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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go님의 서재

짐꾼에 빙의한 S급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Chigo
작품등록일 :
2024.01.29 11:56
최근연재일 :
2024.03.06 01:45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62,847
추천수 :
1,594
글자수 :
206,459

작성
24.02.13 18:45
조회
1,775
추천
41
글자
12쪽

최서아

DUMMY

뚜루루-

뚜루루-

덜컥.


“여보세요?”

- 여보세요? 혹시 신유성의 전화가 맞는지···.


목소리를 듣자니 최서아가 맞았다.


“어, 맞아.”

- 휴··· 다행이다. 난 또 전화번호 잘 못 받은 줄 알았잖아. 전화는 또 왜 이렇게 안 받는거야?


옷을 훌러덩 벗은 유성이 답했다.


“그냥 좀 바빴어.”

- 그래···? 그럼 혹시 오늘은 시간이 안 되려나?

“지금 부터는 시간이 비어서 상관 없어.”

- 진짜? 그럼 있다가 2시 쯤에 나올 수 있지?

“어디로?”

- 음··· 역 앞에 있는 여기로 카페 어때?


여기로 카페라면 저번에 산책하다가 본 기억이 있다.


“그래 그럼. 있다가 2시지?”

- 어. 그럼 있다가 2시에 나와야 한다?


뚝-


전화를 끊은 유성이 다시 한 번 시계를 보았다.

이제 시간은 11시가 되었다.

아직 약속 시간까지 3시간이나 남은 상태였기에 유성은 여유롭게 샤워를 하려 들어갔다.


***


“후··· 시원하다.”


유성은 수건으로 머리를 탈탈 털며 방으로 들어와 앉았다.

그리고는 자리에 앉아서 창을 보았다.


[30레벨을 달성 하였으므로 상점의 일부 상품이 개방되었습니다]


방금 샤워를 하면서 뜬 창이었다.


“상점에 레벨 제한이 있긴 했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상점으로 들어가 보았다.


[상점]

하급 포션: 10G

해독제: 100G

로프: 50G

···

···

···

(New) 중급 포션: 50G

(New) 표창: 100G

(New) 강화 망치: 5,000,000

···

···

(40레벨에 해금 됩니다)

···

···


30렙이 되면서 이것 저것이 해금 되었지만, 제일 눈에 띄는 것은 강화 망치였다.


“이건 뭔데 이렇게 비싸?”


강화 망치라고 하면 대충 아이템을 강화해 주는 것은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는데···.

애석하게도 구매를 하지 않으면 설명을 볼 수 없는 구조였다.

그래도 중급 포션이라든가 표창 같이 이름만 보고도 유추 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우선 강화 망치는 나중에 돈이 좀 여유로워지면 한 번 사 봐야지.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얼추 둘러본 유성이 상점 창을 내렸다.

잠시 쉬려고 침대에 누운 그 순간.


“어.”


생각해 보니까 자신에게 도마뱀 학살자가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냥 리자드맨의 공터인가 거기 들어갈 거 그랬다.”


다음 주에 들어가면 되기에 딱히 큰 실수는 아니였다.

핸드폰을 슬쩍 본 유성은 시간을 확인 하였다.

지금 시간은 11시 30분.

약속 시간까지 2시간 반이나 남았기에 조금 쉬어둬야 겠다.


***


“분명 여기 근처였는데.”


핸드폰의 지도를 보며 걷던 유성이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찾았다.”


‘여기로 카페’ 라는 간판을 발견한 유성은 가게로 들어갔다.


따르릉-


문 위에 붙어있던 작은 종이 울리며 손님이 왔다는 것을 알렸다.


“어서오세요.”


종업원은 가볍게 인사하고는 다시 자기 할 일을 하였다.

가게에 들어간 유성은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아까 최서아가 먼저 도착하였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눈에 띄는 흰색 머리카락을 발견 하고는 그 쪽으로 갔다.

아니나 다를까 최서아였다.

커피를 탁자 위에 올려둔 서아는 창 밖을 보며 생각에 잠긴 듯 했다.


“뭔 생각을 그리 하냐?”


유성의 목소리에 서아가 흠칫하였다.


“응? 언제 왔어?”

“방금.”


유성은 자연스럽게 서아의 반대편에 앉았다.


“그래···?”


서아는 하하 하면서 멋쩍게 웃었다.


“음료는 안 시켜도 돼?”

“음··· 생각해보니까 뭘 시켜야겠네.”


돈을 아끼려면 외부 음식은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좋지만, 뭐 가끔은 괜찮겠지.


“잠깐만.”


뭔가를 시키려 자리에서 일어날 때, 서아가 불러 세웠다.


“왜?”

“내가 살게. 나 때문에 나온 거기도 하고 말이야. 저번에 게이트 들어갔다 나온 덕분에 돈이 여유로워.”


