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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 아르바이트입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완결

천영天影
작품등록일 :
2013.10.04 21:29
최근연재일 :
2014.02.06 21:39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24,619
추천수 :
376
글자수 :
200,207

작성
13.10.10 18:00
조회
651
추천
8
글자
9쪽

제1장 조금 특별한 아르바이트 (4)

DUMMY

“저번에 수업을 어디까지 했더라.”

은신은 교탁 책상에서 잭을 하나 꺼내어 자신의 MPS와 대형 TV를 연결했다. 그리곤 주머니에서 ‘국어 2-1’라는 라벨이 붙어있는 메모리 스틱을 꺼내 MPS에 장착했다. MPS와 TV 전원을 켜고, TV-OUT 기능을 사용하자 TV에 게임 시작 화면이 나타났다. 게임 타이틀 이름은 ‘고등학교 국어 2학년 1학기’였다.

“로드, 로드.”

수업시간에 게임기를 붙잡고 교탁 옆 의자에 앉아있는 선생은 콧노래를 부르며 버튼을 조작해 불러오기 메뉴를 선택했다. 여러 세이브 데이터 중 ‘2학년 4반’을 선택했다.

그리고 비주얼 노벨 게임이 시작되었다.

“…….”

학생들은 어처구니없어 하면서도, 그러려니 하면서 화면에 집중했다.

이은신은 지독한 게임 매니아다. 그는 한시라도 게임기를 손에서 놓고 싶어 하지 않았으며, 수업 중에도 게임을 하고 싶어 했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궁리를 하던 그는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게임으로 수업을 하면 되잖아.’

그리고 다른 선생들이 수업자료로 각종 프린트와 PPT를 제작할 때, 은신은 열심히 게임을 만들었다. 대본을 짜고, 시나리오를 짜고, 밤을 새가면서 스크립트 작업까지 했다. 미술 선생에게 부탁해 각종 캐릭터, 이벤트 CG를 만들었으며, 음악 선생에게 부탁해 BGM을 얻어냈다. 많은 학생들이 성우로 희생되었다. 겨울방학동안 베타 테스트를 거쳐 간신히 신학기 시작 직전에 완성해낸 게 바로 이 수업 일체형 게임이다. 오리지널 캐릭터를 통해 은신 대신 게임 상에서 수업을 진행하였기에 은신은 아무것도 할 필요 없이 버튼만 계속 누르면 됐다.

「그래서 화자는 뭘 얘기하고 싶었던 걸까?」

게임상의 귀여운 여자애가 질문을 던지면서 선택지가 나타났다.

“자, 누가 풀어볼까?”

그제야 은신은 액정에서 눈을 떼고 학생들을 둘러봤다. 아무도 손을 드는 사람이 없자 주저 없이 오늘 날짜와 맞는 출석번호를 불렀다.

이런 식으로 지문과 문제풀이가 진행되는 동안, 우주는 게임에 신경을 끄고 계속 곁눈질로 티아를 힐끗힐끗 바라봤다. 괜히 보고만 있어도 마음에 평화가 오는 것 같았다.

쿵!

“언제는 전학생 같은 건 관심 없는 것처럼 얘기하더니.”

그런 모습을 보기 싫었는지 의자를 걷어차며 하란은 작게 중얼거렸다. 우주는 난처하게 웃으며 입을 뻥긋거리며 ‘아이스크림’이란 단어를 말했다.

“흐흥, 뇌물 따위로 마음이 풀어질 줄 알고?”

나오는 말과는 달리 하란의 입가에는 이미 미소가 감돌았고, 그걸 본 우주도 피식 웃었다.

‘어쨌든 하란도 귀엽단 말이야.’

둘이 티격태격 거리며 노는 사이 티아는 한 번씩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볼 뿐, 그 외엔 꼼짝없이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마침 위험한 곳이 있는 듯, 자그마한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

따다다단다다단따따다다~

드디어 수업이 마치는 종소리. 4교시가 마치고 아귀들이 전장으로 향하는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평소라면 도시락파들은 평소 그룹대로 모여서 진수성찬을 펼칠 준비를 하고, 급식파들은 치열한 순위경쟁을 위해 교실 문을 향해 다리를 슬쩍 내밀며 추진력을 얻을 준비를 할 시간. 하지만 학생들의 시선은 이번에도 티아를 향해있었다. 보나마나 점심을 같이 먹자며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 상황.

‘그렇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

우주는 티아의 손목을 잡았다. 화들짝 놀라는 그녀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어준 뒤,

“뛰어!”

그녀의 손을 끌어 일으켜 세우며 교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차우주! 아직 선생님께 인사도 안 했…….”

“저, 저기…….”

화가 난 듯한 하란의 말도, 무슨 일인지 몰라 당황한 티아의 표정도 무시하며 우주는 그녀를 함께 복도를 달렸다.

“거기 서!”

“사랑의 도피냐?”

“마누라 있으면서 바람을 피겠다는 거야?”

“잡으면 처형이닷!”

