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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파 님의 서재입니다.

해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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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파
작품등록일 :
2012.11.19 13:33
최근연재일 :
2017.12.22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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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15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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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42쪽

해의 그림자 196

DUMMY

마침내 송시열 일행은 황강촌을 떠나려고 월악나루로 왔다. 거제에서 청풍까지 오면서 들르는 고을마다 제법 연향과 공물을 받은 덕에, 그들의 노비들은 행상처럼 괴나리 봇짐을 지고도, 마저 들지 못하고 낑낑거리면서 나룻배에 짐을 실었다.


"아유, 이러다 내 배 가라앉게 생겼네."


어린 사공이 투덜거렸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한꺼번에 다 실으려면 나룻배 한척으로도 모자랐다. 정말로 이러다 배가 침몰하게 생겼다. 불과 닷새 전까지만 해도 여기 청풍나루는 오가는 이들이 없어서 배 한척이면 충분했다. 아니, 충분했다고 들었다. 자신도 닷새 전까지 여기서 이러진 않았으니까.


"노비와 짐은 나중에 태우고, 사람 먼저 건너게 하지."


이상의 말에 앳띤 사공은 미간을 실룩였다. 노비는 사람이 아닌가? 양반이란 놈들은 이래서 문제였다. 노비와 사람이란 개념을 매번 콩인양 팥인 양 나누었다. 분급分給(재산분배)을 할 때도 분재기分財記(재산상속 및 분배의 문서)에 전답과 노비는 몇평인지, 몇명인지 적어놓는 법이었다. 그렇다곤 해도 마치 뾰족한 바늘끝이 고막을 긁는 것처럼 소름끼치는 발언이었다. 노비와 짐은 나중에 태우고, 사람 먼저 건너게 한다는 것은.


"치워라."


사공이 미처 대꾸하기도 전에, 이상이 노비들에게 손짓했다. 노비들은 각자 내려놓은 짐들을 도로 등에 지고, 머리에 이고, 손에 들었다. 그런데 치우다 보니, 하필이면 나룻배 앞머리에 아무렇게나 방치한 붓통이며 그림통까지 치우는 참이었다.


"어어, 이건 내 건데."


사공이 황망히 손을 뻗어 붓통과 그림통을 챙겼다. 권상하는 그 모습을 보고도 아무 생각 없었지만, 마침 배에 올라타던 송시열은 어쩐지 낯익은 느낌에 미간을 찡그렸다.


어디서 봤더라.


참 요상하게도, 어릴 적엔 시간이 마냥 더디게 기어가던 것이, 늙어서는 그냥 빠르게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선지 1년이 한달 같고, 한달이 하루 같았다. 거꾸로 하루 전이 한달 전 같고, 한달 전이 1년 전 같았다. 언제 저 물건들을 보았는 지도 기억이 그저 아득했다.


"자네, 여기 뱃사공이 아닌데? 고씨는 어디 가고..."

"5촌 조카인데예. 지가 며칠만 대신하기로 했는데예."


권상하는 사공의 손이 아닌 얼굴에 주목했다. 뱃사공 치고는 유난히도 손과 얼굴이 멀건 놈이라 어쩐지 신경이 쓰였다. 게다가 방금 자기 물건이라 챙긴 것은 얼핏 보기에도 붓통과 그림통 같았다.


"아, 그럼 사공이 아니라 화공인가?"

"때려쳤시다..."


더는 숨길 수도, 속일 수도 없다는 것을 느꼈는지, 사공은 시큰둥히 대꾸했다. 그제야 송시열의 얼굴이 대번에 굳어졌다. 이제 보니 거제에서 자신이 시키는대로 제자들의 용모파기를 대신 그려준 놈일 지도 몰랐다. 워낙 버릇이 들어서 평소에 사람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는데다, 아끼는 제자들도 아니고 고작 천한 화공인 터라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더니, 눈코입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어떻게 붙어먹었는지 기억이 전연 나질 않았다. 하지만 저리 고운 손을 보니 심증이 굳어졌다. 이놈은 단순한 화공이 아니라 김석주 그 돼지놈의 첩자였다. 그것도 김석주 그놈이 자신을 감시하려고 뱃사공을 위장해서 잠입시켜 놓은 것이 분명했다.


이놈이 누굴 바보로 아나.