유성은 한치의 고민도 없이 자리에 앉았다.


“그러면 고맙고.”

“어··· 응.”


그래도 거절하는 시늉이라도 하지 않을까 했지만, 유성에게 그런 건 없었다.

돈을 아낄 수 있으니까 굳이 거절할 필요는 없겠지.


“뭐 마실거야?”

“카라멜 마끼아또.”

“오키.”


주문을 하고 온 서아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둘 다 딱히 할 말이 없었기에 한동안 조용한 분위기가 지속되었다.

보다 못 한 유성이 먼저 말을 꺼냈다.


“회사는 어떻게 됐어?”


커피를 홀짝대던 서아가 유성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반차쓰고 나왔지.”

“그래? 다행히 해고는 안 됐나보네.”


서아는 머쓱한 듯 바깥을 보았다.


“갑자기 이러면 곤란하다고 혼나긴 했는데··· 다행히 해고까지는 안하시더라. 그때 분위기 생각만 해도······.”


사아의 표정이 안 좋아지더니 몸을 움찔 떨었다.

그 모습에 유성이 물었다.


“반차는 왜 쓴거냐?”


커피를 한 번 홀짝인 서아가 말 했다.


“최대한 일에 집중해 보려 했는데, 자꾸 어제 기억이 떠올라 가지고 쉽지 않더라······.”


커피를 들고 있는 손이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괜한 질문을 한 것일까.


띵동-


“카라멜 마끼아또 주문하신 분.”


때마침 자신이 시킨 음료가 나온 것에 유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피를 받아온 유성은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그래서 오늘 부른 이유가 뭐야?”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자신이 말 하는 것 보다는 본인이 말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커피가 담긴 컵을 만지작 거리던 서아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어제 네가 왜 그렇게 남의 죽음에 집착 하냐고 물었잖아? 그거에 대한 답을 말해주려고.”


유성은 서아의 말을 들으며 마끼아또를 후후 불고는 한 모금 마셨다.


“어디서부터 이야기 해야할까······.”


서아는 눈을 감고 잠시 뜸을 들이다 눈을 떴다.


“약 반년 전의 일이야. 내가 처음 각성하고 게이트에 들어갔던 때지.”


서아는 망설여 하면서도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가끔 멈칫거리고, 필사적으로 감정을 제어하면서 꾸역꾸역 입을 열었다.

서아가 했던 말을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자신을 포함한 6명의 헌터와 함께 게이트를 들어갔다.

전부 좋은 사람들이었고, 게이트 경험이 처음인 자신을 배려하며 나아갔다.

파티는 문제 없이 게이트를 공략해 갔으며, 보스가 있는 문 앞까지 갔다.

그리고 그 앞에는 거대한 양날 도끼를 들고 있는 두 마리의 미노타우로스가 지키고 있었다.


“······.”


여기서부터 서아가 한동안 말을 못 이었다.

암울한 표정으로 컵을 바라보던 서아의 표정이 점점 구겨졌다.

아마도 그 날의 일을 상기 시키고 있는 것이겠지.

지금 서아가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기에 천천히 기다려 주었다.

한 3분쯤 지났을까.


“그 미노타우르스는··· 우리 파티를 전멸··· 시켰어··· 나를··· 제외하고······.”


뚝.


서아의 눈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떨어졌다.


뚝.


계속해서 눈물이 나왔다.

어떻게든 참으려 하는 것 같지만 몸이 말을 안 듣는 듯 하다.


“흡··· 죄송해요··· 이러고 싶지 않은데··· 죄송해요···.”


서아는 히끅 거리며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이쪽을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속닥속닥.


더 이상 여기에 있다가는 분위기가 이상 해질 것 같기에 유성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서아의 팔을 잡았다.


“일단 나가서 이야기 하자.”

“흐끅······.”


서아는 한쪽 팔로 눈물을 닦으며 유성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대충 근처 공원으로 가서 아무 벤치에나 자리 잡았다.

이 주위에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으니 괜찮을 듯 보였다.


“흡··· 정말 죄송합니다··· 히끅···.”


존댓말을 하는 것을 보면 어지간히 놀랐나보다.

하긴, 좋지도 않은 기억을 꺼내는데 감정이 요동치는 게 당연하지.

유성은 서아가 진정하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히끅거리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휴지’ 을/를 구매 하시겠습니까? (Yes/ No)]

- Yes


혹시나 해서 찾아봤는데, 참 상점에서 별걸 다 판단 말이야.

유성은 구매한 두루마리 휴지를 서아에게 건내주었다.


“흑··· 감사합니다···.”


크흐응-


분명 눈물 닦으라고 준 것인데 이렇게 시원하게 코를 풀어버리다니.

혹시나 부끄러워할까 봐 자리를 비킬까 했는데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인다.


