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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친님의 서재입니다.

용사가 검을 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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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드
작품등록일 :
2019.06.20 20:48
최근연재일 :
2019.10.23 07:00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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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3
추천수 :
232
글자수 :
244,858

작성
19.06.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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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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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7쪽

시작의 마을

DUMMY

나는 용사가 아니다 05


“그렇게 말하진 않았는데···.”

“그랬나?”


귀까지 붉어진 로엘이 소심하게 반대하자 시오니아가 고민하듯 턱을 긁적였다. 마을 사람이 산적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라드가 검사의 편을 든다.


“비슷했어.”

“그렇지? 아마 그때부터 산적은 용사가 아니게 되어버린 게 아닐까?”


라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로엘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뭐라 해서 저 사람이 용사가 아니게 되었다고요?”

“애초부터 네가 검을 잡고 있으면 아무도 검을 뽑을 수 없다며. 그것도 네가 용사냐 아니냐 정하는 거 아냐?”


라드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한참 휘둘러 본 용사의 검을 검집에 넣어 로엘에게 넘겼다. 왜 자신에게 돌려주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검을 받은 로엘이 두려운 표정으로 물었다.


“으음···. 하지만 제가 왜...”

“그거야 용이 알겠지.”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주변 사람들이 어깨를 들썩였다. 머리 없는 용을 저렇게 가볍게 말하다니. 시오니아는 사람들이 경악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용의 신탁...”

“그래! 일단 머리 없는 용의 신탁을 들어보자.”


라드가 뱉은 말에 검사가 신나게 덧붙였다. 답이 나온 사실이 기뻤는지 촌장의 표정도 밝아졌다. 이들이 머리 없는 용의 신탁을 듣기 위해 마을을 나가게 되면 어느 정도 정리될 게 분명했다. 이미 마을은 이 축제로 충분한 돈을 벌었으니 얼른 모든 것을 끝내고 쉬고 싶었다.


“좋은 생각이네요...!”


로엘이 조심스럽게 들고 있던 용사의 검을 시오니아에게 넘겼다. 하지만 검사는 그 검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하단 표정으로 물었다.


“이걸 왜 나 줘?”

“신탁을 들으려면 검이 필요하잖아요.”

“너도 같이 갈 거야. 이 검은 네가 들어.”

“네?!”


로엘이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잘못하면 뒤로 넘어갈 뻔했지만, 다행히 라드가 뒤를 받쳐주었다. 둘은 왜 로엘이 놀라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제...제가 왜요?!”

“그거야...”

“검이 너한테만 다르게 반응하니까.”

“그래, 그게 이유지!”


라드의 대답에 숟가락을 얹은 시오니아가 신나게 외쳤다. 로엘은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보았다. 누군가는 이 터무니없는 논리에 의문을 갖을만도 했다. 하지만 그의 기대와 달리 아무도 시오니아의 말에 반대하지 않았다.


방금 거대한 산적을 처치하는 그의 모습을 본 이상- 사실 너무 빨라서 아무도 못 봤지만- 누구도 반대의 목소리를 낼 용기는 없었을 게 분명했다. 촌장은 오히려 이렇게 대단한 자가 수습해줘서 감사했다. 그의 이름을 거론한다면 귀족들도 뭐라 하지 못할 테니까!


얼떨결에 마을을 떠나게 된 로엘은 짐을 챙기기 위해 두 영웅과 함께 자신이 지내던 집으로 향했다. 셋이 언덕을 내려가는 모습에 촌장은 얼른 황태자에게 편지를 쓰러 집으로 들어갔다. 대장장이에게 너 용사 아니니까 마을로 돌아오라는 편지를 보내는 일도 잊지 않았다.


---



“우와...”


시오니아가 로엘의 방을 구경하며 감탄하였다. 그의 뒤를 따른 라드도 꼬리를 살랑이며 집 안을 들어왔다. 오래되어 조금 기울어진 허름한 방에는 온갖 종이들로 가득했다. 한쪽엔 시오니아보다 더 높게 쌓여있었고, 다른 한쪽은 아직 정리하지 않았는지 발 디딜 틈 없이 땅에 엉망진창으로 떨어져 있었다.


