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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아악

방구석에서 무적 분신으로 꿀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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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꾸룽꼬룡
작품등록일 :
2024.07.10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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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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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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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의뢰(1)

DUMMY

대격변 이후.

대한민국 정부는 서울을 제외한 도시의 관리를 포기했다.

현재 서울 바깥의 도시는 메가코프를 위시한 기업들에 의해 지배당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은 치안에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았다.

덕분에 경찰들이 갱단과 대놓고 손을 잡는 건 예사.

동네에 밤마다 총성이 울려도 출동할 기미는 눈곱만치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최근 2주일간, 이진우는 본의 아니게 독귀를 통해 뒷세계에 발을 담갔다.

푹 담근 건 아니고 절반 정도?


건한캐피탈을 부숴버리며 일대의 치안이 악화된 탓이다.

중소 갱단들이 호시탐탐 JW타워 인근 시설을 노렸거든.

뭐, 마정석 파밍이 가능해 나쁠 건 없었지만 말이다.


"이은채?"


그래서 남자가 그 이름을 내뱉자, 독귀는 목을 잡고 있던 손을 풀어줬다.

저 이름을 어디서 한 번 들어본 것 같았다.

갱단 놈들 처음 조질 때였나?


-'이은채, 이 씨발년이 앞에선 손잡겠다고 해놓고 뒤에선 해결사를 보내?'


독귀의 이름이 아직 덜 퍼졌을 적이라, 놈들이 자신을 '이은채가 보낸 해결사'라고 오해했었지.


"예! 저희 사장님께서 이씨에 은자 채자 쓰십니다! 아, 저는 송경호라고 하는데─"

"본론만."

"...사장님께서는 중개업을 하십니다. 그러니까, 의뢰인으로부터 일을 받고 그 일을 해결사에게 주선해주는 일입니다."

"그래서?"

"사장님께선 독귀 어르신의 명성을 듣고, 이야기를 한번 나누고 싶다 하십니다. 독귀 어르신께서 원하시는 걸 사장님이 들어주실 수 있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잠깐, 고민이 들었다.


우선 송경호가 한 제안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손해를 볼 게 없기 때문이다.


함정이 아니라면?

좋다.

뒷세계의 인물과 새 인맥을 만들 수 있겠지.

어쩌면 지하에 처박혀 있는 장물 처리라던가, 식량 확보라던가, 귀찮은 일을 맡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함정이라면?

그것도 괜찮다.

어차피 그는 무적이다.

냅다 쓸어버리고, 챙길 수 있는 걸 싹 다 챙겨버리면 그만이다.


"좋아."


독귀가 꺼내놨던 스틸레토를 다시금 허리춤 검집에 넣었다.


"안내해라."

"...편안히 모시겠습니다. 뒷좌석에 탑승해주세요."


머지않아, 유리창이 깨진 차 한 대가 도로를 나아갔다.


***


금강대교와 설악대교를 건넌다.

차량이 동해 바다를 따라 힘껏 내달렸다.

의외로, 이진우에게 있어선 신기한 경험이었다.

분신을 얻은 이후에도 그는 JW타워 인근을 벗어나지 않았으니까.


독귀를 얻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차량을 보유하거나 하지는 않은 만큼, 행동 범위가 제약되어 있었던 것이다.


차량은 계속해서 시내로 나아간다.

몬스터가 자주 출몰해 빈민가와 갱단, 혹은 JW타워를 비롯한 기업 시설만이 가득한 북쪽 외곽 지대를 지나, 본격적인 도시 중심부에 도착했다.


JW타워의 뺨을 후려갈기는 수많은 초고층타워가 눈에 들어온다.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네온사인은 여기저기서 반짝였고, 간판들은 끝없이 늘어서 독귀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영상으로나 보던 속초 도심의 풍경.

10년 만에 직접 보는 절경에, 독귀는 좀처럼 창밖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덜컹덜컹!


결국 차량은 속초 도심을 지나쳤다.

북쪽 외곽과 비슷한, 남쪽 외곽의 풍경이 다시 펼쳐졌다.

건물은 다시금 낮아지고 마약에 취한 빈민들이 계단에 쓰러져 있는 게 보인다.

그제야 독귀는 풍경 구경을 멈췄다.


끼익!


차량이 목적지에 도착한 건 그쯤이었다.


"여기입니다. 독귀 어르신."


대포항.

예전엔 바가지를 씌우기로 유명했던, 지금은 망해 폐쇄된 수산시장 앞.


차량이 정지했다.


"절 따라오시면 됩니다."


대포항은 원형의 수산시장 건물이 중심의 바다를 둘러싼 형태를 띠고 있었다.

무슨무슨 횟집, 무슨무슨 수산, 무슨무슨 대게.

낡은 간판이 알아볼 수도 없게 방치되어, 아무렇게나 매달렸다.

그 앞엔 경비를 낀 상인들이 심한 호객을 펼치는 게 보인다.