아무리 송시열 자신이 칠순을 훌쩍 넘기고 노쇠하여 흐리터분한 날씨 만큼이나 흐리멍덩한 기억력의 소유자가 되었다 해도, 그래도 명색이 조선에서 감히 들여다 볼 자가 없을 만큼 깊은 학식의 소유자였다. 썩어도 준치요, 늙어도 송시열인 것을. 스치듯이 만나긴 했어도 고작 1년 전인 것을, 자신의 눈앞에서 버젓이 얼굴을 내어놓고 배를 모는 이 맹랑한 놈을 당장이라도 잡아 족치고 싶은 충동이 끓어올랐다.


그런데, 오장육부에서 열불이 솟구쳤어도 당장 제자들 앞에서 내색을 할 수도 없었다. 자신의 입으로, 당시 제자 이유정의 용모파기를 불러주었으니, 이 사실이 알려지면 자신은 제자를 팔아넘긴 스승이란 사실이 세상에 알려져서 큰 타격을 입을 터였다. 어쩌면 그 사실을 알고 이 어린놈이 일부러 더 맨얼굴을 내어놓고 자신을 도발하는 것일 지도 몰랐다. 그러니 아무리 화가 들끓어도 꾹 참아야만 했다.


그렇게 송시열이 다혈질인 성미를 억누르고 애써 참고 또 참느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 변화무쌍한 와중에, 등뒤에서 하필이면 사공을 의심하는 듯한 권상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만, 아주 처음 보는 얼굴도 아닌데..."

"5촌 조카래도요."


치도 이놈은 또 어디서 이 애송이를 봤다는 건지. 송시열은 짜증이 솟구쳤다. 목울대에서 자신도 모르게 가래 끓는 소리가 났다. 5촌조카라고 냉큼 답하는 애송이의 목소리에 그나마 흥분을 삭힐 뿐이었다. 정말로 5촌조카인가? 그렇게 믿고 싶었다. 아니, 차라리 그냥 김석주의 밀정인 것이 나을 지도 몰랐다. 이 어린놈이 어디부터 어디까지 얼마나 아는 지는 몰라도, 얌전히 입을 다물어주려면, 차라리 김석주의 밀정인 편이 좋았다.


"고씨한테 5촌 조카가 있었나?"

"없다고 하고 다녔겠죠. 저 먹여살리기 싫어서요. 여기 부사께선 아주 상벌이 확실하신 분이라면서요?"


권상하가 계속해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자, 승윤은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며 짜증섞인 말투로 대꾸했다. 오랜만에 대답을 길게 한 느낌이라 더 피곤했다. 똑똑한 인간들은 왜들 이리 집요한 건지. 물론 집요하기로는 최석정 만한 인간을 본 적이 없었다. 최석정이야 지나가는 말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면서, 자신만큼 집요한 사람이 둘, 자신보다 집요한 인간이 한분 있다고 말한 적이 있으니, 누군지 몰라도 그자들만 피하면 좀 살 것 같았다.


"하긴, 그런가."


다행히도 권상하는 더는 캐어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 눈은 이미 사공의 정체를 짐작한 듯이 은밀하게 반짝였다. 1년 전 최석정의 행보는 안개 속에 가려져 있었다. 최석정이 김수항과 송시열을 비호하고, 왕을 비난한 죄로 문외출송되어 진천 두타산 어드메에서 우거寓居한 사실을 아는 사람도 드물었다. 갑자기 태극을 논하자며 최석정이 진천 두타산에서 청풍 황강촌으로, 웬 어린놈 둘을 데리고 찾아왔다가, 뭐가 그리 바쁘다고 딱 하룻밤만 묵어간 일 외에는 행적이 묘연했다. 그 무렵, 진천이 불바다가 되었던가?


당시 어린놈 한놈은 함께 태극을 논했지만, 또 한놈은 마치 감시하듯 사랑채 밖에서 지키고 섰었다. 그때 바깥에 있던 그놈이 분명했다.


