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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 아르바이트입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완결

천영天影
작품등록일 :
2013.10.04 21:29
최근연재일 :
2014.02.06 21:39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24,622
추천수 :
376
글자수 :
200,207

작성
13.12.09 01:02
조회
518
추천
13
글자
12쪽

제3장 어둠과의 결투 (3)

DUMMY

“하아.”

종례까지 마치고 하교시간이 되자 우주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등 뒤에서 태클을 걸 하란은 대회 운영 준비 때문에 이미 마지막 수업이 끝났을 때부터 체육관에 가 있었다.

“무슨 걱정 있어?”

우주의 바로 옆에서 티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 아니야. 별 것 아냐.”

애써 웃으며 고개를 저었지만, 우주의 얼굴에서 고민 중이라는 표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차우주, 난 먼저 가 있을 게. 나중에 보자.”

그때 태호가 웃으면서 그의 곁을 지나갔다.

“참가한다고 한 마디도 안 했는데.”

우주는 교실 밖으로 멀어지는 태호를 보며 고개를 절래 저었다.

“참가라니?”

우주의 혼잣말을 들은 티아가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우주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게…….”

그 시선에 우주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결심을 내렸다.

“뭐, 너도 알게 될 일이지. 걸으면서 얘기하자.”

자리에서 일어나는 우주는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차피 의미 없는 일인걸.’

그의 발걸음은 체육관이 있는 곳과 반대쪽이었다. 어느 쪽으로 가든 교문으로 나갈 수 있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우주는 의식적으로 체육관 쪽을 피했다.

“응?”

우주를 뒤따르는 티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꽤 많은 학생들이 흥미와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체육관을 향하고 있었고, 우주는 그것을 피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

말없이 계속 걸었지만 티아는 굳이 재촉하지 않았다. 그렇게 계단에 이르렀을 때였다.

“간단한 정기 행사야. 매달 열리는 교내 검도대회가 오늘이거든.”

우주는 방금 전 표정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웃으면서 말문을 열었다.

“우리 학교는 무술 쪽으로는 상당히 명문이야. 많은 서클이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은 내고 있으니까. 그중 최고를 뽑자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검도부지.”

두 사람은 계단을 내려갔고, 우주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그런 검도부에선 매달 대회를 열어. 검도부원뿐만 아니라 일반 학생들도 참가할 수 있는 대회지. 학생회의 후원과 체육선생님의 지원도 있는 일종의 교내행사야.”

어느 정도 검도 경력이 있던 학생이든, 한 번도 운동을 해본 적이 없던 문외한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대회 참가 지원자들은 검도부원의 지도에 따라 간단한 기초와 대회 방식 등을 배운다. 일반 학생들에겐 검도를 체험해볼 수 있는 이벤트였다.

“일반인만 참가하는 거야?”

“아니, 검도부도 참가해. 예선을 거친 지원자 8명과 검도부 8명. 뭐, 그 8명도 대부분 초보 신입부원들을 내보내지만.”

그리고 검도부에선 초보자들에게 시합경험을 쌓게 해줄 수 있는 대회였다. 문외한과의 시합 중 예상외의 상황에서 임기응변을 기르기 위해 반칙에 준하는 행동이라도 너무 위험한 행동만 아니면 그냥 넘어가곤 했다. 물론 초보자라곤 해도 검도를 정식으로 배웠기에 대부분은 검도부원이 승리했었다.

“검도부에 안 들어갔더라도 검도를 배운 사람도 있을 수 있지 않니?”

“물론 있지. 하지만 한두 명 정도는 주전급이 나오기에 준우승은 언제나 검도부의 차지야.”

“준우승?”

티아는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주의 말대로라면 우승은 당연히 검도부의 차지여야 했다.

“……말하지 않을 수 없겠지?”

우주는 씁쓸히 웃었다.

“유설화 선배님이라고 알지? 전에 옥상에서 만났고, 어젯밤에 학생회실에서도 봤었잖아.”

“아, 으응, 그 사람. 알아.”

티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매 대회 때마다 선배님이 출전하시거든. 그리고 선배의 실력……은 교내 최고야. 아니, 전국 최고일지도 모르지.”

