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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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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20 06:30
연재수 :
1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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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046
글자수 :
629,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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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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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4-5

DUMMY

서로의 변장 모습을 보며 호호, 깔깔 웃는 세 사람, 그리고 보니 이들 나이 이제 겨우 20을 갓 넘은 소년, 소녀란 사실을 깜빡 잊었다.


팽욱은 아래, 위 검은 무복에 검은 각반으로 팔과 종아리 옷 매듭을 십자형으로 묶고 거기에 허벅지에 잊지 않고 장착한 단도와 특수 무기가 장치된 가죽신, 얼굴에는 까만 구레나룻을 붙여 30대 초반의 멋진 무사로 꾸몄으나 가소운은 아래, 위 하얀 무명옷에 짚신, 반쯤 접어 올린 바지 옷에 머리는 가죽끈으로 질끈 묶고 얼굴에는 사마귀와 숯검정을 칠해 영락없는 무지렁이 하인처럼 꾸며 놓아 불만이었다.


서문 소저는 얼굴에 곰보처럼 많은 점과 반월형 눈썹에 까만 굵은 모발을 붙이고 머리는 유생이 쓰는 관을 만들어 씌운 데다 옷은 펑퍼짐한 회색 비단 장포를 입혀 지지리도 공부 못하는 뚱뚱한 유생처럼 꾸몄다.


그렇게 놓고 보니 여인의 굴곡은 어디로 갔는지 감춰져 정말 아름다운 여인이었던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변장을 꼼꼼하게 했지만 타고난 미색은 감출 수 없어 자세히 본다면 미남자로 보여 여자가 본다면 홀딱 빠질 정도였다.


뭐, 전체적으로 보면 아니지만. 검은 무복에 삿갓을 걸친 팽욱만이 셋 중 가장 멋들어져 보였다.


그러니 가소운, 얼마나 열 받을까?

칼자루 쥔 사람 맘이라고 어쩌겠나.

말을 앞세우고 쫄랑쫄랑 관도에 접어들었다.

겉으로 보기엔 허약한 말로 보였으나 자세히 보니 먹이를 튼실히 먹인 듯 다리가 비교적 짧고 골격 역시 단단한 것이 천리마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흐흐, 꼴에 호마(胡馬)는 될 듯싶으니 팔면 값이 그럭저럭 나갈 것 같소!”


"형님, 그래도 한 식구인데 이름이라도 지어 불러줘야 하지 않겠소.”

"네가 짓고 싶은 대로 지어!"

"흐음···. 뭐로 하면 좋을까, 가천마! 어떻소!"

"좋을 대로."


향마 라면 조랑말 수준인데 이 말은 보아하니 호마로 몽골 북방계 말이 분명했다.


엉겁결에 얻은 말치고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시큰둥한 팽욱의 반응에 기분이 나빴지만 모처럼 반대하지 않았기에 참기로 했다.


관도로 접어들어 몇 리를 갔을 때였다.




"형님, 저기···.”


많은 사람이 줄지어 서 있는 관도 변. 창검으로 무장한 십여 명의 관병이 오가는 사람을 검문, 검색하고 있었다.


역시 그가 예상한 데로다.


"긴장하지 말고 사전 약정대로 행동하면 문제없을 거야. 침착하게, 침착하게 대응하자! 영화 소저! 알겠죠?”


대답하긴 했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미루어 잔뜩 겁 먹은 표정이다.


이들은 방화범과 탈옥한 죄수들을 잡기 위해 출동한 관병과 납치된 영화 소저를 찾기 위해 파견한 호위무사들로 서로 앞과 측면을 막아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사전 준비를 했다곤 하지만, 막상 눈앞에 닥치니 절로 긴장감에 얼굴 근육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심호흡과 함께 얼굴 근육을 실룩이던 팽욱은 문득 짚이는 게 있어 좌우를 돌아봤다.


‘그럼 그렇지, 둘 다 표정이... 굳이 검문할 필요 없이 십중팔구 나는 범인이요 잡아가시오. 하고 있네.’


웃으면 안 되는데 피식 웃음이 나왔다.


