게 신분을 확인하고 문을 여닫는 수고비 은화 몇 닢을 건네줘야 열리는 작은 문을 통해 베스-디나스의 서쪽 밖 브란디비안 숲으로 향했다.



"숲에서 더 서쪽으로 가야··· 라사르 습지···."


눈을 가늘게 찡그리고 떠 달빛 아래 비친 지도를 니아가 보고 있었다.


'내일 경기가 있으니, 그 전에 바실리스크를 잡고 다시 베스-디나스로 돌아와야 한다르.'


붉은색 선으로 베스-디나스와 라사르 습지를 이어 놓은 작은 지도를 다시 품속에 집어넣은 니아가 숲 쪽을 향하는 길을 따라 걸어갔다.


자욱한 새벽 안개가 피어있는 숲이었지만, 자주 드나든 이유로 너무나도 익숙한 길이었기에 낮게 깔려 숲을 덮고 있는 안개를 아무렇지도 않게 헤맴 없이 숲의 안쪽을 향해 니아가 걸어간다.


"우움···. 사과 두 개로는 모자르다르···."


꼬르륵 소리를 내는 자신의 배를 내려다보며 니아가 말했다. 그리곤 곧장 품속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찾듯 더듬은 뒤 붉은색과 검은색의 열매가 박혀있는 말린 고기와 동물의 지방을 섞어 만든 보존식을 꺼내 입 속에 넣고 우물거렸다.


향신료를 섞어 만들었기 때문에 고기와 지방의 누린내는 나지 않았고, 말린고기를 빻은 뒤 지방으로 뭉치고 그 사이사이에 새콤한 버찌과 열매를 넣어 만든 보존식의 맛은 어제의 고급 식당에서 먹었던 요리들의 맛과는 비교하기 어려웠지만 그 나름의 풍미와 맛이 니아의 허기진 배를 만족스럽게 달래주었다.



니아가 숲속을 걷고 있다. 하늘에 뜬 달과 별의 빛이 닿지 않는 곳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검은 그림자들이 바람에 따라 아주 조금씩 모습을 비틀어 보이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니아가 어둑한 숲속의 길에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을 때였다.


"우요··· 이 시간에 모닥불···."


니아의 눈에 멀리 숲속의 나무들의 가지가 가려 어렴풋이 보이는 한곳에 밝게 빛나는 주황빛의 모닥불이 보였다.


`이런 이른 시간에 숲속에 누굴까?`라는 호기심이 니아의 걸음을 모닥불을 향해 이끌었다.


사라락 거리는 소리를 크게 내어 성큼 거리는 걸음으로 수풀을 헤치며 니아가 걸었다. 혹시라도 모닥불의 주인이 갑작스럽게 모습을 보이면 놀랄까 해서 더욱 크게 걸음을 딛고 무성히 우거져 있는 수풀의 옆으로 지나갔다.


"안녕하냐르!"


니아가 손을 들어 인사하며 모닥불을 쬐고 있던 남자에게 인사했다.


"어서와라. 니아 칼라곤."


회색의 늑대가죽 망토를 두른 남자가 고개를 들어 모닥불의 빛을 튕겨내는 금니를 보이며 니아에게 인사했다.


어깨까지 길러 내려온 머리칼은 너무 제멋대로 뻗어내는걸 막기 위해 몇뭉치의 머리는 금으로 만든 고리에 통과시켜 묶어 놓았고, 얼굴과 목에는 깊은 흉터가 있는 외모의 남자였다.


"옷? 나를 알고 있냐르? 어디서 봤더라···르···."


낯선 남자의 입에서 나온 자신의 이름을 들은 니아가 남자의 모습을 고개를 돌려 유심히 살펴보며 되물었다.


"알고는 있지만, 본건 오늘이 처음이지!"


남자가 모닥불을 쬐며 나무에 기대어 세워놓은 양날 도끼를 집어 들고 일어나며 말했다.


남자의 앞에 서있던 니아가 고개를 크게 들어 올려 봐야 할 정도로 남자의 몸은 거대했다. 그리고 불룩하게 나온 배를 가진 비대한 덩치에 어울리는 굵은 팔과 다리를 움직여 한 손으로는 자루가 두꺼운 양날 도끼를 고쳐 쥐고 니아를 향해 금빛 송곳니를 보이며 더욱 크게 미소 지었다.


