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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친님의 서재입니다.

용사가 검을 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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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6.20 20:48
최근연재일 :
2019.10.23 07:00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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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7
추천수 :
232
글자수 :
244,858

작성
19.07.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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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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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7쪽

두 번째 마을

DUMMY

나는 용사가 아니다 17.


사제들의 공간에 초대된 로엘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기사의 뒤에 섰다. 라드도 그런 로엘의 뒤를 바짝 따랐다. 시오니아는 이미 가봐서 별로 궁금하지 않았지만 홀로 사원에 남아서 할 게 없어 천천히 따라가기로 하였다.


신전 안쪽 복도는 다른 곳에 비해 좀 더 밝고 가벼운 공간이었다. 중간중간 크게 만들어진 창문으로 따뜻한 햇볕이 들어왔다. 방문마다 그 방의 주인인 사제의 이름이 붙어있었는데 꽃이나 나뭇잎, 또는 머리 없는 용의 신탁으로 장식해 놓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사제분들은 여기서 생활하시는군요!”

“네.”


즐겁게 장식들을 구경하면서 걸어가던 로엘은 딱 한 방, 아무것도 장식하지 않은 무미건조한 방문을 발견하였다. 혹시나 해 이름표를 보니 역시나 안토니오의 방이었다.


기사는 묵묵히 방 앞에 서서 조그맣게 웃는 사내의 행동에 의아해하며 방문을 열었다. 안토니오의 방은 사는 사람의 느낌이 하나도 나지 않는, 누구라도 하룻밤 자고 가도 될 것 같은 조촐한 작은 방이었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침대와 책상, 책장 이외에 일절 개인적인 물건이 없는 방이었다. 그나마 책장에 전쟁이나 전투, 역사에 관련된 책이 꽂혀있어, 기사의 방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책의 제목들을 읽어내려가던 로엘이 가볍게 물었다.


“만약 제가 무기를 쓴다면 뭘 연습하는 게 좋을까요?”

“용사의 검 하나 제대로 못 들어서 안고 다니는데 무기를 하나 더 갖고 다니려고?”


시오니아가 뒤늦게 방 안에 들어오며 물었다. 로엘은 붉어진 얼굴로 어색하게 변명했다.


“그, 그게... 마을 앞에 약한 마물들이 있는데, 혹시 저도 강해질 수 있을까 싶어서요.”

“용사가 되고 싶어?”

“그... 그런 게 아니라-”


라드의 질문에 로엘이 당황하였다. 검술에 대한 기초 단련 책을 봐서 가볍게 던진 말이었는데 모두가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오~ 용사가 되고 싶었으면 말하지!”


시오니아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로엘을 놀렸다. 안토니오는 말없이 침대 밑에 숨겨진 거대한 상자를 꺼내 열었다. 먼지가 좀 나긴 했지만, 상자 안엔 별의별 무기들이 들어가 있었다.


“훈련용이라 여기 있는 무기들이 로엘님에게 맞을 것 같습니다.”

“어디 보자~”


검사가 신나서 무기들을 확인한다. 라드도 관심이 있는지 꼬리를 흔들며 상자 옆에 서서 작은 단검을 꺼냈다. 막상 이 이야기를 꺼낸 로엘은 일이 커진 것 같아 상자에서 한 걸음 물러나 용사들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이건 어때?”

“안 돼.”

“그건 무게중심이 좀 뒤틀려 있어서 힘들 수 있습니다.”

“우와! 이런 것도 들어가 있잖아?”

“설마 그 무기를 드리려는 생각은 아니겠죠.”

“별로야.”

“알아, 안다고!”


어느새 세 용사는 상자 주변에 자리 잡고 로엘의 무기를 골라주는 데 푹 빠져버렸다. 그 모습이 말 사료에 어떤 채소를 넣어야 더 좋은지 의논하던 시작의 마을 사람들과 비슷해 보였다. 그중 하나는 기사고, 둘은 끝의 신전까지 갔었던 용사의 일행이지만.


셋의 의견이 좀처럼 일치하지 않는지, 중간중간 목소리가 커졌다. 말이 많지 않던 안토니오가 시오니아를 농담조로 비꼬는 언행도 가능하게 될 정도로 긴 시간이 지났을 때쯤 시오니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 결정했어!”


