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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친님의 서재입니다.

용사가 검을 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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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6.20 20:48
최근연재일 :
2019.10.23 07:00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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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5
추천수 :
232
글자수 :
24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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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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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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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세 번째 마을 가는 길

DUMMY

나는 용사가 아니다 19.


적당한 힘을 가해 기절한 슬라임을 통째로 물에 넣고 끓이면 슬라임은 흐물흐물한 해파리처럼 쪼그라든다. 이를 취향에 맞게 썰고 소스에 버무리면 먹을 수 있을 만한 요리 완성!


로엘의 고군분투와 안토니오의 심혈을 기울인 조리로 176번째 용사의 레시피 중 하나가 다시 세상의 빛을 보았다.


”나쁘지 않은데...?“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슬라임 한 조각을 입에 넣은 시오니아가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라드가 전혀 신뢰하지 않는 표정으로 요리 냄새를 맡았다. 그는 옆에서 우물우물 먹는 로엘의 모습에 마지못해 슬라임 한 덩어리를 입에 넣었다.


”...소스가 맛있어.“


라드가 깨달은 표정으로 말했다. 로엘이 슬라임 한 조각을 꿀꺽 삼키며 끄덕였다.


”어떻게든 먹을만한 음식을 만들려고 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끝의 신전에 도착해도 이런 걸 먹을 수 있었다면 정말 최고였을 텐데.“


먹는 속도를 올리며 시오니아가 한탄했다.


”정말 먹을 게 없나 봐요?“

”말도 마. 결국엔 계속 엄청나게 짜고 딱딱한 육포를 먹든가, 맛없는 마물을 바짝 태워서 뜯어먹든가 선택해야 한다고.“

”태워요?“

”태우지 않으면 역겨운 냄새가 나거든.“


끝의 신전까지 도달하기 시작한 건 아직 100년도 되지 않았다. 인간의 발길을 철저히 거부하던 그곳은 아직도 미지의 공간이었다. 로엘도 살아남은 용사의 일행이 남긴 일지나,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온 용사의 말로만 조금 유추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렇군요. 패트릭님의 요리책에서 마물의 고기를 태우란 얘기가 있긴 했어요. 전 그냥 잘못 썼거나 서쪽 대륙에선 태운다는 단어가 다른 의미로 쓰이는 줄 알았죠.“


로엘이 176번째 용사의 이름을 말하자 품에 안고 있던 용사의 검에서 빛의 문장이 날아오른다.


-176번째, 행복을 요리한 용사가 동의합니다-


여전히 빛의 문장에 익숙지 않은 안토니오가 몸을 움츠리며 물러났다. 그런 그 때문에 요리를 떨어트릴 뻔한 시오니아가 궁시렁거리며 문장을 바라보고 ‘행복’이란 단어를 보고 감탄하였다.


용사란 존재가 행복에 관련된 수식어를 얻을 수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아니지, 행복을 말라 비틀게 한- 뭐 이런 묘사는 있을 수 있겠다. 문장의 함정에 빠지지 않겠다는 의지로 가득하던 시오니아는 슬라임 한 점을 다시 입에 넣자 곧바로 생각을 바꿨다.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라면 행복이란 단어가 들어갈 수도 있지...!


”응...?“

”왜?“


로엘이 무언가에 반응하는 모습에 시오니아가 슬라임을 소스에 버무리며 물었다.


”뭔가 다른 느낌이 들어서요.“

”뭐가?“

”모르겠어요. 방금 문장이 나타날 때 뭔가 다른 느낌이···.“


검사가 로엘의 대답에 손에 묻은 소스를 남김없이 핥으며 고민하였다.


”음- 머리 없는 신전의 제단에 검을 꽂았으니까 용의 힘이 더 세진 게 아닐까?“

”아...“


시오니아가 확인차 자신의 전우를 바라보았다. 라드도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로엘이 신기하단 표정으로 용사의 검을 바라보았다.


