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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adang 님의 서재입니다.

높은 장원의 군주 (Lord Of High Man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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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adang
작품등록일 :
2023.04.02 14:27
최근연재일 :
2024.05.19 18:21
연재수 :
1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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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04
추천수 :
491
글자수 :
63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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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7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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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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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4화 니아의 새로운 무기(1)

DUMMY

베스-디나스의 구시가지 상점가. 훈제된 돼지의 넓적다리가 걸려있는 상점들과 빵 굽는 냄새가 코에 스며오는 빵집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식료품의 거리에서부터, 값비싼 외투를 걸친 귀부인들이 거리를 지나며 유리창 안의 보석을 세공한 장신구들을 작게 뜬 눈과 미소를 띠고 바라보는 귀금속의 거리. 가죽 냄새가 풍겨오는 마구와 가방의 거리.


상점가의 거리 중 가장 넓은 거리는 아니지만, 언제나 거리엔 다양한 복장을 갖춘 모험가들의 발걸음으로 채워지는 곳이 있다. 무구점 거리. 가격을 흥정하려는 모험가와 가게 주인의 목소리가 들리고, 두 손에는 자신의 상품인 두 자루의 검을 서로 부딪치며 손님을 끌어 모으려는 방랑 무구상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거리와 상점의 앞엔 모험가 길드의 의뢰, 어느 상인의 부탁, 늙은 농장주의 의뢰를 해결해 오며 모아둔 금화와 은화가 섞인 주머니를 품 안에 넣고 두근거리는 마음,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새로운 무구들을 바라보는 모험가들이 즐비하다.


타르단(Tardan)의 무구점. 거리의 여러 무구점 중에 베스-디나스의 거리에 자리한 지 그리 오래된 가게는 아니다.


주인인 타르단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작은 짐마차에 자신의 상품을 실어 도시와 마을, 도시와 도시, 마을과 마을 사이를 오가며 검과 도끼, 투구와 하프 플레이트 아머, 건틀릿과 암가드등 다양한 무기와 방어구를 팔던 방랑 무구상이었다.


타르단은 오랜 시간을 떠돌며 장사를 했다. 함께 수많은 도시를 다니며 장사를 하던 오랜 동료인 그의 짐말의 수명이 다할 때쯤이 되서야 도시에 정착해 가게 하나를 얻을 만한 돈이 모였다.


그렇게 떨리는 손으로 가게의 소유를 인정하는 증서를 받아 연 것이 지금의 가게인 타르단의 무구점이다.


지붕이 있는 새로운 가게. 더는 비를 맞으며 길을 가지 않아도 되고, 졸린 눈으로 마차를 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다. 하지만 기쁨을 누릴 시간이 너무나도 짧게 느껴질 정도로 자신의 가게가 가진 치명적인 단점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가게의 구조, 거리를 향한 가게의 입구가 있는 가로의 폭은 좁고, 입구 안의 내부는 세로로 긴 구조가 문제였다. 너무 좋은 가격에 눈이 멀어 증서를 손에 들고 가게 안을 둘러보고 나서야 그런 단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거리를 지나는 잠재적 손님들이 걸어가며 타르단의 무구점 앞을 지나칠 때, 눈길이 닿는 곳은 좁아 보이는 가게의 입구와 그 옆에 난 작은 창문 안에 보이는 가게 내부의 모습.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그나마 보일 수 있는 것이 그 작은 창안으로 볼 수 있는 몇 자루의 검과 수백 번을 기름을 묻힌 천 조각으로 비벼서 광을 낸 투구가 다였다.


주변을 둘러보면서 걸어도 불과 열 걸음도 안 되는 안되는 짧은 시간 안에 손님의 걸음을 돌려 무구점의 안으로 끌어들이기엔 타르단이 기예를 발휘해 창문 안에 전시해 둔 무구들의 매력이 충분치 못했다.


그래도 드나드는 손님이 전혀 없는 건 아니어서, 새로운 검을 만들 철을 사거나 해가 진 뒤 무구점의 문을 닫고 단골 주점의 구석에 자리 잡고 앉아 따듯한 요리와 맛 좋은 술을 먹을 만큼의 수입은 생겼다. 그리고 가끔 찾아오는 낯익은 얼굴들도 늘어나고, 그럭저럭 살아가는 데 불만이 쌓이지 않는 생활이 이어져갔다.


"크하아아암.... 추워지는구만."


하품하던 입을 다물고 눈 끝에 고인 눈물이 열린 창문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 닿아 차가워짐을 느낀 타르단이 창 쪽을 바라보며 홀로 말했다.


휑하게 비어있는 무구점의 안을 바라보자, 얼마 전 베스-디나스 동쪽 끝의 등대 앞 팔리아(Falia)섬에서 배를 건조할 때 필요한 부품을 만들어줄 대장장이를 구하고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쩝···. 아침 일찍 일어나야겠지? 조선소로 향하는 배를 타려면......"


