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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아악

방구석에서 무적 분신으로 꿀빱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김꾸룽꼬룡
작품등록일 :
2024.07.10 12:56
최근연재일 :
2024.08.2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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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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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탈환(2)

DUMMY

탈출을 위한 첫 번째 단계가 여기에 있었다.

바로 성상훈이 가진 보안키다.


엘리베이터든 계단이든 다른 층으로 이동하기 위해선 성상훈이나 보안부대장급이 가진 보안키를 필요로 했다.


마치 고급 호텔처럼 말이다.

5년 전 탈출 실패 이후에 이루어진 조치였다.


“예?”


조심스레, 이진우가 성상훈에게 다가갔다.

반면 성상훈은 별다른 위협을 느끼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각성자의 레벨은 1레벨부터 10레벨까지, 총 열 단계로 나뉜다.

이 레벨을 측정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무인의 경우 경지가 올라갈수록 단전에 핵이 새겨지게 되며, 마법사의 경우 경지가 올라갈수록 심장에 고리가 형성되니까.

그들이 가진 핵과 고리의 숫자가 곧 자신의 레벨인 셈이다.

예컨대 3성 무인은 3레벨인 거고, 4서클 마법사는 4레벨인 거지.


하지만 이능 계통을 각성한 초능력자는 이야기가 다르다.

무인이나 마법사와 달리 레벨을 측정할만한 명백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이능 계통 각성자의 레벨을 측정하기 위해선 온갖 정밀 검사를 치러야 하며, 그건 꽤 까다로운 일이기에.

대부분의 경우 이능 계통 각성자는 레벨 대신 자신이 각성한 이능 등급을 레벨 대신 사용하곤 했다.

예컨대 S랭크 이능을 각성한 이진우가 S랭크 각성자라고 불리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그런 만큼, 무인의 【성】이나 마법사의 【서클】과 달리 초능력자의 【랭크】는 딱히 강함을 보장하진 않았다.

A랭크 각성자가 까보니 7레벨이고, S랭크 각성자는 까보니 5레벨이었더라. 이런 일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이능 계통이라는 게, 정직한 무공이나 마법 계통과 달리 괴이한 구석이 섞여 있기에 발생하는 일이었다.


“이진우 님?”


그리고 이진우의 레벨을 대략적으로 측정해보라면, 끽해야 1레벨 정도.

전략적 가치와 별개로 단순 무력은 그렇다.

스펙 자체가 비각성자, 0레벨 수준인 만큼 무적이란 특이성을 고려해도 1레벨 이상을 쳐주긴 힘든 거다.


반면 성상훈은 2성을 이룬 무인.

즉 2레벨 각성자다.

이진우와 성상훈의 차이는 유치원생과 성인 정도의 차이였으며, 아무리 이진우가 무적이라는 특수성이 있다고 해도 성상훈이 어렵지 않게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본래, 이능 계통의 각성자들은 트럼프의 조커 카드와도 같다.

평상시엔 무력해도 특수한 경우엔 절대적인 강함을 발휘하는 게 가능한 거다.


“지금, 뭘 하는 겁니까!"


이진우가 덤벼들자, 성상훈은 손쉽게 공격을 받아쳤다.

어깨를 붙잡고 다리를 후려 그대로 이진우를 넘어뜨린다.

그대로 이진우의 목을 짓눌렀다.

완벽에 가까운 대처.


허나 이진우가 주머니에서 꺼낸 물건이 문제가 됐다.


이진우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낸 채, 반대쪽 손으로 성상훈의 머리를 잡아당겼다.

그 물건을 성상훈의 눈에 붙였다.


“큭, 이건!?”


대단한 물건은 아니었다.

위협적인 무기도 세기의 아티팩트도 아니었다.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평범해서 도저히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공구에 불과했다.


바로, 청테이프다.


“이, 씹. 오냐오냐해줬더니 되지도 않는 장난을!”


장난.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진우가 이 JW타워에 갇혀 있는지는 올해로 10년이 넘었다.

5년 전엔 탈출했다가 실패했으며, 그 이후엔 사실상 탈출을 포기했지만. 계획을 세우는 것조차 멈추진 않았다.


