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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으으으크 님의 서재입니다.

몰락한 귀족으로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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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류으으으크
작품등록일 :
2023.06.15 11:20
최근연재일 :
2024.02.02 20:00
연재수 :
2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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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71,797

작성
23.09.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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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
12쪽

"옛날 이야기"

DUMMY

도시를 빠져나온 우리는 남쪽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물론, 벨라올리에 도시 인근을 나타낸 지도가 있긴 하다.


하지만, 도시에서 조금만 나서면 북부의 대부분 지형이 눈이 덮인 눈밭인지라 설원이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 지금 지도는 큰 의미가 없었다.


그래도 제국 북부도 사람 사는 곳이기도 하고, 척박한 환경에 따라 대부분의 식량을 외부에서 들여와야 했기에 외부 상인들이 익숙지 않은 눈밭에서 얼어 죽는 것을 막고자 여러 가지 대비가 잘 되어있었다.


우선 길을 잘 닦아 가도뿐 아니라 인적이 많이 다니는 곳은 바닥이 포장되어있었고, 하루에 몇번씩 정기적으로 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는 이들도 있다. 거기다 중간중간 이정표가 설치되어있어 지도가 없어도 길만 잘 따라 가면 인근 다른 도시나 마을로 가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백작님, 혹시 향하시는 마을이 있습니까?”

“우선 최남단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아. 술꾼 아저씨가 말한 것처럼 드란데 라는 마을은 프로문트 영지 최남단에 진짜 있는 지명이거든.”


목적지에 대한 설명도 없이 닦여진 길과 이정표를 따라 무작정 남쪽으로 향하기만 하자 페드로가 조심스레 내게 물어왔다.


벨라올리에서 나오기 전 구입하진 않았지만, 일대의 지도를 한번 훑어보았고 벨라올리 남부에 술꾼 아저씨가 말한 드란데 마을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프로문트 영지를 포함한 제국 북부 영지는 다른 지역과는 조금 다른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큰 도시나 마을보다 작은 마을들로 쪼개져 흩어져 있는 점이다.


보통 일반적으로 개척마을이 발전하며 소, 중, 대 규모의 마을로 발전하고, 거기서 더 발전하고 규모가 커지게 되면 관리가 파견되며 도시가 된다.


그리고 소규모의 마을보다는 중, 대 규모의 마을, 그것보다는 도시가 훨씬 사람들이 살기도 여러모로 좋기 때문에 보통 인근의 마을들은 흡수와 병합을 거듭하며 크기를 불려 나가기 마련이다.


이런 특이점이 생긴 것은 어쩔 수 없는 제국 북부의 척박한 환경 탓이다. 북부의 추운 날씨는 일반적으로 대륙의 주식인 쌀과 밀 같은 작물을 재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고 모든 식량을 외부에 의지할 수 없어 북부를 개척하다 발견해 낸 것이 북부의 작은 숲에서 발견된 ‘아이센 프룻츠’ 라는 과일과 모이안 이라는 현대의 메밀과 비슷한 작물이다.


아이센 프루츠는 눈같이 새하얗고 복슬복슬한 껍질 안에 달콤한 과육이 들은 과일로 제국 북부 숲에서 드문드문 발견된다.


다만 보통 한 종류의 나무가 자생하면 근처에 그 나무의 군락이 있어야 하지만 척박한 환경에서 달콤한 과실을 맺어서일까, 아이센 프룻츠 나무는 군락을 이루지 못하고 드문드문 존재하며 수확량이 많지 않다.


그리고 모이안 이라는 작물은 현대의 메밀과 동일하게 척박한 북부 환경에서도 비교적 잘 자라는 작물로, 무릎 언저리를 넘을까 싶은 야트막한 줄기에 씨앗 주머니가 열리며 그 주머니 안에 담긴 작물이 모이안 이다.


포만감은 훌륭하게 채워주지만, 영양가는 그다지 높지 않다 보니 외부에서 들여오는 쌀과 같은 다른 곡물과 섞어 먹어야 하는 곡물이다.


모이안은 잎사귀와 줄기는 단단해 척박한 날씨를 견디지만, 뿌리가 약해 비교적 평탄하고 부드러운 토양에서만 재배할 수 있어 모이안 또한 수확량은 많지만, 이것저것 따지면 재배할 수 있는 농지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렇게 북부는 식량 사정이 한 곳에서 많은 수확을 치를 수 없기에 마을들이 규모를 키우지 못하고 모이안을 재배할 수 있는 곳이나 아이센 프룻츠가 자생하는 숲을 두고 잘게 잘게 작은 마을로 나뉘어 있는 것이다.


“백작님, 저기 마을이 있습니다.”

“오 저기가 드란데 마을인 거 같다.”


