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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친님의 서재입니다.

용사가 검을 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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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드
작품등록일 :
2019.06.20 20:48
최근연재일 :
2019.10.23 07:00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6,020
추천수 :
232
글자수 :
244,858

작성
19.07.19 17:00
조회
76
추천
3
글자
8쪽

세 번째 마을

DUMMY

나는 용사가 아니다 22.


라드의 어깨 상처는 심각할 정도로 깊었다. 상처의 모양으로 보아 정확하게 심장을 노렸던 공격이었고, 라드가 몸을 피하지 않았다면 즉사했을 게 분명했다.


라드는 왼쪽 팔이 축 늘어진 채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려고 땅을 기었다. 시오니아는 라드가 떨어졌던 지붕 위에서 납치범의 실마리를 찾아보았지만 아무런 이득을 얻을 수 없었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이, 지붕 위에는 발자국은커녕, 라드를 공격한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하늘을 날 수 있는 자는 아니었다. 세 번째 마을은 크지 않다 보니 높은 건물이 없었고, 이런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다면 시오니아가 놓쳤을 리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주변을 샅샅이 확인했다. 밑에서 안토니오가 경비병들에게 지시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비록 함께 한 시간은 짧았지만, 일행 모두가 적절한 방식으로 상황을 대처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 일은 상대방의 능력 문제였다. 방심했다. 라드에게 이런 공격을 할 수 있는 자가 세 번째 마을에 있을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뱀파이어였어...!”


안토니오에게 업힌 라드가 이를 갈며 말했다. 깊게 눌러 쓴 후드 아래에 빛나던 소름 끼치는 붉은 두 눈과 코끝에 닿은 진한 철분의 향. 로엘을 납치한 자는 북대륙 마족의 혼혈들, 흡혈귀였다.


“어디 클랜인지 봤어?”

“아니.”


북대륙의 흡혈귀들은 클랜 단위로 움직였다. 개별로 움직이는 흡혈귀는 힘도 약하고 계획 없이 떠돌아다니는 게 대부분이니 이런 납치극을 주도할 리 없었다.


메리안은 경비병들을 마을 전체에 배치하여 혹시라도 남았을 수 있는 단서를 찾도록 지시하였다. 마을에 들어온 사람들의 리스트에서 수상한 자가 있는지도 알아보게 하였다. 용사 일행들이 신전 안에 있다고 알리고, 실제로는 다른 곳에 일행을 안내했다.


“죄송해요, 제가 288번째 용사님의 이야기를 해서...”

“그자는 계속 기회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잘못은 아닙니다.”


안토니오가 둘을 대신하여 대답하였다. 그저 한순간이라도 마음을 놔버린 두 용사의 잘못이라면 잘못이지. 스스로를 책망하는 메리안에게 안토니오가 답했다. 그러나 안토니오도 바로 뒤에 있던 로엘을 놓쳐버렸다. 큰소리를 칠 입장은 되지 못했다.


라드는 메리안이 건네는 포션을 받아 마셨다. 아픔이 조금 줄어들었다.


“포션으로 곧바로 해결하긴 힘들겠지?”


시오니아가 라드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메리안에게 부탁하였다.


“마을에 힐러가 있나요?”

“전 이장님께서 힐러셨습니다. 모셔올게요.”


메리안이 방을 나가자 시오니아가 진지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았다.


“용사의 검은 로엘에게 있지?”

“응.”


검사가 안도인지 걱정인지 모를 한숨을 쉬었다.


“아직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 보니 의식을 잃었거나 용의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인가 보네.”

“그 목소리는 어떻게 들렸습니까?”

“용의 신탁처럼 머릿속에서 울려.”


시오니아의 대답에 안토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시오니아에게 말을 걸 때 자신에게도 한 번 시도해보라고 할 걸 그랬다. 기사는 어떤 느낌을 기다리면 되는지 모르는 사실이 답답했다.


“만약 로엘에게 해를 가하려고 했으면 그냥 죽이고 검을 가져갔을 거야. 할 말이 있으니 데리고 갔겠지.”


혼잣말인지 조용히 중얼거리던 시오니아는 창문쪽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가만히 있는 건 내 성미에 안 맞아. 나갔다 온다.”


검사는 대답을 들으려는 성의 하나 없이 열려있는 창문을 통해 지붕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마을의 전체 전경을 확인한 후, 자신의 검만큼 고요하게 사라졌다.


안토니오는 팔짱을 낀 채 라드를 보았다. 포션을 마셨다고는 하나 보는 사람도 찡그리게 되는 상처인데도 앓는 소리 하나 흘리지 않았다. 대단했다.


