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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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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연재수 :
251 회
조회수 :
9,658
추천수 :
452
글자수 :
1,515,958

작성
23.04.25 08:00
조회
48
추천
2
글자
16쪽

3화 우연의 법칙 - 23

DUMMY

- 후루룹. 후룹. 우걱우걱. 쩝쩝쩝.


“저기 아저씨! 흐름이 끊기잖아! 빨리 가져오라고 좀!”


“아, 알았다고. 지금 준비 중이야. 조금만 기다려.”


살아남은 벨라의 동료 둘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서지터가 쉬고 있는 침실까지 나오는 음식 속도보다도 먹어 치우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내가 당신네들 생명의 은인이라고. 은인한테 이런 식으로 대우를 하면 섭섭하다? 쩝쩝.”


“쳇! 은인은 그 예쁘장한 여자애지.”


“맞아. 확 담글까?”


- 탁탁!


“다 들리거든? 사람이 은혜를 입었으면 그에 상응하는 빚을 갚아야 하는 거라고. 내가 금은보화를 달래? 먹을 걸 제대로 내놓으시라고요.”


서지터는 수저를 빈 그릇에 내리치며 마치 선생이 학생을 가르치듯 해적들에게 훈계질하고 있었다. 불과 30분 전. 서지터는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배고프다며 소리소리 지르는 바람에 저녁을 먹던 해적들이 자신들의 몫을 내어주었다. 이미 침대 옆 테이블에 쌓여있는 빈 그릇은 세 그릇. 이 정도면 수저도 뜯어먹을 기세였다.


- 벌컥!


“야! 이 망할 자식아!”


“지터!”


벨라가 서지터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급히 알린 뒤, 정신없이 달려온 다섯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중에서도 걱정이 가장 많았던 한스와 아리엘이 그에게 달려들어 상태를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너 정말 어떻게 되는 줄 알고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흐아아앙. 광전사로 변하는 줄 알고 놀랐잖아.”


“히히. 감히 그딴 게 날 지배할 수는 없지.”


“우와아. 서지터님 주둥이가 살아계신 걸 보니 아주 멀쩡해 보입니다. 더 치료 주문 쓰지 않아도 될 거 같은데 말입니다?”


파시비엔도 나름의 반가움을 표시했고, 레일라는 눈으로 욕을 퍼부어주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카데스는 살짝 고개만 끄덕여 주었다.


“어디 봐. 너 미치거나 어디 아프고 그런 거 아니지? 응?”


“브웨에엑. 퉤퉤! 놔. 놔야 말을 하지.”


걱정 어린 한스가 서지터의 얼굴을 마구 뭉개며 거칠게 안부를 묻자 그의 반응이 이제는 지긋지긋한지 침을 마구 튀기며 장난을 쳤다.


“너 똑바로 말해! 분노의 정령 퓨리인지 뭔지에 대해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


레일라가 장난치는 서지터를 차갑게 노려보며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 타이밍에 스튜 그릇이 들어오며 다시 서지터의 식사 시간이 되었다. 가져온 그릇마저 깨끗하게 비운 후에야 서지터는 시원하게 트림을 하며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에 관해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끄어억! 일단 퓨리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대강 알고 있지. 아! 물론 나한테 나타났다는 걸 알고 있단 뜻이 아니고 이 세상에 그런 존재가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는 뜻이야.”


레일라가 팔짱을 낀 채 다시 따져 물었다.


“그래서? 엊그제 왜 너한테 나타났는지도 아는 거야?”


“그건 나도 모르지.”


“추측이라도 좀 해봐! 중요한 일이라고.”


“모른다니까? 그냥 갑자기 머릿속에서 말을 걸어왔어. 계속 죽이라는 말만 하면서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놨다고 해야 하나? 솔직히 쪽팔린다. 우리 아리엘 덕분에 다행히 별일은 없었지만, 하마터면 퓨리한테 정신이 먹힐뻔했어.”


“히잉! 정말 큰 일이 생기는 줄 알고 얼마나 무서웠다고.”


“히히, 아리엘한테는 미안하고 고마워.”


서지터는 아리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안심을 시켰다. 이제야 조금 진정이 된 한스는 그런 친구를 바라보며 지난 라피앤즈의 일에 관해 입을 열었다.


