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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 아르바이트입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완결

천영天影
작품등록일 :
2013.10.04 21:29
최근연재일 :
2014.02.06 21:39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24,623
추천수 :
376
글자수 :
200,207

작성
13.12.30 23:27
조회
531
추천
7
글자
9쪽

제5장 현행범 (2)

DUMMY

“어라, 맛있네. 이거 정말 예상왼데.”

“나 요리 잘해.”

“샌드위치는 요리가 아니지 않아?”

“어쨌든!”

쿡쿡 웃으며 우주는 두 번째 샌드위치를 집었다.

“네가 만든 거 두 번째로 먹어보는데 둘 다 상당히 맛있어. 이런 요리 기술을 진작 발휘해줬으면 얼마나 좋아.”

“첫 번째는 뭔데?”

“어제 만든 즉석 볶음밥.”

“으윽, 그랬어?”

하란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전학 왔을 때부터 이것저것 챙겨주던 우주였는데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해준 게 없었다.

“그럼 언제 한 번 우리 집으로 놀러 올래? 내가 이 세상 세 번째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줄게.”

“첫 번째, 두 번째는 뭔데?”

“어제 만든 볶음밥과 지금 먹고 있는 샌드위치.”

“결국 다 네가 만든 거잖아.”

“쿡쿡쿡, 티아가 만든 요리와 비교도 안 될 작품을 만들어 주겠어.”

“먹어는 보고 그런 소릴 하냐.”

피식 웃으며 우주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 언제 갈까?”

“언제든 좋아. 혼자 사는 집이니까.”

그 말에 우주의 말문이 막혔다. 그녀가 혼자 사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란은 초등학교 입학 직전에 아버지 일 때문에 급히 이사를 갔다. 그리고 2년 쯤 지났을까? 10살이 됐을 무렵 그녀를 포함한 가족 전체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녀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가족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다. 친척이 없었던 그녀로선 의지할 곳을 모두 잃은 셈이었다.

교통사고 휴유증으로 1년을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을 하고 나니 오갈 데 없는 신세. 그런 그녀를 막 대학을 졸업한 이은신 선생이 거둬주었다. 그녀의 후견인이 되어 자립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와줬다. 하란이 은신을 아버지처럼 여기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흐음, 그래도 너무 기간이 멀어지면 텐션이 떨어지니 빨리 오는 게 좋은데.”

그런 아픈 일이 있었는데도 지금의 하란은 모두 극복을 했는지 밝은 표정을 지우는 일이 별로 없었다.

‘정말 강한 녀석이야.’

우주가 그렇게 생각을 할 때, 하란은 크게 손뼉을 치며 결심했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 옛 어른들은 말씀하셨지,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오늘 저녁 어때?”

“응? 오늘은 좀…….”

우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중요한 일이 있는 날이었다.

“흐응, 뭐야? 티아와 약속이라도 있는 거야?”

하란은 가늘게 눈을 뜨며 물었다.

“아, 아니, 절대 아니야.”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고 했지.”

우주의 과민반응을 보며 티아는 천천히 섬뜩한 표정을 지어갔다.

“그렇다면 다시 약하게 하지. 약속 없어.”

“약한 부정은 약한 긍정이야.”

“그게 뭐야? 그럼, 강한 긍정이나 약한 긍정은 강약 부정이라도 된단 거야?”

“쿡, 그게 무슨 소리야? 긍정은 당연히 긍정이지.”

“……어떻게 해도 다 긍정이잖아.”

“응. 그러니까 빨리 실토하라고.”

하란은 섬뜩한 표정으로 생글생글 웃었다.

“하아, 이거 무서워서 살겠나.”

우주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럼 별일 없는 거지? 나 오늘 빨리 집에 갈 테니까, 나중에 저녁 맞춰서 오는 거다, 알겠어?”

“야야, 오늘 안 된다니까. 내일 갈게.”

“후회 안 하려면 오늘 오는 게 좋을 텐데.”

그 말을 마지막으로 티아는 더 권하지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바람을 맞으며 조용히 샌드위치를 집어 먹었다.

“우주야.”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 티아가 다시 그를 불렀다.

“왜?”

“우리 어디 도망갈까?”

“……응?”

뜬금없는 말에 이해하지 못한 우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위험이란 없는 곳으로, 복잡한 생각 따위는 필요 없는 곳으로. 무언가 속이지 않고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곳으로. 그런 곳으로 함께 도망갈래?”