"파하하! 무슨 소리인지 헷갈려하는 것 같구나! 붉은 드로코족 니아!"


"그렇다르···."


미간을 찡그린 니아가 남자의 말에 답했다.


"설명하긴 귀찮다! 이걸로 답을 대신하지!"


남자는 말끝에 힘을 실어 소리친 뒤 손에든 도끼를 머리 위로 높이 들어 올려 니아를 향해 내리쳤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내리친 도끼가 땅위에 떨어지고, 도끼를 내리치며 분 바람에 모닥불의 불꽃이 휘청이며 남자의 공격을 피해 뒤로 뛰어 물러난 니아를 향해 휘어졌다.


"무슨 짓이냐르!"


어느새 빼든 하프 스피어를 손에든 니아가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


"재빠르군. 하긴 드로코족 놈들이야 다들 재빠르긴 하지···. 좀 더 빨리 이놈을 휘둘러야겠어! 흐랏차!"


육중한 몸을 움직여 니아에게 다가간 남자가 다시 한번 도끼를 크게 휘둘렀다.


"왜 날 공격하는 건가르 뚱땡이 인간!"


모닥불에서 멀어져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모습을 보인 니아가 남자에게 소리쳤다.


"이런, 어차피 금방 죽을 몸이라 이름도 안 알려줬군. 이대로 계속 안 알려주면 요리조리 도망치며 시끄럽게 컁컁댈거 같은데···. 어쩐다."


"저희가 처리할까요 하줄님?"


잠시 도끼를 세워두고 턱을 매만지며 고민하던 남자에게 나무 위의 어둠 속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물었다.


"아니다. 내가 직접 해야지. 너희들은 이 드로코놈이 도시 쪽으로 도망치지만 못하게 하면 돼!"


목을 돌려 우드득 소리를 내며 어깨를 돌려 몸을 푼 하줄이 다시 어둠 속 니아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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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111화 그랜드 토너먼트(10) +2 24.04.07 31 3 12쪽
110 110화 그랜드 토너먼트(9) 24.03.30 26 3 12쪽
109 109화 그랜드 토너먼트(8) 24.03.23 27 3 13쪽
108 108화 그랜드 토너먼트(7) 24.03.16 28 3 12쪽
107 107화 그랜드 토너먼트(6) 24.03.09 32 3 11쪽
» 106화 그랜드 토너먼트(5) 24.03.02 33 3 12쪽
105 105화 그랜드 토너먼트(4) 24.02.24 34 3 12쪽
104 104화 그랜드 토너먼트(3) 24.02.17 36 3 13쪽
103 103화 그랜드 토너먼트(2) 24.02.10 34 2 12쪽
102 102화 그랜드 토너먼트(1) 24.02.03 41 3 12쪽
101 101화 살린 오리드(3) 24.01.27 37 3 11쪽
100 100화 살린 오리드(2) +2 24.01.20 40 3 12쪽
99 99화 살린 오리드(1) 24.01.13 44 3 12쪽
98 98화 마브엔 관문 요새(2) 24.01.06 44 2 11쪽
97 97화 마브엔 관문 요새(1) 23.12.30 44 3 11쪽
96 96화 니아의 새로운 무기(3) 23.12.24 46 3 11쪽
95 95화 니아의 새로운 무기(2) 23.12.20 42 3 11쪽
94 94화 니아의 새로운 무기(1) 23.12.17 43 3 12쪽
93 93화 알투스 보어 사냥 의뢰(4) 23.12.13 42 3 11쪽
92 92화 알투스 보어 사냥 의뢰(3) 23.12.10 42 3 11쪽
91 91화 알투스 보어 사냥 의뢰(2) 23.12.06 46 3 12쪽
90 90화 알투스 보어 사냥 의뢰(1) 23.12.03 55 3 12쪽
89 89화 라타크 바나스 23.11.29 54 4 11쪽
88 88화 섀클 던 23.11.26 58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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