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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adang 님의 서재입니다.

높은 장원의 군주 (Lord Of High Manor)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Takadang
작품등록일 :
2023.04.02 14:27
최근연재일 :
2024.05.1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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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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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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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8화 마브엔 관문 요새(2)

DUMMY

그렇게 리즈톤 남작이 서너 잔의 맥주와 기름기 가득 도는 파이를 먹으며 멍하니 주점 밖의 골목에 시선을 두고 있을 때였다.


골목을 뛰노는 작은 아이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중 한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듯한 여인이 다가와서 아이에게 작은 막대 한 개를 쥐여 주는 걸 보았다.


그러자 막대를 건내 받은 아이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익숙한 일상인 듯 여러 갈래로 잘 다듬은 나무 막대의 끝을 입에 넣어 자신의 이에 비비고 문지르며 이를 닦고 있었다.


순간,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리즈톤 남작의 머리 위로 수십 가지의 생각이 지나쳐갔다.


대륙 내 몇몇 종족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종족들은 이를 닦는다. 검게 썩은 이빨이 가져다주는 고통은 종족과 신분의 고하, 나이 듦과 젊음을 가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리즈톤 남작 역시도 품 안에 가지고 다니는 작은 은제 이쑤시개를 이용해 매번 식사를 하고 난 뒤 이빨 사이에 낀 고기 조각을 빼내는 데 사용한다. 그리고 남작의 저택의 정원에는 이를 닦기 위해 쓰는 세이지가 자라나고 있다.


남작은 매일 아침과 저녁 베스-디나스의 떠돌이 잡화상에게서 사들인 치분, 혹은 치약이라고 불리는 이를 닦을 때 쓰는 가루를 정원에서 딴 세이지의 잎 위에 올려 검지와 중지로 세이지 잎과 그 위에 올린 가루를 받쳐 들고 조심스럽게 입가로 가져가 이와 잇몸의 표면에 비벼서 닦는다.


어느 날인가 치약을 주기적으로 남작의 저택으로 가져오는 잡화상에게 물어 가루에 쓰는 재료가 무엇인지 들었었다. 그때는 자신이 직접 치약을 만들게 될지는 몰랐지만, 남작은 그날따라 호기심이 생겨 잡화상에게 캐물었던 과거의 자신에게 감사해하며 흐린 기억을 또렷하게 그려내려 했다.


말린 정향과 계피, 로즈마리의 가루와 굴 껍데기를 곱게 갈아서 섞은 다음 밝힐 수 없는 열매의 씨앗을 갈아 넣어 완성한다고 떠돌이 잡화상이 남작에게 말했던 것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그렇게 샬레에서 대륙의 누구나가 쓸 수 있고 쓰길 원하는 치약을 만들어 내기 위한 남작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리즈톤 남작이 향한 곳은 베스-디나스의 대도서관이었다. 그곳에서 절반의 시간은 대륙의 여러 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치약 가루의 조합법에 대해 조사하고, 그 외의 시간은 직접 베스-디나스 내의 향료상과 향신료상 그리고 잡화상점에서 사들인 소량의 재료들을 모아 직접 만든 치약 가루로 자신의 이와 잇몸에 실험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단순히 향이 좋고 맛이 역하지 않으며 입속의 남은 음식물이 가져다주는 불쾌함(물론 이빨 사이에 낀 음식의 여운을 즐기는 자도 있긴 하겠지만...)을 없애줄 조합이어서는 안 됐다.


샬레에서 생산이 가능한 생산물의 조합이어야 했고, 대륙의 그 어떤 치약보다 더 잘 팔리는 훌륭한 물건을 만들어야 했기에 그 과정이 더 고달팠다.


계절이 몇 번 바뀐 후, 리즈톤 남작은 작은 나무 상자가 가득 실린 짐마차의 앞에 서 있었다. 짐마차에 실려있는 작은 나무상자. 불을 뿜듯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리즈톤 남작의 초상이 부조로 새겨진 작은 상자. 샬레의 숨결이라는 문구가 적힌, 한 손에 쥐어질 정도로 작은 상자 속에는 샬레의 여러 사람과 남작의 노력이 결실을 보아 그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리즈톤 남작이 이 작은 상자 속의 치약을 만들어내기 위해 샬레로 돌아와 시작한 일은 영민들과 함께 치약 가루의 조합에 쓰일 여러 작물의 재배였다.


그 작물 중 가장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샬레의 숨결을 만들어내는 데 가장 중요한 작물인 드래곤 민트의 재배였다.


드래곤 민트. 작은 이파리 하나를 입에 머금으면 평범한 맹물도 겨울 설산의 얼음과 같은 시원한 청량감과 막힌 코가 뻥 뚫리는 기분 좋은 화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맛과 향의 식물이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숙취를 이겨내기 위해 드래곤 민트의 잎을 넣어 끓인 차를 마신다는 사실에서 착안하여 조합법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향과 맛을 내는 주재료로 샬레의 숨결 조합법에 쓰인다.


