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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파 님의 서재입니다.

해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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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파
작품등록일 :
2012.11.19 13:33
최근연재일 :
2017.12.22 23:56
연재수 :
3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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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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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05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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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43쪽

해의 그림자 219

DUMMY

빗물에 덮인 언덕길을 소달구지 한대를 몰고 오르내리는 것은 너무도 고되었다. 군관은 오르막엔 군졸에게 고삐를 쥐여 주고, 내리막엔 자신이 고삐를 뺏아 들고, 그렇게 고삐를 교대하는 식으로 소달구지를 몰면서, 애초에 염문을 나설 때 두 죄수를 소달구지에 태운 일을 후회했다.


"그냥 오지, 결안結案(사형죄로 결정하는 문서 작성)도 안됐는데 왜 굳이 소달구지를..."

"저 잡것들이 엄살을 피우잖냐."


군졸이 궁시렁거리자, 군관은 겸연쩍은 언굴이 되어, 등뒤의 달구지를 흘겨보았다. 안 그래도 이런저런 후회로 속이 시끄러운데, 저 달구지 위에 씌워놓은 창살 틈새로 죄수 한놈이 아까부터 고함을 귀 따갑게 질러대는 참이었다.


"나 좀 내려주시게, 나 좀!"


요란하게 덜컹대는 소달구지 굉음에도 묻히지 않을 만큼, 석정은 젖먹던 힘까지 내서 소리쳤다. 언덕길에 소달구지가 달그락거리며 엉덩이가 튕기고 또 튕기니, 석정으로선 정말 죽을 맛이었다. 차라리 엎어져서 엉덩이의 마찰을 피하자니, 소달구지가 심하게 달그락거리는 탓에 이미 불난 엉덩이가 뿔날 지경이었다.


"내리긴 뭘 내려! 다 왔소!"

"다 오긴 뭘 다 와!"

"저 앞이 옥사요."


군관이 손가락을 뻗어 웬 초가 한채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하지만 그 손가락을 따라서 곁눈을 돌려도 옥사가 보이진 않았다.


"어디, 어디?"

"곧 보일 거요. 저기가 배산이니."


군관은 주발을 엎어놓은 것처럼 생긴 오른쪽 산자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건성으로 대꾸하곤 계속해서 쇠고삐를 단단히 틀어쥐었다. 또 다시 덜컹대는 소달구지 바닥에, 석정은 괴로움의 몸부림을 치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서 석하를 쳐다보았다. 석하는 배 탈 때와는 달리 다소 편안해 보였다.


"누구 덕분에 사형수들만 탄다는 소달구지도 타봅니다?"


느긋하게 말하는 석하에게 석정은 눈을 부랴렸다.


"자네...이제 좀 살 만 한가 보구먼?"

"예."


석하가 짤막히 대꾸하다가 앞섶 위로 삐져나온 은깍지를 흘끗 내려다보곤 옷깃 속으로 집어넣었다.


석정은 심드렁히 흘겨보곤 석하의 손끝에 눈길을 주었다. 소달구지가 워낙 흔들리는 탓에 은깍지의 문양이 똑바로 보이진 않았다.


"가만..."


석정은 아예 손가락을 뻗어서 은깍지를 움켜쥐려다가 움찔했다. 토한 입속에 넣고 석하가 열심히 들숨을 들이마시던 모습을 떠올린 탓이었다. 은깍지에 손끝이 닿을까 꺼려졌다. 그는 은깍지 대신 가죽끈을 쥐고 눈앞으로 바짝 당겼다.


"어어? 나리!"

"여기 나리가 어딨냐."


석정은 이를 악물고 눈치를 주고선 은깍지를 쳐다보았다. 한글자가 음각되어 있었는데, 군데군데 살구빛 구토 흔적이 묻어서, 식별히 어려웠다. 손톱으로 긁어내긴 꺼림하여 석정은 힐끗 석하를 돌아보며 물었다.


"어? 글씨가 있는데?"

"예, 뭐."

"무슨 잔가?"

"굽을연잡니다."

"뭐라고? 잘 안 들리네."


소달구지가 덜컹대는 소리에 묻혀서, 석하의 대답조차 석정은 제대로 듣지 못하고 되물었다. 석하는 한숨을 내쉬고서 조금 더 언성을 높였다.


"굽을연!"

"뭐?"


답답해진 석하는 달구지 바닥에 고인 빗물에 집게손가락을 콕 찍더니, 글자를 쓸 만한 마른 자리를 찾아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무릎을 들어보니 허벅지 안쪽만 빗물이 스미질 않았다. 석하는 살짝 옆으로 비켜 앉아, 마른 자리에 대고 빗물로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 석하의 손가락끝이 네번 왔다갔다 하더니 나무목木변이 우선 완성되었다.


"나무목?"


석정은 자신이 당기는 가죽끈에 매달린 은깍지를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다시 석하의 손끝을 보니 자획이 복잡해서 나머지는 분간이 되질 않았다. 빗방울이 은깍지에 조금씩 스치고 맺히고 하는 것을 보고서, 석정은 석하의 어깻죽지에 쓱쓱 문질렀다.


"나리!"


석하가 살짝 인상을 썼지만, 석정은 아랑곳도 않고, 글자를 마저 확인했다. 구토의 찌꺼기가 덜 닦여서 좌변이 나무목변인지 물수변인지 좌변이 모호하여, 굽을연棩자인지 못연淵자인지 분간이 어렵긴 해도, 석하가 손가락으로 써낸 나무목변을 보니, 은깍지에 새겨진 글자를 확실히 알 것 같았다.


굽을연棩...


글자의 임자도 알 것 같았다. 자신이 급제한 과거 당시에도 그 글자를 쓰다가 피휘避諱(임금의 이름자를 획을 생략하거나 다른 글자로 대체하는 일)를 하여 시권을 써내야 했기에 똑똑히 기억할 수 있었다.


사람의 명운은 이름따라 간다는 조복양의 간언만 믿고 선대왕은 아들의 이름인 광爌자를 지금의 순焞자로 바꾸었다. 하지만 정작 선대왕은 자신의 휘를 바꾸질 못했다. 굽을연棩자 그대로.


석정은 새삼스런 눈빛으로 은깍지를 내려다 보았다. 오래 전에 선대왕이 쓰던 활은 서후행의 손을 거쳐 서진에게로, 다시 주상의 내탕고 속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활깍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언제 없어졌는지, 아무도 행방을 모르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그 활깍지가 김석하의 목에 걸린 이놈이었나.


"다 왔소."


군관이 옥사 앞에서 소달구지를 멈추었다. 올라갈 때는 군졸이, 내려올 때는 군관이 소달구지를 몰면서, 교대할 때마다 멈추었던 탓에 석하나 석정이나 바로 귀담아 듣진 않았다.


하지만 전방을 가리키는 군관의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여느 민가와는 달리 담장이 다소 높다랗고, 그 담장 너머로 높낮이가 다른 기와지붕 둘과 초가지붕 하나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거나 디밀고, 그 두채의 지붕보다 높다란 솟을대문이 고개를 무섭게 세운 옥사가 눈에 들어왔다. 대문 앞을 지키던 간수 한명이 소달구지를 보고 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죄목이 뭡니까?"

