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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adang 님의 서재입니다.

높은 장원의 군주 (Lord Of High Manor)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Takadang
작품등록일 :
2023.04.02 14:27
최근연재일 :
2024.05.19 18:21
연재수 :
1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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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06
추천수 :
491
글자수 :
632,754

작성
24.01.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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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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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00화 살린 오리드(2)

DUMMY

"감사합니다. 말 한마디의 대가로 너무 큰 선물을 주셔서···. 어떻게 해야 할지 난처합니다. 하하···."


"그리 비싼 향신료는 아니니 곤란해하지 않아도 되네. 여행하며 오늘처럼 그리슐라가 사냥해 오는 메추라기나 토끼 같은 고기에 어울릴듯해서 여분으로 넉넉히 가지고 있는 걸 건넨 것이니까."


"그러면 감사히 쓰겠습니다."


주머니를 받아 든 뒤 레벤이 자리에서 일어나 레스카의 옆에 내려놓은 안장의 가방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이걸 자작님에게 드리고 싶군요."


"토너먼트에서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이라면 좋겠네만."


"그보다 더 좋은 것입니다."


다시 레벤이 화톳불가에 돌아왔을 땐 병의 몸을 감싸고 있는 섬유를 꼬아 만든 그물망 사이로 보이는 어두운색의 병목이 길고 몸체도 둥근 모양의 술병과 함께였다.


"부크레의 명주. 얼음 포도주입니다."


레벤이 자리에 앉으며 병의 입구를 막고 있던 마개를 따낸 뒤, 불가에 놓인 나무 컵에 포도주를 따라내 살린에게 건넸다.


"드셔 보시지요. 오리드 자작님. 수확철에도 따지 않고 겨울까지 내버려둬서 서리를 맞아 언 포도를 압착한 과즙으로 만든 포도주입니다."


"하하. 살린이라고 불러도 충분하네. 그리고 이 포도주는... 강렬한 단맛이군. 부크레에서도 이렇게 좋은 얼음 포도주를 만들어내고 있는 걸 이제야 알게 되다니···. 레벤경에게 또 한 번 감사해야 할 일이 생겼어."


살린이 입속을 감돌고 지나간 달콤한 포도주의 맛을 음미하며 다시 그의 옆으로 가까이 다가와 비어있는 잔을 채워주고 있는 레벤에게 그 맛의 감상을 말해주었다.


"다른 포도주에 비해 훨씬 강한 단맛이 나기에 오히려 찾는 사람만 더 찾게 되는 포도주입니다. 저는 이 단맛이 입에 잘 맞아서 여유가 있을 때면 몇 병씩 사두는 편입니다."


"나는 단맛이 나는 음식을 그다지 즐겨 찾지는 않지만, 경이 따라주는 이 포도주는 마음에 드는군."


잔이 채워지기가 무섭게 그 안의 내용물을 입속으로 따라내며 살린이 말했다.


"살린님께서 마음에 들어 하신다니 다행입니다."


"그나저나... 레벤경. 베스-디나스의 그랜드 토너먼트에 참가 한다고 했었지?"


"예. 살린님. 어제 말했다시피 틸트(중간벽)의 건너편에서 마주하게 돼도 안 봐 드릴 겁니다. 흐하하!"


레벤이 넉살 좋게 큰소리로 웃으며 살린에게 말했다.


"흠! 그건 내가 바라던 바이니 상관없네만, 경기에 쓰이는 라이히(Reich)금속으로 만든 랜스 장식은 잘 알고 있는가?"


"예. 마상창 경기를 하는 자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이죠."


살린이 묻고 레벤이 답한 라이히 금속이라 함은 마상창 시합에 쓰이는 금속의 이름이다. 경기할 때 참가자가 창을 마나로 감싸 강화함을 막기 위한 기능과 랜스의 끝에 끼워 랜스의 끝을 뾰족하지 않게 해 살상력을 줄이고, 마나를 흐트러트리는 효과로 인해 마상창 경기에서 과하게 강화된 랜스가 기사들의 갑옷과 방패를 꿰뚫는 사고를 막아주기도 한다.


