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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님의 서재입니다.

단천문(檀天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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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19 06:30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44,287
추천수 :
1,045
글자수 :
623,753

작성
24.09.18 06:30
조회
70
추천
6
글자
13쪽

14-3

DUMMY

확실히 자신이 단혈격임을 인정한다는 말.

자신의 무공실력을 믿고 있던 단혈격은 단호한 어조로 부하들에게 말했다.


"내 설사 이 늙은이에게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구한다며 뛰어들지 말 거라! 알겠느냐!"


"단주님! 어찌 그런 명을···.”

"걱정하지 마라, 둘도 아니고 하나뿐인 허울 좋은 이 자를 내 어찌 처리하지 못하겠느냐!"


괴불이선이 50대 고수의 반열에 든 것은 둘이 펼치는 합격진, 자연이합(自然二合)의 위력 때문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그는 혼자뿐인 육대화 쯤 쉽게 제압할 수 있으리라 자신했다.


"어이, 단혈격! 자만은 금물이라는 사실 아는가, 모르는가?"

"뭐! 자만!" "그래, 자~만!"


못생긴 대머리 땡추가 사사건건 반말하며 자존심을 긁자 그는 즉시 자신의 3척 쌍검을 뽑아 들고 짓쳤다.


처음 유지했던 3장의 거리는 그의 움직임 한 번에 일 촌의 간격으로 좁혀졌고 어느새 뻗은 두 검은 목과 심장을 향해 정확히 날아들었다.


역시 명불허전. 상대의 눈빛에 이미 대비하고 있던 육대화는 천 개의 환영이라는 천영비류(千影飛流) 환결을 펼쳐 꺼지듯 육신을 감췄다.


자신의 성명절기인 비천쌍무검(飛天雙舞劍)이 한 수에 와해 되자 그는 급히 은빛 빛무리에 신형을 감춰 공세에 대비했다. 마치 둥근 철판의 막이 형성된 듯 단단하기 이를 때 없는 검막.


‘호, 이 자의 방어가 이리도 엄밀할 줄이야, 그러나!’


허점을 파악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주변을 돌았다.


‘옳거니! 머리!’


허상과 실상으로 상대를 현혹함과 동시에 유일한 허점인 정수리를 노려 짓쳐 들었다.


날카로운 살기가 백회혈을 노려 뻗어오자 단혈격은 즉시 신형을 젖힘과 동시에 쌍검을 상단 하늘을 향해 쭉 뻗었다.


"흥!"

"호(好)"


뱀이 똬리를 틀듯 단혈격이 내민 검날을 타고 내려오던 육대화는 허공에서 빙글 회전과 동시에 두 발로 그의 가슴 정중앙 급소인 전중혈(全中穴)을 가격했다.


“받아라!”

"흥! 어림없다!"


예기치 않은 공세에 잠시 당황했지만, 단혈격은 황급히 쌍검을 거두고 다시 몸을 수직으로 세움과 동시에 그의 중심부를 찔렀다.


"치사한 놈!"


다리 사이 회음혈(會陰穴)을 노려 찔러 오는 3척 쌍검의 위세에 육대화는 욕설과 함께 황급히 공중제비를 돌아 신형을 뒤로 빼야 했다.


그러나 그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단혈격이 아니었으니. 연이은 공세를 가까스로 피한 육대화, 몸이 두 개가 아닌 이상 또 다른 방어나 공세의 전개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낭패다!’


단혈격의 비천쌍무검이 극성으로 펼쳐지며 쾌(快)결이 바닥에 내려서는 육대화의 신형을 쫓아 빛처럼 찔러 들었다.


‘크윽, 할 수 없다! 고육지계(苦肉之計)다.’


신형을 비틀며 일부러 연액혈(淵腋穴:왼쪽 겨드랑이)을 슬쩍 드러냈다.


단혈격의 얼굴에 순간 회심의 미소가 번졌다.

그는 승리의 탄성과 함께 검을 그의 연액혈에 찔러 넣었다.