"난전亂廛 및 양반사칭."


군관이 품에서 단자 두장을 꺼내어 내밀었다. 석정과 석하의 죄상 및 신상이 적힌 종이들이었다.


"최석만...김석하...신원미상?"

"자네들이 알아서 밝혀보...


단자를 살피며 간수가 묻는 말에, 군관이 높은 지붕과 낮은 지붕을 번갈아 올려다보며 말끝을 흐리곤, 다시 소달구지 창살너머로 시선을 던져서 석정과 석하를 쳐다보았다. 아까부터 자꾸 의혹이 뇌리에 들러붙어서 훌훌 털어내도, 또 엉겨붙으니 참 요상한 노릇이었다.


"사랑이요, 행랑이요?"


간수가 독촉하듯 묻는 말에, 군관은 또 한번 갈등했다. 어딜 발길을 돌려야 할 지 고민이 되는 참이었다.


"일단 문이나 여시오."

"뭐..."


대문 앞의 간수는 떠름히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이곤 문을 열어주었다. 죄수가 쉽사리 도망칠 수 없도록 겉문과 속문이 맞닿은 이중문이라선지, 간수가 여닫는데도 기다리는 사람에겐 더디기만 했다. 군관은 아직도 고민이 끝나지 않았는지, 질질 끄는 듯한 걸음걸이로 문간으로 들어섰다. 그 모습이 답답한지 군졸이 등짝을 슬쩍 팔뚝으로 밀었다.


"아 빨리 좀 결정하시지."


순식간에 문간으로 딸려들어간 석정과 석하의 눈앞에, 각각 세칸짜리 내옥과 외옥이 담장에 가려져 있던 지붕 아래 본모습을 온전히 드러냈다. 정말로 외옥과 내옥이 사랑채와 행랑처럼 높낮이가 달랐다. 사랑채는 축대가 높아서는 사면이 돌벽으로 되어 상단만 한척尺 높이로 나무창살이 놓였고, 행랑채는 축대가 낮은데다 앞면에 듬성듬성 나무창살이 꽂혔다.


흘낏 곁눈을 주던 석정과 석하는 외옥 안의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죄수들이 저마다 두 다리에 쇠사슬이나 고랑틀을 손목발목에 채우고서 구메밥을 먹는 참이었다. 그 와중에도 빗발이 나무창살 틈새로 몰아쳐서 나무창살이 흠뻑 젖은 것은 물론, 그 밑으로도 빗물이 흥건하게 고이는 바람에, 죄수들은 발도 제대로 뻗질 못했다. 지금은 여름이지만, 겨울은 어떻게 나나, 걱정도 되었다. 당장 죄수들의 발치를 적시는 물웅덩이라도 해결해줘야 하지 않나 싶었다.


하지만 삿갓에 도롱이를 쓰고 외옥 처마 아래 기둥에 기대어 앉은 저 외옥 간수는 손끝 하나 까딱하질 않았다. 그저 흘끗 쳐다보았다가 석정과 석하의 멀쑥한 중치막을 보고선 외옥과는 관계 없는 죄수라고 여겼는지, 이내 시들해진 눈길을 떼었다. 그렇다고 외옥 안의 죄수들에게 딱히 눈길도 주지 않았다.


"..."


석정과 석하는 비를 맞아 두덩까지 척척해진 탓인지, 두 옥사 틈새의 뒷간으로 시선이 쏠렸다. 이엉으로 엮은 뒷간을 보니 앞이 마렵든, 뒤가 마렵든, 뭔가가 아쉽긴 하였다. 석하의 눈동자는 더 짙어졌다. 목도 마른데, 소피도 마려웠다.


"어디다 수감해야 하나?"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한 군관이 슬쩍 결정을 미루고 싶은지 군졸의 눈치를 보았다. 상전들도 미처 결정하지 못하고 대충 아무데나 쳐넣으라고 말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아무데를 자신이 결정해야 하는 게 문제였다. 헌데 외옥 간수가 군관의 눈치를 살피며 말끝을 흐렸다.


"사실 이미 저희 외옥은 다 찼는데..."


내옥 처마 밑 축대에 궁둥이를 바짝 붙이고 앉아서 졸던 내옥 간수가 두눈을 번쩍 떴다.


"뭐야? 우리 내옥도..."


대꾸를 하다 말고 내옥 간수는 말끝을 더는 잇지 못했다. 말을 하다 보니, 왼쪽 감방이 빈 것이 생각난 탓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왼쪽 감방으로 눈길이 돌아가는데, 군관이 자신의 눈길을 따라서 왼쪽 감방에 시선을 주는 게 보였다. 그 오른손 집게손가락 끝도 정확히 왼쪽 감방을 가리켰다.


"여긴가?"

"아니..."


내옥 간수는 얼른 변명하려 했다. 하지만 군관은 귀찮은 짐을 덜어낸 얼굴이 되어 얼른 석정의 포승줄 끝을 외옥 간수의 손에 쥐어 주었다.


"그럼 우린 이만."

"아니..."


내옥 간수가 붙잡으려 해봤자 소용이 없었다. 군관은 한결 홀가분해진 걸음걸이로 옥사 대문을 나섰다. 군졸 역시 제 상전을 보고 따라 하듯, 자신이 쥔 포승줄 끝을 내옥 간수의 나머지 한쪽 손에 쥐어 주었다. 그리고 매정하게도 군졸과 함께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렸다.


"뭐야, 이건?"


내옥 간수 기가 찬 표정이 되어 자신의 두손을 내려다 보고선, 이내 눈길을 들어 두 죄수의 몰골을 훑어보았다. 군관이 포승줄을 건네줄 때 보니, 확실히 서로가 결정을 아랫사람에게 미루고 미룬 끝에 자신의 수중에 이 포승줄들이 닿은 것을 감잡을 수 있었다. 상대가 양반인지, 상놈인지 모르는 게 분명했다.


물론 저 내옥에도 똑같이 사람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죄수가 한놈 있었다. 신분은 상놈인데, 워낙 가진 것이 많은 작자다 보니, 오히려 자신들이 상전 모시듯 떠받들어야 하는. 내옥 간수는 가운데 감방 앞으로 가서 소리쳐 불렀다.


"어르신! 신참이 둘 왔습니다!"

"..."

"어르신 옆방에 넣어도 되지요?"

"뭐? 뭐하는 놈들인데?"


가운데 감방 안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석정의 두눈이 반짝였다.


"호패가 없는 놈들입니다."


간수의 대답에, 감방 안에서 가만히 침묵했다. 뜸을 들이는지 한참을 대꾸가 없었다. 기다리다 못한 내옥 간수가 다시 재우쳐 물었다.


"어르신! 어찌할까요?"


가운데 감방 죄수는 의심이 낡은 광주리에 낀 먼지 만큼이나 많은지, 바로 대답하지 않고 또 침묵했다. 기다리다 안달이 나서 다시금 내옥 간수가 독촉했다.