그 친구가 감시를 붙였나? 아니면 그 친구를 감시하던 누군가가 또 감시를 붙였나? 계속 생각하다 보니 머릿골만 아팠다. 권상하는 입을 꾹 다물고 애써 코로 깊게 심호흡을 했다. 어느 틈에 나머지 제자들도 나룻배에 올라타면서, 사공이 배를 출발시킨 탓이었다. 도대체 뭐하는 놈인지, 그 정체가 수상한 놈이었다. 하지만 백여호戶가 불타없어질 정도의 흉흉한 화염 속에서도 최석정이 목숨을 건진 것을 보면, 그렇게 위험한 놈들은 아닐 지도 몰랐다. 정말로 뱃사공의 조카뻘 쯤 되어 며칠만 대신 배를 모는 것일 지도 몰랐다.


"스승님, 아까 물어보신 중궁전하의 회임 건...여시 그 친구한테 한번 알아볼까요?"


한수재의 누마루에서 스승이 던진 물음이 신경이 못내 쓰였는지 권상하가 신중하게 여쭈었다. 어쩐지 최석정에게 물어보라는 무언의 압박처럼 느껴져서 잠자코 있을 수가 없었다.


"꺽정이가 전하의 흉중은 읽어도 중궁전하의 복중을 무슨 수로 읽겠나. 막례나 태자방 같이 뱃속 아들도 딸로 바꿀 만큼 용한 무당도 아니고."


송시열은 기운 없이 손사래를 치며 대꾸하곤 뱃머리의 사공을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이놈은 김석주의 수족이었다. 확실히 그 시꺼먼 놈은 발이 넓었다. 벌써 황강촌에까지 은밀하게 수족을 붙여서 이쪽 동정을 염탐하게 하였으니.


반간계反間計라는 것이 있지...


송시열은 입꼬리를 비틀었다. 적의 첩자를 거꾸로 이용하라...어차피 자신은 진심으로 중궁을 걱정한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중궁을 끝까지 지킬 요량이었으면, 민정중의 조카들을 부르지도 않았다. 바야흐로 시름시름 시들어가는 화병의 꽃을 갈 때였다.


"다 왔습니다."


배가 월악나루에서 황강나루로 건너오자 승윤이 배를 정박시키면서 건넨 말이었다. 권상하는 승윤을 곁눈질로 흘낏 쳐다보곤 스승을 따라 배에서 내렸다. 스승이 회덕으로 돌아가니, 뒤따를 요량이었다. 황강촌에서 스승을 부양하며 느꼈는데, 어쩐 일인지 윤증이 코빼기도 보이질 않았다. 윤증이 있는 니산에서 월악산까지는 고작 2백여리 뿐이니, 오려고 마음만 먹었으면 두나절을 말을 달려서라도 얼마든지 찾아올 수 있는 일인데도.


"허면 잘 지내거라. 어디 아프지 말고."


스승의 손끝이 권상하의 어깨에 찹찹하게 닿았다. 월악나루에서 청풍나루로 건너왔으니 이만 나룻배에서 내리려는 것이었다. 권상하는 흠칫 소스라치듯 고개를 들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회덕 화양계곡은 스승의 기반이니 별 일이야 없겠지만, 그래도 어쩐지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


"끝까지 모시겠습니다."


권상하는 자신도 모르게 스승을 따라 배에서 한걸음 두걸음 내려섰다. 이상은 미간을 약간 좁히고 권상하를 돌아보았다. 이놈은 조선의 송시열과 나란히 양대산맥이자 양송兩宋이라 불리던던 송준길의 고제자이기도 했다. 동춘공東春公(송준길)의 임종까지 지킨 놈이었다. 자신은 동춘공의 손자를 사위로 맞아 사돈간이 되긴 했어도, 그 임종을 지키진 못했다. 말년에 동춘공은 연못의 부들처럼 뿌리도 잊고 물위에 떠선 바람이 부는대로 잎을 살랑거렸다. 장인이 남인이니 팔도 굽어지는 건지, 윤선도를 두둔하질 않나, 나중엔 스승을 따라 기년설을 주장한 것까지 후회하며 3년설이 옳다고 하여 스승과 반목한 일도 있었다. 그런 송준길의 임종을 지키고도, 이번에는 스승의 곁에 찰싹 붙어서 한시도 떨어지려 하질 않는 본새라니. 이러다 스승의 임종까지 지킬 기세였다.


"뭐하러 따라나서. 그동안 신세진 것만 해도 어딘데."


