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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 아르바이트입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완결

천영天影
작품등록일 :
2013.10.04 21:29
최근연재일 :
2014.02.06 21:39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24,616
추천수 :
376
글자수 :
200,207

작성
13.10.17 18:00
조회
432
추천
6
글자
12쪽

제1장 조금 특별한 아르바이트 (7)

DUMMY

“으윽, 으으음.”

우주는 신음을 흘리며 의식을 찾았다. 두 눈을 뜨자 보이는 건 화려해 보이는 복도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붉은 머리카락의 여인이었다.

“어라, 이상하네. 왜 여기까지 따라왔지?”

“아윽, 머리야.”

의아한 어조로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우주. 그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긴 어디지? 나는 왜…….”

그는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며 기억을 되살렸다. 그리곤 검은 로브를 입고 있는 티아를 향해 시선이 고정됐다.

“사, 살인자!”

“누가? 난 착실한 공무원일 뿐이라고.”

정신을 잃기 전 기억이 돌아온 우주는 다시 잃으려는 정신을 간신히 붙잡았다. 하지만 아직도 오락가락했다.

“난 죽은 거야?”

“응.”

“여긴 저승?”

“그래. 잘 아네.”

우주는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봤다. 어떤 건물 내부인 듯 기다란 복도 한 가운데 그가 있었다. 그리고 정면에는 거대한 방문이 하나 있었다.

“여기가 저승?”

“그렇다니까.”

“그런데 여긴 어디지?”

“순간적인 상황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바보가 돼버린 거야?”

그렇게 말했지만 당황하기는 티아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이승의 영혼을 저승으로 데려오면 자동으로 재판대기실로 향한다. 그런데 우주는 그곳으로 가지 않고 자신을 그대로 따라왔던 것이다.

“모르겠다, 자세한 건 오라버니에게 물어보면 되겠지.”

똑똑똑

티아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문을 두드렸다.

“저 티아예요. 들어갈게요.”

그리곤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곧바로 문을 열었다.

“뭐해? 일단 같이 들어가자.”

그녀는 멍하니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는 우주의 손목을 붙잡곤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서자 문은 자동으로 닫혔다.

거대한 문과는 달리 방은 의외로 그다지 크지 않았다. 손님을 맞이하는 자리인지 중앙엔 소파와 탁자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책장이 있었고, 그 안에는 각종 서적과 DVD, 블루레이, 게임 등이 있었다. 또 다른 벽면에는 거대한 프로젝션 스크린이 있었고, 천장에는 프로젝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문과 마주한 저 끝에는 업무를 보는 곳인지 책상과 컴퓨터, 각종 서류더미, 그리고 피규어와 프라모델이 보였다. 좀 더 자세히 둘러보니 각종 콘솔 게임기가 보였고, 한쪽 구석에는 아케이드 리듬 게임기, 건 슈팅 게임기까지 있었다.

‘여기가 저승이라고?’

저승은커녕 돈 많은 오타쿠 방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각종 피규어로 장식된 책상 위에는 이 방의 주인으로 보이는 검은 옷의 남자가 엎어져 자고 있었다.

“어휴, 또 자고 있어. 일은 언제 하려나 몰라.”

티아는 한숨을 내쉬며 그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머스킷을 든 가슴 큰 금발의 피규어 하나를 손에 쥐었다.

“마법소녀 뭐였더라. 어쨌든 이거 목을 날려버릴까?”

“헉, 안 돼!”

효과가 있었는지 티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검은 옷의 남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그는 특이하게도 두 눈동자 색이 금색과 검정색으로 각각 다른 오드 아이였다.

“안녕하세요, 오라버니.”

“뭐야, 너였냐? 난 또 야난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남자. 그리곤 티아가 쥐고 있는 피규어에 시선이 집중됐다.

“쿡, 설마 제가 언니도 아니고 정말로 목을 잘랐을 것 같아요?”

그녀는 웃으며 피규어를 제자리로 내려놨다.

“야난은 단순히 자른 게 아니야. 마치 물어뜯어 잡아먹은 것 같았지”

생각하기도 싫은 끔직한 기억인지 그는 표정을 잔뜩 찡그리며 말했다.

“그나저나 어제 임무를 받고 내려갔잖아. 하루 만에 저승으로 오다니,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별다른 일은 아니에요, 오라버니.”

“그 오라버니 소리는 그만두면 안 돼?”

“그럼 형부라고 부를까요?”

“……그냥 오라버니로 만족할게.”

남자의 패배선언에 티아는 만족스럽게 씨익 웃었다.