"어르신!"

"뭐하나? 외옥이 꽉 찼으면 내옥에 넣어야지, 뭘 그리 물어보고 자시고 하는가..?"


보다 못한 석정이 끼여들어 성큼성큼 내옥 앞으로 다가들었다. 댓돌을 딛고 축대에 올라서는 발걸음이 거침이 없었다. 그리고 가운데 방이 자물쇠가 없는 것을 보고 묶인 두손으로 문고리를 잡았다.


"어어, 거긴..."


두손이 묶인 탓인지, 손끝이 문고리를 헛디뎠다 싶었지만, 석정은 내옥간수가 자신을 말리기 전에 가운데 감방문을 먼저 열었다. 한뼘 만한 틈으로 문이 열리는 순간, 등뒤에서 내옥간수가 문짝을 가로지른 어깃장을 잡고 꾹 눌러서 문을 닫았다. 하지만 문이 온전히 닫히질 않아서 도로 튕기듯이 한치쯤 벌어졌다.


"씹...! 여기 말고, 저기...!"


내옥간수가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자물쇠가 채워진 왼쪽 감방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석정은 입맛을 쩝 다시며 문고리를 놓지 않았다. 피기문의 얼굴을 보려 했지만, 볼 수가 없었다.


"비켜! 나와 언능!"


내옥간수가 화를 버럭 내며 석정을 왼쪽 감방으로 밀어냈다. 석정은 하마터면 몸의 중심을 잃고 옆으로 넘어질 뻔 했다.


"어어?"


두손이 묶인 상태에서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도 있었다. 시야가 요동치는데, 무언가 시꺼먼 그림자 같은 것이 번쩍하는가 싶더니, 석정의 가슴을 떡하니 받쳤다. 뒤따르던 석하가 어느틈에 석정의 앞을 가로질러 막아준 것이었다. 한쪽 다리를 떡하니 들고서.


"괜찮으십니까?"

"어? 고마우이."


석정은 얼떨떨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작 석정을 밀치고서, 넘어질 뻔한 모습에 움찔했던 간수가 의혹어린 눈빛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방금 석하의 발놀림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가운데 감방을 돌아보니 삐걱 열린 문틈으로 살쾡이 같은 두눈이 유심히 지켜보는 참이었다. 간수는 석정을 보며 턱짓으로 왼쪽 감방문을 가리켰다.


"오줌 급하시다며? 뒷간 먼저 다녀오시지?"

"난 되었소. 이 친구는 또 모르지만."


석정이 석하를 가리키며 히죽 웃었다. 내옥 간수는 입시울을 실룩이고 휙 뒤돌아섰다. 그러다 못내 얄미웠던지, 다시 눈을 흘기고서, 허리춤의 열쇠꾸러미에서 좌左라 써진 열쇠를 찾아들고 얼른 자물쇠에 끼워 힘껏 돌렸다.


"들어들 가시오."


내옥 간수가 등을 떠밀다시피 하여 석정과 석하를 동시에 내옥 안으로 밀었다. 석정이 짚단처럼 떠밀려 들어갔다. 헌데 막상 들어가니 석정의 생각이 바뀌었다.


"아니 우린 소피가..."

"나도 갑자기 급...한데..."

"소피? 소피 같은 소리 하네. 저 안에서 해결하쇼."


간수는 석하도 등을 안으로 확 떠밀려 했다. 하지만 이 어린놈이 바로 한발을 뻗어 문설주를 딛고 떡 버텼다.


"이놈봐라?"

"급하다니까..."

"그냥 저안 요강에 싸라니까. 큰 거든, 작은 거든!"


간수가 뜨악한 표정으로 석정과 석하에게 눈을 흘겼다. 그냥 거기서 싸라고 말하고 싶은데, 마침 가운데 감방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또 들렸다.


"아, 나 밥 먹는데..."

"..."


간수가 입을 다물었다. 벌써 가운데 감방에서 죄수의 푸념이 쏟아지는 참이었다.


"이게 국이야, 논이야? 이건 뭐 아무리 저어도 논두렁 같은 국물 밖에 없어. 건더기는 하나도 없고."

"에이...국 맞는데."

"내가 말했지. 연포갱이라고. 두부포泡! 헌데 왜 연포갱에 두부가 없나?"

"아, 어르신...두부를 어디서 구해요?"


간수가 발을 동동 굴렀지만, 가운데 감방죄수는 아랑곳도 하질 않았다.


"왜 못 구해. 절간에 가서 얻어오면 되지."

"아니 두부가 뭐 애 이름입니까? 아무 때고 업어오게?"

"얻어 오라고. 부사영감께 이를까?"

"에이씨...알았어요. 얻어오든 업어오든, 가져오면 되잖아요."

"이왕이면 젓국도 얻어오고."

"예에..."

"언능 다녀온나! 이것도 내가고!"

"예에!"


입씨름 끝에 간수가 가운데 감방으로 들어가서 밥상을 내갔다. 석정과 석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가운데방을 돌아보았다. 토벽에 가려져 내부가 보이진 않았지만, 감방 안의 죄수가 이 정도로 떵떵거리며 오히려 간수를 부리는 모습을 보니, 죄수의 신원이 충분히 짐작이 되었다. 두사람은 서로의 추측을 확인하듯 얼굴을 마주보았다.


"아, 안 가쇼? 퍼뜩 다녀 오쇼."


간수가 쟁반이나 푼주가 아니라 아예 커다란 원반을 들고 나와서 석정과 석하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죄수가 반찬투정을 하긴 했지만, 뽀얀 닭국에다, 살이 토실토실한 병어구이, 그리고 싱싱한 오이채 등 8첩으로 가짓수가 갖춰진 진수성찬이었다. 아무리 봐도 한낱 죄수에 대한 처우가 아니었다.


석정은 찜찜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갸웃하곤 석하와 함께 뒷간으로 향했다. 이미 간수가 벌써 옆벽에 기대어 잠든 외옥 간수를 발로 툭 걷어차고 깨워서 한마디 하는 참이었다.


"저기 잘 봐!"

"엉? 닌..."

"나...걸뱅이 같은 연포갱이 얻으러 간다!"

"지금?"


졸음이 덜 가신 눈으로 외옥 간수가 멍청히 대꾸했다. 그리곤 초점이 흐릿한 눈으로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 모습에 짜증이 났는지, 내옥 간수가 외옥 간수에게로 돌아와서 무릎맡에 밥상을 내려놓았다.


"이거나 치워! 내가 저거 볼테니."

"간다매?"

"니 하는 거 보니 나 갈 수나 있간?"


석정과 석하가 뒷간에 다녀오기 무섭게, 내옥간수는 석정과 석하의 손목에 묶인 포승줄을 풀어주지도 않고 그대로 감방문을 잠갔다. 그리고 나서 빗길을 걸어서 인근의 절에서 두부 한모는 물론 젓국까지 얻어다가, 기름에 지져 숭덩숭덩 썰어 닭국에 얹었다. 그리곤 고소한 닭국 냄새가 솔솔 피어 코끝을 간질이는 것을 느끼며, 밥상을 들고 가운데 감방으로 갔다.