이 식물은 추운 겨울도 잘 지나 보내고, 병충해에도 강하여 성장과 잎의 수확량에도 문제가 없지만 치명적인 두 가지 단점이 존재하여 대량의 재배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까다로운 식물이다.


첫 번째로는 대륙 그 어떤 작물보다 지력의 소모가 커서, 지력 회복의 마법 외의 방법으로는 매년 키워내기 힘든 작물이라는 것. 그리고 두 번째로는 드래곤 민트의 재배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습지에서 드물게 발견되어 자라나는 식물인 만큼 자연에서 자라나던 작물을 대량으로 길러내려면 상상을 초월하는 양의 물이 필요했다.


그런 두 가지의 문제 중 두 번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밭을 지면보다 아래로 파내어 물을 채워 넣어 물과 흙이 공존하는 형태의 드래곤 민트만을 위한 특수한 밭을 만들어야 했다.


지력의 부족함은 원래부터 샬레에 있던 마법사들과 추가로 두 명의 마법사를 샬레에 데려오는 것으로 해결했고, 드래곤 민트의 밭에 지속해서 필요한 대량의 물은 샬레의 많은 보리와 밀밭에 물을 공급해 주던 수원인 거대한 호수가 있어 밭의 형태가 고안된 이상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샬레의 숨결을 만드는데 두 번째로 많이 들어가는 재료인 오리의 알 껍질 가루. 샬레는 바닷가에 가깝게 위치한 마을이 아니라 내륙안쪽에 위치한 마을이었기 때문에 굴 껍데기를 구하는 데는 힘이 들었기 때문에 그의 대체제로 오리의 알 껍질이 쓰였다.


베스-디나스의 치약에는 곱게 빻은 굴 껍데기 가루가 들어가듯, 샬레의 숨결에도 곱게 간 오리의 알 껍질 가루가 들어간다.


오리의 먹이는 원래부터 샬레에 넘쳐나던 곡물들이 있었기에 수백 마리의 오리를 길러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오리의 알 껍질을 작은 바람에도 흩날릴 정도로 곱게 갈아내는 데에는 샬레의 풍차에서 일하는 제분업자들의 도움이 컸다. 알 껍질을 갈아내는 풍차까지 새롭게 지어서 치약에 들어갈 알 껍질 가루의 생산이 시작되었다. 이후 다른 여러 향료의 재배도 시작되어 본격적으로 샬레의 숨결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리즈톤 남작이 만들어낸 샬레의 숨결의 인기는 물건을 만들어낸 남작조차 놀라게 할 정도로 엄청났다.


입안의 텁텁함을 씻어내 주는 강력한 상쾌함과 이빨의 표면을 매끈하게 닦아내 주는 놀라운 치약의 효능. 샬레의 숨결의 명성은 짧은 시간에 왕국내 전체로 퍼져나가 샬레라는 마을 전체가 치약 가루의 생산에 매달리고 다섯 대의 풍차가 더 지어져 끊임없이 치약의 재료인 오리의 알 껍질을 빻아내 가루로 만들고 샬레의 외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드래곤 민트의 향이 섞여 눈이 메워질 정도로 밭을 늘려도, 늘어나는 수요를 다 채워내지 못할 정도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리즈톤 남작은 부족함 없는 부유함을 손에 넣었다. 꽤나 관대한 비율로 샬레의 숨결의 판매에서 들어오는 돈을 생산에 관여한 영민들과 나눴음에도 남작이 기거하던 작은 저택은 거대한 성이 되어 있었고, 샬레라는 작은 마을은 더 이상 왕국 외곽의 작은 남작령의 마을이 아닌 커다란 도시의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이후 원하던 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의 넘치는 금화를 손에 넣은 이빨가루 남작, 리즈톤 남작의 뛰어난 수완가의 팔은 샬레가 아닌 마브엔 관문 요새로 뻗어졌다. 만족을 모르는 끝없는 욕심과 같은 탐욕이 아니었다. 무엇인가···. 다른 것이 남작의 마음을 다 채워주지 못하였다.


예전과는 달리 돈을 벌어 편안하고 쾌적한 생활을 위해 쓰겠다는 남작의 의지는 그 본질이 바뀌어, 쓰기 위해 버는 즐거움보다는 버는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아마도 마음속 채워지지 않은 무엇인가를 찾는 중간의 과정에서 생겨난 결과물 중 하나인 듯했다.


그저 좀 더 많은 금화와 은화를 버는 방법을 고심하고, 그 고심하여 만들어낸 생각을 실현하여 이 세상에 현현 시키는 것이 리즈톤 남작이 삶의 낙을 찾는 방법이었다.


