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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아악

방구석에서 무적 분신으로 꿀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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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꾸룽꼬룡
작품등록일 :
2024.07.10 12:56
최근연재일 :
2024.08.23 17:2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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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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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38
글자수 :
224,040

작성
24.07.2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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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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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글자
12쪽

독귀(1)

DUMMY

정신이 멍했다.

의식이 드문드문 끊기는 느낌이다.

귀신에 홀린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진우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


독 어미의 사체를 헤집어 게이트의 핵을 꺼낸다.

주먹만 한 크기의, 기묘한 힘이 느껴지는 보석.

이것이 바로, 게이트를 유지하는 이계의 핵이다.


콰직!


이진우가 핵에 힘을 더한다.

핵에 쩌적! 금이 가기 시작했다.

유리창에 돌을 던지기라도 한 듯, 세계가 깨져나가기 시작한 것도 그때였다.


콰드드드드득!


이진우가 핵을 완전히 부수자, 이계가 철거되는 속도 역시 빨라졌다.

깨진 세계의 조각들이 게이트의 출구로 흡수된다.

이진우 역시 그 인력에 의해 출구를 향해 빨려 들어갔다.


시야가 뒤집혔다.

잠들기 전 눈 감은 세계에서 빛의 공연이 펼쳐지는 것처럼, 묘사하기 힘든 광경이 이진우의 뇌리에 새겨졌다.


그리고 시야가 정상으로 되돌아왔을 때, 이진우는 그가 불법으로 침입했던 게이트 앞에 다시 서게 되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니, 조금은 다른가.


"미친."

"이게 뭐야."

"...게이트 클로저? 닫았다고? 상설 게이트를?"

"씨발...! 비상이다!"


게이트가 박살 나 사라졌거든.


-[SYSTEM]: 업적, '게이트 폐쇄'를 달성하셨습니다.

-[SYSTEM]: 해당 업적에 따라 보상을 획득합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 건 그 순간이었다.

어느새 이진우의 손엔 짙은 녹색을 띤 구슬이 쥐어져 있었다.

아마 이게 게이트를 폐쇄할 때 주어지는 보상인 모양이다.


이진우가 보상의 정보를 확인했다.


====


【천독정】[영웅]


독 어미가 심장에 잉태하고 있던 독단입니다.

독이 꿈틀거리는 폐허에 자리 잡은 천 가지 독이 모두 응축되어 만들어졌습니다.

목숨이 소중하다면,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않길 추천합니다!


-재료 아이템입니다.

-그 자체론 별다른 효과가 없지만, 여러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


살을 에는 듯한 독기가 느껴졌다.

설명대로, 게이트 내에 존재하던 모든 독을 응축해 만든 느낌이랄까.


"게이트 클로저, 4레벨 급 전력이다! 물러나!"


아직 이진우는 반쯤 무아지경에 빠져 깨달음을 갈무리하는 상태.

다른 이들은 4레벨 급 적의 등장에, 고함만을 친다.


덕분에 잠시 소강상태가 이어졌다.


하지만 그런 균형은 금방 깨져버리고 말았다.


"빨리 지원을... 부대표님!?"


한 중년이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건한캐피탈의 부대표 고병한이었다.


***


고병한은 눈뜨고 악몽을 꾸는 느낌이었다.

그래. 직접 부하를 이끌고 게이트에 진입하는 게 정답이었다.

그럼 게이트가 닫히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겠지.


잘못된 선택지를 고른 대가가 바로 이거였다.

건한캐피탈의 캐쉬카우인 게이트를 잃어버렸다.


그가 움켜쥔 창대가 부들부들 떨린다.


'아니, 아니, 괜찮아. 괜찮은 건 아니지만 수습할 수 있어.'


고병한은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굴렸다.


이미 게이트가 폐쇄된 건 사실이다.

자신은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래도 여기서 게이트를 폐쇄한 저 범인을 죽인다면?

또. 이진우를 생포해 JW타워를 돌려받는다면?


적어도 손해를 최소화하는 것 정돈 가능할지도 모른다.

운이 좋다면 강등이나 강임 선에서 끝날지도 모르지.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은 놈이 꽤나 지쳐 보인다는 것.

입은 옷이 죄다 해져 있다.

독 어미와의 싸움에서 소모된 게 분명하다.


'무조건, 놈을 잡는다.'


하긴 독 어미는 4성 무인인 고병한조차 혼자서는 쓰러뜨릴 자신이 없는 괴물이었다.

놈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아무런 손해 없이 독 어미를 사냥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지잉!


