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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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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연재수 :
2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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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83
추천수 :
452
글자수 :
1,51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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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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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화 우연의 법칙 - 9

DUMMY

- 끼이익.


“짜잔! 서지터님! 아리엘님! 제가 왔습니다! 정말 이렇게 열흘 만에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그거 아십니까? 제가 말입니다. 두 분을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 어? 그런데 레일라님은 어디 가셨습니까? 위대하고 자비로운 아그나달린님께 세 분 모두 무사히 계시길 기도했는데 왜 레일라님만 안 계신 겁니까!”


여관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파시비엔은 반가운 마음에 쉴새 없이 떠들기 시작했다. 방 안에서는 서지터와 아리엘이 지도를 살펴보다 파시비엔의 등장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하하. 그걸 뭐하러 물어봐. 당연히 이것저것 정보를 얻으려고 돌아다니고 있겠지. 얘들아, 별일 없었지?”


뒤따라 들어온 한스가 반갑게 손을 흔들며 밝게 미소를 지었다. 레일라는 자리에 없었지만 방금 자신의 말처럼 분명 정보를 캐기 위해 나갔을 거라 생각되어 크게 걱정이 되진 않았다.


서지터는 어깨를 으쓱하며 한스의 말에 동의했다.


“레일라는 네 말대로. 그런데 그쪽도 한 놈이 안 보이네? 카데스는 어디 갔어?”


“아직 밑에 있어. 이것저것 짐 챙겨온다고.”


“방은? 옆방이야?”


“응. 204호. 그런데 어쩐 일로 이렇게 좋은 여관으로 잡았대? 레일라가 돈 아깝다고 울상을 지었겠는데?”


“좋은 침대에 편하게 좀 머무르자고 아리엘이 큰 눈으로 레일라를 빤히 바라봤지.”


“헤헤, 왔어?”


최근 들어 레일라의 약점으로 급부상한 아리엘이었다. 그 점을 간파한 서지터는 그녀를 앞세워 여관을 잡을 때 아리엘의 눈가를 촉촉하게 만들도록 지시했고, 완벽하게 역할수행을 해준 덕에 비싸고 좋은 여관에 머무를 수 있던 것이다.


“하하하. 그랬구나. 짐을 보니 여긴 서지터 네 방이겠네? 우리 없는 동안 혼자서 아주 편하게 지냈겠는데?”


“당연하지. 히히.”


“뭐가 그렇게 신나. 일단 밥부터 먹자.”


며칠 만에 다시 만난 카데스는 필요한 짐들을 가지고 들어오며 밥 이야기로 입을 뗐다. 그러자 신이 난 서지터가 환호성을 질렀다.


“아싸! 그것 봐. 내가 그랬지?”


“히이잉.”


침대에 편하게 엎어져 있던 아리엘이 침대 시트에 얼굴을 파묻으며 속상한 듯 발을 동동 굴렀다.


“카데스 미워! 만날 밥 생각뿐인 거야?”


“히히히. 내기에서 졌으니 1실버.”


“알았다구우.”


반응을 보아 둘은 과묵한 카데스의 입에서 첫마디가 무엇인지에 대해 내기를 한 모양이다. 아리엘은 뾰로통한 표정을 잔뜩 지으며 동전 주머니에서 1실버를 하나 꺼내 서지터에게 건넸다.


둘이 그러든지 말든지 방금 도착한 셋은 빠르게 각자의 짐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고 대충 짐이 마무리되어갈 즈음 동이 트기도 전에 나갔던 레일라가 여관에 도착했다.


“어? 왔네?”


조금은 피곤해 보이는 그녀의 얼굴을 보자 한스가 반갑게 레일라를 맞았다.


“응, 고생 많았지? 쟤들 보살피랴, 정보 캐보랴.”


“딱히? 안부는 천천히 묻기로 하고 일단 모여봐. 바로 얘기 좀 하자.”


“그러자.”