그러나 육대화의 두 팔이 땅에 닿기 무섭게 두둥실 몸이 떠오르며 상체가 백팔십도 기이한 방향으로 휘어져 날카로운 수도가 단혈격의 환도혈(環跳穴:다리 허벅지)로 창처럼 쭉 뻗었다.


짧았던 팔이 긴 창이 붙은 것처럼 배로 길어지며 다리 혈도를 점해 찔러 왔지만 이미 상대의 연액혈을 찌르기 위해 뻗은 상태라 도저히 몸을 뺄 수는 없었다.


"억!"

"큭!"


각기 다른 두 마디 짧은 비명이 두 사람의 입에서 터져 나옴과 동시에 서로 엇갈려 착지했다.


육대화의 왼 겨드랑이에는 한 푼 깊이로 패인 작은 혈곡(血谷)이 백의를 가르며 드러나 빨간 속살에 붉은 피를 품어냈다.


한 푼만 더 깊이 파고들었어도 중상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급소를 피해 움직임에는 지장이 없었다.


반면 단혈격은 겉으론 멀쩡해 보였으나 급소인 환도혈을 정통으로 맞았기에 오른쪽 다리가 마비, 꿈쩍할 수가 없었다.


‘이, 이런 낭패가 있나, 저, 저런 늙은 땡추 하나 처리하지 못하고 오히려 당하다니···.’


단혈격은 황급히 막힌 오른 다리를 차단하고 절뚝거리며 재차 정신을 가다듬었다.


‘졸개들 앞에서 이 무슨, 이 상태에서 저놈의 형이라도 오게 된다면 승산 없는 싸움이 될 텐데···.’


“우하하! 대머리 땡추! 피가 철철 흐르는데 항복하지 않겠느냐!”


“누가 할 소릴! 내 손속에 사정을 둬 아직 다리가 몸통에 붙어 있음을 고맙게 여겨야 할 것이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껄껄 웃었으나 어색한 표정으로 웃지 않으니만 못한 상황이 되었다.


겨드랑이 상처를 지혈하며 단혈격을 노려보던 육대화 역시 고육지계를 통해 우위를 점하는 데는 겨우 성공했으나 자신 역시 생각보다 중한 상세에 이대로 대결을 지속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 듯싶어 난감했다.


‘형님만 있었어도 이런 놈, 쉽게 처리할 수 있었을 텐데.’


약점을 비추는 순간 놈의 졸개들이 합세해 공세를 퍼부을 건 뻔하다.


즉시 단혈격을 처리하고 빠져나가는 게 상책이란 생각에 고통을 꾹 참고 재차 공세를 펼쳤다.


역시 늙은 여우가 본 눈이 틀리지 않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흑천단 무사들, 그들이 보기에도 둘 다 양패구상, 엇비슷한 상처를 입었으므로 살짝 힘을 보탠다면 숙적을 쉽게 제거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둘이 다시 맞부딪치는 순간 명을 무시하고 일제히 달려들었다.


"늙은이! 받아라!"

"으헉!"


몸이 정상이 아닌 육대화는 앞의 단혈격도 벅찬데 놈의 졸개들마저 한꺼번에 달려들자 크게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다! 아직 미완성단계지만 정력선용기공 최후 단계인 자연체(自然體)를 사용하는 수밖에···.’


유술의 자연체는 형제의 사문 최고의 기공으로 150년 문파 역사 이래 10성 이상의 대성을 이룬 자는 없었다.


괴불이선 또한 극성으로 이루면 칠점산공독의 해독은 물론 신인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부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평생을 익혀온 무공이었다.


그러나 자질이 부족한지 9성에 이른 이후 10년을 절치부심 노력했지만 10성엔 이르지 못한 상태. 만일 9성에 불과한 현 상태에서 무리하게 펼치면 자신 역시 중상을 면치 못한다는 사실,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절체절명인 지금,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못 되기에 결심을 굳힘과 동시에 즉시 전개했다.


"타앗!"


