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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친님의 서재입니다.

용사가 검을 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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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6.20 20:48
최근연재일 :
2019.10.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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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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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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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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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세 번째 마을

DUMMY

나는 용사가 아니다 25.


세 번째 마을의 신전은 아주 작고 허름했다. 이곳의 신관은 용사에게 앞으로의 여정에 관해 설명할 의무가 있었다.


용사의 검은, 끝의 신전으로 가는 길목마다 존재하는 제단에 용사의 검을 꽂으며 전진해야 한다. 제단을 하나하나 깨워갈수록 머리 없는 용의 힘이 강해지고 용사도 강해진다. 이 힘이 모여서 끝의 신전에서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거라 사제들은 머리 없는 용의 의도를 해석했다.


순서가 중요했다. 괜히 마을 이름들이 두 번째, 세 번째 같은 방식으로 지어진 게 아니었다. 총 스물네 개의 마을을 거쳐, 끝의 신전에 도착하기. 그것이 용사의 임무였다.


“허허...”


신관이 허탈하게 웃으며 신전 앞 작은 골목을 지키고 서 있는 자를 보았다. 그 덕분에 신전 주변에 쥐 한 마리 얼씬 못했다. 이 마을에는 제국을 뜻하는 해와 달의 문장이 그려진 검은 망토를 두른 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신전에 볼일이 있으면 안으로 들어올 것이지, 괜히 앞에서 살기등등하게 서 있으니 영업 방해라고 내쫓고 싶었지만 누가 제국의 기사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


신관은 포기하고 신전 안으로 들어왔다.


신전 안에는 흑발의 남자가 제단을 바라보는 벤치에 앉아 있었다. 이자도 제국의 기사와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망토에는 제국의 문장이 금박으로 고급지게 수놓아져 있었다. 그것만으로 작은 마을의 신관은 이자가 누군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기사분은 안에 들어오지 않으시나요?”

“벌서는 중이라.”

“그, 그렇군요...”


황태자는 자신이 말해놓고도 웃긴지 코웃음을 치며 밖에 서 있는 제이콥을 보았다. 제국 최고의 기사였다. 얼굴을 보지 않아도 몸 한가득 수치심이 느껴졌다. 많이 괴롭힌 것은 아니었다.


그저, 로엘과 그의 일행이 신전에 찾아온 후 어떻게 할지 예상할 수 있을 때까지 서 있으라고 했을 뿐.


예상이 틀린다고 화를 낼 것도 아닌데 그 대답을 못 찾아서 저렇게 밖에 있다. 황태자는 싫증이 난 표정으로 신전의 천장을 바라보았다.


천장을 휘감는 머리 없는 용의 그림이 원래의 색을 잃은 채 군데군데 떨어져 나가 있었다. 한 겹 한 겹 벗겨진 천장에는 또 다른 그림이, 그리고 그 그림 뒤에 또 다른 색의 그림이 남아있었다. 수많은 예술가가 그리고 또 그렸던 머리 없는 용. 그 겹겹이 쌓인 세월을 보면 이 신전이 얼마나 오래된 곳인지 상상할 수 있었다.


머리 없는 용의 그림이 끝나는 곳에 새워진 거대한 기둥에는 이제까지 세계를 구하기 위해 희생된 용사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 찬란한 역사에 자신의 이름도 새겨넣을 수 있다니, 황태자는 기뻤다.


한참을 구경하고 있으니,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황태자는 늘어져 있던 몸을 바로 일으키고 밖을 돌아보았다. 용사의 검을 품 안에 안은 로엘과 그의 친구들이 광장에 나타나 그를 알아본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여전히 자신 말고는 아무도 용사의 자리에 입후보한 사람이 없어 보였다.


“신전에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로엘이 앞을 지키고 있는 제이콥에게 물었다. 제이콥이 황태자의 눈치를 살폈다. 황태자가 큰 한숨을 쉬며 벤치에서 일어났다.


“물론이지. 같이 여행하게 될 사이인데 일일이 그런 허락은 받을 필요 없어.”


시오니아가 얼굴을 구긴다. 어지간히 황태자와 같이 여행하고 싶지 않은 눈치다. 황태자가 그 솔직함에 웃었다.


일행이 신전 안으로 들어오니 제이콥을 경계하는 라드의 낮은 으르렁 소리가 돔 형태의 신전에 울렸다. 잔뜩 경계하는 모습에 제이콥이 장난삼아 공격할 듯이 검에 손을 대자 라드가 놀라 급히 몸을 낮췄다.


“내 일행에게 무슨 짓이냐.”


황태자의 꾸짖음에 제이콥이 얼굴을 굳히며 자세를 바로 했다.


“자, 그럼 용사의 검을 주게나.”

“그 전에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제단에 검을 꽂을 생각에 들떠있던 황태자가 눈썹을 들며 내밀었던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어디 한번 해 보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까운 벤치에 앉았다.


“황태자님은 무슨 소원을 빌 생각이죠?”


생각보다 재미없는 질문이었는지 황태자의 얼굴이 따분해졌다. 그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세계 평화-라고 말하면 안 믿어주겠군. 지극히 개인적인 소원을 빌고 싶다. 그게 큰 문제가 되겠나?”


로엘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서 대륙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죠?”

