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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친님의 서재입니다.

용사가 검을 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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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6.20 20:48
최근연재일 :
2019.10.23 07:00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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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18
추천수 :
232
글자수 :
24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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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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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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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네 번째 마을 가는 길

DUMMY

나는 용사가 아니다 28.


“지금,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음···. 그러게요, 따라오지 말란 말은 한 적 없으니까···.”


시오니아의 질문에 로엘이 뒤를 돌아보며 답하였다. 한 마차가 네 번째 마을로 향하는 로엘의 일행들을 멀리서 따라오고 있었다. 휘황찬란한 장식과 거대한 사이즈만 봐도 평범한 귀족의 마차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 말을 타고 따라오는 황태자의 수호기사는 붉은 눈이 빠질 듯이 일행을 노려보고 있었다.


왜 따라오냐고 물었더니 가는 방향이 같다는 대답만 들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네 번째 마을로 향하는 길을 함께하게 되었다.


“조금 거리를 두고 서로를 알아가기엔 좋겠네요.”


로엘이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상황을 설명해보았다. 일행들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로엘이 하는 말을 들었는지 마차 안에서 황태자의 웃는 소리가 들렸다. 달칵하고 마차의 창문이 열렸다.


“보아하니 아직 말을 타지 못하는 것 같은데, 마차 안에 들어오지 않겠나?”


황태자가 라드의 도움으로 말에 앉아 있는 로엘에게 건의했다. 로엘이 가볍게 거부 의사를 밝혔다.


“끝의 신전에는 마차가 갈 수 없으니 지금이라도 말에 익숙해지려고요.”

“그런가?”


로엘의 말을 곱씹어본 황태자는 움직이는 마차의 문을 열고 나왔다. 수호기사가 당황하며 그에게 다가갔다. 말 한 마리를 가져오라는 명에 따르기 위해 마차를 모는 말 중 하나를 빼냈다.


황태자는 안장도 없는 말 위에 올라타 로엘의 일행 쪽으로 달려왔다. 시오니아의 말이 그가 다가온 만큼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럼 나도 마차를 타지 않도록 하지.”


라드의 꼬리가 탁탁 기분 나쁘게 휘날린다. 안토니오가 아무 말 없이 황태자 옆으로 이동하여 그로부터 로엘과 라드를 분리했다.


“나도 참 미움을 많이 받는군. 무기 하나 없는데 말이지.”

“북 대륙의 황가는 흡혈귀의 핏줄이라 들었습니다. 무기가 없다고 방심하지 않습니다.”

“그래, 좋은 생각이야.”


시원시원한 대꾸에 시오니아가 몸을 움츠렸다. 황태자란 정말 평범치 않은 자였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게 제일 싫었다. 로엘은 그가 자신들에게 허튼짓하지 않을 거라 말했지만, 본능이 그를 경계하라고 외치고 있었다.


“저기 있는 호숫가에서 잠시 쉬어도 될까요?”


긴장된 공기 속에서 반나절을 이동하던 일행은 로엘의 의견에 따라 행진을 멈췄다. 로엘이 시오니아에게 뭐라고 하며 용사의 검을 넘겨주었다. 시오니아는 황태자와 제이콥을 확인하고는 검을 들고 호숫가 안쪽으로 사라졌다.


황태자는 호기심에 시오니아의 뒤를 쫓았다. 로엘은 그런 그를 보고도 막지 않았다.


열심히 시오니아의 흔적을 따라간 황태자는 시오니아가 용사의 검으로 호수에 사는 거대한 마족을 처치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흘러내리는 냇가에 댐을 쌓아 커다란 호수를 만들어 사는, 조금 강한 마족이었다. 물론 강하다는 평은 이제 갓 세 번째 마을을 출발한 용사의 관점에서 하는 말이고, 시오니아에게는 땀 한 방울 흘릴 필요 없이 쉬운 적이었다.


굳이 용사의 검이 없어도 되는 수준의 마족이었지만 로엘은 용사의 검이 주기적으로 사용되길 바라는 눈치였다. 마치 용사가 여행을 떠났을 때처럼.


황태자는 마족이 만든 댐 방향을 유심히 보았다. 댐 너머로 작은 마을이 보였다. 만약 이 댐이 부서진다면 호숫물에 휩쓸려 사라졌을 위치였다.


마족을 처치한 시오니아는 댐 쪽으로 달려갔다. 그곳엔 이미 로엘과 그의 일행이 있었다.


“감사합니다.”


댐을 이루고 있는 바위들을 옮기며 로엘이 인사했다. 검사는 용사의 검을 로엘에게 넘겼다. 품 안 가득 채우는 검 때문에 자동으로 로엘은 바위를 옮길 수 없는 처지가 되었고, 대신 시오니아가 강한 힘으로 바위를 서너 개 쳐냈다. 천천히 호수의 물이 흘러내려 갔다.