그렇게 우리는 남쪽으로 한참을 내려왔고 목표했던 드란데 마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드란데 마을은 그래도 프로문트 영지의 최남단으로 제국 북부긴 하나, 벨라올리나 케스티앙에 비해 훨씬 따듯한 날씨를 보여주었다. 


뭐, 그래도 북부라고 비교적 따듯하다는 거지, 시리게 부는 차가운 바람이나 휘날리는 눈발을 본다면 역시 이곳도 북부는 북부구나 싶었다.


“마을이 휑합니다. 사람이 있긴 한 걸까요?”

“그러게, 아무리 작은 마을이래도 좀 이상한데. 우선 촌장 집으로 가보자.”


마을에 들어서자 마을의 분위기는 황량했다. 아무리 소규모 마을이라 해도, 나무를 패는 남자들이나 빨래나 집안일을 하는 아낙들 혹은 뛰어노는 아이들이라도 있기 마련이다.


지금 해가 조금씩 기울고 있다고 하나 아직 해가 비추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마을의 공터는 물론 밖으로 다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나와 페드로는 의아함을 느낀 채 마을의 촌장 집으로 향했다. 보통 이런 작은 마을의 촌장 집은 마을 한가운데에 위치하거나, 다른 집들보다 크거나, 아니면 별채가 놓인 집을 찾으면 되었기에 찾기는 쉬웠다.


이곳 드란데 마을은 이 세 가지가 모두 해당하였기 때문이다.


‘똑똑똑’


“계십니까.”


‘똑똑똑’


“뉘시오, 이런 시간에.”

“지나가던 여행객입니다. 혹시 하루 묵어갈 수 있겠습니까.”


‘끼이이이익’


“어서 빨리 들어오시오.”


‘쾅!’


촌장의 집으로 보이는 곳 앞에 도착한 나는 문을 두드리며 촌장을 찾았고,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 반응이 없다 내가 계속 문을 두드리니 그제야 안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작은 마을의 촌장 집이 큰 이유는 여관이 없는 작은 마을 특성상 하루쯤 묵어가기 좋게 해 두어야 외부 소식을 전하는 여행객이나 필요한 물품을 가진 상인들이 찾아올 수 있게끔 하기 위함이다.


하룻밤 묵어간단 내 이야기에 잠시 뒤 안에서 문이 열리며 수염을 길게 기른 노인이 나와 우리를 살폈다.


노인은 우리를 위아래로 잠시간 훑더니 어서 빨리 들어오란 말과 함께 우리를 안으로 들였고 이내 문을 쾅 소리가 나게 닫고는 여러 잠금장치로 잠갔다.


“이곳이 초행인가 보오,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한 걸 다행으로 아시게. 해가 지면 다들 문을 걸어 잠그고 열지 않으니 말이네. 안으로 드시게 보아하니 저녁도 못 먹었을 듯한데 뭐라도 내올 테니.”


재빨리 문을 걸어 잠근 노인은 우리를 집안의 한쪽 방으로 안내했고, 해가 지기 전에 온 것을 다행으로 알라는 말과 함께 먹을 것을 내온다는 말과 함께 사라졌다.


“굉장히 까칠한 마을인 것 같습니다. 백작님.”

“그러게, 외지인을 그리 반기지 않는 것 같네.”


‘끼익’


방은 그리 크진 않았지만 잘 정리되어 있었고 나무로 만든 침대 두 개가 양쪽 벽에 놓여있어 딱 보아도 손님을 위한 공간 같아 보였다.


방 안으로 들어온 우리는 마을의 분위기와 노인에 대해 짤막하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잠시 뒤 문이 열리며 노인이 들어왔다.


“자네들 정말 운이 좋구만, 모이안 죽과 빵일세. 빵이 작다고 투덜대지 말게 북부에선 굉장히 귀한 것이니.”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르신. 근데 혹 마을에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이런 벽지의 작은 마을에 일이랄게 무에 있겠나. 아무 일도 없네.”

“그러면 왜 해가 지기 전에 문을 다들 걸어 잠근다는 거죠?”


“역시 자네들 단순히 초행이 아니고 애초에 북부 사람이 아닌가 보구만.”

“저희는 기록관 들입니다. 제국 곳곳을 떠돌며, 각지의 전설이나 구전으로 떠도는 이야기들을 기록하는 사람들이죠.”


문을 열고 들어온 노인은 방 중앙에 있는 탁자 위에 주먹만 한 빵 두조각과 나무 그릇에 담긴 모이안 죽을 내왔다.


노인의 말처럼 곡식이 귀한 북부에서 빵은 고급 사치품으로 아마 이곳이 비교적 남쪽에 위치한 마을이기에 오가는 상인들을 통해 이따금 빵을 구하는 듯했다.


나는 그저 의아함에 질문을 건네었을 뿐인데 내 질문 한 번에 노인은 우리가 북부인이 아닌 것을 확신하고는 바로 경계의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다.