반가움보다 각자 알아낸 정보들이 무엇보다 궁금하고 중요했다. 어느새 닭요리가 올려진 커다란 접시를 들고 들어온 카데스까지 방에 모이자 가장 먼저 레일라가 입을 열었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딱히 알아낸 게 없어. 여기 도착한 뒤 새벽같이 나가서 어부들한테 물어보고는 있지만 다들 입 닫고 한마디도 안 해.”


“정말? 레일라가 고생 많았겠네.”


“꼭 그렇지만도 않아. 3일 동안 돌아가면서 새벽에 나갔으니까.”


레일라의 말처럼 도착한 다음 날 돌아다니다 알아낸 거라곤 동트기 전에 선착장에 나가야 어부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랬기에 돌아가며 서지터, 아리엘, 레일라 순서로 일찍 일어나 어부들을 만나보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냉랭한 헛기침뿐이었다.


“내가 오늘 돈 준다고 꼬셔도 입 딱 닫고 한마디도 안 하더라.”


“어제는 우리 아리엘이 나가서 귀여움으로 꼬셔도 안 먹히고, 첫째 날 내가 비굴하게 물어봐도 소용없었지. 돈도 안 통하면 방법이 하나밖에 없네.”


“무슨 방법?”


“잡아다 패야지.”


과격한 서지터의 말에 파시비엔과 아리엘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래간만에 만난 한스는 한바탕 욕을 퍼부어주었다. 별수 없이 한발 물러선 서지터가 한스에게 시큰둥하게 말을 걸었다.


“그럼 참 퍼슨(Charm Person)으로 꼬시던지. 괜히 마법사냐?”


“나도 오면서 최후의 경우 그것까지 생각 안 해 본 건 아니야. 그런데 조금 자신이 없어.”


“자신이 없다니? 무슨 말이야?”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없다기보단 먹힐지 안 먹힐지 장담할 수 없을 거 같아. 이곳 파로안 군도에 사는 주민 대다수는 토속신앙을 많이 믿는 편이야. 그것도 아주 뼛속 깊이 믿지.”


한스의 말에 지난 루노바에서 참 퍼슨 주문 효과를 옆에서 지켜본 레일라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대꾸했다.


“그게 뭐? 문제가 돼?”


“내 주문보다 절대적으로 토속신앙을 믿는 자들에게는 안 먹힐 가능성이 커. 막말로 예를 들어 미안하지만, 파시비엔이 나보다 정신력은 약해도 성직자라는 이유로 참 퍼슨 주문에 제대로 안 통하는 것처럼 말이야.”


“한스님. 미안해하실 거 없습니다. 제가 정신력이 한스님보다 약한 건 당연한 거 아닙니까. 저는 신앙심만 투철할 뿐, 그걸 다루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기분 나쁘거나 그럴 일 없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냐. 내가 이해하기 쉽게 말을 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비교했어. 미안해.”


“흐으음. 토속신앙 같은 게 껴 있으면 아무래도 좀 그렇겠네.”


서지터가 한스의 말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절대 말을 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미신이나 토속신앙과 연결되어 있었고, 제아무리 한스의 마법이라 할지라도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오는 내내 한스가 걱정한 부분도 그 점이었다.


“그렇다고 네 말대로 납치라도 해서 협박하는 것도 예전 우리가 자유로운 입장일 때랑 지금은 많이 다르잖아. 우리 일 때문에 애꿎은 사람들 피해를 줄 수 없어. 오면서 한스랑 파시비엔하고 이야기 해봤는데 일단 마르테아섬에 들어가서 알아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거 같아.”


카데스의 말에 서지터가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안돼. 그것도 안 된다고. 우리가 그것도 안 물어봤을까 봐? 그 근처로는 절대로 배를 띄울 수 없다고 단칼에 거절당했어. 여기 사람들 마르테아 섬 근처에도 가는 걸 꺼린다고. 더군다나 아리엘이 정령한테 물어봐도 마르테아 섬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른다고만 하고. 흐아앙.”