“아, 오라버니. 쟤 좀 보세요.”

티아는 손가락을 뻗어 문 앞에서 가만히 서 있는 우주를 가리켰다.

“왜? 드디어 너도 남자친구를 사귄 거냐?”

“그, 그럴 리가요. 너도 거기에 멍하니 서 있지 말고 어서 이쪽으로 와.”

우주를 부르면서 티아는 간략히 상황 설명을 했다.

“그러니까 수명을 다한 영혼을 데려왔는데 대기실로 안 가고 그대로 너와 함께 여기로 왔단 말이지?”

“예.”

“WHSS는?”

“문이 안 열렸어요. 오류가 있었던 게 아닐까요?”

“가능성은 있지. 버그를 상당히 잡긴 했지만, 아직 테스트 중인 시스템이니까.”

고개를 갸웃거리던 남자는 가까이 다가온 우주를 빤히 쳐다봤다.

“흐응?”

그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짓더니, 그러다가 답을 찾았는지 피식 웃으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저 아이를 왜 데리고 왔어?”

“죽음의 기운을 느껴서요.”

티아는 옥상에서 우주와 악수를 할 때 그의 영혼이 불안정하단 걸 느꼈다. 육체를 떠나려는 움직임을 포착한 것이다.

“명부를 본 건 아니지?”

“번거롭게 그런 작업을 왜 해요?”

그 대답에 남자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 네 성격이라면 분명 그랬겠지.”

그러면서 그는 우주를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소년, 먼저 미안하단 말부터 하지.”

“예, 예?”

아직 상황파악이 되지 않은 우주가 멍하니 되물었다.

“먼저 성급한 소녀의 실수부터 지적해야겠지.”

“그게 무슨…….”

티아의 반문을 손을 뻗어 막곤 우주에게 질문을 던졌다.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불러보겠나?”

“에? 그건 왜 그러시죠?”

“요즘은 말이야, 대부분의 작업이 전산화가 되어 있거든.”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마우스를 움직여 ‘명부2 ver.1.2’라는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각종 메뉴와 함께 검색창이 나타났다.

“이승도 상당히 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그걸 이용하면 편리하거든.”

주민등록번호 등 이승의 데이터와 완벽 연동. 그것이 작년 말에 출시된 ‘명부2’의 강력한 기능이었다. 이전 버전에서도 연동이 되긴 했지만, 국가별로 제한이 있었고, 연동되는 데이터에도 한계가 있었다.

“어플도 있는데 왜 사용을 안 했니? 어쨌든 보자, 이름은 차우주이고, 주민등록번호는…….”

남자는 쯧쯧 혀를 차며 우주가 불러주는 대로 데이터를 입력하고 검색을 시작했다. 그러자 사진과 함께 출생지, 주소, 전화번호, 키, 몸무게, 혈액형, 출신 학교, 가족관계 등이 나타났다.

“호오, 창천고등학교에 재학중이란 말이지? 뭐, 티아가 데려왔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우주의 학교에 흥미를 보이며 그는 티아를 불러 화면을 보여줬다. 그리고 사망 예정일을 가리켰다. 물론 우주의 눈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 외에는 모두 뿌옇게 보여 알아볼 수 없었다.

“어? 어라? 어라라?”

“어때, 네 실수를 알겠어?”

“하, 하지만 분명 죽음의 기운을 느꼈는데. 명부가 100% 정확한 건 아니잖아요.”

“그렇긴 하지. 명부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이니까. 하지만 말이야.”

남자는 우주를 가리켰다.

“흔히 있는 일은 아닌데, 영혼에 강한 충격을 받거나 훼손되었을 때와 현상과 비슷해. 착각할만한 일이지.”

“그럴 리가.”

검색된 화면과 지적을 해준 남자, 그리고 우주를 번갈아 바라보며 티아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만.”

“아, 으응.”

그녀는 우주의 손목을 붙잡곤 그의 영혼의 기운을 느꼈다. 자세히 관찰하자 과연 남자의 말대로 우주의 영혼에서 외부의 공격을 받아 충격을 받은 흔적이 느껴졌다. 그 느낌이 사람이 죽기 직전, 육체에서 영혼이 빠져나오려는 기운과 상당히 흡사했다.

“아, 그게 그러니까…….”

잘못을 깨달은 티아는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결국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저, 정말 미안해.”

“왜, 왜 그래?”

“내가 큰 실수를 저질렀어.”

티아는 차마 사태를 설명하지 못하고 계속 사과만 했다. 그러자 당황해하는 건 오히려 우주였다.