우주는 떨리는 목소리를 참으며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

“선배도 원래 검도부원이었지만, 작년 학생회장이 되신 뒤론 그만두셨어. 아, 생각해보니 이 대회가 생긴 것도 그때 이후부터였네.”

“…….”

그 말을 끝으로 우주는 말문을 닫았다. 그 사이 두 사람의 걸음은 멈추지 않아 어느새 교문까지 다다랐다. 그리고 우주가 교문 밖으로 한 걸음 내딛었을 때, 티아가 그의 옷자락을 잡았다.

“왜 그래?”

“…….”

우주가 뒤돌아보며 물었지만, 티아는 그의 시선을 회피하며 대답을 망설였다.

“무슨 일 있어?”

우주가 싱긋 웃으며 재차 물어보았다. 그 미소에 티아는 결심을 내리곤 우주와 시선을 맞췄다.

“대회에 참가하면 안 돼?”

“……응?”

의외의 대답에 우주가 정신이 잠시 멍해졌다.

“그 검도 대회에 너도 참가하지 않겠니?”

“아니, 내가 왜 그런 대회에…….”

“너도 검도 잘 한다고 했잖아.”

티아는 어이없어 하는 우주의 말을 잘랐다.

“뭐, 어디 가서 무시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네 실력을 보고 싶어.”

“…….”

계속 거절하려던 우주의 말문이 막혔다.

“지금 우리가 소울 헌터를 쫓고 있어. 전투를 벌일지도 몰라. 그래서 파트너인 네 실력을 알고 싶어.”

진지한 티아의 눈빛.

“그건…….”

티아의 눈빛과 마주하자 우주의 입에서는 거절의 말이 나오지 못했다. 그렇다고 승낙의 말도 쉽게 나오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네.’

우주의 머릿속에 검도부를 그만뒀던 그 날이 떠올랐다.

“그래, 알았어.”

짧게 한숨을 내쉰 뒤, 우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실력 테스트가 제대로 될는지 모르겠네. 난 1년이나 운동을 쉬었고, 상대는 대부분 초보들이고.”

“그 사람이 나온다고 하지 않았니?”

체육관을 향해 발걸음을 돌린 우주의 뒤를 따르며 티아가 물었다.

“설화 선배? 이번엔 바빠서 못 나오신다고 들었어.”

‘그래서 내가 대회에 참가하는 걸지도 모르지.’

자조적인 생각을 하며 우주는 체육관에 몰린 인파들 사이로 들어갔다.

“아!”

인파에 익숙지 않은 티아가 당황해하며 우주를 놓치기 직전,

“꽉 잡아.”

우주가 손을 뻗어 티아의 손을 잡아끌었다.

“고, 고마워.”

“아냐, 아무것도 아닌걸.”

티아가 얼굴을 붉혔고, 우주는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처음 티아와 만나 그녀를 데리고 옥상에 올라갔을 때가 떠올랐다.

“와아아아아!”

“…….”

그리고 그런 생각은 체육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굳어버린 표정과 함께 사라졌다.

“연습시합 중이군.”

우주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넓은 체육관 한쪽에선 검도부원들이 연습시합을 하며 흥을 돋우고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 검놀림을 보고 있자니 작년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언제나 그의 앞에서 당당히 서 있던 여자.

“우주야?”

“응?”

티아가 어깨를 툭툭 치자 우주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어느새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참가신청 해야 하지 않아?”

“아, 그렇지. 잠시 멍하니 있었네.”

우주는 여전히 티아의 손을 잡은 채로 체육관 한쪽 구석에 마련된 접수처로 향했다.

“흐응, 이게 누구야?”

“헉!”

그리고 우주의 몸이 굳어버렸다. 접수처에는 두 사람을 잡아먹어버릴 듯한 시선으로 노려보며 미소 짓고 있는 소녀가 앉아 있었다. 그 소녀의 눈빛은 우주와 티아를 거쳐 두 사람이 맞잡고 있는 손으로 향했다.

“여기엔 무슨 일이실까, 부반장님?”

“아하, 아하하하, 여, 여기에 있었네, 반장님.”

어색한 웃음과 함께 우주는 하란의 시선을 피했다.

“둘이서 두 손 마주잡고.”

하란은 자리에서 일어나 우주의 앞으로 다가갔다.

“무슨 볼일로 내 앞에 나타나셨어?”