대륙의 어디에서 열리든 마상창 경기라면 꼭 필요한 금속의 이름이자 그 무른 성질 때문에 다른 용도로는 사용하지 않고 마상창 경기의 랜스끝 장식에만 대부분 쓰이기 때문에 라이히라는 단어 그 자체가 마상창의 끝에 장착하는 도구를 뜻하기도 했다.


"그래. 그 라이히를···. 오늘 숲에서 잃어버렸는데,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도무지 감도 안 잡히고···. 곤란하게 됐네. 하하···. 혹시나 베스-디나스, 아니면 지금 베스-디나스로 가는 길 내에 라이히를 취급하는 곳을 알고 있나 해서 물었네."


"아···. 그렇군요. 베스-디나스에 오래 알고 지내며 거래해 온 대장간이 있는데, 그곳에서 라이히를 취급하고 있습니다."


"후우···. 그거 다행이군. 덕분에 걱정만 하느라 무거웠던 마음의 짐을 조금 내려놓아도 되겠어. 하하하하."


레벤에게 대답을 들은 살린이 안도감에 새어 나온 긴 한숨을 내쉰 뒤 기쁜 표정을 보이며 웃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살린님."


"잠시 머뭇거리던 레벤이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음?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


"그... 대장간의 주인 말입니다···. 투구와 갑옷 그리고 마상창 경기에 쓰이는 랜스까지 모두 다 튼튼하게 잘 만드는 자인데. 한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레벤이 찡그린 얼굴로 난색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그게···. 살린님과 같은 귀족분들의 눈에 찰 만큼 섬세한 세공은 할 줄 모르는 사람이어서요. 제가 알기로는 귀족분들은 마상창 경기에서 아름답게 장식된 라이히를 매번 창을 부딪칠 때마다 바꿔 다는 걸 보았기에···."


"하하. 난 또 뭐라고. 상관없네. 한번 부딪히면 찌그러지고 우그러져 그 형태도 없어지는 라이히에 왜 그런 짓을 하는지 나도 늘 의문이던 사람 중 하나니까. 그럼, 그것 외엔 별다른 문제는 없나?"


다시 한번 안도의 한숨을 쉬어내며 살린이 말했다.


"예. 없습니다. 베스-디나스에 도착하게 되면 그 대장간으로 안내하겠습니다."


"고맙네. 오늘 여러 가지 일로 레벤경 자네에게 도움을 받았어. 보답을 더 하고 싶은데, 무엇으로 해야할지···."


"베스-디나스에 도착 할 때까지 자작님의 그리슐라에게 메추라기 몇 마리를 더 받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좋아! 숲에 토끼가 있다면 토끼도 덤으로 잡아내 주지. 들었느냐? 그리슐라."


두 사람의 대화가 잠시 멈추자, 숲의 나무들과 수풀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화톳불 안으로 나뭇가지 한줌을 더해 넣게 만들었다. 그리고 더욱 크게 커져 붉은 빛을 키워낸 화톳불의 불이 일렁인다.


으스스한 찬 바람이 불어오는 유령거미 숲에서 두 기사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마상창 경기에서 즐겨쓰는 기술에 대해서도, 기사가 되기 이전의 삶, 귀족의 삶, 이름 작은 기사로서의 생활에 대해서. 행운이 함께해 왕국 최고의 기사 그란 톨드에게 검을 배웠다는 이야기.


어두운 숲 속의 밤이 더욱 깊어진다.







"Kraka! Kraka!"


귓가를 맴돌며 기분을 불쾌하게 만드는 소리. 녹이 슬고 이가 빠진 낡은 검을 손에든 작은 체구의 고블린이 소리치며 주위에 있는 다른 고블린들에게 화가 잔뜩 난 신경질적인 소리를 내고 있다.


