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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 아르바이트입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완결

천영天影
작품등록일 :
2013.10.04 21:29
최근연재일 :
2014.02.06 21:39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24,625
추천수 :
376
글자수 :
200,207

작성
13.10.04 21:36
조회
1,106
추천
9
글자
9쪽

제1장 조금 특별한 아르바이트 (1)

DUMMY

“중2로 돌아가고 싶었던 거야?”

“하아, 그 말이 나올 줄 알았다.”

소녀가 싱글거리며 묻자 소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년이면 다가올 수험생 생활이 압박으로 다가온 나머지 아무 걱정 없이 놀 수 있었던 3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잠재의식이 꿈을 통해 드러났다는 해석은 어때?”

“그냥 개꿈이라고 할게.”

괜히 꿈 이야기를 꺼냈다고 생각하며 소년, 차우주는 앞으로 몸을 돌려 가방 정리를 시작했다.

“에휴, 아침부터 별 희한한 꿈을 다 꿔서…….”

우주는 학교에 도착해 자리에 앉자마자 오늘 아침에 꿨던 꿈이 생각났다. 그래서 바로 뒷자리에 앉은 소녀에게 그 이야기를 꺼냈는데, 정작 돌아오는 대답이 바로 저거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한심한 꿈인걸. 부정할 순 없네.’

“어이, 거기 개꿈 꾼 양반. 그러지 말고 다시 뒤를 돌아보지 않겠어?”

소녀의 부름에 우주는 책을 마저 다 꺼내고, 빈 가방을 책상 옆에 걸며 그녀를 향해 몸을 돌렸다. 아담한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동안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다, 그녀야말로 중학생으로 보일만큼 어려 보였다. 검은색 머리카락은 길게 기르고 있었지만, 그다지 성숙해 보이진 않는다.

‘한 번씩 이 녀석이 고등학생이 맞는가, 의심이 간단 말이야.’

고등학교가 아니라 중학교를 가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작은 키와 외모. 그리고 그의 시선은 살짝 어깨 아래로 향했다.

‘우리나라 여자 대부분이 작은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평평하잖아. 가슴은 물론, 마치 몸 전체가 미성숙한 것처럼…….’

“거기 개꿈 소년. 방금 실례되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

소녀, 손하란은 눈을 가늘게 뜨며 스윽 두 팔로 가릴 게 없는 부분을 가렸다.

“아하하, 그냥 옛날과 별로 변한 게 없단 생각이 들어서.”

올해 2학년이 시작하며 동시에 전학 온 이 소꿉친구는 어렸을 적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선생님의 안내로 처음 교실에 들어왔을 때 두 사람은 놀라 서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멍하니 말을 더듬었을 정도였다.

즉, 우주 역시 어렸을 적 모습이 남아있었다는 뜻이지만, 그래도 하란만큼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어렸을 때보다 하나도 성장 안 했다고?”

“그런 말은 안 했어.”

‘하나도’까진 아니고, ‘별로’ 성장 안 했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어렸을 땐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하란이었지만, 지금은 반대로 우주가 머리 하나는 더 크다.

“흐, 흐흥, 아직 난 2차 성징이 안 온 것뿐이야.”

“너의 2차 성징씨는 참 바쁜가봐? 10년 후에 오는 거 아냐?”

“두, 두고 봐. 조만간 가슴은 물론이고 키도 쑥 클 테니까. 네 머리만하고, 네 머리 하나만큼은 더 클 걸.”

콤플렉스를 건드려서일까? 하란은 발끈하며 살짝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도로 앉았다. 언성을 높이는 두 사람을 보며 주위에선 ‘또 부부싸움이구먼’이라며 고개를 설래 젓고 있었다.

“뭐 하면 자리 바꿔줄까? 나한테 가려서 칠판 안 보이잖아.”

“필요 없네요. 어차피 곧 너보다 커질 테니까.”

하란은 삐친 듯 고개를 홱 돌렸다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우주의 시선을 느끼곤 힐끗 눈동자를 돌렸다.

“왜 쳐다봐?”

“네가 불렀잖아.”

싱글벙글 웃는 우주를 보며 하란도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들이 어릴 땐 체격이 더 큰 하란이 언제나 주도권을 쥐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대등하게 말싸움을 하는가 하면, 이렇게 역공을 가해올 때도 있었다. 그동안 못 본 사이에 많은 여자 경험이 있었던 것일까?

“쿡.”

하란은 우주에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피식 웃으며 방금 떠올린 생각을 부정했다. 전학 온 당일 날을 떠올랐다. 몇 년 만에 만난 소꿉친구가 너무나 반가워 손을 잡고 마구 흔들었을 때 우주의 얼굴은 귀밑까지 발갛게 달아올랐었다.

전학 온 요 몇 달간 그녀가 본 우주는 아직까지 순진한 구석이 남아있었다. 주위에서 들은 얘기도 그렇고 지금껏 제대로 된 여자 친구 하나 못 사귀어본 소년이다.