고병한이 창대에 내공을 불어넣었다.

붉은빛의 창기(槍氣)가 그가 쥔 창에 맴돌기 시작했다.


"후우."


유형화된 기.

4성 이상의 무인에게 허용된 기적이자, 4레벨의 경지부터 일반적인 재래식 병기가 잘 통하지 않는 이유다.

4레벨 이상의 각성자가 진정한 초인으로 인정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네놈.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고병한이 창대를 이진우에게 겨눈다.

그리고 자신의 부하들로 만들어진 링 안에서, 고병한이 이진우를 향해 발을 박찼다.


홰액!


거리를 좁힌 고병한이 창을 내질렀다.

이진우가 한끝 차이로 창날을 피해낸다.

그 모습을 본 고병한은 속으로 쾌재를 내질렀다.


'검기를 뽑아내지 못할 정도로 지친 건가?!'


이진우를 4성 무인이라고 생각한 만큼, 전투가 시작하고도 검기를 뽑아내지 않자 그런 판단을 내린 탓이다.


훅! 후욱!


이진우가 순식간에 수세에 몰린다.

혹시라도 창이 가면을 때려 얼굴이 드러나지 않을까.

꾸역꾸역 회피해내며 반격을 가하려 했다.


그러나 세 번째 공격에서 이진우가 가슴에 공격을 허락했다.


쾅!


폭탄이라도 터진 듯한 굉음이 들렸다.

이진우가 몇 번이고 바닥을 뒹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먹혔다!'


4성 무인의 권능, 【유형화된 기】는 대상의 본질을 강화시킨다.

예컨대 칼날의 본질은 상대를 베는 것이니, 검기는 절삭력을 강화시키고.

주먹의 본질은 상대를 때리는 것이니, 권기는 타격력을 강화시킨다.


그리고 창대를 통한 공격의 속성을 분류하자면, 타격.

그걸 얻어맞고 멀쩡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걸 맞고도 일어나?'


하지만 묘한 일이 일어났다.

공격을 허락하고도, 이진우가 전투를 속행한 것이다.


더 이상한 일은 다음에 벌어졌다.


'이번엔 끝이다.'


창의 첨단이 이진우의 머리를 노리고 쏘아졌다.

동귀어진을 노리는 건지, 이진우는 마주 손바닥을 뻗는다.


'바보 같은! 권기도 없는 맨손이라면, 얼마든지 버틸 수 있다!'


창끝이 지니는 본질은 관통.

즉, 유형화된 기에 의해 강화된 찌르기가 이진우의 두개골에 작렬했다.

반면 이진우의 손은 고병한의 왼 어깨를 때렸을 뿐이다.


【폭침爆浸】


누가 이득을 보았는지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확실한 모습!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였다.


"이게, 무슨...!"


왼쪽 어깨가 탈구된 고병한과 달리, 이진우는 아무런 타격 없이 다시 자리에서 일어날 뿐이었으니까.


'설마 무인이 아니라 이능력자였나?'


그제야 고병한의 머릿속에, 눈앞의 적이 4성 무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큭!?"


이진우가 쇄도한다.

고병한은 오직 오른손만으로 창을 휘두르며 이진우의 전진을 가로막았다.


'잠깐만. 얼굴을 가린 가면, 새까만 망토, 설마!?'


이진우를 도왔다는 정체불명의 방해꾼.

놈에 대한 정보가 머릿속을 스친 건 그때였다.


"JW타워에 침입했다는 그놈?"


고병한이 허탈함에 혀를 찼다.

하긴, 저런 괴물이 상대라면 보안부대 셋이 통째로 갈려나가는 결과는 당연했다.


심지어 놈은 상당한 수준의 은신 능력까지 갖춘 듯하다.

JW타워를 둘러싼 포위망을 뚫어, 게이트에 침입했을 정도니까.


고병한이 조금 더 방어를 굳힌 채 이진우를 상대했다.


"...쯧."


물론 싸움이 답답한 건, 이진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역시, 아직 내 경지가 너무 낮다.'


독 어미와 고병한.

둘 다 4레벨이라지만 상성이 달랐다.

요컨대 고병한 쪽이 훨씬 까다로웠다.


어떻게든 장기전을 유도하면 쓰러뜨릴 수 있었던 독 어미와는 전혀 다르다.

무적을 사용해 성공시킨 첫 공격을 제외하면 전혀 유효타를 먹일 수 없었다.


게임으로 치면...