‘순진하긴···.’


자기는 다른가. 아무튼, 묘안 없이는 안되겠단 생각에 주변을 훑어보니 일장거리의 가시나무가 넝쿨과 함께 뻗어 있는 것이 보였다.


‘오! 그래, 저걸 이용하면 되겠다.’


잔머리 하면 팽욱, 순간 스친 꼼수에 스스로 대견한 듯 히죽 웃던 그는 슬그머니 다가가 넝쿨 가시 십여 개를 뽑아 들고 태연히 줄 꽁무니에 합류했다.


아우는 체면 없이 아래윗니까지 부딪치며 뻣뻣이 굳은 표정. 영화 소저는 어떤지 힐끗 보니 굳은 인상은 비슷했으나 다문 입과 부릅뜬 눈을 보니 그나마 안심이 됐다.


그의 시선과 그녀의 시선이 우연히 마주쳤다.

순간 헛기침과 함께 슬쩍 얼굴을 돌렸다.

아직 쑥스러운 두 사람이다.

줄이 줄어 3분의 2지점에 도달했을 때 행동개시에 들어갔다. 1단계 말 뒤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이 계략은 우리 편까지 속여야 성공할 수 있다.

둘에게 어색한 웃음을 보낸 그는 속으로 미안하다 속삭이고 행동에 돌입했다.


팍!

히~힝!


어떻게 했는지 갑자기 말이 흥분해 날뛰더니 냅다 앞을 향해 쏘아 달렸다.


“어이쿠!”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말이 뛰쳐나가는 바람에 고삐를 쥐고 있던 가소운의 몸이 붕, 공중에 뜨며 끌려갔다.


“피해라! 말이 미쳐 날뛴다!”


길게 줄 서 있던 사람들은 말이 미친 듯 달려들자 우르르 좌, 우 개울로 뛰어들었다.


행렬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사람 살려!"

"저, 저 말! 빨리 잡아라!"


당황해 멈칫하던 관병들이 군관의 명에 우르르 달려들어 어떻게 해보려 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가천마는 더욱 흥분해 거품까지 토해내며 펄쩍펄쩍 뛰었다.


“조심해! 사람 죽어!”


관병들은 우왕좌왕 주위를 맴돌며 검과 창으로 위협만 할 뿐 제어하지 못해 난리다.


회심의 미소를 짓던 팽욱은 아차 했다.

영화 소저야 어릴 때부터 말을 익숙하게 다루기에 당황해 어찌할 바 몰라 비명을 지르긴 했지만 위태로워 보이지는 않았는데 문제는 아우가 고삐를 팔에 칭칭 동여매 놓았을 줄 생각도 못 했다는 사실. 묶인 고삐에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잘못하면 말발굽에 밟혀 죽을지도 모를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아, 아우!”


히히힝! 말이 앞발을 높이 쳐드는 순간 고삐를 잡고 있던 아우의 몸이 빨려와 밟히기 직전이었다.


신속히 날아든 팽욱이 말의 고삐를 잡아채 움켜쥠과 동시에 말의 엉덩이에 박힌 가시를 몰래 빼며 양손으로 말의 두 다리를 후려쳐 움직이지 못하도록 마비시켰다.


"워, 워!"


갑자기 나타난 검은 무복의 중년인이 대뜸 말의 다리를 침과 동시에 고삐를 움켜쥐며 통제에 성공하자 지켜보던 사람들이 박수와 함께 우레와 같은 환호성을 보냈다.


“우와아! 대단하다!”


소동의 와중에 어영부영 줄의 맨 앞까지 오게 된 3인. 갑자기 벌어진 소동에 만신창이가 된 가소운은 영문을 몰라 진정된 이후에도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주저앉아있었다.


“아우, 괜찮아?”


걱정 어린 형님의 말을 들은 뒤에야 겨우 정신 차린 그는 그가 내민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칼로 저미는 듯 큰 통증이 무릎과 팔목을 타고 짜르르하게 전해졌다.


아픔도 아픔이지만 그는 아까 벌어진 일이 도대체 이해 가지 않았다.