"어르신! 연포갱이요."

"이번엔 두부 제대로 넣었는가?"

"예, 어르신."

"기름에도 지졌고?"

"예, 어르신."

"그럼 어서 들여."


석정과 석하는 창살너머로 연포갱까지 갖춘 점심상을 간수들이 들고 지나가는 모습에, 진한 허기와 시기를 함께 느꼈다. 호강에 겨워서 요강에 빠진다는 말이 이럴 때나 쓰는 말인가 싶었다.


"일부러 갇혔나?"


석정은 고개를 갸웃하며, 가운데 감방을 쳐다보았다. 정말로 해괴했다. 죄수들을 옆방에 넣어도 되냐고 허락을 구하질 않나, 8첩반상으로 꼬박꼬박 삼시세끼 대령하는 것도 모자라서 그 귀한 연포갱까지 구해다 바치질 않나, 정말로 동래부사에게 밉보여서 갇힌 게 맞나 의심스러웠다.


"이런 곳이 뭐가 좋다고..."


석하가 침울하게 대꾸했다. 정말이지 석정을 따라온 죄로 징그러운 배멀미에, 소달구지에, 지금은 돼지우리 같은 옥사에 갇혔으니 치가 떨렸다. 물론 건너편에 듬성듬성 꽂아놓은 창살 틈새로 비바람이 숭숭 드는 외옥에 비하면 이쪽이 한결 형편이 낫긴 했다. 하지만 물 한모금도 얻어마시지 못하니 답답했다. 목이 타들어가는데, 하필 석정이 뜬금 없는 질문을 던졌다.


"참, 자네...아까 왕고장 함자를 청품김가에 들경坰자 적던데...맞는가?"

"예? 예..."


석하는 얼떨떨히 반문하곤 이내 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이 사대조를 적어내는 동안 언제 옆에서 석정이 봤는지 신기했다. 옆에 바짝 붙어앉은 것도 아닌데, 눈이 그리도 좋은가 싶었다.


"그래? 흙토변 밖에 안 보이기에...혹시나 했는데..."


석정은 야릇한 웃음을 띠고서 석하를 보면서 말끝을 흐렸다. 차마 입이 안 떨어지는 듯한 표정으로, 오히려 정확한 발음으로, 그는 다시금 말끝을 이었다.


"인조대왕의 잠저潛邸 시절 벗이라던, 그 중야仲野 김경金坰이 맞으신가?"

"..."


석하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왠지 모르게 인정도 부정도 하기 힘든 질문이었다. 조부 김경은 9년 전에 세상을 떴다. 팔순을 바라보는 춘추로.


"그래서 선대왕께서 살뜰히 살펴 주셨다지..."


석정은 어쩐지 한숨이 깃든 음성으로 말했다. 그냥 청풍김씨의 후손이라면, 동래부사나 훈도나 별 생각 없이 넘어갈 터였다. 하지만, 김경이란 그 이름을 생각해 낸다면, 저쪽에서 김석하의 신분을 알아차리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이건 도성으로 사람을 보내어 탐문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망했군, 망했어."


결국 묶인 두손으로 이마를 짚고서 한숨을 푹푹 내쉬는 석정이었다. 석하는 의아한 눈길로 쳐다보다가, 석정을 안심시키려 하였다.


"왜 걱정을 하시는지. 제 부친 때문에 어차피..."

"왜 하냐고? 왜에? 어차피고 저차피고, 자네 왕고장께 대를 이을 자식이 없었던 사실은 조보에도 실린 사실이란 말일세."

"네? 조보예요?"


석하는 두눈을 깜빡였다. 조부에게 대를 이을 자식이 없다는 사실이 조보에 실리다니? 조부가 그 정도로 거물이었던가.


"왜 조보에..."

"그게...인조대왕의 잠저시절 친구인데 자식이 없으니 특별히 살펴달라고 신료들이 주청을 올린 일이었지."

"..."

"그러니 털면, 다 나온다고. 자네랑 나랑 가짜가 아니라 진짜라는 사실도."

"그렇게...됩니까?"


석하는 마른침을 삼켰다. 신료들이 선대왕에게 주청을 올린데다, 조보에도 실렸을 정도라면, 동래부사 귀에도 건너건너 들어갈 터였다. 정말로 촌각을 다투는 시간싸움이었다.


"그렇다면..."


석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가운데 감방과 벽이 맞닿은 서쪽벽으로 가서 기대어 앉았가. 그리고 고개를 뒤로 젖혀서 바로 머리로 벽을 쿵쿵 들이받았다.


"어르신! 어르신!"

"..."

"주무십니까?"

"어."


주무시냐 물었더니 정말로 수긍하는 엉뚱한 반응에 석하는 웃음이 나와서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석정이 헛웃음을 참아내며 슬쩍 한마디 건넸다.


"아까 보니 간수들이 외려 어르신께 쩔쩔매던데...뭐 돈이라도 빌려주셨습니까?"

"흥! 이 바닥에 나한테 돈 안 빌린 놈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상대방의 코웃음에, 석정이 두눈을 반짝였다. 석정도 석하 옆에 바짝 앉아서 등을 서쪽벽에 맞대어 놓고서 목청을 돋우어 물었다.


"아...어르신이 혹시 잠상죄로 갇혔다는 피기문 행수어른이십니까?"

"..."


바로 대답이 돌아오지 않고, 고요한 침묵만 흘렀다. 석정은 흰 이가 드러날 정도로 기분좋게 웃었다.


"맞군요."


드디어 만났다. 어차피 자신들이 누군지 알면 동래부사든 누구든 얼토당토 않는 잠상죄를 갖다붙일 수는 없을테니, 저들이 오기 전에, 지금 당장, 피기문과의 용건을 해결해야 했다.


"자네들, 누군가?"


착 가라앉은 목소리에 오히려 석정과 석하는 기분이 들떴다. 이리로 온 보람이 있었다. 고생문이 훤히 열리긴 하였지만, 어쨌든 만났다.


"누구라니요?"

"자네들, 누구냐니까!"


피기문이 날선 음색으로 다그치자, 석정은 입가에 실오라기 같은 웃음을 삼키며 답했다. 잇새에 낀 웃음 때문에 발음이 살짝 뭉개졌다.


"어르신을 도와드릴 힘이 조금은 있지요."

"도와? 나를?"


가소롭다는 웃음소리가 옆방에서 흘러나왔다. 석정은 피기문의 웃음을 들으며 가만히 오른손 엄지끝으로 콧마루를 긁적였다. 피기문이 억울하게 옥에 갇혔고, 진상만 파악하면 얼마든지 피기문을 도울 수 있을 거라 여겼었다. 헌데 예상과는 달리, 피기문은 이곳 감옥에서 오히려 왕노릇을 하는 참이었다.


"예, 도와드릴 수도 있는데...헌데...옥살이가 아니라 외려 궁살이를 하시는군요?"

"궁살이라...? 흥...그리 보이나?"


