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세친님의 서재입니다.

용사가 검을 뽑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원로드
작품등록일 :
2019.06.20 20:48
최근연재일 :
2019.10.23 07:00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6,000
추천수 :
232
글자수 :
244,858

작성
19.07.01 17:00
조회
257
추천
7
글자
9쪽

시작의 마을

DUMMY

나는 용사가 아니다 06


하지만 그의 말이 맞았다. 용의 신탁을 듣는 데 필요한 검은 바위에서 뽑혔고, 신탁을 통해 뭔가 실수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다시 바위에 꽂으면 되었다.


“저번에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아냐, 이건 얘기하지 않는 게 좋겠다.”


로엘이 안심할 수 있도록 예전에 있었던 일을 기억해내던 시오니아는 그 끝이 별로 안 좋았는지 말을 바꾼다. 점점 더 신뢰도가 떨어져 가는 288번째 용사의 일행이었다.


로엘은 크게 숨을 쉬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혹시라도 신탁이 이상한 흐름으로 가게 된다고 해도, 머리 없는 용은 언제나 인간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용사 중에는 자신의 운명을 거부한 자가 있었고, 용은 그가 다시 검을 바위에 꽂고 평범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줬다.


머리 없는 용은 인간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인내심이 컸다.


“저건 안 챙겨가?”


라드가 정신없는 방 한쪽에 깨끗하게 정리된 책상 쪽을 가리켰다. 책상 위에는 거대한 책이 펼쳐져 있었다. 옆에 잉크병과 펜이 보이는 걸 보니 아마도 용사의 역사를 정리하던 책이 아니었을까.


“저렇게 큰 건 못 가져가요···! 아, 그래도 이건 챙겨야지···.”

“들 수 있어.”

“정말로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서 말하지만 진짜 안 가져가도 돼요.”


로엘이 웃으며 작은 수첩을 가방에 넣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잊은 게 없는지 방을 쭉 둘러보던 그는 가방을 닫고 일어섰다.


혹시라도 여행에 필요 없는 물건을 가방에 넣으면 뭐라 하려고 준비하고 있던 시오니아는 놀라며 일어났다. 군더더기 없는 알뜰한 짐이었다. 오히려, 너무 적게 싸서 걱정일 정도였다.


“정말? 누가 가져가면 어떡하려고?”


시오니아는 문 앞에 선 로엘에게 걸어가며 다시 한번 방안을 둘러보았다. 288번째 용사와 함께 여행했을 때, 학자들이 자신의 연구물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뼈저리게 경험한 적이 있었다.


자신은 사소한 실수라고 생각했지만, 학자들에겐 그렇지 않았는지 모든 벌은 288번째 용사가 받은 기억이 있다. 새삼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괜찮아요. 다 기억해요!”


뭐라고? 시오니아가 미처 물어보기도 전에 로엘은 문을 열고 집을 나섰다. 라드와 시오니아의 눈이 마주쳤다. 둘 다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눈치였다.


“잠깐만, 이 검도 가져가야지!”


시오니아가 용사의 검을 위아래로 흔들며 집 밖으로 나왔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존재했던 중요한 검이건만 촌장이 봤으면 거품을 물고 쓰러질 정도로 험한 취급이었다.


하지만 로엘은 그런 시오니아의 행동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 점은 마음에 들었다. 용사의 검이라고 애지중지하며 신봉하는 사람들은 별로였다.


“시오니아님이 쓰시면 어때요?”

“내가?! 싫어!”


시오니아가 가벼운 손짓으로 검을 던졌다. 반사적으로 용사의 검을 받은 로엘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뒤로 넘어갔다. 시오니아는 여유롭게 한 손으로 들고 있었던 검이었건만, 로엘에겐 양손 가득 품에 안아도 너무나도 무거웠다. 다행히 라드가 가볍게 그런 그를 지탱해 큰 사고를 만회하였다.


그 모습에 시오니아가 한바탕 크게 웃었다.


로엘은 조금 분한 표정을 지으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라드가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한다. 그러고 보면 라드도 한 손으로 이 검을 마구 휘둘렀었지. 로엘은 자신도 한 번 한 손으로 검을 들어보려고 했지만, 곧바로 느껴지는 통증에 빠르게 포기하였다.


“말은 탈 줄 알아?”


마을의 여관에 도착한 시오니아가 마구간에서 말 두 마리를 전달받으며 물었다. 로엘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 그럼-”

“내가 같이 탈게.”


라드가 자신의 말 고비를 건네받으며 빠르게 대답했다. 시오니아가 어깨를 으쓱이며 자신의 말에 가볍게 올라탔다.


“과연 말 위에서 그 검을 안고 있을 수 있으려나~”


라드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말 위에 올라탄 로엘이 의지 가득한 표정으로 용사의 검을 전달받았다.


