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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adang 님의 서재입니다.

높은 장원의 군주 (Lord Of High Manor)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Takadang
작품등록일 :
2023.04.02 14:27
최근연재일 :
2024.05.19 18:21
연재수 :
1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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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94
추천수 :
491
글자수 :
632,754

작성
24.02.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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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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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02화 그랜드 토너먼트(1)

DUMMY

<방랑 기사>


그랜드 토너먼트. 강력한 무(武)를 숭상하고 명예를 중시하는 기사들이 모여 서로의 실력을, 그들이 높이 받들고 소중히 여기는 무를 겨루는 축제의 이름이다.


무와 명예 외에도 기사들이 지켜야 할 규범은 많다. 약자를 존중하고 지켜야 하고 자비로움을 가져야 하고, 모든 이에게 아낌없이 베풂을 행해야 하며, 불공정함과 비열함, 기만을 경멸해야 한다.


그 외에도 기사로서 살아가는 이들이 지켜야 할 것은 많지만, 그랜드 토너먼트라는 축제의 장에 모인 모든 기사가 어김없이 가슴에 품은 문구는 '대등한 입장에서의 도전을 거절하지 말라.'이다.



베스-디나스의 서북쪽 구석의 넓은 장소. 멀리 북쪽에는 하얀 거품을 일으키는 파도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오는 곳에 3채의 마상창 경기장이 있다.


폭이 좁고 길이가 긴 형태의 마상창 경기만을 위해 만들어진 3개의 경기장은 서쪽의 경기장에는 농업과 재생의 신 페아랄다(Fearalda)에게 바치며 지어졌고, 중앙에는 번영의 여신 아웬(Awen)에게 그리고 동쪽의 경기장은 거래와 황금의 신 글로르(Glorre)를 위해 지어졌다.


"와아아아아!"


서쪽의 경기장. 짙은 녹색으로 경기장 안쪽을 칠해 놓은 경기장 내에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관객들의 함성이 들려온다.


경기장 한편에서 눈에 확 띄는 밝고 화려한 색의 옷을 입은 경기의 진행자가 크게 소리치며 서로를 상대하게 될 두 기사의 등장을 알리고, 경기의 진행을 돕는 동료들이 경기장 중앙의 가름 벽(Tilt wall)의 끝에 서로에게 랜스를 겨눌 기사의 문장이 그려진 깃발을 세우는 것을 확인하며 관객들의 소리에 질세라 더욱 크게 손에 들고 있는 작은 마도구 상자를 입 가까이에 가져다 대며 소리친다.


"지금! 여기! 봐~아로 이곳! 베스-디나스의 경기장! 페아랄다님에게 바치는 이 신성한 기사들의 전당에서 맞붙을 두 명의 기사를 소개합니다!"


진행자의 목소리가 경기장 곳곳에서 크게 들려왔다.


"오~! 저기 기사님이 보인다!"


경기장의 구석 자리 한켠에 앉아있던 리브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옆자리에 있는 케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상대는 누구야?"


"어? 그게 아마···. 코더 타운 쪽에서 온 기사라고 들었어."


"아~ 거기? 숲에 둘러싸여 있다는 마을 아냐? 아버지가 예전에 그 마을로 이주할까 고민하던 걸 들어본 것 같아."


경기장 전체에 쩌렁하게 울리는 목소리로 진행자가 레벤의 이름을 말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 같이 갔던 식당에서도 코더 타운에서 만든 훈연 소시지를 쓴다고 했잖아."


"어? 그랬던가?"


리브가 턱을 긁적이며 케인에게 되물었다. 그리고 경기장 내에는 레벤과 마주할 상대 기사의 이름이 들려오며 곧게 뻗은 팔로 수사슴의 문장이 그려진 방패를 들고 있는 기사를 가리키고 있는 진행자의 모습이 보였다.


"아, 그래. 코더 타운의 둘라드(Dullard)라고 했지."