로엘은 무엇을 골랐을지 기대하며 그의 손을 확인했지만, 아쉽게도 시오니아의 손은 비어있었다.


“너는 아무것도 하지 마! 우리가 다 한다.”

“셋이서 합의가 안 된 건가요?”


로엘이 웃으며 묻자 세 용사 모두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강해진다는 개념을 모르시는 분이라 대화가 통하지 않습니다.”

“뭐라고, 이 자식! 너도 로엘에게 무기를 주는 걸 탐탁지 않아 했잖아!”

“로엘은 내가 보호하면 돼.”


시오니아가 거 보라며 로엘에게 말이 안 통하는 둘을 손가락질했다. 왁자지껄한 셋의 모습에 사내는 마냥 웃을 뿐이었다.


“그렇군요. 그래도 덕분에 세 분이 친해진 것 같아 기쁘네요. 그럼, 다음 마을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예의 바르게 인사한 로엘은 복도로 나와 걸어갔다. 방 안에 덩그러니 남은 세 용사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속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먼저 행동을 한 쪽은 시오니아였다.


“뭐야?! 무기를 갖고 싶어 하는 거 아니었어?”


시오니아의 소리침에 대답 대신 로엘의 웃음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안토니오는 불안한 표정으로 한숨을 쉰 후 마지막까지 시오니아와 피 터지는 논쟁을 하게 했던 작은 단검을 들었다.


그리고 신전에 들어올 때부터 언제나 벽에 걸려 있었던 짐가방을 들었다. 언제든지 신전을 떠날 수 있도록 그의 물건은 이 가방 안에 다 들어있었다.

라드는 마지막까지 무기가 가득한 상자 안을 바라보다가 반지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기사의 허락을 구하듯 그 반지를 번쩍 들었다.


“훈련용 반지군요.”


훈련을 위해 공격력을 낮추는 마법이 담긴 반지였다. 기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 반지를 받아 단검과 함께 가방에 넣었다.


생활감 없는 조촐한 방을 나오니 사제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떠난다고 들었습니다.”

“네.”

“용사님을···. 아니, 선택되지 않은 분을 잘 부탁드립니다.”


안토니오가 대답 대신 허리 숙여 인사했다.


신전을 떠나는 자신의 모습을 몇 번이나 상상해본 적이 있다. 세계를 구하기 위해 용사와 함께 사제들에게 인사하고 떠나는 자신의 뒷모습. 누구와 함께인지는 상상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지금과 같은 느낌일 줄은 꿈에도 상상 못 했다.


이미 복도 저만치에서 시끄럽게 걸어가는 둘의 모습에 안토니오는 조그맣게 한숨을 쉬었다. 그때 신관이 한마디 더 더했다.


“세 번째 마을에서 연락이 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설명해 놓았습니다.”

“네?”


용의 신탁을 들은 사람들이 걱정되어 여기저기서 머리 없는 신전으로 사정을 물어보았다. 그중 세 번째 마을은 용사의 여정에 중요한 지점이다 보니 신전도 그들이 아는 대로 모두 알려주었다고.


누구든 용사의 검을 꺼낼 수 있다는 점이나, 용사의 검을 뽑을 수 없는 선택 받은 자가 용사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점-


“...혹시 저 사람이 용사라고 했나요?”


안토니오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뛰어가는 시오니아를 가리켰다. 신관의 표정이 밝았다.


“물론이죠. 용의 신탁을 듣기 위해 제단에 검을 꽂은 용사님은 시오니아님이었다고, 잘 설명해 두었습니다.”


라드와 안토니오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라드는 어깨를 으쓱이며 먼저 가버린 두 일행을 따라갔다. 표정의 변화는 없었지만 그의 꼬리는 매우 상큼하게 리듬을 갖고 움직였다.


“잘하셨습니다. 그럼 저희는 가보겠습니다.”


라드를 따르는 안토니오의 발걸음도 조금 가벼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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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다섯 번째 마을 가는 길 +1 19.08.09 54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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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네 번째 마을 가는 길 +2 19.07.27 62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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