베스-디나스의 동쪽 끝에 있는 항구의 앞, 좁은 바스(Bass)해협의 건너에 있는 섬에 지어진 조선소로 가려면 몇 시간마다 한 번씩 있는 그곳으로 향하는 작은 배를 타야 한다. 그리고 조선소의 일은 해가 뜨기도 전에 시작하는 날이 많으니 해가 뜨기도 전인 어두컴컴한 새벽에 일어나 배를 타야 한다고 얼마 전 주점에 앉아 있는 누군가가 말했던 기억을 타르단이 떠올렸다.


"후우... 젠장. 정말 가야 하나. 얼마 전 롱소드를 사간 그 모험가 친구가 날을 갈러 오거나, 고장 난 갑옷을 수리하러 오면 어쩌지? 꽤나 무리해서 사 가는 것 같았는데... 그 롱소드 가격을 좀 깎아줄걸 그랬나···."


의자의 다리 두 개를 들어 올리며 벽에 기대며 타르단이 얼마 전 자신에게 검을 구입해간 젊은 모험가 손님의 모습을 떠올렸다.


"에이, 쯧. 남 걱정 할 때가 아니지. 누가 누굴 걱정해 주는 거야."


혀를 한번 차며 들어 올렸던 의자의 다리를 제자리로 돌려 바닥을 찍어 쾅 소리를 냄과 함께 그대로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청소라도 한번 해야지!"


허리춤에 헝겊조각과 양가죽 조각을 들고 무구점의 안쪽으로 타르단이 향한다.


검과 도끼, 그리고 철제 둔기들을 세워둔 진열장에 쌓인 먼지들을 닦아내고, 녹이 슬지 않게 양가죽 조각의 안쪽 면을 이용해 닦아주면 미래의 주인을 만나기 위한 준비는 끝난다.


"제법 잘 만들었는데 말이지... 드워프들의 물건보다 훨 낫구만... 크흐흐흐."


몇 날 며칠을 두들겨 모양을 잡고 만들어낸 갑옷들과 투구들을 바라보며 타르단이 웃음 지었다.


'이놈들 중에 한두 놈이 팔려야 철을 좀 사들일 수 있을텐데..."


크게 벌름거리며 넓힌 타르단의 콧구멍에서 긴 한숨이 뿜어져 나왔다. 가늘게 뜬 눈으로 혹시라도 녹이 슬어 있거나 먼지가 닦이지 않은 무구들이 있나 유심히 살펴보았다.


얼마 후면 열릴 그랜드 토너먼트. 새로운 무기와 갑옷을 찾는 손님들이 떼 지어 몰려오는 시기가 코앞이다. 대회의 출전을 위해 새로운 장비를 찾기도 하고, 승리에 취해 화려한 갑옷을 사고, 패배의 원인을 무기에 핑계 삼아 새로운 무기를 찾는 손님들이 넘쳐나는 시기가 다가온다.


그런 대목을 앞둔 타르단의 얼굴엔 기쁨과는 거리가 먼 수심이 가득해 보였다.


-투둑투둑. 툭. 툭-


불길한 소리가 타르단의 귀에 들려온다. 풀냄새 같기도, 흙냄새 같기도 한 비의 냄새가 난다. 빗방울이 땅바닥에 떨어지며 사방으로 더 작은 물방울이 되어 비의 향기를 퍼트린다.


"아···. 이런. 비까지 오는거냐..."


타르단이 탄식하며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거리의 모습을 보았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줄기들이 많아진다. 빗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오고, 비를 피해 거리 곳곳으로 흩어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창가에 기대어 서서 씁쓸한 표정으로 타르단이 지켜보고 있다.


"비가 내리면···. 주점들은 장사가 잘되겠네···. 우리 같은 무구점에 비를 피해 들리는 손님이나 오려..."


-덜컹···. 쾅-


"이것 좀 고쳐 달라르!"


"(엉? 진짜로 손님이 왔네?) 어서 오십셔! 타드단의 무구점에 어서 오세요~."


산뜻해진 표정과 한층 높이가 올라간 밝은 목소리로 손님을 맞이하는 타르단이 몸을 돌려 창 옆의 문 쪽을 향해 몸을 돌리며 말했다.


"이거. 이것 좀 빨리 고쳐 달라르!"


몇 걸음 안 되는 좁은 거리를 무구점의 나무 바닥이 울릴 정도로 힘차고 빠르게 걸어온 붉은색 비늘을 젖은 후드를 대충 벗어내며 보인 드로코족이 말했다.


"오우우~. 급하신 일인가 보군요. 어디···. 무얼 고쳐 달라고 하신건지..."