“서쪽은 스스로 뭉칠 수 없는 게 문제지. 용사의 이름으로 그들이 하나로 뭉칠 방법을 찾고 싶군.”


교과서 같은 답변이었다. 안토니오는 서쪽이 그렇게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분명 황태자도 알고 있겠지. 그는 최대한 로엘이 원하는 대답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용사가 되면 북의 황제가 되실 수 없는데 괜찮으신가요?”

“그 어떤 대륙의 황제라도 용사보다 더 높을 수 없는 법. 문제없다.”


시오니아가 속으로 감탄하며 황태자를 주시했다. 권력에 관심이 없다는 믿을 수 없는 대답 대신 용사의 위치를 높이면서 이해할 수 있게 답하였다. 이런 식의 질문으로는 황태자가 우리와 함께할 수 없는 이유를 찾기 힘들어 보였다.


“어째서 저를 납치한 거죠?”


여유로웠던 황태자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그리고 다시 여유로운 표정을 되찾으며 대답하였다.


“그건 내 바보 같은 수호기사가 내 말을 잘못 이해해서 그런 거니 용서해주게. 난 그대와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을 뿐이야.”

“자신의 수호기사가 한 행위를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인가요?”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은지 황태자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금빛을 머금은 붉은 눈동자로 자신의 수호기사와 로엘을 차근차근 보았다.


“어떻게 책임을 지면 되지?”

“사죄의 의미로 저희에게 다른 용사 후보를 만나볼 시간을 주십시오. 북의 황태자가 용사가 되었다고 하면 그 누구도 용사를 희망하지 않을 겁니다.”

“그건 용기를 내지 못하는 다른 이들의 문제 아닌가?”

“전 다른 용사의 가능성을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황태자가 흐음, 하고 작게 소리 내며 고민하였다. 이번 용사의 일행에 있어서 로엘의 자리는 매우 중요했다.


그가 용사가 아니라고 선언을 하면 용사가 될 수 없었다. 이번 용사의 검이 끝의 신전에 도달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몰랐다. 그랬을 때 최악을 가정하면 이번에 로엘에게 거부당했을 시 앞으로도 영원히 용사가 될 수 없을 수도 있었다.


그러한 큰 리스크가 존재하기에, 되도록 로엘이 원하는 방향으로 맞춰주고자 하지만 그러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내가 왜 내 자리를 가져갈 수 있는 자에게 양보해야 하지?”

“제가 부탁드리니까요.”


사내는 황태자의 한계를 시험하는 게 분명했다. 자신의 위치를 확실히 알고 있는 똘똘한 자였다.


“나에게도 이득이 있어야 할 텐데?”


황태자가 가볍게 떠보았다. 북 대륙의 황태자에게 무언가의 이득을 줄 수 있는 자는 얼마 없었다. 그나마 로엘이 가진 것은 용사의 검인데, 이 말고 또 그에게 줄 수 있는 게 과연 있을까?


“당신이 끝의 신전에서 빌 소원이 뭔지 알고 있습니다. 그 비밀을 지켜드릴 테니 제 부탁을 들어주세요.”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다해미님 달아주신 덧글 덕분에 힘내서 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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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여섯 번째 마을 19.10.14 12 4 11쪽
51 여섯 번째 마을 19.10.11 1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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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여섯 번째 마을 가는 길 - 고블린 소굴 19.10.07 19 2 12쪽
48 여섯 번째 마을 가는 길 19.10.04 22 3 12쪽
47 여섯 번째 마을 가는 길 19.10.02 2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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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다섯 번째 마을 - 티티치카 산맥 19.08.21 54 3 12쪽
40 다섯 번째 마을 - 티티치카 산맥 +1 19.08.19 4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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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다섯 번째 마을 가는 길 +1 19.08.12 56 3 12쪽
36 다섯 번째 마을 가는 길 +1 19.08.09 53 2 13쪽
35 네 번째 마을 +2 19.08.07 6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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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네 번째 마을 +2 19.08.02 61 3 11쪽
32 네 번째 마을 +3 19.07.31 66 2 11쪽
31 네 번째 마을 +1 19.07.30 63 4 11쪽
30 네 번째 마을 가는 길 +3 19.07.29 68 2 11쪽
29 네 번째 마을 가는 길 +2 19.07.27 62 3 8쪽
28 네 번째 마을 가는 길 +2 19.07.26 77 4 8쪽
27 세 번째 마을 +3 19.07.25 74 5 9쪽
26 세 번째 마을 +3 19.07.24 73 4 8쪽
» 세 번째 마을 +1 19.07.23 81 3 8쪽
24 세 번째 마을 +1 19.07.22 78 4 8쪽
23 세 번째 마을 +1 19.07.20 76 4 9쪽
22 세 번째 마을 19.07.19 76 3 8쪽
21 세 번째 마을 +1 19.07.18 77 3 8쪽
20 세 번째 마을 +4 19.07.17 82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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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두 번째 마을 가는 길 19.07.04 193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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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시작의 마을 19.07.01 258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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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시작의 마을 +1 19.06.23 348 10 7쪽
3 시작의 마을 +2 19.06.22 371 11 8쪽
2 시작의 마을 19.06.21 416 9 7쪽
1 시작의 마을 +3 19.06.20 587 1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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