아니 되려, ‘어떻게 이곳을 탈출할까?’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이진우의 취미였다.

2년 남짓한 군대에서조차 장난삼아 탈출 계획을 세우곤 하는데, 10년째 그런 생각을 안 해보았겠는가.


그러던 와중, 이진우는 제 능력을 활용할 방향을 깨달을 수 있었다.


====


【홈 스위트 홈】[S]


환락과 궁전 가운데 거닐더라도 소박한 내 집만 한 곳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곳은 당신의 집이고, 땅이고, 영역입니다.

즐거운 나의 집에선 마음을 졸일 일이 없어야 하겠지요?


-자기 소유물의 건물을 영역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해당 건물은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영역 내 기구와 장비 등은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단, 영역의 주인이 원하는 경우 물건을 파손할 수 있습니다.

-해당 건물에 머무르는 동안, 건물의 주인은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


건물의 주인이 원하지 않는 한, 건물 내에서 물건은 결코 손상되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테이프가 떼어지는 것’또한 ‘손상’으로 판정되었다는 것.

그야 테이프가 떼어지기 위해선 끈끈이 부분이 손상되어야 하니 어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까 요컨대, 저렇게 눈에 테이프를 붙여 놓으면?


'살점을 뜯지 않는 한 실명 상태나 마찬가지야.'


그래서 이진우는 주머니 안에 청테이프 조각을 부적처럼 수십 장 붙여놨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떼어 성상훈의 눈을 봉인한 거다.


이게 바로, JW타워의 모든 보안부대원을 쓸어버릴 수 있는 근거 중 하나였다.


“이런 씨───!”


성상훈이 고함을 지르기 전, 테이프 한 장을 추가로 꺼낸 이진우가 그의 입에 테이프를 붙였다.

테이프가 몇 겹이고 중첩되자 성상훈은 소리를 내기는커녕 입으로는 숨조차 쉬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읍!”


각성자나 비각성자나 인간은 시야가 가려지면 두려움에 빠지는 법.

언제 공격당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무전기를 통해 지원을 요청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툭!


시야를 가린 직후, 이진우는 가장 먼저 무전기를 힘껏 쳐 날려버렸으니까.


이진우가 성상훈에게서 빠져나온다.

안주머니에서 테이프 조각 대신, 테이프 심에 감긴 쓰다만 청테이프를 꺼냈다.


찌이이익!


청테이프를 뜯는 소리가 테라스에 울려 퍼졌다.


“으읍!”


공포에 질린 채, 성상훈은 문득 옛 기억을 떠올렸다.

어렸을 때 이런 놀이를 했던 것 같다.

술래는 눈을 감은 채 친구들을 찾는 거고, 친구들은 술래를 피해 도망치는 거지.


그렇다면 지금 상황은, 참으로 불합리하다고 할 수 있으리라.

왜 도망쳐야 하는 쪽이 눈을 가려야 하는데?


쿵! 쿵! 쿵!


시야가 봉인되고 입을 통한 호흡까지 제어 당한 채, 성상훈이 마구 뛰어다녔다.

벽에 부딪히고 몇 번이나 넘어져도 뜀박질을 멈추지는 않았다.

알았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자신이 이 자리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걸.


‘씨발, 밥 먹고 똥만 싸는 애새끼 주제에! 이딴 잔머리를 굴려서!’


그러나 살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적이 유지되는 건 저 애새끼나 물건들이나, 어디까지나 이 건물 내에서일 뿐.

JW타워에서 탈출한다면 어렵지 않게 이 빌어먹을 청테이프를 뗄 수 있을 게 분명했다.


아니. 최소 이 옥상에서만 벗어나도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아 저놈을 제압할 수 있겠지.


‘출입구, 출입구, 출입구.’


출입구를 찾아 성상훈은 테라스 여기저기를 뛰어다녔다.

다행히, 이번에는 운이 따라줬다.

바닥을 잔뜩 뒹굴긴 했어도 마침내 출입구를 찾아낸 것이다.


성상훈이 문을 더듬어 손잡이를 잡은 뒤, 힘껏 당겼다.


쿵!


물론 문이 열리는 일은 없었지만 말이다.