피기문이 다시금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그다지 거부감이나 괴리감이 깃들진 않은 목소리였다. 오히려 자조섞인 수긍이 담긴 느낌이었다. 석정은 고개를 비끼고 두눈을 깜빡였다. 역시나 피기문에게 뭔가 복잡한 사정이 있는 모양이었다.


"호강에 겨워서 요강에 빠지신 건지, 요강에 빠져서 호강을 겨우신 건지는 몰라도, 손가락 하나로 죄수들을 오라, 가라 하시잖습니까?"

"그럼 창살에 갇힌 내가 무슨 수로 가겠나? 지들이 와야지."

"그 얘기가 아니잖습니까?""

험..."

"드시는 것도, 삼시세끼 산해진미에, 게다가 멀쩡한 관료들도 맛보기 어려운 연포갱씩이나."

"연포갱이 뭐 산해진미라고."


피기문이 이죽이는 목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목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았다. 피기문이 자신들과 더는 대화를 원치 않는 모양이었다.


석정이 다소 의기소침해졌는데, 이내 피기문이 간수들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보게! 이보게! 나 좀 보세!"


석정은 무슨 일인가 싶어서 불안한 눈빛으로 석하의 눈치를 살폈다. 석하 역시 살짝 불안해진 듯이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신참 좀 내방에 넣어줘."

"예? 신참을요? 혼자 주무셔야 직성이 풀리시는 분이..."

"누가 같이 잔대? 그냥 얘기 좀 해보려는 거지."

"아..."

"반시진이면 되네."


피기문이 간수를 설득하고, 간수는 난처한지 대답을 망설이고...그런 식의 대화가 저쪽에서 잠깐 더 이어지는 것 같더니, 또 끊겼다. 그러더니 이내 이쪽 감방문이 두뼘 너비로 열리며, 내옥 간수가 문틈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내옥 간수는 석정과 석하를 쳐다보며 손짓했다.


"나와."

"네?"

"나오라고."

"왜요?"

"어르신이 네놈들 좀 보자신다."

"예?"


이미 옆방의 대화가 들렸던 석하는 일이 너무 쉽게 풀린다 싶어서 웃음이 치밀었다. 이내 웃음을 삼키며 석정을 돌아보았다. 석정을 돌아보니 마찬가지로 웃음이 입가에 번질락 말락 하였다.


"어르신? 어떤 어르신?"

"요기..."


죄수끼리의 대담對談을 주선하기가 겸연쩍었는지, 간수는 턱짓으로 가운데 감방을 가리켰다. 석정은 간수의 턱짓을 따라 가운데 감방을 돌아보곤 짐짓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허, 같은 죄수끼리 왜 오라, 마라시오?"

"내가 아오? 적적하신가 보지. 그럴 때도 되셨거든."


간수가 시큰둥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석정은 어이 없다는 듯한 헛웃음을 털어내며, 이내 정색을 하고 간수에게 따지고 들었다.


"허면, 그자가 오라면 가고, 가라면 오고, 그렇게 불려다녀야 한단 말이오? 그자가 뭐라고."

"그자가 아니고 그분! 적어도 네놈들 모가지 붙여줄 힘은 있으시지."

"뭐?"

"빨리 나오라니까."

"그게 무슨..."

"아 왜 말귀를 못 알아쳐먹어! 네놈들 풀려날 몸값 정돈 대줄 수 있다, 이거잖아!'

"..."

"그러니 얌전히 따라나오쇼."


간수는 목에 힘을 주고 말하고선 신경질적으로 문고리를 잡아비틀어 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문틈을 더 벌렸다. 짜증이 손끝에 배었는지, 문짝이 사납게 요동쳤다,


"아 빨리!"


석정은 마지 못해 불려나가는 척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서선 엉그정엉그정 문앞으로 다가섰다. 석정이 하는 양을 가만히 지켜보던 석하도 이미 입가로 새어나온 웃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아, 어지러..."


석하가 휘청이자, 석정은 황망히 달려들어 부축하는 시늉을 하였다.


"어어? 괜찮은가?"

"예, 괜찮..."


이럴 때도 죽이 참 잘 맞는 두 사람이었다. 석하는 석정이 당장 피기문의 감방으로 건너갈 마음이 없는 것을 눈치채고, 자신의 멀미 후유증을 이용해서 쓰러지는 척을 한 것이었다.


"자네, 이래서야 걸을 수나 있겠나?"


내옥 간수더러 들으라는 듯이 석정도 언성을 높였다. 어찌해볼 도리도 없이, 내옥 간수는 양 허리에 손을 얹고, 그들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곤 홱 돌아섰다.


"싫음 마라.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지."

"평양감사가 아니라 평안감사."


얄밉게도 입을 야죽야죽 놀려 지적하는 최석정이었다. 내옥 간수는 입을 비죽비죽 실룩이며 석정을 노려보곤 그대로 문고리를 탁 놓고 자리를 떴다.


"이래도 될까요?"


바람결에 더욱 사납게 닫혀버린 문짝을 보고서, 석하는 자신의 팔꿈치를 잡아준 석정의 눈치를 살폈다. 석정은 석하를 억지로 짚자리에 뉘였다.


"쉬어, 쉬어."

"아니...기껏 저쪽에서 보자고 했는데..."

"생각 좀 하자, 생각 좀..."


옆방에 들릴세라 목소리를 낮추고서, 석정은 자신도 석하 옆에 드러누워, 천정을 올려다 보았다. 초점이 또렷한 눈동자가 어지러이 흔들렸다.


"무슨 생각이요?"

"옆방."

"예?"

"이상하잖나. 우리 목숨을 부지시켜줄 수 있는 힘이 있다는데, 여기서 이런다는 게."

"하긴...그럴 힘으로 자신이 나오면 되는데..."


석하도 고개를 끄덕였다. 간수의 말새를 보니 재물이 있으면 목숨도 살 수 있을 법도 했다. 헌데도 여태 이 좁디 좁은 감방 안에 틀어박혀 한발짝도 나가질 않았다. 연포탕을 먹겠다며 간수를 손가락 하나로 부리고, 간수가 끓여다주는 연포탕을 먹고...호강에 겨워 요강에 빠진 꼴이었다. 천금을 주고라도 구금을 마다할 판에, 간수들을 제집 종 부리듯 부리며 천년만년 스스로 썩는 것이 이해되질 않았다.


"그러는 네놈들은, 날 도와줄 힘이 있다면서, 왜 여기서 디비지고 지랄이냐?"


갑자기 날아든 욕설이 석정과 석하의 귀청을 뒤흔들었다. 석정은 흠칫 놀라 두 팔꿈치로 바닥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마흔 중턱의 죄수가 어느새 내옥 간수를 거느리고 문틈으로 얼굴을 비추는 참이었다.


"어르신?"