“그러지 말고, 진정해.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하하, 나 같아도 미안하고 창피해서 쥐구멍이 있다면 숨어들어가고 싶을 거다.”

남자의 웃음에 우주는 난처한 상황을 넘길 겸, 자세한 사정을 들을 겸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간단해. 잘못 데리고 온 거지.”

“네?”

“넌 아직 죽을 때가 아니야. 언젠지 말해줄 수는 없지만, 남아도 한참 남았지. 그런데 티아가 착각하고 데리고 온 거야.”

“네에?”

그 말을 들은 우주의 머릿속은 황당함으로 가득 찼다. 그리곤 잡아 먹을듯한 기세로 티아를 돌아봤지만,

“미안, 미안해.”

계속 사과를 하고 있는 티아를 보니 화를 낼 기력도 사라졌다.

“그래서 저는 어떻게 되나요? 혹시 이대로 이세계 환생이라던가 하는 일이라도 생기나요?”

우주는 농담을 하듯 남자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왜? 하고 싶어? 판타지 세계에서 영웅이라도 되어 볼래?”

“어? 정말 되는 거예요?”

“하하, 가능은 하지. 만약 네가 돌아갈 육체가 없다면 말이야.”

옛날에는 이런 일이 종종 있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과학이 발달하지 않아 이승에서 저승으로 오기 위해선 머나먼 힘든 여정을 겪어야 했다. 몇날며칠을 고생하여 저승에 도착하는 사이 육체는 이미 장례를 치르고 무덤 안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럴 때는 다시 육체로 돌아가기도 난감했다. 그래서 실수에 대한 보상을 겸해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환생을 시켜주던가, 다른 세계로 보내주던가 하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요즘은 먼 길을 돌고 강을 건너는 일 없이 그냥 차원의 문을 만들어서 이승과 저승을 오고간다. 덕분에 졸지에 저승의 강 사공들이 실업자가 되어버렸지만, 대신 이런 실수가 발생해도 즉각 대처가 가능해졌다.

“걱정하지 마. 이승으로 가는 길은 실.수.를 한 티아가 잘 안내해줄 테니까.”

남자의 말에 티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그 모습이 마치 처음 봤던 그녀의 모습 같았다.

“괜찮아, 사람이 살다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지.”

그 실수 덕분에 이승과 하직할 뻔했지만, 우주는 대범하게 넘어가기로 했다. 보아하니 어차피 그냥 해프닝으로 끝날 일이 될 같은데, 괜히 신경써봐야 머리만 아플 뿐이다.

“그나저나 창천고등학교라 했지?”

남자가 씨익 웃으며 다시 말문을 열었다.

“소개가 늦었지? 난 권시형이라고 한다. 보다시피 티아의 상관이고…….”

거기서 한 템포 쉰 뒤 우주가 깜짝 놀랄만한 내용을 말했다.

“창천고등학교 졸업생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네에?”

“아니, 졸업생은 아니겠다. 수능점수 발표 나고 얼마 안 있어서 죽었으니까.”

“…….”

놀라 이것저것 질문하려던 우주는 그 대목에서 입을 다물었다. 남자, 시형은 별것 아니라는 말투로 얘기했지만, 죽음이란 단어는 결코 가벼운 게 아니었다.

“그렇게 신경 쓸 것 없어. 벌써 10년은 넘은 일이니까. 어쨌든 이런 곳에서 학교 후배를 만나네.”

“아, 예, 예에.”

우주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 선배로서 좋은 일자리를 하나 소개시켜주지. 저승사자 아르바이트를 한 번 해보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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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제6장 소꿉친구 (2) +1 14.01.10 563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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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제5장 현행범 (2) 13.12.30 531 7 9쪽
29 제5장 현행범 (1) 13.12.27 471 11 9쪽
28 막간 – 두 저승사자 13.12.25 485 5 9쪽
27 제4장 범행현장 적발 (3) 13.12.23 718 7 10쪽
26 제4장 범행현장 적발 (2) +1 13.12.21 627 8 9쪽
25 제4장 범행현장 적발 (1) 13.12.19 467 9 9쪽
24 제3장 어둠과의 결투 (6) 13.12.16 660 5 11쪽
23 제3장 어둠과의 결투 (5) 13.12.13 694 13 17쪽
22 제3장 어둠과의 결투 (4) 13.12.11 627 4 11쪽
21 제3장 어둠과의 결투 (3) 13.12.09 518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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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제2장 그녀와 함께 산책을 (5) 13.11.02 407 5 13쪽
14 제2장 그녀와 함께 산책을 (4) +1 13.10.31 372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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