‘분명 순한 양처럼 고분고분하던 말이 갑자기 왜?’


그는 팽욱이 건네는 말고삐를 다시 쥐며 가천마란 놈을 위아래로 훑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아까와 다름없는 멀쩡한 모습이다.

한 대 쥐어박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지만, 또 날뛰기라도 한다면. 후~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치는 일이었기에 마음과는 반대로 말갈기를 다독이며 얼굴을 비비는 비굴한 행동을 해야 했다.


서문 영화 역시 생각지도 못한 난리에 혼이 빠졌는지 멍한 표정. 하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니 경색됐던 얼굴은 화색이 감도는 밝은 빛으로 변해갔다.


"이봐, 말을 잘 다뤄야지 어떻게 했기에 이 난리를 치게 만드나? 도련님이 큰일 날 뻔했잖아!"


"죄, 죄송합니다, 어르신!"


능청스러운 팽욱의 말에 가소운은 반사적으로 연신 허리를 굽혀 조아렸다.


"어디 다친 데는 없소! 후~우! 다행이구려. 어디 가는 일행이오?"


"아, 예 저희는 과거 보러 가는 길인데 소란 때문에 늦었습니다. 어서 가야 하니 통과시켜 주십시오!”


히히힝!!


마비된 말의 다리 한쪽을 슬쩍 풀어주자, 말이 펄쩍 뛰며 울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더니 검문하는 군졸들 모두 움찔, 물러서며 손을 저었다.


“거, 길이 먼데 말 잘 다독이며 가시오!”

“알겠소! 고맙소! 이랴!! 가자 이놈! 오늘따라 왜 이리···.”


검문하던 사람들 역시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상기된 표정이었는데 말이 또 펄쩍 뛰자 귀찮다는 듯 빨리 가라 손짓했다.


바삐 가야 한다며 서두르는 데다, 말까지 까칠 하자 검문의 기본인 호패 확인과 여행허가증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대충 복장만 훑은 뒤 일행을 통과시켰다.


이 시기, 성도(개봉)에서 치르는 과거를 위해 상경하는 유생과 하인의 수가 많았으므로 혼 빼기 작전이 아니더라도 유심히 보거나 의심하는 이는 거의 없을 테지만 작전이 큰 효과를 발휘한 건 사실이었다.


장원의 무사들 역시 눈에 불을 켜고 살펴보고 있었지만, 워낙 급작스레 이들이 통과되며 자세히 살펴볼 여력이 없었다.


결정적인 건 아가씨와 납치범은 한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이들이 사내만 셋이니 추호의 의심도 할 수 없었다.


검문소에서 100 여장 이상 멀어지며 사람들이 개미만큼 작게 보이는 거리에 도달하자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쉰 셋은 허술한 저들의 검문에 배꼽을 잡고 웃었다.


하지만 이어진 응징의 보복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형님이 저지른 짓이지?”

“나? 모르겠는데···.”

“그렇게 오리발 내밀 거야!”

“오리발? 무슨 오리발! 여긴 닭발도 없는 관도야 관도!”

“내 아까는 형님의 야릇한 웃음을 의미 없이 넘겼지만 이제야 알 것 같은데 그래도···.”


“큭큭! 언제 내가 웃는 것 봤어?”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형님, 무릎 어떻게 할 거요?"

"뭘 어떻게 해!"

"아, 피 나는 것 보이지 않소?"


은근히 발동되는 장난기다.

말투를 들어보니 말을 타고 가게 해달라는 뜻 같아 한술 더 뜬 말로 약 올렸다.


"그럼 아예 다리 몽둥이를 부러뜨려 줄까? 그럼 확실히 말을 타고 갈 명분이 서는데 그렇게 해줄까?"


"뭐? 어이구 두야, 내 이런 사람을 형님이라고···.”

“호호호! 두 분 너무 재밌는 분들이에요!”


조용히 듣던 소저가 깔깔 웃자 둘 역시 덩달아 너털웃음을 웃었다.


하지만 가소운의 웃음은 길게 이어질 수 없었다.

