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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 아르바이트입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완결

천영天影
작품등록일 :
2013.10.04 21:29
최근연재일 :
2014.02.06 21:39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24,618
추천수 :
376
글자수 :
200,207

작성
13.10.24 18:00
조회
389
추천
7
글자
10쪽

제2장 그녀와 함께 산책을 (1)

DUMMY

“하아, 정말 꿈이 아니었네.”

잠에서 깨어난 우주는 부엌을 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거기엔 교복을 입고 요리를 하고 있는 티아가 있었다.

“일어났니? 아침밥 준비 다 끝나가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티아는 그를 돌아보곤 싱긋 웃었다.

“나도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어서 씻고 와. 그때까지 준비 다 끝낼게.”

왠지 모르게 상냥한 티아의 말. 하지만 아직 잠이 덜 깬 우주는 그런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한 채, 뒤늦게 씻곤 교복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새벽에 저승에 다녀온다던가, 결국 티아에게 방을 내주고 간단한 짐정리를 도와준다던가 등의 일이 있었던지라 제대로 자지도 못했다. 그래서 잠을 설치다가 일찍 일어난 편인데, 티아는 그보다 더 일찍 일어나 등교 준비를 마치고 아침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도대체 몇 시에 일어난 거야?”

식탁 위에 펼쳐진 반찬들에 내심 감탄을 하며 우주는 자리에 앉았다.

‘얼마만의 아침밥인지.’

우주는 혼자 살고 있어서 아침은 거르거나 간단히 빵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오늘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과 반찬이 그를 기다리고 있으니 감동할 만도 했다.

“응? 잠 안 잤어.”

티아도 마주 앉으며 먼저 수저를 들었다. 서양인의 외모를 지닌 그녀가 능숙하게 젓가락질을 하는 모습이 이색적으로 보였다.

“뭐? 밤을 샌 거야?”

“원래 저승사자는 잠을 자지 않아도 되거든. 그런데 인간은 다르구나. 조금 지치는 것 같아.”

티아가 수줍게 하품하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사람은 원래 6시간 이상은 자야 한다고 하니까.”

우주는 어제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티아는 인간으로서 생활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저승사자 상태일 때와 다른 점이 많을 것이다.

‘설마 걸음마부터 가르쳐야 하는 건 아니겠지?’

피식 웃으며 수저를 든 우주. 그런데 먹음직스러운 밥과 반찬을 보며 잠시 손을 멈췄다. 아침이라 그런지 자극적인 음식은 보이지 않는다. 야채 위주로 차려져 있지만 햄이나 계란프라이 같은 음식도 보인다. 보통은 맛있게 먹을 식단임에는 틀림없지만,

‘이거 먹어도 괜찮을까?’

인간으로서 첫 생활이라는 티아님게서 만드신 음식. 과연 인간의 입맛에도 맞을까? 저승의 기괴한 입맛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게 아닐까? 혹시 저 나물은 지옥에서 고통 받는 영혼들의 피를 받아 자란 식물이 아닐까?

이러저런 생각에 우주의 젓가락은 허공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후훗, 걱정하지 마. 저승이라고 이승과 특별히 다른 점은 없으니까.”

우주의 생각을 눈치 챈 티아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작게 웃었다.

“그, 그래?”

저승이니 저승사자니 하는 얘길 듣긴 했지만, 아직 우주는 자세히 알고 있는 건 없다. 그러니 편견에 의한 거부감이 있는 것도 당연했다.

“재료는 모두 냉장고에 있던 걸로 만들었어. 그래도 걱정되면 조리과정을 모두 재현해볼까?”

“아, 아니, 미안. 빨리 먹을게.”

식탁 앞에서 머뭇거리는 것은 자신을 위해 아침 일찍부터 요리를 한 티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우주의 기억대로라면 냉장고 안에는 원재료만 있었을 뿐, 제대로 된 반찬은 없었을 터. 이 모두를 만든 수고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설마 죽지는 않겠지.’

여기서 죽으며 티아가 자신을 저승으로 데려갈까, 라는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두 눈을 꼭 감고 밥을 먹었다. 이어 젓가락을 뻗어 반찬들을 집어 먹었다.

“어? 이거…….”

우주의 굳었던 표정이 풀렸다. 맛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아니, 맛있어!’

요리라고 말할 수도 없을 만큼 간단한 음식들이었지만, 자신이 만들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어때? 맛있지?”

“응, 솔직히 놀랐어.”

“후후, 고마워. 나 요리 하나만큼은 자신 있거든. 만능인 것 같던 그 여자가 유일하게 못하는 거라 정말 열심히 연습했는걸.”

인정을 받아서 기뻤던 것일까? 티아는 환하게 웃었다. 그러자 그녀의 뒤로 자동 꽃배경이 다시 깔렸다.

‘콩깍지가 꼈나, 왜 자꾸 그런 게 보이는지.’

흐뭇하게 웃던 우주는 위화감을 하나 느꼈다. 눈매가 다시 순하게 변하고, 머리카락이 단정해진 것도 있지만, 그건 인간화가 되며 변한 거라고 납득할 수 있다.

“그런데 왠지 성격이 좀 변한 것 같다?”

새벽에 만나본 티아는 약간 난폭하고, 제멋대로에 말보다 행동이 먼저 나가는 성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웬 청순가련에 가정적인 여인이 여기 있다. 마치 어제 전학 오고 처음 봤을 때 그녀 같았다.

“그다지 변한 건 없는데.”

뭐가 부끄러운지 티아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말했었지? 인간은 처음이라, 아직 모르는 게 많아. 그래서 행동을 조금 조심스럽게 하는 것뿐이야.”