육대화를 중심으로 반경 2장 내외의 지역이 순간 눈 부신 빛의 무리에 휩싸이다 순간 뿌옇게 흐려지더니 달려든 단혈격과 대여섯 명의 무인들을 한꺼번에 덮었다.


"어억! 이게 뭐야!"


갑자기 목표물인 땡추가 사라지고 천지가 뿌옇게 변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심상치 않은 무공.

순간 목표를 잃어 당황한 빛이 역력해진 이들은 검막을 펼치며 신형을 최대한 뒤로 뺐다.


“피해!”


그러나 필사적으로 펼친 이들의 검 막은 마치 비누 막처럼 허무하게 뚫렸고 이어 닿은 빛에 땅이 얼굴로 확 다가오며 뒤집힌 세상과 함께 처음 느껴보는 끔찍한 고통이 찾아왔다.


"우, 우왁!"


단혈격의 애처로운 외마디 비명을 끝으로 숲에는 깊은 고요가 찾아왔다.


휘잉!

마침 불어오는 거센 맞바람.

음울한 침묵이 흐르고 기승을 부리던, 먼지가 흐트러지자 참혹한 전경이 드러났다.


“으으으!”


서 있는 자는 단혈격 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크게 찌푸려진 인상, 반경 3장의 범위가 시신에서 떨어져 나온 살점과 피로 인해 더운 김을 품어냈다.


흔적 없이 사라져버린 수하들, 그들은 온전한 시신조차 보전하지 못했다.


부들부들! 피에 젖은 검에 기대 간신히 서 있는 단혈격 그 역시 기력이 다했는지 부들부들 일어난 경련이 칼자루에 이어 검신까지 여파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뭉클, 뭉클 옆구리와 다리, 그리고 어깨에서 쏟아지는 붉은 선혈의 바다.


"으으··· 지, 지독한 놈, 이런 엄청난 무공을.”


초점 잃은 그의 시선이 널브러진 부하들을 향했다.


"으아아!"


터질 듯 부릅뜬 눈을 치켜뜨고 괴성을 지르는 그. 울부짖는 그의 괴성이 산중에 울려 퍼지며 음울한 여운의 굴곡을 깊게 남겼다.


“후~우, 살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피가 줄줄 흐르고 살이 터졌지만,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상태면 얼마 가지 못해 죽을 게 뻔하다.

문득 뇌리를 스치며 떠오른 아리따운 한 여인의 실루엣, 상상만으로도 환한 미소가 번졌다.


‘옥주야, 못난 아비 여기서 생을 마감할지 모르겠구나, 으욱!’


그의 단 하나뿐인 여식, 단옥주! 그 아이가 갑자기 보고 싶다. 아름답고 예쁜, 천하의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사랑하는 아이. 이대로 아이도 못 보고 죽을 수는 없다.


“살아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야 해···.”


더불어 귓전을 맴도는 선조의 지엄한 천년 엄명.


“너의 대에 이르러 천년의 암천계가 열리니 후손을 반드시 찾아, 옛 영광을 재현해야 하느니라. 알겠느냐!”


암천계!

이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란 말인가.

하남성의 작은 살인 청부 조직인줄 알았던 흑천단이 그럼 암천계의 후신이란 말인가.


믿을 수 없는 말이다.

세상에 암천계란 말을 쓸 수 있는 곳이 어찌 살 단 그곳뿐이겠는가만. 그는 다급했다.


자신의 상세는 치명적이다 못해 위태롭다.

이 상태론 아마 하루도 버티지 못할 것이 자명했다.


‘옥주야! 보고 싶구나! 옥주야! 조사 어른! 전 죽을 수 없습니다. 죽어서도 안 됩니다. 필연코 조사 어른의 피맺힌 유지를 풀어드려야 할 의무가 제게 있습니다.’


그들을 만만하게 여긴 자신의 자만을 후회, 또 후회했지만 소용없는 일,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으으음!”


이제야 뼈를 가르는 고통이 느껴졌다.

그럼, 살 희망이 있다는 거다.

숨이 턱에 차고 머리는 빠개질 듯 아팠다.