“너는 무슨 여자가 이렇게 털털하냐.”

“헤헤··· 그런 소리 자주 들어요···.”


서아는 울던 게 머쓱했는지, 퉁퉁 부운 눈으로 배시시 웃어보였다.

하지만 아직도 표정에는 어둠이 도사려 있었다.

그 날의 일이 어지간히도 트라우마로 남았나 보다.


“다 울었어?”


크흐응-


한번 더 코를 푼 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다시 반말로 돌아온 것을 보면 정신이 드나보다.


“너무 무리하지 말아라. 안 좋은 기억을 억지로 꺼낼 필요는 없어.”


코를 먹은 서아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이건 네가 들어야해··· 네가 게이트에 그만 들어갔으면 하니까······.”


보아하니 서아는 어떻게든 내가 게이트에 들어가는 것을 막고 싶은가 보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난 절대로 이 일을 그만두지 않을거다.

그도 그럴게 레벨도 올릴 수 있고, 돈도 주는 데에다, 복수도 해야 하는데 어떻게 그만두나.

서아는 숨을 한 번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내가 결정적으로 남의 죽음을 막는 이유는······.”


잠시 말을 멈춘 서아는 떨리는 숨을 내뱉고 다시 크게 숨을 들이 마셨다.


“한 달 전··· 내 동생이 게이트에 들어갔다 세상을 떠났어···.”


그 말에 유성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같이 들어간 헌터들이 죽는 것 정도는 예상했는데, 가족이 죽었다는 것은 예상 밖이었다.

그것도 아주 최근인 한 달 전.


“너랑 같은 F급이었어··· 남동생이었는데··· 그래서··· 흡······.”


다시 감정이 복받쳐 오는지 울먹였다.

이번에는 참을 생각조차 없는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펑펑 울었다.


“흐윽··· 예준아······.”


서아는 자신의 남동생 이름을 부르며 목 놓아 꺼이꺼이 울었다.

그 모습이 안타까워 보일 정도로 말이다.


‘동생이 죽었다니···.’


그제서야 남의 죽음에 그렇게 집착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자신이 겪었던 비극을 다른 사람들에게는 겪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괴로운 경험을 하고도 서아는 유성을 막기 위해서 게이트에 발을 디뎠다.


누군지도 모를 남을 위해서.


자신의 소중한 것을 앗아간 게이트로.


그 한 걸음을 옮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결심이 필요했을까.

소중한 사람을 잃는 고통은 유성으로써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실컷 울어라.”


사실상 남인 유성이 뭘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아무런 조언도, 위로도 할 수 없다.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 까지 울어.”


그래도 자신의 경험 정도는 말 해줄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슬픔이란 감정이 무뎌지더라.”


우느라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유성은 나지막하게 말 했다.


“한차례 폭우가 지나면 필연적으로 맑은 하늘이 오는 것처럼, 실컷 눈물을 흘리고 나면 다시 웃는 날이 오게 될거야.”


서글픈 울음소리에도 세상은 아무일 없다는 듯이 활기찼다.

마치 그 슬픔을 덮어버리려고 하는 듯 말이다.


***


두 눈이 퉁퉁 부운 서아는 결국 택시를 타고 집에 갔다.

그렇게 울어댔으니 기운이 다 빠져버린 것이겠지.

아까 서아에게 잠시 들은 바로는 헌터 협회에서 일하는 것도 유성 같은 사람을 말리기 위해서란다.

본인도 저렇게 힘들어하면서 누굴 말리겠다는지.

유성은 잠시 생각했다.

만약 전생의 자신이었다면 무언가를 도와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 그래도 없었겠지.”


지금 와서 생각해 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지만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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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정글 (1) +1 24.02.21 1,332 41 14쪽
24 C급 게이트 +1 24.02.20 1,361 44 14쪽
23 잊혀진 땅의 정령 +2 24.02.19 1,419 44 13쪽
22 달콤한 보상 +3 24.02.18 1,437 40 12쪽
21 리빙 아머 (2) 24.02.17 1,442 45 12쪽
20 리빙 아머 (1) 24.02.16 1,449 41 12쪽
19 게이트 변이 (2) 24.02.15 1,582 44 13쪽
18 게이트 변이 (1) 24.02.14 1,669 42 12쪽
» 최서아 +2 24.02.13 1,776 41 12쪽
16 버려진 무덤의 주인 +1 24.02.12 1,854 45 12쪽
15 스켈레톤의 무덤 +1 24.02.11 1,944 46 13쪽
14 고스트 웨폰 +2 24.02.10 2,026 47 13쪽
13 민감한 질문 +5 24.02.09 2,076 47 13쪽
12 E급 게이트 (4) +1 24.02.08 2,141 49 12쪽
11 E급 게이트 (3) +3 24.02.07 2,174 4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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