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재

저승사자 아르바이트입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완결

천영天影
작품등록일 :
2013.10.04 21:29
최근연재일 :
2014.02.06 21:39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24,617
추천수 :
376
글자수 :
200,207

작성
14.01.08 22:28
조회
585
추천
14
글자
8쪽

제6장 소꿉친구 (1)

DUMMY

“뭐야, 표정이 왜 그래?”

하란이 활짝 웃으며 우주에게 다가왔다.

“아니, 그게…….”

“어젯밤에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우주의 얼굴이 흠칫 굳어졌다.

“어제 전화도 안 받더니, 무슨 일 있었구나? 고민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 친구잖아.”

그녀는 우주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그에게서 멀어져 다른 친구들과 대화를 나눴다. 평소 하란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도대체 이건 뭐지?”

그 똑같은 모습이 우주는 혼란스러웠다. 분명 어제 하란을 그 소울 헌터는 대장이라 불렀다. 분명 하란은 다시는 못 만날 것처럼 얘기했다. 그런데 하란은 평소보다 조금 늦었을 뿐, 정상적으로 등교하고, 정상적으로 웃으며, 정상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빙의……인 걸까?”

“그럴 가능성도 있어.”

우주의 혼잣말에 옆에 앉은 티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한쪽에서 떠들썩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태호를 가리켰다. 빙의령이 사라진 태호는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그냥 집에 일찍 들어가서 잤다는 말밖에 하지 않았다. 이건 예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오늘 하란을 면밀히 관찰해봤어. 빙의 흔적은 느껴지지 않았어. 물론 그 둘이나 선생님처럼 교묘하게 감춰져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티아도 태호나 예은은 어렴풋이 눈치 챘었지만, 이은신 선생은 빙의가 되었단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주는 그녀가 빙의되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어젯밤 지어줬던 서글픈 미소, 슬픈 목소리. 그건 하란 본인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조례 시간이야. 모두 자리에 앉아.”

아직 종이 울리기 전인데 시현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학생들은 조금의 불평도 없이 곧바로 자리에 앉았다. 목검을 들고 있진 않았지만, 그녀의 표정이 심상찮았기 때문이다.

“오늘은 바이크 타고 출근 안 하셨어요?”

그 누구도 말을 걸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하란 때문에 반쯤 정신을 놓은 우주가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모두가 경악하며 질책어린 시선으로 우주를 바라봤지만, 다행히 시현은 별다른 폭발 없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누가 밤에 폭주족이 돌아다닌다고 시끄럽다고 신고한 모양이야. 난 그저 밤의 공기를 마시고 있었을 뿐인데.”

‘아아.’

우주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그도 밤에 임무차 거리를 돌아다니며 안 사실인데, 시현은 밤중에 바이크를 타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버릇이 있었다. 산책이라면 산책일 테지만, 그 소음 때문에 민원이 들어온 모양이었다.

“오늘은 그냥 넘어가주겠지만, 내일 두고 보라지. 이 일대에 아무도 못 자도록 활보해주겠어.”

쓸데없는 일에 이를 가는 시현을 보며 우주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겉으로 웃었다간 심판의 날이 다가올 테니까. 아무리 정신을 반쯤 놨어도 그 정도 이성은 있었다.

“저기압의 선생님께 말도 걸고, 용감한데?”

등 뒤에서 하란이 웃음을 머금으며 말을 걸었다. 저기압의 선생님 앞에서 잡담을 하는 너도 만만찮다고 응수해주고 싶었지만, 쉽사리 말이 나오진 않았다. 어제 무표정한 얼굴로 소울 헌터를 폭발시키는 하란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오늘 저녁에 우리 집에 놀러 오기로 약속한 것 잊지 않았지? 맛있는 거 해놓고 있을 테니까, 꼭 오기다. 다른 사람 말고 너 혼자만 오는 거야.”

“…….”

하란은 우주의 대답을 듣지 않고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선생님.”

“오늘도 병원에 간다고 했지? 조퇴 처리 할 테니까 어서 가봐라. 그냥 집에서 쉬라니까 왜 굳이 오고 그래?”

“꼭 전해야 할 말이 있어서요.”




“함정이야.”

약속 이야기를 꺼내자 티아는 두 번 생각할 것 없다는 듯이 단정적으로 말했다.

