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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친님의 서재입니다.

용사가 검을 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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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드
작품등록일 :
2019.06.20 20:48
최근연재일 :
2019.10.23 07:00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6,022
추천수 :
232
글자수 :
244,858

작성
19.06.21 21:00
조회
417
추천
9
글자
7쪽

시작의 마을

DUMMY

나는 용사가 아니다 02


“짐이 선택받았도다!!!”


마을을 뒤흔들 정도로 큰 함성에 새들이 놀라 하늘로 날아올랐다. 순간 촌장의 이성도 새들과 함께 하늘로 증발한 것 같았다. 검이···. 뽑혔잖아?!


용사의 검을 뽑으려고 줄을 서 있던 다른 왕족들의 표정도 그리 좋지 않았다. 황태자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검을 다시 바위에 꽂았다.


“불만이 많아 보이는군. 그대들도 한 번 뽑아보게나.”


황태자는 서쪽의 대국, 이든의 제 2 왕자, 세비우스를 보며 말했다. 지명을 당한 것 같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세비우스가 고개 숙여 인사하며 검 앞으로 걸어왔다.


검을 뽑은 용사가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경우는 종종 있는 일이었다. 주로 모두의 예상보다 너무 빨리 검이 뽑히게 되었을 때 용사로 결정된 자가 표할 수 있는 작은 예의였다.


지금처럼 제일 처음 검을 잡은 자가 검을 뽑았다면야, 뒷말이 없도록 기회를 주는 편이 훨씬 깔끔했다.


왕자는 검을 잡았다. 여기서 너무 큰 힘으로 끙끙거리며 검을 뽑으려 하는 행위는 폼나지 않았다. 어차피 이미 용사는 정해졌으니, 적당히 끌어 당겨보다가 황태자에게 무릎을 꿇고 차기 용사에게 인사를 올리면 되지 않나?


그리 생각했던 그였지만, 놀랍게도 용사의 검은 왕자의 손에 의해서도 매우 쉽게 바위에서 뽑혔다. 마을에 정적이 돌았다.


“자, 자자자자, 잠깐만!!!”


촌장이 급하게 황태자와 왕자의 곁으로 뛰어왔다. 그리고 용사의 검과 바위의 구멍을 확인하였다. 바위의 구멍이 너무 커져서 검이 쑥쑥 빠지는 건 아닐까?


촌장은 아무 생각 없이 왕자로부터 용사의 검을 낚아채 바위에 꽂았다. 있는 힘을 다해 정말 깊숙이 넣었지만, 뽑을 땐 기가 막힐 정도로 쑤욱 나와버렸다.


누가 몰래 기름칠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대는 누구인가?”


낮게 으르렁거리는 황태자의 물음에 촌장이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아채고 얼른 무릎을 꿇었다. 지명 없이 왕족 앞으로 달려온 것만으로도 끌려갈 수 있는 죄목 이것만, 거기에 왕자가 들고 있는 검을 낚아챘다. 귀족을 모독했다고 해도 어떠한 변명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 아이고, 나으리. 전 이 마을의 촌장이옵니다.”

“그래? 그렇다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대가 제일 잘 알겠군.”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줄을 서 있던 왕족들이 우르르 몰려와 용사의 검을 뽑았다 꽂았다. 황태자는 그 모습을 보고 혀를 찼다. 자신이 선택된 용사라고 생각해서 들떴던 몇 분 전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는 이 일의 책임을 물을 자가 필요했다.


“그...그게...”


촌장이 눈을 굴리며 고민했다. 역시 바위의 구멍이 넓혀진 게 분명했다. 이럴 땐 어떡해야 하는 거지. 어떻게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머리를 굴리는 차에 그의 눈에 로엘이 들어왔다. 군중들 사이에서 용사 탄생 축제를 구경하던 로엘은 불을 뿜을 정도로 강렬한 눈으로 자신을 보는 촌장과 눈이 마주치자 딸꾹질이라도 났는지 딸꾹딸꾹 크게 움찔거렸다.


“로엘! 어제 네가 확인했을 땐 문제 없었잖아!!”