석정은 두눈이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무슨 죄수가 손발 묶인 데 한 군데도 없이, 감방을 제집 안방 드나들듯 누비고 다니는 건지. 의금부 문랑이 되어 금옥 죄인을 다루어도 보고, 종종 야금도 어겨서 경수소에 갇혀도 보고 하였지만 이렇게 널널한 옥살이는 처음 보았다. 마흔 중턱의 피기문은 감옥살이를 하는 죄수치곤 신수가 너무도 훤했다. 후줄근한 삼베수의를 입은 외옥죄수들과는 달리 올이 가늘고 촘촘한 세모시細苧 수의까지 갖춰 입어, 한눈에도 돈이 넘쳐나는 본새였다.


"네놈들이냐?"


피기문 역시 미간을 찡그리고 석하와 석정을 쳐다보았다. 습관인지 허리춤에 손을 얹어서 전낭끈 같은 것을 꽉 움켜쥐었다. 짤그락거리는 쇳소리가 허벅지 쪽에서 고막을 살살 긁는데도, 석정과 석하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피기문은 가자미눈을 하고 가만히 흘겨보았다.


"네놈들이 양반을 사칭하고 개시를 넘본 죄인들이라지?"


양반을 사칭한 건 자신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바닥이 이그랬다. 왜인들을 상대하자면 가짜관직이라도 갖다대는 편이 수월했다. 자신도 임지죽과 함께 왜인들과 유황을 교역할 땐 임봉사니, 피주부니 하는 식으로 관직을 갖다붙여 상대했다. 물론 그러다 걸렸는데도, 조정에선 유황을 공급해주는 대가로 눈감아주었다. 밀거래도, 양반사칭도.


하지만 자신을 도와줄 힘쯤은 있다질 않았나. 힘이 있으면 옥에 갇힐 리가 없었다. 하도 이상하여, 간수를 닦달하여 이리로 들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장사치 특유의 돈냄새가 나질 않았다. 자신이 전낭의 왜은들을 잘그락대는데도, 귓등도 눈동자도 미동조차 없는 것을 보면, 천성이 장사꾼은 아닌 모양이었다. 오히려 두손이 묶이고도 똑바로 앉아서 정좌하는 모습을 보니 선비나 칼잡이 쯤 되는 느낌이었다.


"쫄딱 젖었구만."

"..."

"저러다 고뿔 들지. 여름 고뿔이 더 독한 것을."

"짐도 흘리고 와서 옷도 없소."

"그래? 허면 내 옷을 좀 빌려드리리다."


피기문은 등뒤의 간수에게 눈짓했다. 간수는 인상을 살짝 구기면서도 찍소리도 못하고 가운데 감방 안으로 들어가 모시로 지은 수의를 꺼내왔다. 석정은 간수의 팔에 걸린 수의를 흠칫 놀란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한눈에도 결이 가늘고 고와서,


"세모시細苧...로군요."

"험, 내가 좀...등이 박이는 걸 못 배겨서."


입맛이 까다롭더니, 피부도 까다로운 모양이었다. 석정과 석하는 피기문을 보며 입맛을 쓰게 다셨다. 다른 외옥 죄수들과 달리 입을거리도 삼베가 아닌 세모시를 걸치고, 먹을거리도 손이 많이 가는 귀한 연포갱에 병어구이라니. 보나마나 잠자리도 이런 따가운 짚자리가 아니라 부드러운 대자리일 것만 같았다. 석정이 손바닥으로 가만히 짚자리를 쓸어보며 인상을 쓰는 것을 보고, 석하도 한마디 했다.


"그럼 저방엔 이 짚자리 대신 대자리가 깔렸겠군요? 아니면 모시? 비단?"


석하가 서글서글한 눈웃음을 지우고 묻는 말에, 피기문은 얼굴 거죽도 두껍게 능글능글한 웃음으로 응수했다.


"나도 염치가 있는데, 어찌 비단을 깔겠나?"

"..."


석하는 입꼬리를 살짝 비틀어 웃다가 표정이 굳어졌다. 내옥 간수가 팔에 걸친 모시수의를 자신의 무릎맡에 툭 내던진 탓이었다. 간수는 바로 석정에게도 모시수의를 툭 내던졌다. 살면서 이런 취급은 처음이었다. 언제나 하인들이 수의를 곱게 개켜서 두손으로 공손히 바쳤지, 이렇게 무릎맡에 툭툭 내던지진 않았다. 물론 이 정도의 일에 놀라거나 눌리거나 할 그도 아니었지만, 내옥간수가 짜증스런 기색으로 재촉했다.


"뭐하쇼? 언능 안 갈아입고?"

"이따 갈아입..."

"지금 갈아입어야 내가 두번걸음 안하지. 언능 벗으쇼. 다모한테 갖다줘야 하니까."

"..."

"아 언능!"


석정과 석하가 머뭇거릴 틈도 주지 않고, 내옥간수는 득달같이 닥달했다. 아예 눈을 부랴리며 거듭 재촉했다.


"언능! 언능! 벗으래도!"

"두손을 풀어줘야 입지...'"


석정의 푸념에, 내옥간수는 피기문의 눈치를 보았다. 하지만 피기문은 의심이 짙은 눈길로 쳐다볼 뿐이었다.


"자네가 도와주게."


할 수 없이 내옥간수가 석정의 중치막을 벗겼다. 어깻죽지며 겨드랑이며, 등줄기까지 온통 척척하게 달라붙어선지 옷을 벗기는 일이 유난히 힘에 부쳤다. 석정에게로 다가가서 옷고름을 붙잡았다. 그 모습에 석정이 질색을 하고 뒷걸음질을 쳤다. 하지만 그럴수록 신경질이 나서 내옥간수가 더욱 우악스레 석정의 옷고름을 풀어헤쳤다. 저고리며, 적삼까지 드잡이질을 하듯 벗기는 참이었다.


석하는 흘낏 쳐다보고 묶인 두손으로 얼른 중치막이며, 자신의 적삼 앞섶을 풀어헤쳤다. 두손이 묶인 터라, 옷고름을 푸는 것도 평소보다 더디었다. 그런데, 간수가 그새 석정을 모시수의로 갈아입히고서, 중치막과 저고리, 적삼까지 벗겨서 무릎맡에 개켜 놓고, 간수가 묘한 눈길로 석하에게로 다가왔다.


"얼레?"


간수의 눈동자가 사금파리처럼 뾰족하게 번뜩였다. 생각지도 못한 흉터 하나가 앞섶 틈새로 비쳤다. 설마 싶어서 고개를 비끼고 쳐다보니, 상처가 아무리 봐도 칼자국 같았다. 양반을 사칭한 놈이라더니, 웬 칼자국인지. 저고리를 마저 벗겼더니, 시꺼먼 밤강물에 물수제비를 뜨는 듯한 칼자국들이 탄탄한 구릿빛 가슴에 모조리 나타났다.


내옥 간수는 하마터면 나자빠질 뻔 하다가 겨우 벽을 짚었다. 상처가 한둘도 아니고, 무슨 거친 파문처럼 이리 긁히고, 저리 긁히고, 요리 찍히고, 조리 찍히고...무시무시했다. 몸서리를 치며, 보고, 또 보니 더 끔찍했다. 그는 보았냐고 묻고 싶은 눈빛으로 피기문을 쳐다보았다. 피기문 역시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어지는 참이었다.