“그렇게 놀릴 거면 가져가세요.”


시오니아가 크게 웃으며 말 고삐를 잡아끌었다. 작게 한 바퀴를 그리던 말이 천천히 마을 정문을 나갔다.


라드가 가볍게 말 위에 올라타 말 고삐를 잡았다. 그의 양팔 사이에 낀 덕분에 로엘은 조금은 안정적으로 용사의 검을 안고 있을 수 있었다.


“허벅지에 너무 힘을 주지 마. 나중에 아플 테니까.”

“네?”


미쳐 대답을 듣기도 전에 라드가 말의 허리를 작게 찼다. 푸르르, 말이 입술을 떨며 천천히 시오니아가 탄 말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차와는 전혀 다른 승차감에 로엘의 온몸에 힘이 들어가 버렸다.


“힘 빼.”

“네...네!”


어떻게든 라드의 말을 따르고자 노력해보지만, 말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뒤뚱거리게 되는 몸에 뻣뻣하게 힘이 들어가 버린다. 뒤에서 작게 한숨 소리가 들리더니 말 고삐를 잡고 있던 라드의 두 팔이 강하게 로엘을 고정한다.


“잡아줄 테니 검만 신경 써.”


자신을 꽉 지탱하는 두 팔을 믿고 로엘이 천천히 몸에서 힘을 뺐다. 여전히 말 위는 뒤뚱뒤뚱 흔들렸지만 떨어질 거란 공포가 없어서 그런지 힘이 많이 들어가진 않는다.


“둘이 뭐하냐?”


시오니아가 놀릴 마음 가득히 웃으며 속도를 늦췄다. 로엘은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를 푹 숙였다.


“네가 산양을 탈 때보다는 안정적이다.”

“야, 이거랑 산양을 비교하냐?!”

“산양이라면... 켈프 산을 넘어갈 때 군요!”


로엘이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들었다. 시오니아는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지만 뒤에서 라드가 고개를 끄덕이는게 느껴졌다.


“어쩐지 왜 일행이 둘로 나뉘어서 움직였나 했더니...”

“아니, 그러니까- 산양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니까?! 근데 그런 것도 기록되어 있어?”


로엘은 자신이 읽었던 종이들을 떠올리며 웃었다.


“용사에 대한 무엇이든 알게 되면 기록해야 하니까요.”

“그래도 내가 산양을... 구체적인 이야기는 쓰여있지 않은 거지?”


시오니아가 자신의 입으로 직접 말하기 싫은지 대충 얼버무리며 물었다. 로엘이 끄덕였다.


“전해 들은 정보는 두리뭉실하게 기록되어 있어요. 하지만 구체적일 땐 엄청나게 세세한 정보까지 기록되어 있을 때도 있어요.”


무슨 이야기를 할까 걱정되는지 시오니아의 눈이 갸름해진다.


“마을에서 일어난 일이다 보니 용사님이 술을 몇 잔까지 했는지, 누가 제일 오래 버텼는지 같은 이야기는 자세히 써놨죠.”

“호오, 그런 거라면 내 이름이 많이 거론되었겠군!”

“네, 언제나 마지막까지 버티셨죠?”

“크하하, 그럼 그럼. 라드나 288번째 용사는 술엔 젬병이었으니까~!”


라드는 이 주제가 마음에 안 드는지 눈을 굴리며 귀를 내렸다. 그리고 많이 한 말인지 영혼 없이 대답하였다.


“술은 몸을 마비시킨다. 안 먹는 게 좋다.”

“어휴, 남쪽 놈들은 뭘 모른다니까! 우리 형씨는 잘 마시나?”


시오니아가 손사래를 치며 로엘을 보았다. 학자 같이 생겨서 비실비실한 게 몇 잔 마시면 푹 쓰러질 거로 생각했건만 의외로 로엘의 표정이 자신감 넘친다.


“아직 저 본 적은 없습니다.”

“뭐?”

“술로 누군가에게 저 본 적이 없다고요.”

“푸하하!! 그거 기대되는데!”


말에서 떨어질 것처럼 자지러지게 웃던 시오니아는 자신이 지길 간절히 바라는 라드의 표정에 또다시 웃음보가 터졌다.


“좋아, 두 번째 마을에 도착하면 곧바로 술부터 마시자고!”

“네! 안 그래도 마틴님이 맛있어 한 머리 없는 신전의 와인을 마셔보고 싶었어요.”


라드가 깜짝 놀라 꼬리를 크게 부풀렸다. 시오니아도 조금 휘청거렸다.


익숙하지 않은 그 이름은 분명 288번째 용사의 것이었다. 두 영웅은 그 이름을 얼마 만에 듣는 건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세상은 그를 언제나 288번째 용사라고 불렀다.