각 마을에 있는 머리 없는 용의 제단에 검을 꽂을 때마다 용사가 강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한 지 채 200년도 되지 않았다. 그 전의 용사들은 마을을 순서대로 가지 않을 때도 많았고, 그래서인지 용의 힘을 키우지 못한 용사들은 자신보다 훨씬 강한 마족에 의해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이 문장이 용의 힘이라고 하셨죠? 왜 용사의 검은 로엘님에게 이 힘을 주는 겁니까?“


안토니오의 질문에 모두가 서로의 눈치만 살핀다. 로엘이 눈에 띄게 의기소침해지는 모습에 시오니아가 목소리를 내었다.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용사가 되어버린 상태인데 누가 뭘 알겠어! 일단 머리 없는 용이 로엘에게도 무언가 생각이 있는 건 확실하잖아?“

”용사의 검이 로엘에게만 다르게 반응하는 것도 중요해.“


라드도 끄덕이며 말을 덧붙였다. 모두가 용사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선 자연스럽게 유일하게 다른 상황에 부닥친 자가 특별했다. 본인은 계속 확신하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뭐가 달라졌는지 알아보자!“


검사가 눈을 반짝이며 로엘 옆에 자리했다. 안토니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그릇들을 정리하였다. 라드도 원하는 게 확실한 눈빛으로 로엘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음, 그럼... 마틴님...?“


-288번째, 한없이 고독한 용사가 미소짓습니다-


”달라진 게 없는데?“

”조금 달라요! 그게- 이전엔 그냥 가볍게 삑- 하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좀 더...“


추상적인 것을 설명하려고 하니 마음만 답답해진 로엘이 어떻게든 달라진 포인트를 설명하고자 애써본다. 하지만 설명은 실패로 돌아갔고, 어떻게든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288번째 용사를 계속 불렀다. 288번째 용사의 반응이 좀 더 다양해 졌지만, 계속 그를 부르기만 하니 ‘용사가 궁금해합니다’에서 더는 반응이 달라지지 않는다.


”마틴이 몰래 노래 부르던 거 다 안다고 해봐.“

”마...마틴님? 시오니아님이 몰래 노래 부르신 거 다 안대요.“


-288번째, 한없이 고독한 용사가 부끄러워합니다-

-1107번째, 고요한 검의 용사가 신나 합니다-


”어?“


자신이 한 농담이 마음에 들어 히히 웃던 시오니아가 뭔가 이상한지 손가락으로 귀 안을 후볐다. 안에 물이라도 들어간 사람처럼 머리를 흔들기까지 했다. 결국, 귀 안에 아무것도 없다고 판단한 검사는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로엘과 라드에게 말했다.


”누가 내 욕이라도 했나? 귀가 이상했어.“

”마틴을 놀려서 그래.“

”에이, 설마.“


그럴 리 없다며 가볍게 넘어가려던 시오니아는 희미해지는 빛의 문장을 보며 입을 다물었다. 죽은 자는 건드리는 게 아니라던 할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설마···. 검사는 다시 한번 조용히 의심하며 길을 떠날 채비를 하는 안토니오를 돕기 위해 일어섰다.


”뭐가 변했는지, 못 알아냈네.“

”그러게요.“

”가면서 더 해 보자.“

”네!“


로엘이 아쉬움을 감추지 않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맛있는 요리를 든든히 먹고 나니 모두 기분이 좋아졌는지 세 번째 마을로 가는 길이 떠들썩했다. 시오니아는 마틴의 부끄러운 과거를 서너 개 더 이야기 해주었고, 결국엔 ‘용사가 그만했으면 합니다’라는 문장이 나오게 했다.


승리감에 도취한 시오니아가 신나서 라드의 과거를 들추려고만 하지 않았다면, 라드의 손톱에 공격당한 시오니아의 말이 날뛰지 않았을 터였다. 덕분에 길에서 멀어져 버린 일행은 또 하루를 노숙하게 되었다. 안토니오의 맛있는 요리를 먹을 수 있어서 나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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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여섯 번째 마을 가는 길 19.10.04 22 3 12쪽
47 여섯 번째 마을 가는 길 19.10.02 2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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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다섯 번째 마을 가는 길 +1 19.08.12 56 3 12쪽
36 다섯 번째 마을 가는 길 +1 19.08.09 5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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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네 번째 마을 +3 19.07.31 6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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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네 번째 마을 가는 길 +3 19.07.29 68 2 11쪽
29 네 번째 마을 가는 길 +2 19.07.27 62 3 8쪽
28 네 번째 마을 가는 길 +2 19.07.26 77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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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세 번째 마을 +3 19.07.24 73 4 8쪽
25 세 번째 마을 +1 19.07.23 81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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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세 번째 마을 +1 19.07.20 76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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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세 번째 마을 +1 19.07.18 77 3 8쪽
20 세 번째 마을 +4 19.07.17 82 4 9쪽
» 세 번째 마을 가는 길 +1 19.07.16 84 4 7쪽
18 세 번째 마을 가는 길 19.07.15 83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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