“혼자 있어도 괜찮겠습니까?”


라드는 창문 밖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가 몸을 돌려 방을 나가려고 하니 메리안이 급하게 힐러와 함께 문 앞에 도착하였다.


매우 나이가 많은 힐러는 잘 안 보이는 눈으로 안토니오와 라드를 보았다.


“그래서... 289번째 용사님은 어디 계십니까.”

“니오나님, 289번째 용사님이 아니라...”


이 자들을 뭐라고 지칭할지 몰라 메리안이 눈치를 보며 정정하였다.


“1109번째 용사입니다. 저쪽은 1108번째고요.”


안토니오가 힐러에게 자신과 라드를 소개했다. 창문 밖만 보던 라드가 그런 말 해도 괜찮냐는 표정으로 기사를 보았다. 기사는 어깨를 으쓱였다. 몇 번째 용사인지 비밀로 하자는 이야기는 한 적이 없었다.


메리안이 안토니오의 답변에 당황하며 힐러를 뒤따라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렇군요. 289번째 용사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힐러가 걱정하는 목소리로 물으며 라드의 상처를 확인한다. 그리고 상태가 매우 나쁜지 혀를 쯧쯧 차며 소매를 걷어 올렸다.


“이런 마을에서 보기 힘든 엄청난 상처군요... 289번째 용사에게 아무 일도 없어야 할텐데...”

“니오나님, 이번에 마을에 오신 분은 289번째 용사가 아니예요.”

“응...? 아이고, 내가 제정신이 아닌가... 그럼 몇 번째 용사니?”

“그러니까... 지금 납치당하신 분은 용사가 아니고...”


메리안이 다시 한번 일행의 눈치를 보았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힐러에게 어디까지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고민이었다.


“길잡이.”

“네?”

“로엘은 용사의 길잡이야.”


아픔을 참으며 라드가 말했다. 안토니오는 다른 좋은 단어가 떠오르는 것도 아니고 굳이 반대할 필요는 없는 분위기라 동의의 의미로 입을 다물었다.


“그렇군요. 289번째 용사는 길잡이시군요...”

“그게 아니고요-”


메리안이 잘못된 정보를 정정하기도 전에 힐러가 강하게 마법을 구현하였다. 라드가 큰 소리로 포효하며 사람이 낼 수 없는 소리를 냈다. 안토니오가 커진 눈으로 라드를 보았다. 고양이 수인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뼈가 다시 자라는 마법이다 보니 고통이 큽니다... 아파도 참아주세요.”


힐러가 단호하게 말하며 다시 마법을 걸었다. 이번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버텨냈다. 고통을 참기 위해 잡고 있던 철제 침대 프레임이 엿가락처럼 움푹 들어간다.


기사는 라드를 위해 문으로 향했다. 남의 고통을 구경하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잠깐...!”


라드가 조그맣게 외쳤다. 안토니오는 헐떡이는 수인을 보았다. 얼굴의 일부가 변형되어가고 있었다.


남대륙의 수인들은 위험을 감지하거나 이성을 잃으면 본래의 모습으로 변한다고 했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는지 기사는 온몸의 털이 쭈삣 곤두서는 걸 느꼈다.


“미안하지만···. 여기 있어 줘···.”


수인의 부탁에 기사는 열었던 문을 닫았다. 아까 들었던 라드의 포효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만약 이 자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혼자선 해결할 수 없을 가능성이 컸다.


메리안을 침대로부터 물러서게 한 그는 등에 메고 있던 방패를 착용하며 힐러 뒤에 자리하였다.


“이 나이가 되어 멋진 기사님의 호위를 받다니... 기분이 좋군요.”


덩치 큰 기사를 올려다본 힐러가 어떤 위험에 처했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그리고 다시 마법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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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여섯 번째 마을 가는 길 19.10.02 2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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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다섯 번째 마을 가는 길 +1 19.08.12 57 3 12쪽
36 다섯 번째 마을 가는 길 +1 19.08.09 54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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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네 번째 마을 +2 19.08.02 61 3 11쪽
32 네 번째 마을 +3 19.07.31 6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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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네 번째 마을 가는 길 +3 19.07.29 68 2 11쪽
29 네 번째 마을 가는 길 +2 19.07.27 62 3 8쪽
28 네 번째 마을 가는 길 +2 19.07.26 78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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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세 번째 마을 +3 19.07.24 73 4 8쪽
25 세 번째 마을 +1 19.07.23 82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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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 마을 19.07.19 77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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