순간 노인의 눈빛이 싸하게 변함을 느낀 나는 어차피 조그만 마을의 촌장 정도 되는 사람이 제국의 관직 체계를 알 리가 없기에 대충 그럴싸한 관직 하나를 들먹이며 변명을 둘러대었고, 그제야 경계의 눈빛을 거두었다.


“원래부터 그랬던 건 아니네만, 아마 요새는 일대의 대부분의 마을이 해가 지기 전에 문을 걸어 잠글걸세.”

“이 일대 전부 말입니까? 이유가 따로 있습니까?”


“흠... 원래 외지인은 어차피 이해도 못 할 테고 해서 잘 말해주지 않다마는 자네들이 기록관인지 뭔지 하니 말해줌세. 나도 내 할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고 할아버지도 그 할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라네.”


경계를 푼 노인은 원래부터는 아니었지만 얼마 전부터 이 일대의 마을들은 이 마을처럼 모두 해가 지기 전에 문을 걸어 잠글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왔고, 나는 그 이유가 궁금해 노인에게 물었다.


아무 생각 없이 둘러댄 변명이 이렇게 아귀가 맞아 떨어질지 몰랐다. 노인은 보통은 외지인에게 말할 필요가 없어 말하지 않지만, 우리가 각지의 구전을 기록한다는 이야기에 덕분에 입을 떼기 시작했다.


노인의 나이는 60대는 돼 보였고, 이 이야기는 노인의 할아버지에게 그 할아버지는 또 그 할아버지에게 들었기에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른다 했다. 


그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먼 옛날 이 마을 일대에 굉장히 흉포한 괴물 한 마리가 살았는데, 가뜩이나 사람이 살기가 척박한 이곳에 터를 잡은 괴물은 일주일에 한명 씩, 제물 즉 인신 공양을 요구했고 여러 마을이 괴물을 쫒아내려 했지만 결국 실패하여 각 마을에서 한명씩 돌아가면서 제물을 바쳤다고 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애초에 북부의 마을들은 대부분 작은 마을들이기에 인구가 많지 않았고 처음에는 노인들, 그다음엔 불구들 그다음엔 아녀자들까지 시간이 지나며 점점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갈 때쯤 커다란 늑대가 나타나 흉포한 괴물을 쫒아주었다고 했다.


그렇게 괴물을 쫒아낸 늑대는 이 일대를 아우르며 딱 한 가지 조건을 제시했는데, 괴물과는 다르게 일주일에 한 번 가축을 제물로 바치라 하였고 대신, 해가 진 뒤에는 문을 걸어 잠그고 절대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일대의 마을은 거대한 늑대의 비호로 다시금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어느 날 갑자기 거대한 늑대는 사라지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서서히 잊혔다고 했다.


“나의 할아버지께서는 그 거대한 늑대의 이름이 드라바덴님이라 하셨네. 어느 날 갑작스럽게 드라바덴님이 사라지고 나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갔지만, 그분은 다시 돌아오셨네.”

“최근 북쪽의 사건들이 그 늑대 아니, 드라바덴 님이 벌이신 일이란 말씀이신가요?”


“그렇네, 그분에 대한 기억이 흐려지긴 했어도 그분이 정한 단 하나의 규칙을 지킨 우리 마을과 인근의 마을에서는 아무도 죽어 나간 이가 없질 않나.”

“흠... 그렇군요 이야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주님도 그렇고 아무도 우리 말을 믿지 않기에 말하지 않는 거지, 말하는 게 무에 어렵다고. 영주님도 총기가 흐려지신 게 분명해...드라바덴님의 경고임이 분명한데도 사냥 대회라니... 그분을 사냥하겠다고 으스대는 용병 놈들이 하도 판을 쳐서 다들 외지인들을 경계하는 거네.”


노인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보통 구전이라는 것이 그렇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기에 과장되고 와전되는 부분도 많을뿐더러 그 내용이 현실성이 떨어지기에 지금과 같이 중대한 사건과의 유사성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민담 정도로 치부하기 마련이다.


만약 우리가 벨라올리에서 계속 머물렀거나, 북쪽으로 향했다면 이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나는 마족이 돌아올 것을 알았기에 노인의 이야기에 나오는 흉포한 괴물과 드라바덴 이라 불리는 거대한 늑대가 마족과 관련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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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모두와 함께" 23.08.16 2,595 42 13쪽
57 "다시 영지로" +2 23.08.15 2,675 42 13쪽
56 "흑마술 결사" 23.08.14 2,735 44 15쪽
55 "결과 보고" 23.08.13 2,692 44 15쪽
54 "언약" 23.08.12 2,714 43 12쪽
53 "결정" +4 23.08.11 2,727 43 14쪽
52 "해주(解呪)" +2 23.08.10 2,708 41 11쪽
51 "동굴의 전투" +2 23.08.09 2,731 43 15쪽
50 "조우" +4 23.08.08 2,756 3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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