‘어떻게 조심을 하면 성격이 180도 변하는 겁니까?’

라는 물음은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솔직히 그에겐 지금 모습이 더 보기 좋았다.

“그나저나 WHSS란 건 대체 뭐야?”

밥을 먹으면서 우주는 궁금했던 부분을 묻기 시작했다. 분위기에 휩쓸린 것도 있고, 돈에 이끌린 것도 있지만 어쨌든 이왕 시작하게 된 저승알바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나, 알아야 할 부분은 귀찮지만 확실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Worm Hole of Soul System의 약자. 일손부족을 타파하기 위해 저승에서 만들고 있는 새로운 영혼 회수 시스템이야.”

티아의 설명을 이러했다.

산업혁명 이후 이승의 인구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그들의 영혼을 담당해야 하는 저승사자의 숫자는 그렇지 못했다. 특히 제1차, 2차 세계대전 이후 저승사자의 인력난은 심각할 지경에 이르렀다. 때문에 저승사자 아르바이트 제도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진 못했다.

“그래서 10여 년 전부터 고위층이 만들고 있는 시스템이 바로 WHSS야.”

사람이 수명을 다하면 육체에서 영혼이 분리된다. 그리고 그 앞에 저승으로 이어지는 웜홀이 나타난다. 그 웜홀은 영혼을 빨아들이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저승사자는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아도 영혼들이 알아서 저승으로 오게 된다.

“편리한 시스템이네.”

간략한 설명을 들은 우주는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문제점은 많이 있어.”

거기서 티아는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여 우주의 시선을 피했다.

“시, 실수였긴 했지만, 너를 저승으로 데리고 간 것도 그 때문이었으니까.”

WHSS는 아직 완성된 게 아니다. 시범구역을 지정해 테스트를 하며 오류를 수정하고 있는 수준이다.

“시범구역?”

“응, 대한민국 부산 일대에 적용하고 있어.”

“왜 하필 부산이야?”

“글쎄? 오라버니가 생전 살던 곳이라서 정했다고 하던데.”

“…….”

심플하기 그지없는 이유였다.

“어쨌든 WHSS는 아직 미완성이야.”

웜홀이 엉뚱한 곳에 열리거나, 아예 열리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테스트를 시작한 작년 초에는 영혼은 물론 육체까지 같이 빨려 들어가기도 했었다.

“헉.”

“지금은 그런 경우까진 없어. 적용 구역을 확대시키면 또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 펼쳐진 시범구역 내에서는 많이 안정화된 상태이다. 이게 모두 시범구역 곳곳에 투입된 저승사자들의 모니터링 덕분이었다.

“그렇다면 너처럼 인간으로 변장한 저승사자들이 많이 있겠네?”

“응. 명단은 따로 받지 않았지만, 학교에도 몇 명 있어.”

그 얘기에 우주는 친구들을 비롯해 학교 내에서 아는 얼굴들을 떠올렸다. 저승사자로 의심되는 사람은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알고 있는 사람은 있어?”

“으응.”

티아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다가 금세 그 표정을 풀곤 싱긋 웃었다. 더 이상 묻지 않길 바라는 눈치라 우주도 굳이 더 캐묻진 않았다.

“그럼, 우리가 할 일은 그 WHSS를 관리하며 오류를 찾아내는 거야?”

식사를 모두 마치고, 두 사람은 나란히 신발을 신고 거실을 나섰다.

‘이거 신혼부부 같은데?’

학교를 가는 것뿐인데, 같이 밥을 먹고 집을 나서니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주는 망상에 얼굴이 붉어지며 슬쩍 시선을 피했다.

“일단은 그렇긴 해. 하지만 내겐 그것과는 다른 임무도 있는데…….”

티아는 걸음을 멈추곤, 설명을 하다 말고 망설였다. 약간은 곤란해 하는 모습. 앞으로 해야 할 일이기에 당연히 모든 걸 알아야 하지만, 우주는 일단 한 발 물러나기로 했다.

‘누구든 말하기 곤란한 일은 있으니까.’

그도 그다지 말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조만간이면 그녀도 알게 되겠지만, 굳이 자신의 입으로 말하긴 싫었다.

“말하기 힘들면 일단 넘어가자. 다음에 들을게.”

“아, 아니야. 너도 꼭 알아야 하는 일인데…….”

“괜찮아. 그보다 다른 걸 물어볼게.”

“꼭 알아야 하는데…….”

티아는 다른 의미로 곤란해 하면서도 우주의 기세에 밀려 말을 잇지 못했다.

“저승사자는 세 가지 세력으로 나뉜다고 했지?”

“아, 으응.”

둘은 멈췄던 걸음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주위에 창천고등학교 학생들이 한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이국적인데다가 미인인, 이미 전교에 퍼져 유명할 대로 유명한 티아, 그리고 그녀와 나란히 등교를 하고 있는 우주에게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둘은 대화를 나누는데 정신이 팔려 그 시선을 느끼지 못했다.

“세이비어와 데쓰, 세데아, 이렇게 세 세력이 있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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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36 섹시한늑대
    작성일
    13.10.25 03:30
    No. 1

    으음 넘 오래전에봐서 기억이 가물가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천영天影
    작성일
    13.10.25 10:54
    No. 2

    [저승사자]와는 세계관만 같을 뿐 다른 이야기입니다. 등장인물 몇 명 까메오삼아 등장할지도 모르지만, 스토리상 크게 관여하지도 않고요.
    그냥 새로운 이야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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