절망적인 분위기였다. 고트리 마을에 도착한 다음 날 은근슬쩍 떠봤지만, 어부들은 펄쩍 뛰며 마르테아 섬으로 가는 걸 거절했다. 하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기에 레일라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있잖아. 아주 방법이 없는 건 아냐. 들어갈 방법이 하나 있을 거 같긴 하거든?”


“어? 정말? 뭔데?”


“그런데 조금 찜찜하기도 하고 영 안 내키기도 해. 이건 나뿐만 아니라 서지터랑 아리엘도 같은 생각이야.”


“레일라님, 뭔데 그러십니까? 뜸 들이지 말고 말씀해 주십시오. 일단 섬에 들어가야 뭐라도 알아내든지, 나쁜 놈들이 있으면 때려잡든지 할 거 아닙니까?”


“그게 우리가 여기 올 때 시비 거는 놈들과 마주쳤어. 인신매매하는 놈들이었거든.”


인신매매라는 단어에 오늘 도착한 셋이 동시에 아리엘을 바라보며 괜찮은지 확인에 나섰다. 카데스는 아리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괜찮아?”


“헤헤, 응! 괜찮아. 그런데 그 나쁜 놈 중에 여기 근처에서 해적질하던 놈들이었는데 여기까지 우리 따라왔다?”


“진짜? 야! 네가 두 사람 잘 챙겼어야지.”


한스가 애꿎은 서지터에게 버럭 소리를 치자 코를 후비적거리던 그가 코딱지를 한스에게 튕기며 시건방진 표정으로 답해주었다.


“처음 마주쳤을 때 내가 박살을 내놨거든? 그런데 재미난 얘기를 하나 하더라고.”


“무슨?”


“우리 첫 모험인 오베론 마을에서 달아난 산적 두목 놈 기억하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 그놈이 여기 있는 것 같아. 산적이기 전에 해적이었던 거지. 몇 년 전에 그놈이 선상 반란을 주도했고 우리랑 마주쳤던 인신매매 일당은 반대파라서 도망친 것 같아. 그놈 모가지랑 해적질하면서 모아둔 보물로 거래를 하더라고. 이름이 모리에튼이랬나? 그놈 처리해주는 조건으로 말이야. 그런데 언제 어디서 뒤통수를 칠지 알 수가 없으니 께름칙하지.”


“와아. 서지터님. 레일라님. 저는 비록 본 적은 없지만, 산적 두목은 원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잖습니까? 더군다나 보물까지 준다고 했는데 레일라님이 넘어가지 않으셨다는 말씀이십니까?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위대하고 자비로운 아그나달린님께서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믿으실 거 같습니까?”


“말 많은 사제 놈아. 죽고 싶니?”


“상식적으로 그렇지 않습니까. 서지터님은 그렇다 쳐도 레일라님이? 그런 제안을 거절했다니! 말도 안 됩니다.”


“맘 같아서는 나도 보물의 절반을 받고 서지터 녀석 앞세워버리고 싶단다. 더군다나 지금 우리가 정보도 얻지 못한 상황에서 배까지 얻어타지 못하는데 해적들 배가 있을 테니 태워다 달라면 되고. 그런데 너무 위험해. 수적으로 밀리는 건 실력으로 밀어붙이면 되는 문제지만 변수가 너무 많을 거 같아. 쟤 말대로 언제 어디서 우리 등에다 칼을 꽂을지도 모르고.”


소극적으로 나오는 그녀의 말에 카데스가 긍정적인 의견을 냈다.


“그렇긴 한데 단순히 거래 내용으로만 보면 분명 나쁘지 않은 조건이야. 오른손이 없는 자가 흔한 것도 아니고, 서지터 네가 그토록 찾고 싶어 하는 이멜다의 흔적이라도 알아낼 수 있잖아. 그리고 우리 실력은 그자들이 배신 못 할 정도로 강한 편에 속해. 단순히 서지터랑 내 얘기는 아니야. 한스랑 아리엘도 있고 파시비엔도 이젠 자기 몸 하나 지킬 정도로 많이 성장했잖아. 문제는 해적들 숫자인데 몇 명 정도 된대?”