그 소리를 들은 넓적한 코에 작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한 고블린이 들고 있던 조잡한 활시위를 당겨 자신을 포함한 다른 동료 고블린들이 둘러싸고 대치중인 두 인간 기사 중 화려한 갑옷을 입은 기사를 노린다.


-틱-


힘없이 날아간 화살이 기사의 갑옷에 맞고 튕겨 나왔다.


"Kikaaak!"


또 다른 고블린이 소리친다. 흐리멍덩한 노란색 눈동자, 오랜 때와 먼지가 피부를 뒤덮어 회갈색으로 보이는 고블린이 낡은 손도끼를 들고 기사에게 달려든다.


혼자라면 할 수 없는 용기의 돌진. 주위의 많은 숫자의 동족들이 자신을 따라올 거라 믿으며 기사를 향해 도끼를 치켜들었다.


"Keeeeeek!"


도끼를 들어 올린 고블린의 목에 날카로운 검의 끝이 꼽혔다. 그리고 목을 찌른 검이 그대로 미끄러지듯이 고블린의 목을 가르며 지나가자, 작은 고블린의 머리가 힘없이 땅에 떨어져 굴렀다.


"Kwaaaa!"


동료가 당했다는 건 그만큼의 기사의 신경이 그쪽으로 쏠렸다는 걸 아는 교활한 고블린.


습격한 여행자로부터 빼앗은 작은 단검을 든 고블린과 자루를 나뭇가지에 이어 붙인 도끼를 든 고블린 두 마리가 기사의 등 뒤를 노리고 뛰어올랐다.


"미안하게 됐네 레벤경!"


뛰어오른 두 마리의 고블린 중 단검을 들고 있는 고블린의 머리에 검을 박아 넣어 지면에 찍어 내리고 다른 한 마리의 조악한 도끼를 들고 있는 고블린의 얼굴을 건틀릿으로 뭉개며 쳐낸 살린이 소리쳤다.


"다음에 또 자작님과 여행을 함께 할 일이 있다면, 절대로 자작님에게 길 안내를 맡기지 않을 것 같습니다!"


레벤이 쓰러져있는 고블린의 몸통에서 검을 뽑아내며 소리쳤다.




살린과 레벤이 유령거미 숲의 어딘가에서 여러 마리의 고블린에게 둘러싸이기 전, 그들의 하루는 평화롭게 시작되었었다.


느지막이 몸을 감싸고 있던 천을 걷어내고 일어나 큰 하품을 하며 딱딱해진 빵 위에 치즈 조각을 얇게 썰어 발라 먹고, 밤새 웅크리고 자느라 굳어진 몸을 풀어낸 뒤에 길을 다시 나섰다.


그렇게 레벤과 살린은 숲에 난 길을 따라갔다.


길을 가던 중 두 대의 짐마차와 그를 호위하는 모험가들을 만나 평온한 여행길이 되기를 바라는 인사를 나누고 한동안 더 길을 계속해 나가던 도중 살린이 레벤에게 길에서 벗어나 숲을 가로질러 더 빠르게 숲에서 나가자는 제안을 해왔다.


자신만만한 표정의 오리드 자작의 제안에는 거부를 받아들일 여지 따윈 없었다. '설마 아무리 길을 헤매도 왔던 길을 되돌아가진 않겠지'라는 생각을 한 레벤이 살린의 제안을 받아들여 짙은 수풀들의 그림자가 퍼져있는 숲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숲의 한곳에서 고블린의 무리와 마주쳐 지금의 상황에 놓였던 것이었다.


지나가는 여행자와 상인을 습격해 얻은 배낭을 메고 있고 제 크기에 맞지도 않은 옷을 걸치고 있는 고블린을 목격한 살린이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고, 레벤이 그 뒤를 따라 검을 뽑으며 안장에서 내린 뒤 달려갔다.




"이놈들을 살려두면 길을 지나는 다른 이들을 해칠 거네! 그러니 한 마리도 놓쳐선 안되네 레벤경!"