까진 팔다리의 통증에 머리까지 어지러웠기 때문. 다리를 질질 끌며 걷는 아우를 보며 너무 심하게 했다는 생각에 어깨를 잡았다.


"아우, 자네는 말 앞에 타고 소저는 뒤에 타는 게 어때!”

"아닙니다, 형님! 전 걱정하지 마세요. 문제없습니다.”

"객기 부리지 말고, 그 걸음으로 언제 개봉에 닿겠어!"


부아가 치민 그는 대뜸 삐친 어투로 반발했으나 사실 정상적인 걸음이 어렵다는 생각에 말없이 끄덕였다.


"영화 소저, 괜찮겠습니까?"

"예, 소녀 걱정은 하지 마세요, 그런데 도련님은 어떻게···.”

"튼튼한 두 다리가 있지 않습니까!"


가슴과 다리를 툭툭 치며 믿으라는 시늉을 하던 팽욱은 말고삐를 그러쥐고 앞장서 걸어갔다.


"말을 달려 부지런히 가면 이틀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얼른 일을 마치고 돌아가야지요.”


그의 뇌리에는 그를 기다릴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버님! 너무 늦었지요, 빨리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더불어 개봉에 있을 두 친구 생각에 몸과 마음은 벌써 개봉을 향해 줄달음질 치고 있었다.




한편.

검문을 기다리는 줄에는 미색(?)이 뛰어난 미장부가 짙은 구레나룻에 흑의 무복, 청색 건을 질끈 동여맨 모습으로 중간쯤에 서 있었다.


등에 걸어 맨 검의 붉은 수실이 바람에 하늘하늘 흩날리며 그의 미색과 조화를 이뤘다.


그는 좀 전 난리를 치며 지나친 세 사람 중 호위무사인 듯한 중년 사내의 걸음걸이와 덩치가 왠지 낯 잊은 모습이라 한참 고개를 갸웃했다.


’그것참! 이상도 하지 덩치며 걸음걸이가 저리도 비슷할까?’


황보 유미!


그는 남장으로 변장한 그녀였다.

집에서 나온 직후 먼저 가소운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했지만 헛수고. 허탕만 치고 아무 소득이 없었다.


기억을 더듬던 그녀는 감옥에 있을 때 그가 아버님을 찾아 개봉에 가야 한다는 말을 기억해내고 무작정 개봉으로 길을 나섰다.


그동안 오라버니와 당무정이 눈을 벌겋게 뜨고 자신을 찾아 헤매는 모습을 숨어 보며, 안 되겠다 싶어 며칠 숨어 지낸 그녀는 변장을 더욱 정교하게 한 뒤 뒷골목 건달에게 돈을 줘 가짜 호패까지 만들어 찬 뒤, 오늘에 이르렀다.


‘분명 둘일 텐데 저들은 셋? 그렇다면 아니란 말인가···’


의혹이 구름처럼 일었지만 셋은 분명 아니니. 애써 부인하며 고개를 저은 그녀는 혹시 하는 생각에 사람들을 눈여겨 관찰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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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13-6 24.09.11 128 8 13쪽
104 13-5 24.09.10 129 9 13쪽
103 13-4 24.09.09 134 8 13쪽
102 13-3 24.09.06 139 9 13쪽
101 13-2 24.09.05 143 10 12쪽
100 13-1 24.09.04 151 9 11쪽
99 제 13 장 다시 만난 그리운 여인 24.09.03 160 10 12쪽
98 12-6 24.09.02 166 9 17쪽
97 12-5 24.08.30 176 9 17쪽
96 12-4 24.08.29 164 9 14쪽
95 12-3 24.08.28 156 8 12쪽
94 12-2 24.08.27 161 9 12쪽
93 12-1 24.08.26 167 10 11쪽
92 제 12 장 새로 찾은 조부(祖父), 그러나 24.08.23 187 10 12쪽
91 11-11 24.08.22 182 7 13쪽
90 11-10 24.08.21 180 8 16쪽
89 11-9 24.08.20 185 8 12쪽
88 11-8 24.08.19 183 9 12쪽
87 11-7 24.08.16 196 9 12쪽
86 11-6 24.08.15 197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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