그때였다. 놀란 마음이 채 정리되지 않았을 때, 용사의 검으로부터 밝은 빛의 문장이 나타났다. 갑자기 나타난 밝은 빛에 로엘이 찡그리며 그 문장을 보았다.


-288번째, 한없이 고독한 용사가 미소짓습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시끌벅적했던 숲에 다그닥, 다그닥, 천천히 걸어가는 말발굽 소리만 울려 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용사가 검을 뽑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6 여섯 번째 마을 +1 19.10.23 9 2 12쪽
55 여섯 번째 마을 +1 19.10.21 10 3 11쪽
54 여섯 번째 마을 19.10.18 8 2 12쪽
53 여섯 번째 마을 +2 19.10.16 12 4 12쪽
52 여섯 번째 마을 19.10.14 12 4 11쪽
51 여섯 번째 마을 19.10.11 15 2 12쪽
50 여섯 번째 마을 가는 길 - 고블린 소굴 19.10.09 17 2 12쪽
49 여섯 번째 마을 가는 길 - 고블린 소굴 19.10.07 19 2 12쪽
48 여섯 번째 마을 가는 길 19.10.04 22 3 12쪽
47 여섯 번째 마을 가는 길 19.10.02 26 3 11쪽
46 다섯 번째 마을 +1 19.09.02 35 3 12쪽
45 다섯 번째 마을 - 티티치카 산맥 +1 19.08.30 37 3 12쪽
44 다섯 번째 마을 - 티티치카 산맥 +1 19.08.28 40 3 11쪽
43 다섯 번째 마을 - 티티치카 산맥 +1 19.08.26 47 2 12쪽
42 다섯 번째 마을 - 티티치카 산맥 +1 19.08.23 54 2 12쪽
41 다섯 번째 마을 - 티티치카 산맥 19.08.21 54 3 12쪽
40 다섯 번째 마을 - 티티치카 산맥 +1 19.08.19 46 4 12쪽
39 다섯 번째 마을 +1 19.08.16 54 2 12쪽
38 다섯 번째 마을 +1 19.08.14 52 3 12쪽
37 다섯 번째 마을 가는 길 +1 19.08.12 56 3 12쪽
36 다섯 번째 마을 가는 길 +1 19.08.09 53 2 13쪽
35 네 번째 마을 +2 19.08.07 65 2 12쪽
34 네 번째 마을 +1 19.08.05 60 2 12쪽
33 네 번째 마을 +2 19.08.02 61 3 11쪽
32 네 번째 마을 +3 19.07.31 66 2 11쪽
31 네 번째 마을 +1 19.07.30 63 4 11쪽
30 네 번째 마을 가는 길 +3 19.07.29 68 2 11쪽
29 네 번째 마을 가는 길 +2 19.07.27 62 3 8쪽
28 네 번째 마을 가는 길 +2 19.07.26 77 4 8쪽
27 세 번째 마을 +3 19.07.25 74 5 9쪽
26 세 번째 마을 +3 19.07.24 73 4 8쪽
25 세 번째 마을 +1 19.07.23 80 3 8쪽
24 세 번째 마을 +1 19.07.22 78 4 8쪽
23 세 번째 마을 +1 19.07.20 76 4 9쪽
22 세 번째 마을 19.07.19 76 3 8쪽
21 세 번째 마을 +1 19.07.18 77 3 8쪽
20 세 번째 마을 +4 19.07.17 82 4 9쪽
19 세 번째 마을 가는 길 +1 19.07.16 83 4 7쪽
18 세 번째 마을 가는 길 19.07.15 83 3 8쪽
17 두 번째 마을 +2 19.07.13 95 3 7쪽
16 두 번째 마을 19.07.12 104 5 8쪽
15 두 번째 마을 19.07.11 107 5 7쪽
14 두 번째 마을 19.07.10 112 5 8쪽
13 두 번째 마을 19.07.09 123 4 10쪽
12 두 번째 마을 19.07.08 143 6 8쪽
11 두 번째 마을 19.07.06 178 5 8쪽
10 두 번째 마을 +2 19.07.05 194 8 9쪽
9 두 번째 마을 가는 길 19.07.04 193 5 8쪽
8 두 번째 마을 가는 길 19.07.03 214 6 7쪽
7 시작의 마을 +2 19.07.02 211 7 7쪽
» 시작의 마을 19.07.01 258 7 9쪽
5 시작의 마을 +1 19.06.24 360 8 7쪽
4 시작의 마을 +1 19.06.23 348 10 7쪽
3 시작의 마을 +2 19.06.22 371 11 8쪽
2 시작의 마을 19.06.21 416 9 7쪽
1 시작의 마을 +3 19.06.20 587 12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