“너 옛날에 라피앤즈에서 벨크랑 싸울 때 아주 잠깐 퓨리가 나타난 적이 있었어.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리엘이 눈치를 채긴 했었나 봐. 그때는 퓨리가 너한테 말을 걸거나 그랬던 적 없었어?”


“아, 진짜? 진짜야? 아리엘?”


“우웅, 찰나였어. 마지막 대머리 아저씨랑 붙기 직전에 퓨리가 아주 잠깐 나타났다 사라진 적 있었어.”


“아아, 그랬단 말이지.”


“묻는 말에나 빨리 대답해!”


“뭘 대답해. 지금 내 반응 보면 모르겠냐? 퓨리가 나한테 말 걸었던 건 이번이 처음인데? 이전에 그런 적 단 한 번도 없었어. 벨크랑 싸울 때 그런 일이 있는 줄도 기억 안 나.”


“그럼 혹시 아루베일에서나, 아니면 트리스미스 전투 때도?”


“엊그제가 처음이라니까 그러네. 나한테 퓨리가 왜 접근했는지 나도 사실 이해가 안 가.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 봐라. 네가 퓨리면 나 같은 놈한테 접근하겠냐?”


“그건 서지터님 말씀이 백번 맞는 거 같긴 한데 말입니다. 제가 퓨리라해도 제정신이 아닌 서지터님한테는 안 들러붙을 거 같습니다.”


“네가 죽고 싶지?”


“조금 전에 우리끼리 얘기 해봤는데 카데스의 생각이 가장 합리적인 거 같아.”


“응?”


한스의 말에 서지터는 눈이 동그래지며 얌전히 앉아있는 카데스를 빤히 바라보았다. 다섯은 누가 말을 꺼낼지 서로 눈치만 보다 레일라가 말을 꺼냈다.


“너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을 죽이면서 마음이 약해졌을 거라는 게 카데스의 추측이야. 입구에서 네 분위기가 평소랑은 조금 달랐다고 하더라.”


- 긁적긁적.


“그랬나? 그땐 잘 모르겠는데 그 유색인이랑 싸울 땐 기분이 조금 더럽기는 했어. 베어 생각도 나고 비굴하게 목숨 구걸하는 꼴도 구역질이 날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하는 말인데 카데스 말처럼 정말 네가 살인을 저지르면서 그런 일이 생기는 거라면 이건 우리 목숨까지도 위험해지는 거야.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너도 잘 알지?”


“너희들 입장에서는 불안하기도 하겠지. 근데 설마 또 내가 누굴 죽인다고 그런 일이 생기겠냐? 이미 한 번 실패하고 사라졌는데?”


“그건 장담 못 해. 나중에 돌아가서 아리엘이랑 한스가 퓨리랑 광전사에 관해 조사해본다고는 했지만, 너랑 같이 다니는 우리도 불안하다고.”


“와아, 물밀듯 밀려오는 이 배신감은 뭐지? 그래서 나는 이 일에서 빠지라고?”


“그건 아닌데 앞으로 조심하라는 말이야. 엊그제 너 눈 시뻘게졌을 때 얼마나 섬뜩했는지 알아? 정확한 원인을 알아낼 때까지 되도록 누굴 죽일 때 한 번쯤 더 생각해보고.”


“언제는 사람 못 죽인다고 구박하던 게?”


나름 조심스럽게 말하긴 했지만 서지터의 얄미운 반응에 레일라가 발끈했다.


“그냥 좀! 알았다고 조심하겠다고 말하면 어디가 덧나?”


“흐흑, 이것들이 이젠 그딴 퓨리 하나 때문에 날 내팽개치려 하네. 우리의 우정이 고작 이거밖에 안 되는 거였냐? 흐흑. 정말 의리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도 없는 것들 같으니라고. 아리엘. 아리엘은 나한테 안 그럴 거지? 응?”


“헤헤! 지터 장난치는 거 다 알아. 걱정하지 마. 혹시라도 또 퓨리가 나타날 거 같으면 내가 바로 눈치채고 홀리지 않게 단단히 막아줄 테니까.”


“흐흑, 역시 우리 아리엘밖에 없다니까?”


“하아아아, 진짜 꼴 보기 싫은 자식.”


진지한 대화 중에도 시종일관 장난으로 나오는 서지터를 두들겨 패버리고 싶은 심정의 레일라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편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장난처럼 넘겨주는 서지터가 고맙기도 했다.