“어젯밤에 만나기 전에 한 약속이야.”

“틀림없어. 절대 혼자 가면 안 돼.”

“하지만…….”

우주는 반론을 할 수가 없었다. 이미 어제 우주는 하란의 정체를 목격했다. 그런데도 굳이 학교까지 와서 찾아오라고 했다. 보나마나 그 의도는 뻔했다.

“빙의일 수도 있잖아. 어젯밤 하란은 빙의이고, 어제 약속 할 때와 지금은 원래 하란…….”

“그걸 이용한 함정일 거야. 그럴 경우엔 빙의령이 하란을 조종한 거겠지. 어떤 케이스이든 함정이란 것엔 변함이 없어.”

우주는 일단 하란의 초대에 응하기로 했다. 소울 헌터니 뭐니 하지만 그녀는 소중한 소꿉친구였다. 그녀를 믿는 마음도 아직 마음속에 있었다. 어젯밤 마지막에 그를 향해 짓던 서글픈 미소. 그 모습이 지워지지 않았다.

“혹시 힘을 얻었다고 자만하는 거니?”

티아는 쿤달리니 각성에 대해 굳이 캐묻지 않았다. 우주가 뭐라 설명하기 어려워하는 걸 보고 그냥 생각이 정리되면 말해달라고 하고 넘겼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 힘을 신뢰할 수 없었다. 어차피 일시적으로 발현되는 힘이다. 대충 하루에 한 번 정도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은데, 혼자서 위기에 빠져나오기엔 턱없이 부족한 힘이었다. 어제 언뜻 느끼기로 하란의 실력은 티아로서도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내가 아무런 힘이 없었어도 하란에게 갔을 거야.”

“우주야…….”

말려도 도저히 통할 분위기가 아니란 걸 깨닫자 티아는 말문이 턱 막혔다. 본인도 이게 함정이란 걸 안다. 알면서도 가겠단다. 그런데 무슨 핑계로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좋아, 그럼 나도 같이 갈래.”

그렇다면 그가 위험하지 않게, 그를 보호해줄 역할이 필요했다.

“아니, 괜찮아. 하란은 나 혼자 오라고 했으니까.”

“위험해. 그녀도 내가 같이 오리라 예상했을 거야. 같이 가.”

“약속은 지켜야지.”

“정말, 넌…….”

인간 티아는 드물게 화를 내며 한 마디 쏘아주려 했지만 한숨을 쉬며 포기했다. 고집도 이런 옹고집이 없었다.

“알았어. 같이 가진 않을게. 대신 근처에서 지켜보고 있을 거야. 이것까지 뭐라 할 거니?”

“고마워.”

우주도 이게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인 걸 안다. 자신이라도 필사적으로 말릴 것이다. 그걸 허락해준 티아가 고마웠다.

“그럼 나 먼저 하교할게.”

우주는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를 바라보며 티아는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우물쭈물 망설였다.

“왜 그래?”

“이 말을 해줘야 할지, 하면 안 될지 잘 모르겠는데…….”

이미 하란의 집으로 가기로 결정된 상황. 티아가 망설일 이유 같은 건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이 조사한 사실을 속 시원히 알려줄 수 없었다.

“이미 놀랄 만큼 놀랐잖아. 아직 더 놀랄 일이 남았어?”

우주가 지친 표정으로 웃으며 물었다. 하란이 자신들이 쫓던 불법귀신단체의 대장이란 걸 안 뒤로 그녀에 대한 생각에 제대로 잠도 자지 못했다. 이제 더 이상 놀랄 일은 없어 보였다.

“역시 이건 말해야겠지?”

주저하면서도 티아는 결심을 굳혔다.

“지금 네가 만나려는 하란, 그건 네가 알고 있는 하란이 아닐지도 몰라.”

“그러게. 소꿉친구가 아니라 불법귀신단체 대장이니까.”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야.”

티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망설였다. 하지만 이미 결심한 일. 우주가 최대한 충격을 받지 않기를 빌며 입을 열었다.

“손하란은 벌써 죽었어.”

“……뭐?”

“손하란은 9년 전, 10세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어. 저승사자가 그녀의 영혼을 저승으로 데려온 기록까지 그대로 남아있어. 그 뒤의 행방까지 알아보진 않았지만, 확실한 건 손하란은 이미 죽었어.”