진행자가 목을 한번 가다듬은 뒤 크게 소리친 둘라드라는 이름을 들은 케인이 리브에게 말했다.


"와···. 그런데 저 둘라드라는 기사의 말···. 크기가 상당한데? 레스카보다 2배는 커 보여."


목을 길게 빼 경기장 안쪽을 보는 두 사람의 눈에 보인 건 거대한 말의 모습이었다. 흰색과 녹색의 천으로 몸을 가리고 두꺼운 마면갑을 하고 있는 전투마의 모습이 보였다. 마면갑을 쓰고 있었지만, 검은색의 갈기를 휘날리며 제 주인인 둘라드를 태우고 경기장의 구석에서 작은 원을 그리며 돌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저 둘라드라는 기사···. 예전에도 본 적이 있는 거 같아. 작년 아니면 재작년에 있었던 마상창 경기였는데···."


흐릿한 기억을 선명하게 기억해내려 눈과 눈 사이를 찌푸리며 리브가 말했다.


"돈이라도 걸었었어?"


"안 걸었는데···. 아! 그래! 생각났다. 저 둘라드라는 기사, 상당한 실력자야! 강자라고."


"어? 확실해? 저 수사슴 문장의 기사가 맞는 거지? 근방의 귀족들이나 기사들이 즐겨 쓰는 문장이잖아. 헷갈린 거 아니고?"


케인이 미심쩍은 눈으로 리브를 바라보며 말했다.


"확실해. 상인길드에서 베스-디나스 근처의 기사들을 모아 연 작은 대회였다는 것도 기억났어. 그때 여러 기사를 이기고 우승한 게 바로 저 둘라드야."


"몇 번이나 이기고 우승한 건데?"


"다섯 번. 다섯 번이나 상대하는 기사의 랜스가 말라 비틀어진 나뭇가지로 바위를 쑤시듯 맥없이 부러졌어. 저 둘라드라는 기사가 꿈쩍도 하지 않았다니까."


"마상창 경기에서 원래 창은 자주 부러지는 거 아니었어?"


"아니 그런 것과는 다른 모습으로 부러졌다니까."


리브가 곧게 편 검지 손가락으로 주먹 쥔 다른 손을 여러 번 쿡쿡 찌르는 동작을 보이며 여전히 의심이 남아있는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케인에게 말했다.


"흐으음···. 레벤님이 설마 첫 경기부터 져버리고 탈락하는 건 아니겠지?"


"위험할지도···."


"그렇다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소리쳐서 응원하는 것 외엔 없잖아."


"그렇지!"


"레벤님~! 이기십쇼! 리브가 왔습니다! 케인도 왔어요!"


자리에서 일어난 두 사람이 손을 크게 흔들며 경기장 안의 레벤을 향해 소리쳤다.


"오~오! 리브, 케인! 와주었는가!"


관객석의 한곳을 향해 레스카와 함께 몸을 돌려 절그럭 소리를 내는 왼팔을 흔들며 레벤이 리브와 케인에게 인사했다.


오른손에는 마상창 경기용인 속이 비어있는 긴 풀푸레나무 랜스를 들고 있는 채였다. 멀리 관객석에 자신을 응원해 주기 위해 찾아온 리브와 케인을 보며 굳어져 있던 표정을 풀어내 미소까지 머금고 있었지만, 멀리 경기장의 반대편 육중한 거구의 기사를 볼 때는 다시 날카로워진 눈빛으로 경기가 시작되기 전 자신의 창끝이 향하게 될 대상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4큐빗(2m)은 되어 보이는 자로군···."


멀리 보이는 판금 갑옷에 싸인 거대한 체구의 둘라드를 보며 레벤이 말했다. 거의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갈색의 커페러슨(Caparison: 말의 전신을 덮는 말의 의복)에 수 놓인 밝은 노란색의 수사슴 문양을 보이고 말의 고삐를 당겨 이리저리 몰아 흙먼지를 일으켜가며 주위의 관객들이 보내는 환호에 둘라드가 호응하고 있었다.


