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어때, 맛있어?”
식탁 위에서 티아가 생글 웃으며 물었다.
“오늘 새로 도전해본 요리야. 과연 어떨지 궁금한데.”
“최고야. 두 말 할 필요가 없네.”
우주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자 티아는 활짝 웃었다.
불법귀신단체 관련 일을 처리한지 벌써 이틀이 지났다. 필사적인 술래잡기 결과 우주는 겨우 시현의 손아귀에서 도망칠 수 있었고, 시전자가 죽었기에 폭주족들의 육체들도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운동장에 고철이 된 바이크가 돌아다니고, 옥상은 엉망이 되어버렸기에 다음날 학교는 소란으로 말이 아니었다. 시현도 괜히 덤탱이 쓰기 싫었는지 침묵을 지켰다.
“이제 임무는 다 끝난 거야?”
“WHSS 관리 임무는 그대로 있잖아. 다른 임무도 언제든지 내려올 수 있고. 그러니 당분간 여기서 좀 더 신세를 질게. 괜찮지?”
그녀가 싱긋 웃자 우주도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삼시세끼 천상의 요리를 해주는 미모의 여자를 누가 거부하리.
“그런데 정말 기억이 안 나?”
음식을 먹던 도중 갑자기 티아가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 기억이 안 난다니까.”
“그거 정말 중요한 건데. 우리 가문의 비기 중 하나야.”
“글쎄 정말 모르겠다니까.”
모든 일이 끝나고 울트라 하이트로의 접속이 끊겼다. 채널은 살아있겠지만, 지금의 우주로선 아직 자각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동시에 티아의 기술을 비롯한 그때 사용했던 기술들을 완전히 잊어버렸다. 남은 건 쿤달리니 각성뿐이었다.
“아무래도 접속 중에만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은데.”
“접속해봐.”
“못한다니까.”
우주는 고개를 절래 저은 뒤 재빨리 화제를 바꿨다. 그건 우주가 궁금해 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하란은 어떻게 됐을까?”
“글쎄, 아직 아무런 소식을 못 들었어.”
하란은 설화가 저승으로 데려간 뒤 연락이 끊겼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라면 형벌로서 지옥에 갔을 것이다.
딩동, 딩동
“예, 누구세요?”
벨소리에 티아가 일어나려는 걸 만류하고 주인인 우주가 먼저 나섰다.
「차우주씨 댁 맞으시죠? 택배입니다.」
문 밖에선 미성의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택배? 내게 택배 올 게 있었던가?”
딸깍!
현관문을 열자 금발의 아름다운 여인 한 명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차우주씨 본인이세요?”
“아, 네, 네에. 그런데요?”
거부감이 들 정도 너무나 완벽한 미모. 그 위엄에 우주는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왠지 신성함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아, 맞게 찾아왔네요. 이번에 새 직장에서 첫 일이라 걱정 많이 했는데.”
싱긋 웃는 그녀의 등 뒤로 한 쌍의 날개가 솟아올랐다.
“처, 천사?”
“안녕하세요, 스피드 엔젤 택배입니다. 저승사자 아르바이트생 차우주씨에게 기본 지급품 택배가 왔답니다.”
천사는 싱긋 웃으며 허공에 손을 저어 이공간에서 물건을 꺼냈다.
“기본 장비로 검은색 유니폼 한 벌, 검 한자루, 디멘젼 브레이슬릿 하나, 그리고 추가 주문품으로 낙성검Mk..3, RS-03. 이렇게 총 다섯 종입니다.”
천사는 물건을 하나하나 확인시켜주며 종이쪼가리 하나를 건넸다.
“물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여기 있고, 자, 여기에 인수했다는 사인 해주시겠어요?”
“아, 네에. 감사합니다.”
사인을 마치자 천사가 환히 웃었다.
“아뇨, 제가 감사하죠. 그럼 다음에도 스피디 엔젤 택배를 이용해주세요.”
천사는 작별인사와 함께 하늘 위로 훨훨 날아갔다.
“요즘 택배는 천사도 직원으로 사용하나.”
얼이 빠진 채로 청구서를 확인하던 우주는 곧이어 경악에 빠졌다.
“기본 지급품, 유니폼 무료, 검 무료, 디멘젼 브레이슬릿 대여(퇴사시 반납), 낙성검Mk.3, RS-03는 각각……30년 할부? 이건 또 뭐야? 난 이런 거 주문한 적도 없는데!”
딩동, 딩동
분노의 기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곧바로 벨소리가 들렸다.
“네에, 누구세요.”
「오늘부터 이 집에서 하숙하게 될 초절정 미소녀랍니다.」
익숙한 목소리에 우주는 급히 활짝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걱정하고 걱정했던 소녀가 싱긋 웃으며 서 있었다.
“하, 하란.”
“안녕, 우주.”
“아, 안녕. 그런데 어떻게…….”
“나 저승사자로 전직했어.”
“뭐, 뭐?”
하란이 돌아왔단 사실에 기뻐하다가 금세 황당함에 할 말을 잃은 우주. 그를 위해 뒤따라온 설화가 설명을 해주었다.
“그녀의 실력을 높이 산 일종의 거래다. 대신 감시가 붙고, 월급의 상당수는 벌금으로서 공제되겠지만.”
“그, 그래? 어떻게 된 건지 몰라도 정말 잘 됐다.”
“응, 그래. 잘 됐지?”
싱긋 웃으며 하란은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녀의 양손엔 커다란 짐이 들려 있었다.
“그런데 그건 뭐야?”
“이제부터 여기서 하숙할 거야.”
하란의 선언에 우주는 떡이 빠지랴 입을 쩍 벌렸다.
“뭐, 뭐어?”
“우리 집은 저번에 완전 폭발해버렸잖아. 여기 방 비어있는 거 알고 있어. 물론…….”
소란스러움에 식탁에서 나온 티아와 하란의 시선이 서로 부딪혔다.
“웬 여시 한 마리가 있는 것도.”
“후, 후후, 어서 와.”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한 티아도 미소를 지으며 인사 했다. 다만 미소가 약간 뒤틀려 있는 건 우주의 기분 탓일까?
“자, 그럼 난 어디서 자면 돼?”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저승사자 아르바이트입니다]의 글쟁이 천영입니다.
갑자기 에필로그라서 놀라셨죠?
장르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승알바]는 라이트 노벨로 쓰여졌습니다.
그러니 이 에필로그는 1권 분량의 끝부분이고, 다음회부터는 2권 분량이 시작되어야겠지요. 구상도 당연히 해놓고 있고요.
하지만...... 이런 말을 하기가 굉장히 죄송스럽습니다만,
일단 연재는 여기서 잠시 멈춰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제가 취직을 했는데, 아직 신입이라 업무에 바빠 글을 쓸 틈이 없더군요.
[저승알바] 외에도 벌여놓은 게 몇 개 있고, 따로 계획하고 준비 중인 것도 있는데,
취직 덕분에 도무지 진도를 낼 엄두가 안 나네요.
(그렇다고 회사를 그만 둘 수도 없고요. 마음같아서는 글에만 집중하고 싶지만....ㅠㅠ)
그래서 아무래도 좀 더 여유를 잡을 때까지 연재는 잠시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승알바]를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이렇게 연중을 하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최대한 빨리 다시 만나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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