- 똑똑.


“대강 얘기 끝났으면 들어가도 될까?”


벨라였다. 여섯이 따로 할 이야기가 있다며 벨라를 비롯해 서지터의 시중을 들던 해적들 모두 나간 상태였다. 밖에서 조용히 엿듣던 벨라는 자신이 분위기를 바꿔야 할 거 같은 책임감에 노크한 것이었다.


“네, 들어오세요.”


한스도 서지터에게 미안했는지 서둘러 대답을 해주며 문을 열어주자 벨라와 루카스가 안으로 들어왔다. 방 안의 분위기를 한 번 훑어본 벨라는 루카스와 함께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해주었다.


“우선 정말 고마워. 너희는 목숨을 걸면서까지 우리 남매를 도와줬어. 우린 태어나서 이런 호의를 받아본 적은 난생처음이야.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그, 그래. 날 구출해준 것도 모자라 고문당한 누나와 나를 치료까지 해주었어. 얼마 남지 않은 옛 식구들도 목숨을 빚졌어. 정말 고맙다.”


아주 예의 바르게 감사 인사를 한 두 남매였지만 이런 훈훈한 분위기를 단숨에 깨 놓은 것은 레일라였다. 그녀는 눈이 초롱초롱해지며 약속받은 보물에 관해 말을 꺼냈다.


“아무런 조건 없이 구해준 건 아니란 거 잘 알지? 우리한테 줘야 할 보물 잊지 말라고. 그리고 마르테아 섬까지 태워다 주고 데리러 오는 것까지가 거래 조건이었어.”


레일라의 말에 벨라는 침을 꼴깍 삼켰다.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아, 하하하. 그렇지. 잘 알고 있어.”


“속일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고.”


우선 벨라는 말을 돌려 마르테아 섬에 관한 말을 꺼냈다.


“그런데 알 수 있을까? 마르테아 섬에 가려는 이유를 말이야.”


“저번에도 말했잖아? 비밀스럽고 중요한 일이라 가는 거라고.”


“그야 기억하는데 살아남은 녀석들 입에서 마르테아 섬에 안 좋은 소문을 들었거든. 혹시 알아? 우리가 가진 정보가 너희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잖아.”


벨라의 말에 레일라는 한스와 카데스 두 사람과 번갈아 가며 눈이 마주쳤다. 둘은 별다른 말 없이 조용히 고개만 끄덕이자 결심이 섰는지 레일라가 말했다.


“어떤 안 좋은 소문인지 한 번 들어나 볼까? 우리도 대강 알고 있긴 해. 섬이 저주에 걸렸다는 소문 정도는 알고 있어.”


“맞아. 그 저주가 보통 저주가 아닌 거 같아. 이 동네 소문이란 게 상당히 빨라서 마르테아 섬이 저주에 걸렸다는 소식을 해적단도 듣고 그 근처에 갈 일이 있으면 빙 돌아갔었대.”


“그런데?”


“그런데 섬 근처를 항해할 때 두어 번 정도 섬 쪽에서 떠밀려 온 시체들을 발견했었다고 하더라.”


“시체?”


“응. 그런데 시체 상태가 이상했대. 보통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일 경우 물에 몸이 불어 얼굴 형체를 알아보기도 쉽지 않거든. 하지만 그 시체들의 상태는 물에 빠져 죽은 사람들 같지는 않았다는 거야.”


“멀쩡한 상태였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면 물에 빠져 돌아가신 분들 죽은 시점이 그렇게 오래되지 않으면 가능할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벨라의 말이 이상하다고 느낀 파시비엔이 반박을 했다. 벨라는 마치 예상했던 말이었는지 살짝 웃어 보이며 다시 설명해주었다.


“맞아. 성직자님 말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지. 하지만 내가 하려는 말은 그게 아니야. 시체들 상태가 반쯤 썩어 있었다더라. 썩은 부위, 썩은 상태도 제각각이었고 배 위로 건져 올렸을 땐 악취도 상당히 심했다고 해.”


“혹시 그 시체들을 지금 볼 수는 없습니까?”


“러프가 재수 없다고 상어 밥으로 주라며 다시 바다에 던진 모양이야. 건져 올렸다 해도 태워 없앴겠지.”


벨라 입에서 러프가 언급되자 눈이 번뜩 떠진 서지터가 자신과 싸웠던 러프에 관해 물었다.