드로코족이 달려와 탁자 위에 올려놓은 낡은 천에 싸인 물건을 보기 위해 몇 걸음 걸으며 타르단이 말했다.


그러면서도 작은 드로코족을 뒤따라 들어온 검은색 머리의 여인에게 잠시 시선을 빼앗겼다.


입술과 턱선 외엔 보이지 않았지만, 긴 팔과 다리의 모습. 그리고 걷는 모습의 차분함이 묘하게 타르단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드로코족과는 달리 빗방울이 스민 후드는 상관없다는 듯이 벗어내지 않고 무구점 안으로 들어온 여인은 앞서 들어온 드로코족의 뒤를 따라 걷는 걸음의 방향으로 보아, 드로코족의 일행이라고 생각했다.


"음? 이건 창날 아닙니까? 대는 부러뜨리셨군요......"


"그렇다르. 얼마 전에 산거다르."


"예에? 얼마 전이요? 10년은 쓰신 것 같은데요? 그것도 아주 험하게 말이지요..."


낡은 천을 걷어내자, 타르단의 눈에 보인 건 보통의 창보다 날이 넓은 창의 날이었다. 끝은 부러지고 양날 중 한쪽은 이가 빠지다 못해 한 면의 날이 거의 없어졌었고, 창날의 아래 창대는 당연하게도 그 끝의 아주 작은 일부를 남기고 부러져 나가 있었다.


"정말이다르! 어제까지는 잘 쓰고 있었다르."


크게 뜬 눈으로 자신의 말엔 거짓이 없다는 표정으로 타르단을 바라보는 드로코족의 표정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으음···. 그럼, 이 보어 스피어가 이리된 것이, 손님께서 오늘 무엇인가를 하다 이렇게 된 것이라는 건데. 이 보어 스피어로 무얼 하셨습니까?"


창날을 들어 올려 날 곳곳에 간 금을 보며 타르단이 물었다.


"나우...나우다우 소라게를 잡다가..."


머뭇거리며 말하는 드로코족이 답답했는지 무구점 안을 걸어 다니며 진열되어 있는 검들을 살펴보던 여인이 타르단 쪽을 향해 몸을 돌려 다가왔다.


"나우이안 푸른 소라게(Nauian blue hermit crab)였습니다."


"그렇다르. 나우이안 푸른 소라게를 잡다가 그렇게 됬다르."


짧은 한숨을 내쉰 뒤 여인이 드로코족을 대신해서 소라게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이? 무슨 소라게를 잡으셨길래 창을 이리 만드나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 소라게인데···. 크기가 큰가 보죠?"


고개를 갸웃하며 처음 들어보는 소라게의 이름에 여러 가지 상상들이 타르단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둘의 복장으로 보아 모험가인듯해서, 평범한 소라게를 사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소라게의 크기를 물었던 것이었다.


"크다르. 여기 이리스 스승님보다 훨씬 큰 파란색 소라게다르."


"역시 그렇군요. 에이~ 그럼 그런 크기의 소라게를 창으로 공격하시면 안 되죠. 제가 마물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그런 크기의 소라게라면 분명 그 껍질도 철광석을 품은 바위처럼 단단했을 겁니다."


제 형태에서 한참을 멀리 벗어난 창날의 사연을 들은 타르단이 입꼬리를 올리며 드로코족에게 말했다.


"우음... 그래도 17마리까지는 괜찮았다르..."


"예? 어떻게···. 그런."


타르단은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다시 한번 탁자에 내려 놓은 창날을 살펴보았다.


"으음···."

(평범한 철인데? 큰 흠도 없고, 그렇다고 뛰어난 점도 없는...) 의문이었다. 적어도 타르단이 알고 있는 상식선 안의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 푸른 소라게라는 생물의 껍질이 무른 건가? 그래서 17마리까지는 창날이 어찌저찌 버텨오다가 18마리째가 된 순간 창대가 부러지며 덤으로 날까지 부러진 건가? 너무 많은 의문이 타르단에게 생겨났다.


"(아니면 이 드로코족 손님의 날랜 움직임으로 겉껍질을 피해 소라게의 몸만을 노려서 잘 공격해 가다가 실수로···?) 뭐 사연이야 어찌 되었든 제 궁금증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손님의 창날 이야기를 하자면, 이 창날은 수리를 하기보단, 그나마 남아있는 부분을 녹여서 새로 만드는 게 낫겠습니다."


"이잌! 그런 건가르."


"예에. 근데 또 이 창날을 만드는데 쓰인 철이 그리 좋은 것도 아니어서요. 그리고 창대도 새로 구해서 끼워 넣어야하니..."


"차라리 새로운 창을 사는 게 낫겠다는 뜻이군요."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리스가 타르단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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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4화 니아의 새로운 무기(1) 23.12.17 4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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