송시열은 말꼬리를 늘어뜨리며 시큰둥히 대꾸했다. 손사래조차도 그저 손을 툭 터는 듯한 태도였다. 하지만 이상은 스승이 속으로는 몹시 기꺼워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스승은 몹시 자기 감정에 충실하면서도 모순적인 사람이니 만큼. 가란다고 정말 가라는 얘기가 아니며, 필요 없다고 정말 필요 없다는 얘기도 아니었다. 웃으면서 말하든, 성내면서 말하든, 스승의 겉과 속은 마치 희누런 타락죽 같았다. 뜨끈뜨끈할 땐 모르지만, 조금이라도 식으면 그 표면에 생선껍질처럼 하얗게 들떠서 씹히는 것이, 식어봐야 비로소 그 진심을 알 수 있었다.


그 본성을 아는 지 모르는 지, 권상하는 끝까지 송시열을 따라나서 청풍에서 회덕까지 동행했다. 겉으로는 권상하가 따라나설 필요가 없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막상 권상하가 뒤따르자, 송시열은 마냥 흡족했다. 내심 이 자리에 없는 윤증과 비교까지 되었다.


잡놈!


어찌 된 일인지, 근 2년동안 윤증 그놈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괘씸했다. 그 시건방진 놈은 간혹 자신에게 오만불손한 태도를 보일 때가 있었다. 자신이 큰스승 김장생과 작은스승 김집 부자를 대를 이어 스승으로 모셨듯이, 그놈도 작은스승 김집과 자신을 차례로 스승으로 모셨다. 그러다 보니 송시열 자신에게 작은스승인 김집은 윤증 그 잡것에게도 큰스승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나머지 오현이라는 이들이 하나같이 윤증을 인정했다. 그러다 보니 가끔씩 맞먹으러 들더니만, 부여현령이 내놓은 복어찜을 먹을 때도 감히 자신에게 충고랍시고 '음식지인飮食之人' 운운하며 복어를 보고 반색하는 자신을 꼬집는 발언까지 해대었다.


飮食之人

음식을 밝히는 사람을

則人賤之矣

사람들이 천하다 여기는 것은

為其養小以失大也

작은것을 탐하다 큰것을 잃기 때문이니라.


아무리 생각해도 괘씸했다. 송시열은 윤증이 가끔 자신을 보며 사금파리 같은 눈빛을 띠는 것이 싫었다. 이놈이 자신을 포함하여 김집, 송준길, 권시, 이유태...오현五賢이라 불리는 이들 모두에게 각별한 기대를 받다 보니, 알게 모르게 스승 알기를 우습게 아는 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었다. 굳이 말은 않지만 자신을 속좁은 노인네라 여기는 빛이 윤증의 두눈에 언뜻언뜻 스쳐가곤 하였으니.


스승이 복어를 좋아하면 권상하처럼 고분고분 복어찜을 대령하면 될 일을, 윤증은 오히려 식탐은 천한 짓이라느니, 복어는 독이 있어 위험하다느니, 스승을 가르치려고 들었다. 그 가슴 깊은 곳에 스승을 하늘이 아니라 땅으로 여기는 심리가 숨어있는 것이 분명했다. 오죽하면 스승이 귀양을 간 뒤로는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겠는가 싶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소인배들의 습성 그대로였다. 이번에도 미리 화양계당에 와서 기다리지 않는다면, 결코 가만두지 않겠다고, 송시열은 벼르고 또 별렀다.


송시열의 귀환은 왕의 능행 만큼이나 성대했다. 조선팔도 방방곡곡에 흩어진 제자 수천명의 그림자들이 송시열의 한걸음한걸음을 따라 기나긴 꼬리가 되었다. 황강에서 화양계곡까지 고작 2백리인데도, 유배갈 때 하루에 7, 80리는 꼬박 걸어가야 했던 것을 감안하면 걸어서도 이틀 남짓이면 얼마든지 닿을 거리를, 지금 송시열은 이틀 동안 70리도 제대로 걷지 못했다.


이제는 아무 상관이 없었으니.