초보자가 무적 치트를 써 봤자, 진짜 고인물에겐 농락당할 수밖에 없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2성 무인과 4성 무인의 차이는 그만큼 컸다.


또. 독 어미에게 소모되었을 거라는 고병한의 추측이 틀리진 않았다.

상처는 없어도 상당한 양의 내공을 사용해버린 것이다.


현재 그가 보유한 내공은, 만전의 2할.

그 탓에 폭침의 위력이 낮아져서일까.

고병한이 다시 왼팔을 움직이려 했다.


"너, 제대로 된 무인은 아니구나."


고병한이 여유를 찾는다.

그가 이진우를 제압하려 들었다.

창이 뻗어 나올 때마다 이진우가 바람 앞 촛불처럼 휘둘렸다.


"근데 그 이능은 뭐냐, 무적? 설마 이진우냐? 아니라면, 이진우랑은 무슨 관계지? 우선, 그 가면부터 벗겨야겠어."


이진우가 위기감을 느꼈다.

다행인 점은 아직 이진우의 무아지경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

무인은 무아지경 상태에선, 평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집중력을 보인다.


전투를 이어나가며, 이진우는 그의 본체를 움직였다.

신경을 나눠 본체와 분신을 동시에 조종한 거다.


물론 이진우의 신경은 직접 전투를 치르는 분신 쪽에 대부분 투자된바.

본체를 제대로 통제할 순 없었고, 덕분에 본체는 툭하면 넘어져 땅을 기듯이 이동할 뿐이었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43층입니다.]


본체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옥상 테라스에 도착했으니까.


다시 말하지만 게이트와 JW타워의 거리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주변에 JW타워를 제외한 고층 건물이 아예 없는 건 덤이다.


즉, 옥상에서 총을 쏘면?

충분히 여기까지는 거리가 닿는다!


드르르르르르르륵!


본체가 좀비처럼 옥상 중기관총에 엎어졌다.

냅다 방아쇠를 당겼다.


총탄이 빗발친다.

제대로 된 사격이라고 할 순 없었지만, 초당 15발의 눈먼 총알이 일대를 덮치는 만큼, 공격을 아예 무시하는 건 또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때부턴 본체를 조종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손가락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중기관총이 계속해 불을 뿜었으니까.


"이진우, 이 새끼가 방해를! 너. 이진우랑 무슨 관계냐? 그 무적은 뭐지?"


본의 아니게 본체와 분신.

둘이 다른 존재라는 알리바이를 내세워버렸다.

어째 이중신분이 제대로 자리 잡힌 듯싶다.


쾅! 쾅! 쾅! 쾅! 쾅!


본체의 서포트를 받아, 이진우가 분신을 조종해 고병한의 허점을 후벼 팠다.


'...그래도 부족해.'


그럼에도 고병한이 공략당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3성에 오른다면 몰라도, 여전히 지금은 이길 수 없겠는데.'


지금으로선 도저히, 단단한 고병한의 방어를 뚫어내는 게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3성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경지를 상승시키기 위해선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깨달음과 내공.


여기서 이진우는 3성 수준의 내공은 갖췄다.

하지만 3성 수준의 깨달음을 갖추지는 못했다.


단전의 핵을 만드는 단계에서 일반인은 상상도 못할 경험으로 충분한 깨달음을 얻어놨기에, 내공을 얻자마자 2성 경지에 다다랐던 이전과는 상황이 달랐다.


'객관적으로 내 깨달음은 2성 중간.'


방금 전 얻은 폭침에 대한 깨달음을 포함해야 그 정도다.

애초에 무공을 배운지 한 달도 안 된 초심자가 벌써부터 2성 경지에 도달한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이진우처럼 오성이 평범한 수준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무적이라는 특성을 활용해 남들이 하지 못하는 경험을 몇 번이나 한 게 아니었다면, 이진우는 아직 1성 중간 경지에도 오르지 못했겠지.


'설령 앞으로 일평생 수련한들...'


무아지경 도중 무공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기 때문일까?


'기연이 없다면, 정상적인 방법만을 추구한다면, 내 한계는 5성이다. 폭쇄결이라는 상승의 무공을 익혔는데도.'


이진우가 자신의 재능을 객관적으로 통찰했다.


딱 평범한 범부 수준의 재능이었다.


───하여.


첫 단추를 꿸 때부터 그러했듯, 이진우는 정상적이지 않은 길을 걷기로 했다.


그가 주머니에 넣어둔 천독정을 망설임 없이 삼켰다.


꿀꺽!


미친 거북이가 트랙에서 벗어나 탭댄스를 추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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