전쟁의 함성과 같은 거친 숨이 섞인 괴성을 내지르는 둘라드와 지금 당장이라도 제 주인을 태운 채로 레벤을 향해 달려가고 싶어 안달이 난 말이 신경질적으로 땅을 딛어대는 소리가 레벤에게 들려왔다.


"첫 경기부터 힘든 상대가 될 듯하구나 레스카. 하지만 힘들더라도 저 큰 랜스들을 가져가는 게 우리여야 해!"


마상창 경기의 규칙 중 하나인 승자에게 패자의 랜스를 가져갈 권리가 생기는 것에 대해 말한 것이었다.


보통은 세 번의 격돌 안에 승부가 나기 그 때문에 세 자루의 랜스를 가지고 경기에 참가하게 되지만 마나를 흐트러트리는 라이히 장식과 속을 비워 만드는 마상창 경기용 랜스는 높은 확률로 상대와의 격돌 시에 부러지게 된다. 그런 이유에서 경기에서 패한 기사는 승자를 향한 찬사와 함께 자신의 랜스를 넘겨주어 패자로서도 관대함을 베풀 수 있음을 관객들에게 보이는 것이 마상창 경기에서의 관습이었다.


-자, 그럼 이제 시작하겠습니다아~아~!-


경기장 내에 울리는 쩌렁거리는 경기 진행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두 기사에게 준비를 알리는 나팔과 북의 짧은 합주가 경기장에 퍼져나갔다.


"그럼 잘 부탁한다."


레벤이 투구의 바이저를 내리며 몸을 앞으로 숙여 레스카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경기장의 한가운데 큰 깃발을 손에 들고 들어온 두 사람이 깃발을 내려놓고 경기장 끝의 두 기사의 시선을 막았다. 그리곤 손에 들린 마도구를 향해 소리 지르고 있는 진행자와 눈을 마주치며 손에 쥔 깃발의 장대를 더욱 세게 고쳐 쥐고 있었다.


-페아랄다님에게 두 명예로운 기사의 투지가 전해지길 바랍니다!-


진행자의 목소리가 경기장 곳곳에 있는 마도구를 통해 들려왔다. 관객들의 함성이, 두 갑옷 입은 기사의 격돌을 기대하는 목소리의 응원이 담긴 외침이 경기장 내에 들려왔다.


경기장 중앙에 내려가 있던 깃발이 하늘을 향해 올라가고, 경기장 안의 모든 소리를 집어삼키는 큰 목소리가 모두에게 들려온다.


"가자! 레스카!"


순간,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관객석에서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평소 때와는 다른 레벤의 목소리였다. 마음속 투쟁심을 끌어올린 레벤의 외침에 멀리 경기장의 반대편에서 앞으로 내달릴 준비를 하던 둘라드의 말이 움찔거리며 놀라 조금 늦게 달려 나갈 정도로 레벤의 목소리에는 강한 힘이 실려 있었다.


관객석에 앉은 리브와 케인마저도 보통 때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를 들려주는 레벤의 모습에 놀라 크게 떠진 눈으로 말없이 서로를 바라볼 정도로 승리를 갈망하는 레벤의 투지는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우워어어!"


뒤늦게 둘라드가 소리치며 두 다리로 자신의 말을 재촉하듯 찼다.


두 마리의 말이 두두둑 소리를 빠르게 반복하여 내며 앞으로 달려 나간다. 환호하는 관객들의 소리가 점점 레벤의 귀에는 작게 들린다.


작아지는 환호와 응원의 외침소리 만큼 두근거리는 심장이 뛰는 소리가 점점 커져 마치 작은 북을 귓가에서 두드리는 것만 같았다.


'두 번의 기회는 없어. 이번 한 번에 둘라드를 말에서 떨어뜨린다!'


마음속에서 외치는 각오의 다짐과 함께 오른손에 쥐고 있는 랜스에 다시 한번 힘이 들어갔다. 눈앞에는 투구의 작은 틈 사이로 보이는 둘라드의 모습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말이 너무 큰 거 아닌가, 둘라드경.'