뒤에서 아우성거리는 소리들은 한귀로 흘려버리며 그는 티아를 데리고 계단을 올랐다. 몇 명이 뒤쫓아 갔지만, 아무도 그의 발걸음을 따라잡지 못했다.

‘어라, 잘 따라오네?’

여차하면 안거나 업어서 가려고 했지만, 연약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티아가 자신의 발걸음을 잘 따라오고 있자 우주는 속으로 놀라워했다. 최근에는 쉬고 있지만, 어려서부터 검도를 했기 때문인지 그의 체력은 이 학교 내에서도 손꼽힐만했다. 그런 그를 호흡 한 점 흐트러짐 없이 따라오고 있는 것이다.

‘몸이 안 좋아서 학교 쉬던 게 맞나?’

신기하게 생각하며 우주는 계단의 끝, 옥상까지 올라왔다. 이제 막 점심시간이 시작돼서인지 아직 옥상에는 아무도 없었다.

“저, 저기.”

티아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우주를 불렀다. 그 소리에 아직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있단 걸 깨닫곤 서둘러 손을 놓고 얼굴이 붉어지면서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났다.

“미, 미안. 많이 놀랐지?”

“조금.”

그녀는 우주의 시선을 피하며 자그맣게 말했다.

“하지만 고마워.”

“으, 응?”

“날 위해서 그래준 거지?”

그러다 다시 우주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겁에 질린 표정을 사라지고 없었다.

‘아아, 마음의 평화가…….’

그 아름다운 미소에 절로 흐뭇해졌다.

“사실 오늘 조금 무서웠어. 이렇게 갑자기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건 처음이라서, 그리고 한 번에 너무 많은 걸 물어보니까 어떻게 답해야할지 몰랐거든.”

우주의 눈은 티아의 주위를 화사하게 핀 꽃들로 배경을 채웠다. 그녀가 웃자 환하게 후광이 비치는 것 같았다.

“앞으로 이런 것에도 익숙해져야겠지만, 조금 전까진 정말 힘들었었어. 관심을 가져주는데 그만하라고 말 할 수도 없고, 학교 구조도 모르니 어떻게 도망갈 수도 없었어. 이대론 점심시간에도 힘들었을 텐데, 구해줘서 정말 고마워.”

“아, 아니야. 말도 없이 무턱대고 데리고 와서 오히려 미안할 뿐인걸.”

“처음엔 아니, 여기에 올라왔을 때까진 놀랐지만……, 후훗.”

티아는 방금 전 그가 손을 놓으며 당황해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작게 웃었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도리가 없는 우주로선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아직 내 소개를 안 했네.”

그녀에게 눈이 멀기 전에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차린 뒤, 우주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난 차우주라고 해. 부반장을 맡고 있으니까, 모르는 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

“티아, 티아 예타나야.”

서로 인사를 하며 막 악수를 하려던 그때,

툭, 투툭, 툭

약간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옥상으로 올라오는 계단이 아니라 그들의 뒤쪽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

깜짝 놀라 뒤돌아본 우주는 그 소리의 정체를 보고 잠시 몸이 움찔거렸다. 몸에 각인된 본능이 움직이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나타난 사람은 여자, 그것도 티아에 뒤지지 않는 미인이었다. 173cm 정도 되는 큰 키에 날카로운 눈매의 차가운 인상. 구릿빛 피부와 그에 대비되는 숏컷의 새하얀 머리카락.

분명 미인이지만, 누구도 쉽사리 접근하기 힘든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회, 회장?”

“…….”

회장이라 불린 여인은 우주를 보고, 시선을 그의 뒤에 있는 티아에게로 향했다. 무감정한 차가운 눈빛이 두 사람을 훑고 지나갔다. 난다 긴다 하는 불량 학생들도 그녀의 시선만으로도 무릎을 꿇을 정도의 위압감이었고, 우주마저 또다시 한 걸음 뒤로 물러날 정도였다.

하지만 그 시선을 받는 티아는 전혀 지지 않았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공포에 질려버릴 시선을 맑고 투명한 붉은색 눈동자로 그대로 받아 넘겼다.

“…….”

이윽고 회장이라 불린 여인이 티아를 무시하곤 다시 우주를 바라봤다.

“아직도 주저앉아 있나?”

그리곤 차가운 말과 함께 시선을 거두곤 그들을 지나쳐 옥상 아래로 내려갔다.

“회, 회장?”

“여긴 왜?”

“비켜, 회장님 지나가신다.”

“오늘은 그냥 옥상에 올라가지 말자.”

계단 아래서 호들갑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단순히 계단을 내려갔을 뿐인데 그 압도적인 존재감에 학생들은 지레 겁을 먹었다.

“누구야?”

회장이 아래로 내려가고, 옥상에 둘만이 남자 티아가 의아한 시선으로 질문을 던졌다.

“으응?”

우주는 그녀를 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아직도 멍하니 서 있는 상태였다.

“방금 그 사람, 누구야?”

다시 한 번 질문을 하자 우주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유설화 선배님. 우리 학교 학생회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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