“어! 맞다! 그 선장 놈은 어떻게 됐어?”


구박이라도 하듯 레일라가 짜증을 부리며 기꺼이 대답해주었다.


“참 빨리도 물어본다. 네가 죽였잖아. 네가.”


“아아, 죽었구나. 아쉽네.”


“뭐가 아쉬워?”


“아니, 제대로 싸워보질 못해서. 살아있었으면 다시 붙어볼까 했지.”


“아주 작살을 내놓고도 그런 말을 잘도 한다?”


“그냥 정당하지 못하게 반칙한 기분이랄까?”


“시끄러! 그래서 계속 얘기해봐.”


레일라는 서지터의 말을 무시한 채 다시 벨라를 재촉했다. 정보가 부족한 건 여전했기에 더 쓸만한 말이 나오기를 기대했다.


“전해 들은 이야기는 그게 다야. 솔직히 밖에 있는 저 녀석들이 너희 마르테아 섬까지 데려다주기 싫다고 징징거리긴 했어. 그래도 애초 했던 거래 조건이었으니까 같이 돕지는 못해도 데려다주긴 할게.”


제대로 된 정보가 없다면 지리적 정보라도 필요함을 느낀 한스가 벨라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마르테아 섬의 지도 같은 건 없나요? 지도라도 있으면 유용할 거 같은데.”


“그런 게 있을 리 없지. 누가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을 신경이라도 쓰겠어. 해도는 있긴 하지만 단순히 섬의 위치만 표시해둔 거야. 아!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기억하기론 마르테아 섬은 큰 선착장이 동서로 한 개씩 있어. 마을은 대부분 네다섯 군데 나뉘어 있고.”


“그렇군요.”


“그중 마을 두 곳이 선착장과 붙어 있어. 가끔 마르테아 섬 선착장을 들른 적은 있어. 우린 상선만 약탈하지. 인근 섬을 털진 않아. 해적단들에겐 불문율 같은 것들이지. 가끔 항해하다가 식량이나 식수 같은 게 떨어지면 인근 섬에서 공수해 오는 경우가 많으니까 되도록 적대적으로 대하지 않아. 러프 해적단 역시 우리가 견제했을 땐 함부로 인근 섬들을 건드리진 못했어. 하지만 이들이 바다를 장악하면서 약탈도 서슴지 않았던 거 같아. 그래서 너희는 선착장이 아닌 외진 곳에다 내려다 줄까 해. 괜히 골치 아픈 일이 생기면 서로 곤란해질 테니까.”


벨라는 나름 일행을 배려해주었다. 아직 러프 해적단이 무너졌다는 소식조차 퍼지지 않았으니 당당하게 선착장으로 들어갔다간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것을 우려해서였다.


“그건 오히려 우리가 부탁하고 싶은 거였어. 눈에 띄면 오히려 좋을 게 없어 보이니까.”


“그래서 언제 마르테아 섬으로 떠날 생각이야?”


“2~3일 안으로? 저 녀석도 실컷 자고 일어났으니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너희 남매는 우리가 마르테아 섬에 있는 동안 보물이나 잘 챙겨서 가져오라고.”


“하, 하하. 그, 그래야지? 그럼 일단 쉬어. 우린 항해 준비하러 나가 볼 테니까.”


어색한 벨라의 미소에 레일라는 찜찜했다. 늦은 저녁 시간에 항해 준비를 한다는 것도 마음에 걸린 모양이다. 레일라는 행여나 벨라가 보물을 안 내놓을 수도 있단 생각에 등을 돌려 나가는 벨라의 어깨를 강하게 잡아 세웠다.


“인제 와서 뒤통수칠 생각하지 마라. 그땐 너 죽고 나 죽고 아주 그냥 다 죽는 거야. 우리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들인 거 잘 봤지? 뇌리에 잘 새겨두라고.”


“그, 그럼! 잘 알지!”


벨라는 다급히 루카스를 끌고 밖으로 나가자 서지터는 침대에서 일어나 몸을 풀며 말했다.


“읏차! 얘들아, 이번 의뢰 끝나면 진지하게 나 따로 움직여도 될까? 너희도 나랑 같이 다니기 불안하다며.”


“야! 진짜 너 그러기야? 이거 뒤끝 쩌네? 그냥 불안해서 한 소리라고!”