이어서 하란은 우주와 티아가 맞잡은 손 위로 자신의 손을 올리며 꽉 쥐었다.

“우와, 이거 뭐야?”

“말로만 듣던 삼각관계?”

“웬일이니, 웬일이니?”

“저거 매일 아침마다 사랑싸움 하던 애들 아냐?”

체육관 안에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관람하기 위해 많은 학생들이 들어와 있었다. 그랬기에 작은 사건이 일어나자 순식간에 수백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하하, 하하하.”

“어? 어어어?”

시선집중에 우주는 당황을 넘어서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웃었으며, 티아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우주의 등 뒤로 바짝 달라붙었다.

“이거 참 서로 사이가 좋네.”

주위의 시선을 신경 쓰는 둘과는 달리 하란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는 티아의 행동을 보자 이마에 힘줄을 드러내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짙어져갔는데, 우주에겐 그 모습이 더욱 두려웠다.

“질투가 날 정도로 말이야.”

두 사람의 손을 더욱 세게 꽉 쥐는 하란. 물론 조그마한 손으로 힘을 써봤자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우주의 마음속을 죄는 압박감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하, 아하하하. 네가 참가접수를 받고 있을 줄은 몰랐어.”

머릿속으로는 여전히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잠재의식상의 본능만은 충분히 위기를 깨달았다. 우주는 무의식적으로 재빨리 손을 놓고, 그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반갑다는 듯이 웃었다.

“……흥.”

우주의 어색한 웃음과 그의 등 뒤에서 방금 전까지 맞잡았던 손을 쓰다듬으며 얼굴을 붉히고 있는 티아를 보며 하란은 코웃음과 함께 제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래서 여긴 웬 일이야?”

하란은 삐친 듯 학생회장인 설화를 본받아 다소 냉랭하게 말하려고 했으나, 객관적으로 보기엔 귀여울 뿐이었다.

“그, 그게 있잖아…….”

물론 그건 타인들의 입장이었고, 방금 전 사태를 겪은 우주에게 하란의 태도는 식은땀을 흘리게 만드는 행동이었다.

“대회에 참가하려고.”

우주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뭐?”

고작 한 마디를 말했을 뿐이었는데 그 파급력이 컸던지 하란은 방금 전 화내던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깜짝 놀랐다.

“하하, 나도 검도를 조금 했는걸.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잖아.”

“으응, 그건 그렇지만.”

하란은 우주가 무슨 말을 꺼내든 한껏 쏘아주려고 했지만, 충격적인 내용에 머릿속이 잠시 새하얘졌다.

“내가 참가한다는 게 그렇게 의외야?”

“조금은. 지금까진 한 번도 안 나갔었잖아.”

우주가 얘기를 해줬기에 그녀도 우주의 사정에 대해선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이번 그의 말이 실감나지 않았다.

“……변했구나. 나는 못했는데. 싫었는데.”

하란은 씁쓸한 표정으로 티아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중얼거림은 너무 작은 목소리라 우주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으려고 했다.

“방금 뭐라고…….”

“참가하겠다고 했지? 응, 좋아, 신청 접수됐어. 이왕 나갔으니까 본선은 꼭 가야 해!”

그러나 하란은 우주의 말을 끊고 밝은 목소리로 외쳤다.

“응? 아, 물론이야. 내신 1점을 포기할 수는 없지. 내친김에 우승도 할까?”

하란의 감정변화를 눈치 채지 못한 우주는 쿡쿡 웃으며 호기롭게 말했다.

“지원자는 따로 모여서 교육을 받아야 해. 그러니까 우주는 여기 남고, 티아는 얼른 다른 데로 가 주겠어?”

티아를 찌릿 노려보며 하란이 말했고, 그 시선을 받은 티아는 또다시 우주의 등 뒤로 바짝 숨었다.

“난 교육 안 받아도 괜찮아. 검도부도 허락할걸. 그럼 계속 수고해, 나중에 봐.”

하란의 날이 선 말이 두려웠던 우주는 재빨리 할 말을 마치곤 티아의 손목을 잡고 쏜살같이 달려갔다.

“…….”

멀어지는 우주를 바라보는 하란의 눈가엔 잠시 안타까움의 기색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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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막간 – 두 저승사자 13.12.25 485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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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장 어둠과의 결투 (3) 13.12.09 519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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