특이한 포인트는, 경비의 외형이다.

팔다리를 통째로 기계로 대체하거나 피부에 금속을 씌운 모습이었거든.

하긴, 마력을 각성하지 못한 비각성자의 경우 저런 식의 수술로 전투력을 확보하곤 한다지.


"어르신?"

"가겠다."


목소리를 한 번 더 내리깐 독귀가 송경호의 뒤를 쫓았다.

수산시장으로 쓰이던 건물에 발을 들이민다.


건물 내부에 물고기는 없었다.

대신 온갖 종류들의 무기들이 놓여 있었다.

여러 사람이 무기를 들고 흥정하는 모습이 비친다.

아무래도 지금의 대포항은 불법 암시장으로 쓰이는 모양.

독귀가 그 모습을 구경하면서, 도넛 모양으로 지어진 건물을 나아갔다.


그리고 그가 건물을 절반쯤 가로질렀을 무렵.


"독귀. 들은 소문대로인데?"


저 멀리서,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은 장신의 여인이 말을 걸어왔다.


"사장님."

"응, 경호야. 수고했어."


여인은 자리에 앉아 기계를 손보다, 이진우가 보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터벅터벅 이진우에게 다가와 손을 건넨다.


"이은채야. 중개업 해서 먹고 살고 있어."


그녀의 팔은 기계로 대체되어 있었다.

몸 여기저기에 이상한 기계가 박혀 있는 것도 보인다.

마력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걸로 보아, 그녀 역시 비각성자인 모양.


"지금처럼 독귀라고 부르면 된다."


독귀가 손을 맞잡았다.


"응, 독귀. 만나서 반가워. 오면서 구경은 좀 했어? 어때?"

"호객이 심하더군."

"그거야 수십 년 전, 수산시장 있을 때부터 그랬던 거고!"


짧은 악수가 끝난다.

그리고 독귀가 무어라 입을 열기도 전, 이은채는 왜 그녀가 독귀를 대포항으로 불렀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오라 가라 한 건 미안해? 근데 내가 적이 좀 많아서. 이 동네 벗어나면 위험하거든."


이은채가 장난처럼 손을 휘저었다.

즉시 주변을 굴러다니던 드론 몇 점이 그녀의 손짓에 따라 움직인다.

가벼운 무력시위와 경고.


물론 독귀로선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이 몸뚱이엔 무적이 달려 있지 않은가?

차라리 저지력에 특화된 무기라면 모를까, 저런 살상력을 챙긴 무기로는 자신을 막을 수 없었다.


"고병한. 늙긴 했어도 꽤나 실력은 여전한 양반이었는데, 그놈이랑 그놈 부하까지 싹 다 쓸어버렸다길래, 보고 싶어서 불렀어. 원래 중개업은 인맥으로 먹고사는 거라서 말이야. 너 같은 실력자들이랑은 미리 친해지고 싶거든."

"그게 전부라면 실망스러운데."

"아니 아니! 당연히 그게 전부는 아니지. 너, 최근 갱단 털고 다닌다며? 혹시 갱단도 털면서 추가금도 쏠쏠하게 받고 싶지 않아?"


이은채가 조심스레 운을 뗐다.

그쯤에서, 독귀는 이은채가 뭘 원하는지 확신했다.


"당연히, 내 회사에 들어오라는 건 아니야! 널 소속 해결사로 부려 먹을 생각은 전혀 없어! 그래 주면 고마운데, 너쯤 되는 실력자가 이런 제안을 넙죽 받아줄 리 없잖아?"


그녀는 대포항을 주름잡은 중개인으로서, 독귀의 칼날이 자신을 향하지 않도록 안전 장치를 달아 놓고 싶은 거다.


"그냥 아까워서 그래. 네가 죽인 애들 중에, 현상금 의뢰가 들어왔던 놈들이 좀 있었거든. 아니, 솔직히 많았거든. 덕분에 의뢰인들만 노났지. 원수가 공짜로 죽어버렸잖아. 앞으로도 그럴거면 서로 윈윈하는 게 어떨까 싶어서. 서로 연락도 자주 하구."


그건 독귀에게도 딱히 나쁜 일이 아니었다.


그가 혼자 갱단을 털면, 갱단이 가지고 있던 푼돈과 마정석을 빼앗을 수 있을 뿐이다.


"네가 갱단을 털고 싶으면, 나는 너한테 관련된 의뢰를 중개해 주는 거지. 마음에 안 들면? 거절해도 돼! 편할 때만 연락해도 좋아."


반면 의뢰를 통해 갱단을 털면?

루팅을 통해 얻게 되는 보상에 더해 의뢰금이 주어진다.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의뢰금 중 일부를 마정석으로 받을 수 있나?"

"수수료 5%를 부담한다면!"


JW타워를 유지할 수 있는 마정석을 쉽사리 구하는 게 가능하리라.