바닥에 쓰러진 고블린이 떨궈 바닥에 놓여있던 짧은 검을 왼손으로 집어 올려 멀리서 활을 겨누고 있던 고블린에게 던지며 살린이 말했다.


"노력해 보겠습니다, 살린님."


레벤이 자신과 대치하고 있던 고블린 두 마리를 재빠르게 베어내며 말했다.


바닥에 쓰러져 죽어있는 고블린이 여럿, 많은 숫자로 억눌러오던 공포가 남아있는 고블린들의 사이에서 깨어나려 하고 있다.


벌써 거리를 벌려 뒷걸음질을 치고 있던 고블린은 용맹한 울음소리와 함께 나타난 레스카의 뒷발에 머리가 으깨지며 두터운 나무를 향해 날아가고, 멀리서 활을 겨누던 또 다른 고블린에게는 높은 하늘에서 눈으로 좇기도 힘든 속도로 고블린의 머리를 향해 내려와 공격하는 그리슐라까지 더해 고블린 무리와의 전투는 우연히 기습에 성공한 숲속을 헤맨 살린과 그를 따르는 동료들의 승리가 확실해 보였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살린과 레벤이 마주하던 고블린들은 단 한 마리의 살아남은 고블린 없이 끝이 났다. 그리고 해가 지기전에 숲을 벗어나기 위해 무례를 무릅쓰고 레벤이 살린에게 자신이 앞서서 길잡이를 하겠다고 했다.


해가 져가고 어둠이 두 사람을 쫓아오고 있었다. 여러 번 숲을 지나다녀본 레벤이 레스카와 함께 수풀을 헤치고 길을 앞서 나갔다. 중간에 두어 번은 살린이 '이쪽 길이 아닌가?', '저쪽으로 가면 될 것 같네.'라고 의견을 냈지만, 레스카가 재빨리 히힝 소리를 크게 내 레벤에게 좋은 핑곗거리를 내어주며 빠르게 앞으로 달려 나가 숲을 헤쳐 나갔다.


그 덕분에 레벤과 살린 두 사람은 해가 져서 유령거미 숲에 더욱 짙은 어둠이 찾아오기 전에 숲에서 떨어진 작은 마을에 도착해 갑옷과 외투에 묻은 고블린의 피를 물로 씻어 닦아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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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111화 그랜드 토너먼트(10) +2 24.04.07 31 3 12쪽
110 110화 그랜드 토너먼트(9) 24.03.30 2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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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108화 그랜드 토너먼트(7) 24.03.16 29 3 12쪽
107 107화 그랜드 토너먼트(6) 24.03.09 32 3 11쪽
106 106화 그랜드 토너먼트(5) 24.03.02 33 3 12쪽
105 105화 그랜드 토너먼트(4) 24.02.24 34 3 12쪽
104 104화 그랜드 토너먼트(3) 24.02.17 36 3 13쪽
103 103화 그랜드 토너먼트(2) 24.02.10 34 2 12쪽
102 102화 그랜드 토너먼트(1) 24.02.03 42 3 12쪽
101 101화 살린 오리드(3) 24.01.27 37 3 11쪽
» 100화 살린 오리드(2) +2 24.01.20 41 3 12쪽
99 99화 살린 오리드(1) 24.01.13 45 3 12쪽
98 98화 마브엔 관문 요새(2) 24.01.06 45 2 11쪽
97 97화 마브엔 관문 요새(1) 23.12.30 44 3 11쪽
96 96화 니아의 새로운 무기(3) 23.12.24 46 3 11쪽
95 95화 니아의 새로운 무기(2) 23.12.20 42 3 11쪽
94 94화 니아의 새로운 무기(1) 23.12.17 44 3 12쪽
93 93화 알투스 보어 사냥 의뢰(4) 23.12.13 43 3 11쪽
92 92화 알투스 보어 사냥 의뢰(3) 23.12.10 4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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