“……그, 그럼 지금 하란이는?”

“누군지 몰라. 하지만 네가 어릴 적 알던 손하란은 아닐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저승사자 아르바이트입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5 에필로그 +2 14.02.06 452 12 6쪽
44 제8장 울트라 하이트 – 신의 정신의 영역 (6) 14.02.03 725 12 14쪽
43 제8장 울트라 하이트 – 신의 정신의 영역 (5) +1 14.01.31 402 12 8쪽
42 제8장 울트라 하이트 – 신의 정신의 영역 (4) +1 14.01.30 342 10 10쪽
41 제8장 울트라 하이트 – 신의 정신의 영역 (3) 14.01.27 685 2 9쪽
40 제8장 울트라 하이트 – 신의 정신의 영역 (2) 14.01.22 322 11 10쪽
39 제8장 울트라 하이트 – 신의 정신의 영역 (1) 14.01.20 366 9 8쪽
38 제7장 어둠의 정체 (2) 14.01.18 274 6 7쪽
37 제7장 어둠의 정체 (1) 14.01.15 680 9 8쪽
36 제6장 소꿉친구 (3) 14.01.13 341 6 8쪽
35 제6장 소꿉친구 (2) +1 14.01.10 563 11 9쪽
» 제6장 소꿉친구 (1) +1 14.01.08 586 14 8쪽
33 제5장 현행범 (5) 14.01.06 413 7 9쪽
32 제5장 현행범 (4) 14.01.03 582 16 9쪽
31 제5장 현행범 (3) 14.01.01 611 5 12쪽
30 제5장 현행범 (2) 13.12.30 531 7 9쪽
29 제5장 현행범 (1) 13.12.27 471 11 9쪽
28 막간 – 두 저승사자 13.12.25 485 5 9쪽
27 제4장 범행현장 적발 (3) 13.12.23 718 7 10쪽
26 제4장 범행현장 적발 (2) +1 13.12.21 627 8 9쪽
25 제4장 범행현장 적발 (1) 13.12.19 467 9 9쪽
24 제3장 어둠과의 결투 (6) 13.12.16 660 5 11쪽
23 제3장 어둠과의 결투 (5) 13.12.13 694 13 17쪽
22 제3장 어둠과의 결투 (4) 13.12.11 627 4 11쪽
21 제3장 어둠과의 결투 (3) 13.12.09 518 13 12쪽
20 제3장 어둠과의 결투 (2) +1 13.12.06 402 5 11쪽
19 제3장 어둠과의 결투 (1) 13.12.05 422 8 12쪽
18 제2장 그녀와 함께 산책을 (8) + 공지 +1 13.11.06 403 9 16쪽
17 제2장 그녀와 함께 산책을 (7) 13.11.06 389 11 14쪽
16 제2장 그녀와 함께 산책을 (6) 13.11.05 604 3 12쪽
15 제2장 그녀와 함께 산책을 (5) 13.11.02 407 5 13쪽
14 제2장 그녀와 함께 산책을 (4) +1 13.10.31 372 6 11쪽
13 제2장 그녀와 함께 산책을 (3) +1 13.10.29 429 6 10쪽
12 제2장 그녀와 함께 산책을 (2) +1 13.10.26 384 5 11쪽
11 제2장 그녀와 함께 산책을 (1) +2 13.10.24 389 7 10쪽
10 제1장 조금 특별한 아르바이트 (9) +3 13.10.22 466 7 8쪽
9 제1장 조금 특별한 아르바이트 (8) 13.10.19 483 6 9쪽
8 제1장 조금 특별한 아르바이트 (7) +1 13.10.17 433 6 12쪽
7 제1장 조금 특별한 아르바이트 (6) 13.10.15 530 7 9쪽
6 제1장 조금 특별한 아르바이트 (5) 13.10.12 705 8 11쪽
5 제1장 조금 특별한 아르바이트 (4) 13.10.10 651 8 9쪽
4 제1장 조금 특별한 아르바이트 (3) 13.10.08 643 14 9쪽
3 제1장 조금 특별한 아르바이트 (2) 13.10.06 968 9 9쪽
2 제1장 조금 특별한 아르바이트 (1) 13.10.04 1,106 9 9쪽
1 프롤로그 +1 13.10.04 1,290 13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