둘라드가 타고 있는 거대한 전투마의 위에서 격하게 위아래로 들썩이며 다가오는 모습을 미간을 찌푸려 더욱 눈을 가늘게 떠 바라봤다.


투구 안의 좁은 시야로도 균형이 조금씩 어긋나 들썩거리는 둘라드의 움직임이 보였다. 육중한 둘라드의 몸과 그가 걸친 두터운 판금 갑옷, 그리고 날아드는 랜스를 좀 더 효과적으로 막아내거나 흘려내기 위해 오목하게 휘어진 금속의 방패까지.


전신을 금속으로 감싼 거구의 기사를 태우려면 그만큼 큰 말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게 필요에 의해 생겨난 결과로 거대한 전투마의 위에 오른 둘라드가 자신의 태우고 달리고 있는 말의 머리 위로 랜스를 가로질러 레벤의 향해 겨누며 다가오고 있었다.


비록 조금씩 들썩거리긴 했지만 4큐빗(2m)에 가까운 키에 1500스톤(kg)이 넘는 이 거대한 말 위에서 얻는 이점은 매우 컸다. 상대보다 높은 위치에서 랜스를 겨눌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상대는 자신을 노리려면 높이 랜스를 겨눠야 한다.


"후우우욱."


길게 내뱉은 레벤의 숨에 투구 속의 공기가 뜨겁게 데워진다. 두 뺨에 느껴지는 습기. 경기장을 가로지르는 틸트 벽의 건너 둘라드를 향해 랜스의 끝을 겨눴다.


다리에 힘을 주고 왼손에 든 방패로 몸을 가리며 점점 상대를 향해 다가간다. 땅을 박차며 달리고 있는 레스카의 네다리가 자신의 다리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입고 있는 갑옷이 자신의 피부처럼 느껴지고, 둘라드를 향해 겨눈 랜스는 길게 늘어난 팔, 그 끝의 뭉툭한 라이히 금속 장식은 곧게 편 손가락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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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111화 그랜드 토너먼트(10) +2 24.04.07 31 3 12쪽
110 110화 그랜드 토너먼트(9) 24.03.30 26 3 12쪽
109 109화 그랜드 토너먼트(8) 24.03.23 27 3 13쪽
108 108화 그랜드 토너먼트(7) 24.03.16 28 3 12쪽
107 107화 그랜드 토너먼트(6) 24.03.09 32 3 11쪽
106 106화 그랜드 토너먼트(5) 24.03.02 33 3 12쪽
105 105화 그랜드 토너먼트(4) 24.02.24 34 3 12쪽
104 104화 그랜드 토너먼트(3) 24.02.17 36 3 13쪽
103 103화 그랜드 토너먼트(2) 24.02.10 34 2 12쪽
» 102화 그랜드 토너먼트(1) 24.02.03 42 3 12쪽
101 101화 살린 오리드(3) 24.01.27 37 3 11쪽
100 100화 살린 오리드(2) +2 24.01.20 40 3 12쪽
99 99화 살린 오리드(1) 24.01.13 44 3 12쪽
98 98화 마브엔 관문 요새(2) 24.01.06 44 2 11쪽
97 97화 마브엔 관문 요새(1) 23.12.30 44 3 11쪽
96 96화 니아의 새로운 무기(3) 23.12.24 46 3 11쪽
95 95화 니아의 새로운 무기(2) 23.12.20 42 3 11쪽
94 94화 니아의 새로운 무기(1) 23.12.17 43 3 12쪽
93 93화 알투스 보어 사냥 의뢰(4) 23.12.13 42 3 11쪽
92 92화 알투스 보어 사냥 의뢰(3) 23.12.10 42 3 11쪽
91 91화 알투스 보어 사냥 의뢰(2) 23.12.06 46 3 12쪽
90 90화 알투스 보어 사냥 의뢰(1) 23.12.03 5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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