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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친님의 서재입니다.

용사가 검을 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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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6.20 20:48
최근연재일 :
2019.10.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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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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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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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세 번째 마을

DUMMY

나는 용사가 아니다 20.



머리 없는 신전에서 신탁을 들은 용사는 세 번째 마을에서 앞으로 용사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배우고 어떻게 할지 선택하게 된다.


용사로서 첫발을 내디딘 자들은 대부분 용사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끝의 신전으로 향했지만, 자신의 안위를 우선시하며 정착하는 이도 있었다. 세 번째 마을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이유도, 이때 용사를 유혹할 자들이 대부분 이 마을에서 기다리기 때문이다.


용의 힘을 쓸 수 있는 용사는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했다. 마족을 처치하는 일은 물론이거니와 누구를 지지한다는 발언 하나로 지도를 바꾸게도 할 수 있었다. 작은 섬나라들로 이루어진 서쪽을 통일시킨 용사가 있었는가 하면, 동대륙 왕족을 끌어 내린 용사도 존재했다.


신기하게도 머리 없는 용은 용사들에게 끝의 신전으로 향하는 여정을 강요하지 않았다. 책임을 회피하고 도시에 편하게 눌러앉은 용사는 용의 벌을 받게 될 거라 많은 이가 장담했지만, 그는 증손자까지 볼 정도로 오랜 생을 행복하게 보냈다.


인간에겐 길고 긴 시간이라도 위대한 용에게는 찰나와 같기에 너그러울 수 있다고 신전의 사제들은 말했다.


세 번째 마을의 이장, 메리안은 선택의 분수대 주변을 가득 채운 사람들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원래도 많은 사람이 모이기 마련이지만, 이번만큼은 기록에 남을 정도로 역대 최고의 인파로 마을이 마비된 상태였다.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골목 안까지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서서, 용사님의 퍼레이드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데 골머리를 썩였다.


메리안은 자신의 머리에 울렸던 머리 없는 용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세상이 변하는 순간을 보기 위해 생업을 멈추고 마을에 온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로 인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어려워진 것은 매우 유감이었다.


“용사님이 도착하셨습니다.”


메리안은 긴장이 깃든 큰 한숨과 함께 마을 입구로 이동하였다. 이미 두 번이나 해 본 일이니 아무 문제 없을 거라고 자신에게 되뇌었다.


입구 쪽에서 커다란 비명을 듣기 전까진 정말로 그럴 거라 믿고 있었다. 하지만 절규에 가까운 소리에 메리안은 등 쪽 가득 싸한 기분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무슨 일이냐!”


입구에 도착하니 일꾼들이 가마를 든 채 어정쩡한 자세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 보였다. 용사의 가마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고 그들 앞엔 어색하게 미소 짓고 있는 한 사내와 무뚝뚝해 보이는 기사, 그리고 새하얀 귀가 쫑긋 서 있는 고양이 수인이 있었다.


“289번째 용사님은...?!”

“저... 저쪽으로 가버리셨습니다.”


일꾼 중 한 명이 마을 앞의 평야를 가리킨다. 아까 들은 비명의 주인공은 얼마나 빨리 달렸는지 이미 작은 점이 되어 저 멀리 산 중턱까지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머리 없는 신전에서 알려준 대로, 다음 용사인 시오니아를 기다렸던 메리안은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으로 일행을 보았다.


그제야 사내가 용사의 검을 품에 안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메리안은 허리를 펴 자세를 바로 하였다.


“머리 없는 신전에서 288번째 용사님의 일행이신 시오니아님이 다음 용사라고 하셨습니다. 근데 왜 당신이 용사의 검을 들고 계신 거죠?”

“설명해 드릴 테니 가마를 치워주시겠어요? 시오... 용사님이 부담스럽다네요.”


메리안이 눈살을 찌푸리며 멀리 점이 된 시오니아를 바라보았다. 가마를 보고 놀라 비명을 지른 건가? 영웅 중에는 이런 환영식에 부담스러워하는 자가 더러 있었다.


하지만 보통 얼떨결에 가마에 태워져 정신없이 분수대까지 행차하기 마련인데···. 역시 이전 용사님의 일행이라 들은 게 있는지 휘말리지 않을 심산인가보다. 메리안이 아쉬운 표정으로 가마를 맡은 일꾼들에게 손짓했다. 아무도 타지 않은 가벼운 가마가 입구 뒤편으로 사라졌다.


“그럼 설명 부탁드립니다.”


사내는 아주 작은 희망을 품고 뒤에 서 있는 고양이 수인과 무뚝뚝한 기사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둘은 눈도 마주쳐 주지 않았다. 사내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메리안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능숙하게 이제까지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주었다.


“용사님을 찾아야 한다고요?”

“네, 저와 함께 끝의 신전까지 가실 용사를 찾고 있어요.”

“그럼, 시오니아님은...”

“모든 사람이 용사의 검을 들 수 있고, 그중 한 분일 뿐이에요. 한 번 뽑아보실래요?”


로엘은 소중히 품에 안고 있던 용사의 검을 메리안에게 건넸다. 메리안은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검집에서 검을 뺐다. 아무런 저항도 없이 검이 빠져나왔다.