"만약 의뢰 도중 장물을 얻게 되면 어떻게 되지?"

"당연히 해결사인 네 몫이야. 네가 갖는 거지. 아, 판매를 원한다면 내가 중개해줄게. 이것도 물건에 따라 수수료가 붙긴 하지만."


지하에서 썩고 있는 아티팩트를 처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뭐, 더 필요한 거 있어? 어지간한 건 다 해줄 수 있어. 나랑 일하는 해결사가 꽤 많거든."

"JW타워 앞에 식량과 식수를 배달해주는 건? 아, 돈은 지불하겠다."

"...그런 부탁은 왜 하는지 모르겠지만, 쉽지. 네가 먼 길을 찾아왔으니, 그 정돈 공짜로 해줄게."


심지어, 이제 직접 식량과 식수를 조달하지 않아도 된다!


"괜찮군."


독귀의 마음이 금세 한쪽으로 기울었다.


잠시 뒤 그가 운을 뗐다.


"내게 추천해 줄 만한 의뢰가 있나?"


완전히 믿을 순 없겠지만, 서로 이용하는 것 정돈 가능하겠지.


***


의뢰를 수락한 독귀가 떠났다.

이은채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뱉을 수 있었다.


"흐아아아아아아아아..."


독귀.

급작스럽게 활동을 시작한, 최소 4레벨 상위. 혹은 5레벨로 추정되는 실력자.


그를 둘러싼 소문은 흉악하다.


그도 그럴게. 독귀는 건한캐피탈이 보유한 게이트를 무단으로 클리어했다.

고병한을 비롯한 건한캐피탈의 세력을 단신으로 부숴버렸고.

끝내 건한캐피탈이 싸고돌던 '누군가'를 확보함으로써 JW타워까지 손에 넣었다.


그다음엔?

미친놈처럼 갱단을 부수고 다닌다!


얼굴도 가린 놈이 저런 짓을 저지르고 다니는데, 어찌 흉악한 소문이 돌지 않겠는가?


게다가 이은채는 독귀의 강함보다도 저 특유의 극단성이 더 두려웠다.


'의외로 말은 통하는 편이었지만...'


아무리 내놓은 자식이라고 한들, 건한캐피탈은 건한그룹의 자회사다.

그걸 부숴버린 순간 초거대기업 건한그룹과 척을 진 셈이나 마찬가지다.


내로라하는 빌런들도 그런 미친 짓을 저지르지는 않는 만큼, 이은채에게 있어 독귀는 뭘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은 미친놈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 미친놈을 무시할 수도 없다.

그가 머무는 JW타워는 대포항과 고작해야 차로 25분 거리가 아닌가?


'그래도 조심해야지.'


그래서 이은채는 용기를 내 그를 마주했다.

어차피 매를 맞겠다면 차라리 빨리 맞겠다는 마인드였다.


다행히 그 판단은 정답에 가까운 듯하다.

얼굴을 가리고 있어 무슨 생각을 하는진 모르겠다만, 적어도 지금 당장 그가 이은채를 적대할 생각은 없어 보였으니까.


그렇다면 이제 이은채가 해야 할 일은 뻔했다.


'적어도, 건한그룹이 독귀를 제거할 때까진.'


건한그룹에게 찍힌 이상 독귀는 살긴 글렀다.

빠르든 늦든 말이다.

그러니 이은채로선?

그전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독귀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하면 된다!


'혹시라도 독귀가 건한그룹의 손에서 벗어난다면───'


망상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일부러 이은채가 생각을 멈췄기 때문이다.


'뭐, 그건 말도 안 되는 가정이니까.'


그래. 그건 망상이었다.

쓸데없는 망상.

이루어질 리 없는 망상.

그야, 누구보다 잘 알지 않는가?

초거대기업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강대한지.


그들에게 맞선다 해서 얻을 수 있는 건, 부서진 존엄뿐이었다.


...그녀의 과거가 그러했듯이.


***


그날, 분신의 지속 시간이 7시간 정도 남았을 무렵.


====


【독귀】(분신)


각성 계통: 무공


-폭쇄결


【스테이터스】


근력: 19 | 체력: 18

민첩: 27 | 내구: ∞

감각: 32 | 내공: 37


【특성】


1. 시혈독인(상급)


【특이사항】


-이능, 홈 스위트 홈(S)에 의해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분신의 유지 시간: 6시간 58분.


====


독귀가, 한 공사장 부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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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뢰(1) +9 24.07.26 10,496 23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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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독귀(1) +5 24.07.24 10,714 246 12쪽
9 게이트(2) +15 24.07.23 10,922 240 11쪽
8 게이트(1) +5 24.07.22 11,221 246 11쪽
7 무공(2) +6 24.07.21 11,384 239 12쪽
6 무공(1) +7 24.07.20 11,637 25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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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탈환(1) +3 24.07.16 13,140 242 12쪽
1 프롤로그 +15 24.07.15 15,997 24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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