“아···! 저는 마을에서 용사에 대한 편지들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로엘이 급하게 의자 두 개를 발굴하여 손님들 옆에 두었지만 둘 다 의자에는 관심이 없었 보였다. 주변을 구경하느라 바쁘게 두리번거리던 검사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종이를 들었다. 알 수 없는 언어라 읽을 수 없지만, 끝이 바스러질 정도로 매우 오래된 편지였다.


“원칙적으로 용사에 대한 모든 정보는 시작의 마을로 오게 되어 있어요. 요즈음의 용사들은 ‘머리 없는 신전’에서도 보관하고 있지만, 이전 시대의 용사들에 대해 알려면 여기에 와야 했죠!”


로엘이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나게 설명을 시작했다. 시오니아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혹시나 재밌는 게 있을까 봐 주변의 종이들을 확인했다. 아쉽게도 읽을 수 없는 편지가 더 많았다. 이건 북쪽의 언어, 저건 서쪽의 언어였다. 로엘은 이걸 다 읽을 수 있는 걸까?


“너, 혹시 머리 없는 신전의 신관···이야?”

“그래 보여요? 영광이에요!”


머리 없는 신전의 신관은 아니군. 그럼 학자? 로엘에 대해 더 알아보고자 고민하던 검사는 자신이 읽을 수 있는 글씨가 적힌 종이를 발견해 반가운 마음으로 얼른 그 종이를 잡았다.


-201번째, 타오르는 영혼의 용사가 용의 힘으로 태초의 산을 불태웠다-


사실만 적어놓은 짧은 문장. 이런 것들을 모두 모아 하나의 역사를 기록하고자 했던 걸까? 그렇게 오랫동안 288번째 용사와 함께했지만, 그는 여전히 ‘용사’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았다.


“이건...”

“아, 네! 남쪽의 꽃들을 말린 거예요!”


라드가 종이 더미 사이에 껴있던 꽃들을 들어 냄새를 맡았다. 기분이 좋은지 꼬리가 리듬 있게 살랑거린다. 시오니아는 저렇게 기분 좋아 보이는 라드의 모습이 꽤 오랜만이었다.


“남쪽의 기록들은 대부분 그날의 꽃이나 열매들이 같이 동봉되어있는 경우가 많아서요!”

“몇백 년 된 것도 있겠네?”

“네! 대단하죠!”


시오니아는 자신의 질문에 밝게 대답하는 로엘이 마음에 들었는지 작게 웃었다.


“이게 아마 45번째 용사가 좋아했던 허브였던 것 같은데... 자요!”


짐을 챙기던 로엘이 작은 서랍에서 색이 바랜 허브 잎사귀를 들고 조심스럽게 라드에게 넘겼다. 45번째 용사라는 말에 귀를 쫑긋 새운 채 두 손으로 허브를 받은 라드는 그 향을 잘 맡기 위해 킁킁거렸다. 로엘은 뿌듯한 표정으로 다시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어때? 좋은 향이 나?”

“최고.”

“헉...”


나름 라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시오니아는 처음 보는 그의 반응에 당황하였다. 빳빳하게 새워졌던 꼬리는 시오니아의 그런 시선을 의식했는지 천천히 곡선을 그리며 내려왔다. 하지만 목에서 울리는 그르릉 소리는 막을 수 없었다.


“행복해 보인다.”

“응.”


288번째 용사와 함께 여행하기 시작하면서 밟지 못했던 남쪽의 고향 땅이 우러나오는 멋진 향이었다. 라드는 그 행복을 굳이 숨기지 않기로 했다. 그 진귀한 모습을 좀 더 잘 구경하기 위해 시오니아는 로엘이 가져다준 의자에 앉았다.


“근데 정말로 제가 함께 가도 괜찮아요?”


가장 확실하게 용사가 아닌 로엘은 둘의 결정이 너무 섣부른 게 아닌가 걱정이었다. 용사들의 이야기를 공부했던 그여서 더더욱 혼란과 의문으로 가득했고 그 어떤 해결책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괜찮아,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다시 검을 갖다 놓으면 그만이지.”


시오니아의 가벼운 대답에 로엘의 표정이 더 혼돈으로 가득 찼다.


작가의말

연참대전에 참여하기 위해 다음 글은 7월 1일부터 연재됩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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