메리안은 감탄하며 용사의 검을 살짝 휘둘러본다. 가볍고 손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이 검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어 보였다.


“용사의 검은 역시 엄청나군요···.”


세상을 얻은 것처럼 기뻐하던 메리안은 조용히 자신을 기다리는 사내의 모습에 마지막으로 작게 검을 휘둘러보고 검을 검집에 넣었다.


“모든 사람이 검을 들 수 있다면, 어떻게 ‘용사’를 찾으실 생각이죠?”

“자원을 받을 생각입니다.”

“그렇군요.”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시겠어요?”

“물론입니다.”


메리안은 용사의 검을 맡게 된 로엘을 눈여겨보았다. 세 번째 마을은 용사에게 관심 있는 자들이 가득 모이게 되는 장소이다 보니 여기만큼 용사를 찾기 좋은 곳은 없겠지. 메리안은 사람들을 시켜 분수 공원에 자리를 마련하도록 지시하였다.


---


시오니아는 아직도 온몸에 닭살이 실시간으로 돋는 느낌이었다. 자신만만하게 안토니오를 내세워 세 번째 마을에 도착했건만, 머리 없는 신전에서 미리 연락했는지 마을 사람들은 자신을 용사로 지목하였다.


몇 번을 아니라고 해도 듣지 않았다. 하마터면 ‘그렇게 좋아하는 용사의 말도 안 듣냐!’라고 소리칠 뻔했다. 그랬으면 거봐, 용사 맞잖아 하며 곧바로 가마에 태웠겠지!


축하하는 소리침과 박수 소리, 그리고 그런 그의 앞에 당도한 거대한 가마. 시오니아는 끝의 신전에서도 내지 않은 비명을 지르며 빠르게 도망쳤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숲 안쪽까지 달려오고 나서야 비명은 지르지 않았어야 했다는 후회가 몰려온다. 이제 어떤 얼굴을 하고 다시 일행에게 돌아가야 할지...


이대로 일행과 헤어진 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선택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려니 어디선가 로엘의 목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벌써 환청이 들릴 정도로 로엘이 그리운 건가 놀랐지만, 다행히 환청은 아니었다.


[시오니아님! 들리나요?]


머리 없는 용의 목소리가 들릴 때처럼, 머릿속에서 로엘의 목소리가 들렸다.


“로엘?!”


검사는 깜짝 놀라며 로엘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그의 주변은 나무와 풀 뿐. 주변에는 풀을 뜯어 먹는 염소 몇 마리 말고는 생명체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 다시 로엘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앗, 들리시나 보군요! 혹시나 해서 해본 건데 다행이에요! 마을의 이장님께 다 설명했으니 오셔도 가마에 타지 않으실 거예요. 분수 광장에서 뵈어요!]


“뭐?! 뭘 한 건데?!”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시오니아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소리쳤다. 들어본 적 없는 마법이었다. 아니, 마법인가? 이런 식의 소통이 가능했다면 마법사들이 아직도 까마귀의 다리에 편지를 매달고 몇 날 며칠을 기다리지 않았을 것이다.


[혼란스러워하시잖아?! 왜지···? 아, 용사의 검을 쓰고 있어요! 그 빛의 문자 나오는 거요!]


“아...”


시오니아는 어제 자신의 귀가 이상하다고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로엘의 목소리가 두 겹으로 들려서 이상했다고 생각했나 보다. 머리 없는 신전의 제단에 검을 꽂아서 용사와의 소통이 더 원활하게 된 걸까?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도 대화가 되는 점은 매우 좋았지만, 너무 한 방향으로만 편한 힘이군. 이번 제단에 검을 꽂으면 용사 측에서도 로엘에게 직접 말을 건넬 수 있으면 좋겠다.


검사는 일단 마음을 진정시켜 알겠다는 느낌을 전달하고자 노력하였다. 고요한 검의 용사가 놀랐다느니 과거를 회상한다느니 같은 문장들이 나왔으니 이렇게 하면 이번엔 고요한 검의 용사가 이해했다는 문장이 나오겠지.


시오니아는 이 모든 것을 곧바로 파악한 자신이 괜스레 멋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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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여섯 번째 마을 가는 길 19.10.02 2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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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네 번째 마을 +2 19.08.02 61 3 11쪽
32 네 번째 마을 +3 19.07.31 6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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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네 번째 마을 가는 길 +3 19.07.29 68 2 11쪽
29 네 번째 마을 가는 길 +2 19.07.27 62 3 8쪽
28 네 번째 마을 가는 길 +2 19.07.26 77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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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세 번째 마을 +3 19.07.24 73 4 8쪽
25 세 번째 마을 +1 19.07.23 82 3 8쪽
24 세 번째 마을 +1 19.07.22 78 4 8쪽
23 세 번째 마을 +1 19.07.20 76 4 9쪽
22 세 번째 마을 19.07.19 76 3 8쪽
21 세 번째 마을 +1 19.07.18 77 3 8쪽
» 세 번째 마을 +4 19.07.17 83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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