서지터가 다른 쪽 콧구멍을 후비며 대답해주었다.


“몰라. 애당초 걔들 거래 받아들일 생각조차 없었으니까 물어보지도 않았어.”


“그럼 이렇게 하자. 그자들을 만나서 대략적인 해적들 숫자를 파악하고 결정하는 거야. 너무 많으면 부담스럽겠지만 나랑 서지터 둘이서 해결할게. 비록 해적이기는 해도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아. 그자들 생리는 레일라가 그나마 잘 알고 있을 테니 계속 조심하면서 배신 못 하게 감시하고.”


“야! 왜 네 맘대로 너랑 나야? 또 나서라고?”


카데스 작은 눈이 사라질 정도로 눈웃음을 지으며 서지터의 말을 반박했다.


“해적들 실력이야 그저 그럴 거야.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파로안 군도에 있는 해적들 수가 많이 줄었대. 강한 실력자라도 있었더라면 이렇게 약해지지 않았겠지. 그 말은 너랑 나랑 둘이서도 충분히 제압 가능할 거란 뜻이야. 약탈이나 일삼는 해적들이니 인정사정 봐주지 말고 죽여도 되잖아. 그럼 변수는 최대한 줄어들 거 같은데?”


“얘 왜 이렇게 적극적이고 말이 많아졌지? 며칠 못 본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


“닭고기 먹어서 배부르잖아.”


“하아, 진짜 못 살겠다.”


어느새 접시를 깨끗하게 비워낸 카데스의 기분이 아주 좋아 보였다. 덕분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것까진 좋았으나 거래가 성사되면 또 선봉에 나서야 할 생각에 서지터의 마음은 그다지 편치 못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충고, 오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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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3화 우연의 법칙 - 23 23.04.25 49 2 16쪽
73 3화 우연의 법칙 - 22 23.04.24 40 2 14쪽
72 3화 우연의 법칙 - 21 23.04.21 40 2 12쪽
71 3화 우연의 법칙 - 20 23.04.20 46 2 14쪽
70 3화 우연의 법칙 - 19 23.04.19 45 2 13쪽
69 3화 우연의 법칙 - 18 23.04.18 42 2 13쪽
68 3화 우연의 법칙 - 17 23.04.17 48 2 12쪽
67 3화 우연의 법칙 - 16 23.04.14 38 2 12쪽
66 3화 우연의 법칙 - 15 23.04.13 43 2 13쪽
65 3화 우연의 법칙 - 14 23.04.12 39 2 15쪽
64 3화 우연의 법칙 - 13 23.04.11 47 2 12쪽
63 3화 우연의 법칙 - 12 23.04.10 39 2 15쪽
62 3화 우연의 법칙 - 11 23.04.07 40 2 14쪽
61 3화 우연의 법칙 - 10 23.04.06 48 2 12쪽
» 3화 우연의 법칙 - 9 23.04.05 41 2 12쪽
59 3화 우연의 법칙 - 8 23.04.04 39 2 14쪽
58 3화 우연의 법칙 - 7 23.04.03 44 3 12쪽
57 3화 우연의 법칙 - 6 23.03.31 62 3 17쪽
56 3화 우연의 법칙 - 5 23.03.30 49 3 12쪽
55 3화 우연의 법칙 - 4 23.03.29 45 3 13쪽
54 3화 우연의 법칙 - 3 23.03.28 46 3 12쪽
53 3화 우연의 법칙 - 2 23.03.27 50 3 13쪽
52 3화 우연의 법칙 - 1 23.03.24 55 3 13쪽
51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5 23.03.23 51 3 12쪽
50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4 23.03.22 47 3 14쪽
49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3 23.03.21 42 3 15쪽
48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2 23.03.20 49 3 13쪽
47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1 23.03.17 48 3 13쪽
46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20 23.03.16 4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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