서지터의 갑작스러운 말에 레일라가 버럭 소리를 질러버렸다.


“그 말은 장난이고 모리에튼 자식한테 이멜다 소식을 들어서 말이야. 일단 이번 의뢰만 처리하고 따로 좀 행동할게.”


이멜다 소식이란 말에 레일라도 다른 친구들도 반대하는 의견을 내지 않았다.


“카르노아 공국 쪽 노예상한테 팔았다고 하더라. 한쪽 다리도 못 쓰게 만들어 놨다고 해서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을 거 같아. 이멜다에 대한 사랑이든 죄책감이든 우선 찾아내야 할 거 같아. 그전까지는 발 뻗고 편하게 못 잘 거 같네?”


그의 말에 여태 한마디도 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있던 카데스가 입을 열었다.


“그래, 네가 그러고 싶다면 그렇게 해. 리벨드 부인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해도 너는 어차피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을 테니까. 하지만 너 분명히 알아둬. 이멜다가 그렇게 된 건 네 탓이 아니야. 내가 우리 여섯 중에서 제일 냉정하니까 솔직하게 말할게. 그때 우리가 오베론을 가지 않았더라면 이멜다는 분명 산적들에게 겁탈당하고 더 끔찍하게 살았을 거야. 어쩌면 그런 삶을 비관해 자살했을 수도 있었겠지. 지금은 그래도 살아있을 거라는 희망이라도 있잖아. 절대 네 탓이 아니니 죄책감 느끼지 말라고. 이멜다도 너 때문에 노예가 돼서 팔려 가고 다리까지 못 쓰게 됐다고 원망 따위 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해.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네, 네!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찾아서 데려오도록 하겠습니다. 히히.”


서지터는 웃으며 알겠다 대답하긴 했지만, 쉽사리 죄책감을 떨쳐내지는 못했다. 그래도 그의 말처럼 지금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라도 있으니 반드시 이멜다를 찾겠다는 결심만큼은 변함없었다. 지금 서지터의 심정은 퓨리 따위가 들러붙든 말든 오로지 그녀를 찾는 게 우선이라 여겨질 만큼 확고한 결심이 섰을 뿐이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충고, 오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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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 우연의 법칙 - 23 23.04.25 49 2 16쪽
73 3화 우연의 법칙 - 22 23.04.24 40 2 14쪽
72 3화 우연의 법칙 - 21 23.04.21 40 2 12쪽
71 3화 우연의 법칙 - 20 23.04.20 45 2 14쪽
70 3화 우연의 법칙 - 19 23.04.19 45 2 13쪽
69 3화 우연의 법칙 - 18 23.04.18 41 2 13쪽
68 3화 우연의 법칙 - 17 23.04.17 48 2 12쪽
67 3화 우연의 법칙 - 16 23.04.14 38 2 12쪽
66 3화 우연의 법칙 - 15 23.04.13 43 2 13쪽
65 3화 우연의 법칙 - 14 23.04.12 39 2 15쪽
64 3화 우연의 법칙 - 13 23.04.11 47 2 12쪽
63 3화 우연의 법칙 - 12 23.04.10 39 2 15쪽
62 3화 우연의 법칙 - 11 23.04.07 40 2 14쪽
61 3화 우연의 법칙 - 10 23.04.06 48 2 12쪽
60 3화 우연의 법칙 - 9 23.04.05 40 2 12쪽
59 3화 우연의 법칙 - 8 23.04.04 38 2 14쪽
58 3화 우연의 법칙 - 7 23.04.03 44 3 12쪽
57 3화 우연의 법칙 - 6 23.03.31 62 3 17쪽
56 3화 우연의 법칙 - 5 23.03.30 49 3 12쪽
55 3화 우연의 법칙 - 4 23.03.29 45 3 13쪽
54 3화 우연의 법칙 - 3 23.03.28 46 3 12쪽
53 3화 우연의 법칙 - 2 23.03.27 50 3 13쪽
52 3화 우연의 법칙 - 1 23.03.24 55 3 13쪽
51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5 23.03.23 51 3 12쪽
50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4 23.03.22 47 3 14쪽
49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3 23.03.21 42 3 15쪽
48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2 23.03.20 49 3 13쪽
47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1 23.03.17 48 3 13쪽
46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0 23.03.16 4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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