‘가야 해!’


비틀비틀 현장을 떠나는 단혈격의 뒤로 꺾여 부러져 나간 나무들과 흩어진 육신들이 말없이 배웅해 주었다.


검은 하늘에는 길게 찢어진 차가운 인상의 그믐 달빛 만이 교교한 은빛 빛의 무리로 산산이 분해되어, 흩어진 인간의 머리와 몸뚱이 위를 비수처럼 스며들었다.


이렇게 또 다른 원한과 복수가 잉태되며 싹을 틔웠다.




"으으으!"


피의 현장에서 10여 장 떨어진 커다란 바위 아래, 사람인지 피떡인지 모를 자가 가는 신음성과 함께 엉금엉금 기더니 바위를 짚고 힘겹게 몸을 세웠다.


"대, 대단한 위력!"


몇 가닥 되지 않는 수염과 대머리에 붉은 선혈이 진득하니 묻어 있다.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자신이 펼친 자연체란 괴물이 이토록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다섯이나 되는 고수를 일수에 피떡으로 만들다니.

자연체, 이 무공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내력에 주변의 기를 흡수, 증폭시켜 잠재된 원천능력까지 뽑아내게 만드는 악마의 무공이다.


즉 최고의 경지에 이르면 평소 자신의 능력보다 수배는 강한 무공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를 시전하고 나면 전신의 기는 물론 피까지 빠져나가 당분간 무공은커녕 몸까지 보전하기 힘들다는 큰 단점이 있었다.


가물가물한 의식 속, 돌아가신 사부의 마지막 유언이 문득 떠올랐다.


‘자연체는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 아니면 절대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무공이다. 다만 12성 극성으로 터득하게 된다면 하등 아무 문제 없을 것이다.’


"큭큭큭!"


일순 입귀를 타고 흐르는 괴소, 분명 이기긴 이겼는데 이긴 것이 아니다.


꼼짝할 수 없는 지금 누군가 돌봐주지 않는다면 이 상태 이대로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젠장!! 이대로 죽는 건가···.”


경련이 물결처럼 번지며 한 가닥 남은 희미한 의식을 세상의 빛과 함께 한올 한올 꺼지게, 만들었다.





한편,

동굴 숲 근방에 당도한 육대수는 크게 당황했다.

쭉 이어지던 흔적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이 녀석이 하늘로 솟은 거야 아니면 땅으로 꺼진 거야."


벌써 세 시진, 주변을 이 잡듯 샅샅이 뒤졌지만 허탕이다.

슬슬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이때 멀리 산등성 아래에서 귀에 익은 투박한 비명이 바람을 타고 아스라이 들렸다.


‘이, 이 소리는 아우의 목소리 아닌가, 희미한 것이···.’


위기가 닥쳤을 때 보내는 그들 형제만의 신호가 바람에 섞여 희미하게 들렸다.


아우에게 무슨 변고가 생긴 것이 틀림없다.

잠시 주변을 매섭게 쏘아 본 그는 소리의 방향을 쫓아 신형을 날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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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13-6 24.09.11 124 8 13쪽
104 13-5 24.09.10 126 9 13쪽
103 13-4 24.09.09 127 8 13쪽
102 13-3 24.09.06 135 9 13쪽
101 13-2 24.09.05 139 10 12쪽
100 13-1 24.09.04 148 9 11쪽
99 제 13 장 다시 만난 그리운 여인 24.09.03 158 10 12쪽
98 12-6 24.09.02 164 9 17쪽
97 12-5 24.08.30 174 9 17쪽
96 12-4 24.08.29 162 9 14쪽
95 12-3 24.08.28 154 8 12쪽
94 12-2 24.08.27 159 9 12쪽
93 12-1 24.08.26 165 10 11쪽
92 제 12 장 새로 찾은 조부(祖父), 그러나 24.08.23 186 10 12쪽
91 11-11 24.08.22 179 7 13쪽
90 11-10 24.08.21 177 8 16쪽
89 11-9 24.08.20 183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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