“이럴 줄 알았어.”


옥상에 올라오자마자 이진우는 테이프를 문틈에 붙였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옥상이 완벽히 격리됐다.

고작해야 몇 센티 남짓한 테이프를 문틈에 붙였을 뿐이나, 공간째 박제되기라도 한 듯, 성상훈이 아무리 힘을 써도 문은 꿈쩍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문 자체에도 피해 면역이 적용되기에 문을 부수는 것도 불가능.


찌익!


이어, 문 옆에 숨어 있던 이진우가 테이프를 쥔 채 성상훈을 덮쳤다.

테이프가 성상훈의 발 위에 부착됐다.

발이 걸려 넘어지듯 성상훈이 바닥에 코를 박았다.

그 위로 테이프가 한 번 더 바닥과 성상훈의 발목을 서로 고정시켰다.


“읍! 으읍!”


다리 한쪽이 완전히 바닥에 붙들린다.

뒤늦게 발악하려 해도 소용없었다.


반대쪽 발이.

휘두르는 팔이.

일으켜 세우려는 상체가.

모두, 청테이프에 의해 바닥에 붙었다.


“걱정하지 마.”


결국 마지막으로, 성상훈의 코 위로 청테이프가 드리워졌다.


“이 건물 안에 있는 새끼들은, 죄다 죽여버릴 거거든.”


성상훈이 질식해 목숨을 잃는 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탈출 계획 1단계.

보안키 획득.

성공.


***


성상훈의 시체를 뒤진다.

얻은 건 최고 등급 보안키와 권총 한 정.

예상대로였다.

건한캐피탈의 보안부대원들은 늘 권총 한 정을 휴대하고 있었거든.


찌익!


이진우는 출입구에 붙어 있던 청테이프를 떼고 나서 옥상을 벗어난다.

그가 본격적으로 발걸음을 서두른 것도 그때부터였다.


'이제부턴 속도전이다.'


건한캐피탈은 그에게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했다.

적어도 이진우의 방이나 옥상에 CCTV를 설치하진 않은 거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건물 내에 설치된 CCTV가 결코 적은 건 아니다.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엔 CCTV가 설치되어 있으니, 지금쯤 자신의 모습이 노출됐겠지.


운 좋게 감시를 맡은 직원이 조는 게 아닌 이상, 놈은 지금쯤 의아함을 느끼고 있을 거다.

성상훈과 함께 옥상으로 갔던 이진우가 홀로 움직이고 있으니까.

어쩌면 당장 경보를 울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할지도 모르겠다.


이진우는 되도록이면 그 직원의 고민이 오래 이어지길 바랐다.

지금은 새벽 한 시잖아?

잘못 경보를 울리면 네가 모든 욕을 처먹게 될 텐데, 책임질 수 있어?


터벅터벅!


이진우가 자연스럽게 엘리베이터를 탑승했다.

35층 버튼을 누른 뒤 보안키를 태그했다.

엘리베이터가 35층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석을 사용한 최신 엘리베이터라 그런가, 속도가 제법 빠르다.


1초.

2초.

3초.


-35층입니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시간을 포함해, 5초 남짓했을 무렵 이진우의 방이 위치한 35층에 도달했다.


그제야, 이진우는 본색을 드러냈다.


탕!


방아쇠를 당겼다.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CCTV가 작살났다.

이어, 엘리베이터에 내리기가 무섭게 이진우는 35층 CCTV를 향해 모든 잔탄을 쏟아부었다.

절반 정도는 빗나갔으나, 그걸로 천장에 매달려 있는 모든 CCTV가 박살 나버렸다.


그제야.


위잉! 위잉! 위잉! 위잉! 위잉!


귀를 먹게 할 법한 경고음이 JW타워 전체에 울려 퍼졌다.


'더 빨리.'


이진우가 스스로를 재촉했다.

비상계단에 보안키를 태그해 열어젖힌 후, 청테이프로 문이 닫히지 않도록 고정한다.

그가 곧장 방으로 돌아가 문을 잠근 채, 본체 대신 분신을 내보냈다.


그렇게 탈출 계획의 2단계.

미끼 던지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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