“나중에 학교 마치고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줄게. 그러니 화 풀어, 반장님.”

좋은 일이라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느라 아무런 말이 없는 걸 아직 삐쳐있다고 생각해서일까? 우주는 그녀를 달래기 위해 공물을 약속했다.

“흐흥, 이쯤에서 못이기는 척 물러나 줘야겠지?”

하란은 다시 싱긋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원래 그녀가 하려던 이야기로 화제를 옮겼다.

“혹시 그거 알아?”

“뭘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모르는 거니까 부른 거 아냐?”

“오늘 전학생이 온대.”

그녀는 잔뜩 기대된다는 듯 두 팔을 활짝 펴며 말했다.

“아, 음, 어, 그, 저…….”

그 말과 반응에 우주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거 기대되네.”

하품하며 몸을 돌려 책상에 엎드렸다. 흥미 없다는 생각이 빤히 보이는 행동이었다.

“뭐야, 난 기대할 줄 알았는데. 어떤 아이일지 궁금하지 않아?”

하란과 대화를 나눌 때를 제외하면 모든 일을 귀찮아하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우주다. 그녀에겐 그런 모습이 기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귀차니스트 소꿉친구를 보는 것도 괴로운 법.

우주가 귀차니스트답지 않게 호기심은 많은 편이기에 평소에는 일어나지 않는 이벤트를 말해주면 조금쯤은 다른 모습을 보일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던 모양이다.

그녀가 작게 한숨을 내쉬자 우주는 씨익 웃었다.

“누구든 너보다 특이하진 않겠지.”

“나의 어디가 특이해?”

“존재자체.”

“뭐야?

또각또각

발끈하며 다시 자리에 살짝 일어나던 하란은 복도에서 구두소리가 들리자 언제 그랬냐는 듯 즉시 단정히 자리에 앉았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왁자지껄 떠들던 반 학생들도 순식간에 자리에 앉아 조용히 있었고, 막 엎드렸던 우주도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나 의자에 직각으로 앉았다. 교실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아, 맞다. 너 숙제는 했니?”

하란은 걱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우주에게 물었다.

“숙제가 있었어? 무슨 숙제인지 몰라도 내가 그런 귀찮은 걸 할 리가 없잖아.”

“너, 그 숙제가…….”

드르륵!

구두소리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 하란은 말을 멈추곤 우주를 안쓰럽게 쳐다봤다. 우주는 그녀가 도대체 왜 그러는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교실 안으로 들어온 사람 때문에 물어보진 못했다.

교실을 정적으로 만든 사람은 깔끔한 검은색 정장 차림의 큰 키의 여자였다. 학생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그녀의 모습을 살폈다. 포니테일 형태로 묶었음에도 허리까지 닿는 긴 검은색 머리카락과 다소 날카롭지만 아름다운 얼굴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들의 눈은 오직 그녀의 어깨 뒤에 메여있는 한 자루의 목검에 집중되어 있었다.

‘어깨, 어깨를 봐.’

‘오늘은 데프콘3인가?’

‘보통 월요일에는 데프콘4였는데.’

‘그래도 데프콘2가 아닌 게 어디야?’

‘하긴, 그냥 평시라고 생각하면 돼.’

“…….”

여인의 시선이 반을 쭉 훑자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사라졌다.

“주말은 모두 잘 지냈어?”

교탁에 서자 차가운 미소와 함께 인사를 하는 그녀. 창천고등학교 2학년4반 담임 선생님인 천시현의 인사에 학생들은 모두 동시에 침을 꿀꺽 삼키곤 합창하듯 대답했다.

“네!”

학교 전체가 무너질 듯한 우렁찬 대답. 그 모습에 시현은 방금 전과는 대조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 한 주의 시작은 기운차게 보내야지.”

그 미소에 학생들은 모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하루는 정말 큰 잘못이 없는 한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인간 천시현. 수학 담당 교사. 그리고 학교 내 여러 별명 중 하나는 바로 무신(武神). 무술의 달인인 그녀의 눈 밖에 나면 그냥 자신의 제사상을 미리 차리는 게 현명하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 눈 밖에 나는 짓만 하지 않는다면 함께 웃고 장난을 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누나 같은 선생님이지만, 그래도 조심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했다.

“조회를 시작하기 전에 전학생을 소개할게.”

시현이 문을 돌아보자 학생들의 시선도 거기로 집중됐다. 문 밖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치맛자락이 살짝 보였고, 전학생이 여자라는 사실에 남자들은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반 친구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우주는 관심 없다는 듯 지루한 표정을 지었다.

“부끄러워 할 필요 없어. 어서 들어와.”

시현의 말에 용기를 얻었을까? 한 소녀가 조심스럽게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수줍어 얼굴을 붉히고 몸을 잔뜩 웅크리며 들어오는 그녀의 모습에 남자는 물론 여학생들도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동그랗게 크게 눈을 떴다. 거기엔 처음에는 관심 없어하던 우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작가의말

전학생은 좋은 것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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