촌장의 지명에 많은 이의 시선이 ‘로엘’이라는 청년에게 집중되었다. 무슨 일인지 너무나도 궁금한 사람들이 청년을 재촉하듯 바위 언덕까지의 길을 터주었다.


“확인했다고···? 축제가 시작하기 전에 용사의 검을 뽑아본 것이냐?”

“그, 그게···.”


잘못 말하다간 자신의 목이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촌장은 애꿎은 로엘에게 빨리 오라고 소리쳤다. 로엘은 사람들의 시선에 짓눌리며, 어쩔 수 없이 용사의 검이 박힌 바위 쪽으로 걸어왔다. 용사의 검을 빼보는 귀족들에게까지 다다르니 안 그래도 작았던 목소리가 더더욱 작아진다.


“어···. 어제 분명히···.”

“지금 이렇게 잘 뽑히는 거 안 보여?”


로엘이 혹시라도 엉뚱한 소리를 할까봐 촌장이 초조하게 소리쳤다. 황태자가 묘한 표정으로 그런 촌장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어젠 정말 꿈쩍도 안 했다고요···!”

“네가 한 번 뽑아봐! 말도 안 되는 소릴 하고 있어!”


황태자가 손짓으로 모든 이들을 바위에서 내려가게 하였다. 로엘은 부담 가득한 모습으로 천천히 검에 다가갔다.


모두의 주목 아래, 청년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잡고 온 힘을 다해 끌어당겼다.


검은 움직이지 않았다.


촌장이 이상한 비명을 냈다. 그리고 로엘을 밀치고 다시 용사의 검을 잡았다. 한 손으로만 잡았는데도 아주 쉽게 빠졌다.


“지금 장난하냐?”

“아, 아니에요!!”


로엘이 억울하다며 다시 검을 잡고 뽑았다. 연기라면 손뼉을 쳐주고 싶을 정도로 실감 나게 검을 뽑지 못했다.


“에잇, 어디서 사기를 치려고!!”


촌장은 검을 잡은 로엘을 번쩍 들었다. 제아무리 연기를 잘하든 사기를 치든, 자기 몸이 들려지는데 검을 못 뽑는 척하진 못하리라.


그러나 촌장이 아무리 로엘을 잡아 땡겨도 그의 손에 잡힌 검은 바위에서 뽑히지 않았다.


촌장은 또다시 비명을 질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도 놀라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황태자는 조금 떨어져 서 있던 자신의 수호 기사에게 손짓하여 그를 불렀다.


“혹시 어제 밤에 이 마을에서 벗어난 자가 있나?”

“네, 대장장이가 한 명 촌장의 말을 빌려 나갔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군.”


촌장이 ‘대장장이’란 말을 들었는지 긴장하며 몸을 굳혔다. 그 반응으로 황태자는 충분히 답을 알 수 있었다. 하마터면 촌장의 손바닥에 놀아날 뻔했다는 사실이 불쾌했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더 큰 목표를 위해 자비롭게 촌장을 용서하기로 하였다.


“......용사의 검에 대한 뭐든 알게 되면 나에게 연락하게.”

“무, 물론이죠!”

“그럼.”


일이 커지기만 하고 해결될 것 같지 않은 분위기에 황태자가 물러났다. 진귀한 광경에 즐거워하던 다른 나라의 왕족들도 황태자가 사라지자 눈치를 보며 차례차례 자신들이 타고 왔던 마차로 향했다.


높으신 분들이 떠나자 멀리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우르르 바위 쪽으로 몰려 들어왔다. 사람들이 너도나도 용사의 검에 손을 대었다. 로엘이 잡고 있지 않은 한 검은 너무나도 쉽게 바위에서 빠졌다.


촌장은 믿을 수 없다며 몇 번이고 로엘에게 검을 잡아보라고 했다. 결과는 똑같았다. 로엘이 검을 잡고 있으면 뭘 해도 검이 뽑히지 않았다. 열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검을 잡은 로엘을 끌어당겨 보기도 했다.


이번 축제는 망했다.


영문도 모른 채 사람들이 하라는 대로 다 하는 로엘의 모습을 보며 촌장은 속으로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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