"흉터가 많구나."


이미 스무해를 넘게 용초도 등지에서 왜인들과 유황 등의 잠상을 해온 피기문이었지만, 갓 스물이나 넘었음직한 어린놈이 온몸에 상처가 저리도 많을 줄은 뜻밖이었다. 어림잡아 서른 군데도 넘는 것 같았다. 정말로 사람 몸에도 수제비를 뜬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흉터들이었다.


"자네..."


석정 역시 놀란 눈동자로 석하를 쳐다보았다. 그전에도 크고 작은 상처들을 보았지만, 석하를 처음 만난 날도 팔이 부러져서 백광현이 재산루에 간 날이었지만, 이렇게나 많은 상처는 본 적이 없었다. 부여에서 함께 두어달 지낼 때도 보지 못한 상처들이었다. 동공이 커진 석정의 눈을 보고, 석하가 쓰게 웃었다.


"일전에 어느 견공한테 촉 없는 화살을 날렸다가, 이리 되었지요."


석하의 말을 석정은 알아들었다. 견공이라니, 누군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피기문은 알아듣질 못했다. 오히려 한층 의심짙은 눈빛으로 석하의 벗은 상체를 내려다 보았다. 체온이 순간순간 식었다 달았다 하는 뱀의 눈동자처럼, 피기문의 눈동자도 차갑게 가라앉았다.


"물어뜯긴 상처로는 안 보이는데?"


석하는 상대방이 언손으로 자신의 어깻죽지를 쓰다듬는 듯한 소름을 느꼈다. 그냥 직감이지만, 뱀의 눈이었다.


"물어뜯겼습니다. 견공이 보낸 개들한테."


석하는 여린 코웃음으로 답하였다. 석정은 새삼스런 눈빛으로 석하의 상처들을 낱낱이 훑어보았다. 칼에 베이고, 찔리고, 그 고생을 하면서 장통교, 수표교 일대가 온통 은빛 윤슬 대신 핏빛 물비늘에 덮이던 순간이 눈앞을 덮었다.


"그래. 끌고 나가게나, 지금 당장."


피기문이 차갑게 웃으며 문쪽을 집게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석하는 의아히 두눈을 깜빡였다.


"무슨..."


마침 석정도 나머지 말을 들으려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참이었다. 하지만 피기문은 석정에겐 곁눈도 주지 않고 석하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쳐다볼 뿐이었다.


"자네가 있을 곳은 이 안이 아니라 저 밖일세."

"..."

"저 외옥 말일세."


상대방이 말귀가 막혔나 싶어서, 피기문은 더욱 뾰족해진 목소리로 덧붙였다. 온기라곤 조금도 없었다. 석하는 물론 석정도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대체 왜..."


여전히 피기문은 석정에겐 곁눈도 주지 않았다. 당장 석하의 상체 여기저기의 상처들이 눈에 거슬린 모양이었다.


"언능 나가지 않고 뭣하는가!"


피기문의 호통에, 석정은 묶인 두손으로 옷가지를 주섬주섬 챙겼다. 이미 석정이 내옥을 나설 채비를 하자 피기문은 턱짓으로 만류했다.


"자넨 여기 있게."

"예?"

"저치만 나가면 되네."


뜻밖의 말에 석정은 미간을 찡그리고 피기문을 쳐다보았다. 왜 자신만 남겨두고 석하는 내보내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어쩐지 불안했다. 석정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석하를 쳐다보았다. 석하 역시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이 석정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어서 끌고 나가라니까."

"예, 어르신."


내옥간수가 석하의 팔꿈치를 꽉 움켜잡고 거칠게 석하를 잡아끌고 나갔다. 석정은 안쓰러운 얼굴로 석하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좀전에 봤던 외옥 광경이 눈앞에 선했다. 고생을 모르고 자란 녀석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생을 감당할 수 있는 녀석도 아니었다. 남산을 제집 마당인 양 뛰어놀던 녀석이, 저 외옥에서 다른 죄수들 틈바구니에서 발도 똑바로 펴지 못하다니.


아니, 당장 석하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석정은 자신과 석하를 떼어놓은 피기문의 의중이 불안했다. 가만히 눈길을 돌려서 피기문을 쳐다보니, 피기문은 그제야 석정에게 시선을 두었다.


"여기 내옥은 어디서 칼질이나 하며 굴러먹던 천류賤流가 있을 곳이 못되거든."

"천류?"


석정은 어이없는 헛웃음이 입가에 맺히는 것을 느꼈다. 표정관리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천류라는 말을 듣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금쪽같은 용안이 뇌리를 덮었다. 김석한지 김서캔지...그런 말을 내뱉던 왕의 표정이 생각났다.


서캐...원래 성을 갖다붙이면 이, 서캐가 되나...이미 왕도 석하의 4대조에 대해 조사를 해본 느낌이었다. 아비가 성주이씨인데, 아들은 청풍김씨의 대를 이었으니, 석하더러 서캐라고 말장난을 친 것이었다.


헌데 왕은 석하가 김석주의 핏줄이라도 되면 어쩌겠냐는 식으로 물었다. 그때도 제자로 삼겠냐고. 성주이씨의 핏줄이라면 김석주와는 성씨조차 달라지는데, 왜 그런 질문을 했던 건지, 또 어쩌다 선대왕의 활깍지가 석하의 목에 걸린 건지...어쩐지 찜찜했다.


"최소한 문벌이 좋거나, 재력이 좋으면, 저렇게 많은 상처를 달고 다닐 리가 없지."


피기문이 단정짓듯 말하고서 가만히 제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한번이라도 더 확인을 할 심산인지, 석정의 가운뎃손가락을 유심히 살폈다. 붓을 많이 잡은 자들은 유난히도 가운뎃손가락 첫째마디가 굳은살이 박혔다. 이작자도 가운뎃손가락 첫째마디가 노르스름하니 굳은살이 박인데다, 저리 칼자국이 수두룩한 무사를 데리고 다니는 것을 보니 최소한 천류는 아니었다. 자신을 도와줄 힘이 있다고 자신하는 모습만 봐도, 재력이든 권력이든, 등에 업은 자가 분명했다.


"설마하니 진짜로 신분이 천류라서 떼어놓은 것은 아닐텐데요?"

"뭐..."

"혹시라도 해코지를 할까 불안해서 떼어놓은 거요?"


석정의 말에, 피기문은 정곡을 찔렸는지, 속눈썹이 움찔했다. 하지만 두눈을 요란스레 깜빡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두눈을 빛내면서 석정에게 한층 호기심을 품고 물끄러미 얼굴을 쳐다보았다.


"워낙 의심이 많으시니, 일단 우리를 떼어놓고 본 것이지. 따로따로 떨어져 있으면 아무 것도 못할테니. 저 모시수의는 옷을 갈아입게 하여 우리 신분을 증명할 물건 뭐라도 털어내보려는 일환이었고."

"뭐...부정은 안하리다."