마브엔 관문 요새를 500년간 긴 시간을 노르엔드 가문으로부터 빌린 리즈톤 남작은 요새의 대대적인 개수와 보수에 막대한 금화를 썼다.


무너졌던 벽이 다시 세워지고, 삐걱거리며 겨우 제 형태를 유지하고 있던 가구들이 새로운 가구로, 그렇게 금화를 먹이로 받아먹은 폐허는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다만 그 금화의 쓰임은 다시 예전의 군사 요새로 마브엔 관문 요새를 되돌리기 위함이 아니라 렌실로어의 입구인 마브엔 관문 요새의 주변엔 상인이나 여행자가 쉬었다 갈 수 있는 작은 마을이 없다는 것을 알고, 관문 주점이라는 이름을 목표로 요새의 여러 건물과 그 안의 방들을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새롭게 태어난 마브엔 관문 주점. 이제는 렌실로어의 여러 도시로 향하는 수많은 사람이 험한 산길과 숲길을 걷느라 지친 다리를 쉬어가고, 말을 타느라 아픈 엉덩이와 허벅지를 쉬게 하는 곳으로 바뀌어 있었다.


여러 사람의 입소문으로 퍼진 마브엔 관문 주점의 안쪽 밝게 밝혀진 넓은 방에는 늘어선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 샬레에서 길러낸 보리로 만든 맛 좋은 맥주를 마시며 하루의 피로를 잊어내고 기분 좋은 하루의 마무리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군마들이 있던 예전의 마구간에는 마차를 끄는 말과 여행자를 태우고 먼 길을 여행한 말들이 쉬고 있고, 관문을 지키던 병사들이 몸을 뉘었던 방은 주점의 손님들이 머무는 객실로 바뀌어 있었다.


창과 방패 투구와 갑옷 그리고 나무통에 가지런히 세워져 보관되어 있는 화살들이 있던 쇳내로 가득했던 창고는 향긋한 치즈와 말린고기, 그리고 양파와 각종 향신료의 향기로 가득한 식료품을 보관하는 창고로 변해 있다.


그렇게 이빨가루 남작의 두 번째 돈벌이 계획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곳. 이 마브엔 관문 주점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예전 요새의 관문 수비대 대장의 방에는 창문을 통해 주점을 향해 오는 수많은 사람과 주점의 마구간에 세워진 여러 대의 마차를 내려다보며 흐뭇함을 넘어서 황홀함에 빠진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리즈톤 남작의 모습이 보인다.


"흠. 오늘은 유독 기사들이 손님으로 들르는군. 베스-디나스의 그랜드 토너먼트에 참가하는 기사인가?"


이제 막 관문을 통과해 들어오는 독특한 어깨 갑옷을 한 기사인 레벤과 레스카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뒤 방의 안쪽을 향해 몸을 돌린 남작이 향한 곳에는 커다란 나무 책상 위에 종이 두루마리와 여러 권의 책들이 놓여있다.


"그나저나 아까 그 기사는 분명 예전에··· 보았던 낯익은 얼굴이었는데 말이지. 뭐, 때가 되면 누군지 떠오르겠지. 그럼 다시 계획을 검토해 볼까?"


손을 방의 천장을 향해 길게 뻗고 팔을 편 뒤 남작이 다시 펜을 집어 들어 종이 위에 무엇인가를 바쁘게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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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108화 그랜드 토너먼트(7) 24.03.16 29 3 12쪽
107 107화 그랜드 토너먼트(6) 24.03.09 32 3 11쪽
106 106화 그랜드 토너먼트(5) 24.03.02 3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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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103화 그랜드 토너먼트(2) 24.02.10 34 2 12쪽
102 102화 그랜드 토너먼트(1) 24.02.03 4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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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100화 살린 오리드(2) +2 24.01.20 40 3 12쪽
99 99화 살린 오리드(1) 24.01.13 45 3 12쪽
» 98화 마브엔 관문 요새(2) 24.01.06 45 2 11쪽
97 97화 마브엔 관문 요새(1) 23.12.30 44 3 11쪽
96 96화 니아의 새로운 무기(3) 23.12.24 46 3 11쪽
95 95화 니아의 새로운 무기(2) 23.12.20 42 3 11쪽
94 94화 니아의 새로운 무기(1) 23.12.17 43 3 12쪽
93 93화 알투스 보어 사냥 의뢰(4) 23.12.13 43 3 11쪽
92 92화 알투스 보어 사냥 의뢰(3) 23.12.10 42 3 11쪽
91 91화 알투스 보어 사냥 의뢰(2) 23.12.06 46 3 12쪽
90 90화 알투스 보어 사냥 의뢰(1) 23.12.03 5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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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8화 섀클 던 23.11.26 58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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