“마을을 떠나기 전에 이곳을 해결해 달라는 의뢰를 들었나?”


일행들이 터프하게 바위를 옮기는 동안 자리를 피해있던 로엘에게 황태자가 다가왔다. 라드의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이제 로엘에게 다가갈 때 들리지 않으면 서운할 정도로 익숙해져 버렸다.


“여긴 100년마다 한 번씩 홍수가 일어나던 곳이에요.”


로엘이 일행들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댐이 사라지자 호숫물이 강이 되어 마을 옆을 지나갔다. 갑자기 생긴 강을 발견했는지 마을에서부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로엘과 일행들이 다시 움직일 채비를 하였다.


마을에 가서 감사의 인사를 받을 줄 알았지만, 일행은 네 번째 마을로 향하는 길을 묵묵히 걸어갈 뿐이었다.


“저 마을에 안 갈 건가? 사람들이 보답하고 싶을 텐데?”

“우물로 겨우 연명하던 마을입니다. 이젠 좀 더 풍족해지겠죠.”


저 마을에서 하룻밤 자면 더 편하게 네 번째 마을에 도착하지 않겠냐는 황태자의 질문에 로엘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그럼 여덟 번째 마을에 더 늦게 도착할 텐데요?”


황태자가 어이없어하며 웃었다.


점심이 되자 황태자는 드디어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겠다 싶어 제국 요리사가 만든 육포를 마차에서 꺼냈다. 시작의 마을에서부터 터벅터벅 내려오던 이 자들이 입에 댈 수 없는 고급 요리였다.


“엥? 육포?”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닭 다리를 뜯으며 시오니아가 황태자의 손에 들고 있는 음식을 보았다. 숲속 가득 맛있는 요리 냄새가 번져나가고 있었다. 그로 인해 일행에게 다가온 늑대는 라드가 단숨에 처분하여 저녁의 재료로 쓰기로 하였다.


“이 요리는 언제...”

“굽기만 하면 먹을 수 있도록 고기를 재워두고 있었습니다.”


안토니오가 가방 안에 들어있는 큰 항아리를 살짝 보여주었다. 세 번째 마을의 여관에서 얻은 물건이었다. 자신의 요리가 맛있다고 해주는 일행에게 어떻게든 더 맛있는 걸 먹이겠다는 집념으로 들고 왔는데, 덕분에 체력 운동도 되어서 좋았다고.


“안토니오의 요리는 정말 맛있어요. 드셔보세요.”


로엘이 닭고기 한 점을 떼어 황태자에게 주었다. 수호기사가 멀리서부터 뛰어와 어딜 황태자에게 음식을 막 주느냐고 소리쳤다.


“먹고 있던 걸 줬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겠나.”


한심한 표정을 지으며 고기를 입에 넣은 황태자는 곤란한 표정으로 고기를 삼켰다. 아무리 고급스러운 요리라고 해도 만든 지 오래된 육포와 방금 따뜻하게 요리한 신선한 고기의 맛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황태자는 들고 있던 육포를 수호기사에게 넘겼다.


“난 이걸 먹겠다.”

“네?!”


어떤 마을에 가도 요리사가 준비해준 음식만 먹던 황태자가? 수호기사가 놀라서 얼떨결에 육포를 받아들었다.


“버리긴 아까우니 네가 먹도록 해.”


로엘이 수호기사에게도 고기를 주려고 하자 황태자가 그 기회를 가로채며 말했다. 제이콥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육포를 입에 넣고 원래 대기하고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하도 옆에 따라붙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 황태자가 정해 준 자리였다.


“혹시 황국의 요리사 해볼 생각 없어?”

“없습니다.”


허허, 참. 웬만하면 마다하지 않는 자리인데.

황태자는 로엘과 이상한 일행이 재미있었다.


작가의말

덧글 감사드립니다, 분홍빛날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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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여섯 번째 마을 가는 길 - 고블린 소굴 19.10.07 19 2 12쪽
48 여섯 번째 마을 가는 길 19.10.04 22 3 12쪽
47 여섯 번째 마을 가는 길 19.10.02 2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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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다섯 번째 마을 가는 길 +1 19.08.12 57 3 12쪽
36 다섯 번째 마을 가는 길 +1 19.08.09 54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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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네 번째 마을 +2 19.08.02 61 3 11쪽
32 네 번째 마을 +3 19.07.31 66 2 11쪽
31 네 번째 마을 +1 19.07.30 6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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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번째 마을 가는 길 +2 19.07.26 78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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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세 번째 마을 +3 19.07.24 73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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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세 번째 마을 19.07.19 76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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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두 번째 마을 19.07.09 123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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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시작의 마을 19.07.01 258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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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작의 마을 +2 19.06.22 371 1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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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작의 마을 +3 19.06.20 591 1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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