피기문은 석정이 엉거주춤 챙기던 옷가지 틈새로 삐쳐나온 푸른 돌조각 한귀퉁이를 잡고 잡아당겼다. 좀전에 내옥간수가 이 석만이란 자의 허리춤에서 풀어낸 물건이었다.


"이건..."


자세히 보니 옛사람들이 이삭낟알을 딸 때나 썼다던 반달돌칼이었다. 설마하니 이리 원시적인 돌칼로 사람 목줄을 따거나 할 리는 없고, 허리춤에 차고 다니면서 책실 끊을 때나 썼을 법 하였다.


"주시오."

"나중에 돌려주겠소."

"아니..."


석정은 반달돌칼을 돌려달라고 손을 내밀다가 주춤했다. 어쨌거나 여기는 옥안이었다. 비록 피기문이나 팔자 좋게 제집 안방 누비듯이 돌아다니면서, 손가락 하나로 간수들을 부리고 하지만, 그래도 여기는 감옥이었다. 뾰족한 물건을 자신이 멋대로 지참할 수는 없었다.


"간수한테 주시지요."

"아, 뭐, 그러리다."


피기문은 석정의 반달돌칼을 만지작거리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요상했다. 귀한 옥붙이나 금붙이도 아닌데, 괜히 범상치 않은 물건 같았다. 평범한 서생이 이런 물건을 소지할 리가 없었다. 확실히 눈앞의 선비가 여느 선비는 아닌 것만 같았다.


피기문은 반달돌칼을 가만히 그러쥐고 감방을 나섰다. 어느덧 비바람이 눅지고, 흐리터분한 햇살이 눈꺼풀을 덮었다. 피기문은 오른손으로 두눈을 가리며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햇살이 강렬한 것도 아닌데도 눈이 부실 만큼, 바깥 출입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차라리 비바람이 쏟아지는 저 창살로 햇살도 함께 쏟아지는 외옥이 나으려나 싶었다.


물론, 그저 잠깐의 배 부른 투정이었다. 정말로 외옥에서 지낼 생각은 눈곱 만치도 없었다. 워낙 꿉꿉하다 보니 꺼뭇한 곰팡이가 천정 아래에 피는 저 안에서 낮잠이라도 잤다가는 목에 싯누런 가래가 낄 것만 같았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자신은 이미 고생을 사서 하기엔 늦은 나이였다. 저 안 애송이라면 모를까...


마침 외옥 간수가 다른 외옥 죄수들과 마찬가지로 저 애송이의 발목에도 사슬을 채우다가 자신의 눈이 마주치는 참이었다. 피기문은 턱짓으로 구석의 고랑틀을 가리켰다.


"예?"


외옥 간수가 고랑틀을 쳐다보곤 망설이는 표정이 되다간 결국 냅다 집어들었다. 그리고 두짝의 고랑틀을 벌려서 구멍에 석하의 두 발목을 가두고 자물쇠로 잠갔다. 그제야 피기문은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저 애송이를 두고 천류라고 무시했을 당시 서른 중턱의 사내가 헛웃음을 짓던 것이 떠올랐다. 어쩐지 뇌리에 걸리는 비웃음이었다. 이상했다. 정말로 저렇게 숱한 흉터를 지닌 녀석이 천류가 아닐 리는 없었다. 기껏해야 수원백씨 같은 무가 정도나 될까. 그 이상 태생이 귀할 수는 없었다. 피기문은 애써 의혹을 떨치고 걸음을 떼었다.


"아주 팔자가 늘어지셨어."


피기문이 자신의 감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외옥 간수가 한숨을 쉬었다. 석하는 미심쩍은 눈빛으로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 눈길이 담벼락 한구석으로 향했다. 담벼락너머로 초립이 얼핏 비치는 참이었다. 이상했다. 석하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서쪽 담벼락쪽을 가만히 주시했다. 초립 쓴 장정 두명이 내옥 쪽을 염탐하며 자기들끼리 두런거리는데, 조선말씨가 아니었다. 왜놈들의 말씨가 분명했다.


뭐라는 거지?


작가의말

김석하의 모델인 김석문의 조부 김경은 실제로 인조의 잠저시절 친구였습니다. 이기안 등 생원들이 김경과 어울리다 인조의 험담을 한 죄로 민희안이란 자가 밀고를 하였는데, 이기안 등이 끌려가서 역모죄로 고문을 당하고, 이기안은 바로 목숨을 잃었는데도, 김경은 끌려가지 않고, 계속 요직 및 관직을 맡았습니다. 인조 사후 현종 때도 실제로 대신들이 김경金坰은 인조의 잠저시절 친구라며, 자식이 없으니 특별히 신경써 달라고 현종에게 청하였고, 이어 오정위와 김좌명(김석주의 부친)의 청으로 통정대부에 가자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김석하에겐 출비를 넣고 싶지 않았는데...뭔 족보가 이렇게 꼬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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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의 그림자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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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해의 그림자 223 +2 14.12.27 1,382 26 43쪽
223 해의 그림자 222 +4 14.12.22 1,889 27 43쪽
222 해의 그림자 221 +1 14.12.16 1,441 23 43쪽
221 해의 그림자 220 +2 14.12.10 1,492 28 43쪽
» 해의 그림자 219 +1 14.12.05 1,625 21 43쪽
219 해의 그림자 218 +3 14.11.30 1,350 29 41쪽
218 해의 그림자 217 +1 14.11.25 1,619 23 43쪽
217 해의 그림자 216 +2 14.11.20 1,573 28 43쪽
216 해의 그림자 215 +3 14.11.14 1,714 30 43쪽
215 해의 그림자 214 +3 14.11.10 2,370 30 35쪽
214 해의 그림자 213 +3 14.11.06 1,318 27 42쪽
213 해의 그림자 212 +3 14.11.02 1,612 29 43쪽
212 해의 그림자 211 +3 14.10.26 1,827 33 44쪽
211 해의 그림자 210 +3 14.10.20 1,629 26 42쪽
210 해의 그림자 209 +4 14.10.13 1,954 30 44쪽
209 해의 그림자 208 +3 14.10.07 1,492 28 43쪽
208 해의 그림자 207 +3 14.10.02 1,313 22 43쪽
207 해의 그림자 206 +4 14.09.25 2,690 34 43쪽
206 해의 그림자 205 +4 14.09.19 1,624 26 43쪽
205 해의 그림자 204 +3 14.09.12 1,709 26 40쪽
204 해의 그림자 203 +6 14.09.05 1,496 30 39쪽
203 해의 그림자 202 +7 14.08.30 1,732 31 41쪽
202 해의 그림자 201 +4 14.08.21 1,843 42 41쪽
201 해의 그림자 200 +5 14.08.14 1,381 30 42쪽
200 해의 그림자 199 +4 14.08.07 2,036 34 42쪽
199 해의 그림자 198 +5 14.07.31 1,853 41 43쪽
198 해의 그림자 197 +3 14.07.21 1,785 41 41쪽
197 해의 그림자 196 +7 14.07.15 1,845 34 42쪽
196 해의 그림자 195 +3 14.07.11 2,017 32 41쪽
195 해의 그림자 194 +3 14.07.06 1,941 34 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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