하란의 시선 역시 멍하니 하늘을 향해 있었다. 그런 자세로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말을 꺼냈다.

“…….”

하지만 우주는 그 말을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야, 야. 그 말, 그거. 그건 혹시…….”

우주는 티아의 말뜻을 생각하더니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왜 그렇게 당황……아, 아아!”

당황하는 우주를 보며 오히려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던 티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생각 없이 했던 말의 뜻이 그제야 떠오른 것이다.

“아, 아, 그건 그러니까…….”

이번엔 티아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어버버거리며 당황하더니 재빨리 다 먹은 도시락 통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그, 그럼 내일 저녁에 오는 거다. 야, 약속이야.”

그러더니 우주가 대꾸를 할 틈도 주지 않고 후다닥 옥상 아래로 도망 가버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우주는 하늘을 다시 올려다봤다.

“괘, 괜히 사람 부끄럽게 만들고 그래.”

어느 정도 무안한 감정을 추스른 우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나도 슬슬 내려가 볼까?”

하란의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하나, 고민을 하며 막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툭, 투툭, 툭

그를 향해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다가왔다.

“회, 회장?”

“…….”

설화는 말없이 우주의 앞에서 멈춰 섰다. 순간 우주의 머릿속에서 어제 시합 직후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계, 계셨나요?”

대신 우주는 잔뜩 당황한 채 의미 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 물음에 설화는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고, 그냥 못 본 걸로 해주세요. 생각하기만 해도 창피하니까.”

우주가 머리를 긁적이고 하하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설화는 무표정하게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부담스러워진 우주가 먼저 말을 꺼냈다.

“뭐,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힘을 분배가 부자연스럽더군.”

우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온 뜬금없는 말. 요즘 뜬금없는 말이 유행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우주는 무슨 뜻인지 물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설화와 단 둘이 서 있으니 바로 어제 있었던 결승전이 떠올랐다. 그리고 우주는 그녀가 어제 시합에 대해 얘기하고 있단 것을 눈치 챘다.

“자연스러움을 따라라.”

단편적인 말이었지만, 우주에겐 꼭 필요한 핵심이었다. 결승전에서 우주는 최상의 상태로 최적화되어 있을 영력을 괜히 통제하고, 극단적인 기능으로만 이용하려고 했다. 그것이 패배의 이유 중 하나란 걸 깨닫곤, 조언을 해준 설화를 향해 감사의 인사를 하려던 순간이었다.

“자, 잠깐. 회장이 말씀하시는 힘이라는 게 혹시 영력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우주는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고 물었다. 영력이란 건 우주도 저승사자 아르바이트를 맡고 나서야 알고, 느끼게 되었다.

티아에게서 영력을 사용하는 인간이 상당히 많다는 걸 듣긴 했다. 하지만 그 중 하나가 눈앞의 설화였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영력?”

하지만 설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냥 비유를 한 것인가?’

우주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영력만이 설화를 이길 최후의 무기인데, 만약 설화마저 영력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면 절망이 한 층 더 얹어지게 되는 꼴이었다.

“내부의 힘 말인가?”

그 말에 우주는 이번엔 좌절의 한숨을 내쉬었다. 표현만 다를 뿐, 말하고자 하는 건 똑같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잘 다뤄라.”

할 말을 끝마쳤는지 설화는 몸을 돌려 옥상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고민하던 우주는 결심을 내리곤 설화를 불러 세웠다.

“회장.”

“…….”

설화는 말없이 발걸음을 멈췄다. 우주는 그녀가 어제 마지막에 했던 말을 떠올렸다.

“강해질 수 있습니까?”

“…….”

“단기간에.”

“…….”

잠시 말이 없던 그녀는 몸을 돌려 다시 우주에가 다가갔다.

“힘을 길러라.”

그 힘이 단순한 근력이 아니라는 걸 우주는 쉽게 알아들었다.

“그건 단기간에 불가능하잖아요.”

다가오는 설화에게서 도망치듯 우주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선천적인 에너지.”

그런 그를 향해 설화는 한 걸음 더 다가가며 생소한 단어를 하나 더 붙였다.

“쿤달리니 각성.”




옥상에서 설화와 대화를 마치고 내려온 우주는 먼저 하란을 찾았다. 그녀의 모습을 보고 아까 했던 얘기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판단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녀는 이미 조퇴를 하고 집으로 돌아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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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장 현행범 (2) 13.12.30 532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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