그는 더이상 죄인이 아니었다. 걸어서든, 말을 타든, 어떻게든, 하루에 꼬박 80리를 이동해야 할 의무도 없었다. 물론 죄인일 때도 워낙 여러 고을에서 편의를 봐준 덕에 하루 걸릴 거리를 이틀 걸리고, 이틀 걸릴 거리를 사흘 걸린 적도 있었지만, 언제 어디서 남인들이 고변할까 신경쓰여 꽁지에 불붙듯이 허겁지겁 달려간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정말로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는 자유의 몸이었다. 청풍에서 회덕까지 오는 동안, 여기저기에서 고을 수령과 유지들이 향응을 제공하며 곡식이나 면포는 물론, 부채 같은 물품까지 바리바리 싸준 덕에 걸음이 더 지체된 탓도 있었다. 그래서 속리산俗離山 화양구곡으로 돌아오는 데 무려 이레나 걸렸다.


그리고 꿈엔들 잊지 못한 화양구곡의 절경이 송시열을 맞이했다. 살아생전 두번 다시 보지 못할까 한때는 그리움이 간절했던 이곳이었다. 물안개가 자욱하게 낀 운영담雲影潭엔 구름의 그림자인지, 안개의 그늘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흰빛의 물비늘이 가득했다. 송시열은 그리운 마음에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습습한 바람결에 물내음과 함께 묻어 코끝을 간질이는 황양목 냄새는 너무도 정겨웠다. 마치 형형색색의 기암을 절묘하게 쌓아올려 병풍처럼 둘러친 듯한 경천벽擎天壁도 바위들 틈새로 음률을 흘러보내는 듯 하였다. 이곳에 자신의 화양계당華陽溪堂이 있었다.


"스승님, 어서 안으로..."

"아니다. 좀더 보자꾸나."


송시열은 욱일승천하는 듯한 바위절벽을 지나서 또 엎드려 절하는 듯한 너럭바위에 걸음을 내디뎠다. 죽은 효종을 기리며 자신이 엎드려 울었던 읍궁암泣弓巖이었다.


"전하! 천신 송시열이 돌아왔습니다 전하!"


자신이 지은 이름 그대로 화도 복도 돌고 돌아, 이렇게 원래대로 돌아왔다. 송시열은 눈물이 핑 도는지, 눈시울을 붉히더니 얼굴을 온통 실룩이며 그대로 읍궁암에 엎드려 흐느꼈다. 뒤따르는 제자들이 보기에도 너무도 처연하고 숙연한 광경이었다. 송시열은 죽은 효종에게 거행하듯 한번, 두번, 세번, 네번...그렇게 사배례를 올리고선 목을 놓아 울었다. 스승의 울음이 잦아들 때까지, 제자들도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스승이 숨이 거칠어질 만큼 서럽게 우는 소리를 들으니, 자신들도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통곡을 하느라 거칠어진 숨을 잠시 고르고서 송시열은 다시 한발한발 계속해서 내딛었다. 웅장한 바위들 틈새로, 금빛 모래를 머금고서 곧고 길게, 힘차게 뻗은 물줄기, 금사담金沙潭을 내려다보며 걷고 또 걷다 보니, 이 굳센 물줄기를 굽어보는 암서재巖棲齋가 눈에 들어왔다. 그 맞은편에 자신이 방금 지나온 화양계당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 송시열 자신의 족히 수십은 넘어보이는 자제들과 제자들이 마중나와 있었다.


"스승님!"


송시열은 마중나온 제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평소 자신의 뜻을 받들어 사냥개 노릇도 불사했던 한성우도, 평소 자신이 귀하디 귀하게 대우했던 김수항의 아들 김창협도 눈에 들어왔다. 감격에 겨운 제자들의 얼굴을 살피던 송시열은 도로 한성우를 보고 물었다.


"자인子仁(윤증의 자字)이는?"


뒤따르던 이상과 권상하의 얼굴이 굳어졌다. 역시나 스승은 돌아오자마자 윤증부터 찾는가 보다고, 둘 다 조금은 쓰린 가슴으로, 아린 머리로 생각했다. 자신들은 어떻게든 스승이 머리를 어루만져주는 것이 좋아서, 머리 위로 내민 스승의 팔이 짧다 싶을 때는 고개를 한껏 내밀고, 까치발을 힘껏 돋워서 스승의 손끝에 자신들이 닿고야 말았다. 그런데 윤증 이놈은 워낙 모든 유현들에게 인정을 받아선지 스승의 존귀함을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어떻게 스승이 왕의 눈밖에 나서 험난한 유배길을 떠나자마자 이렇게 나 몰라라 스승을 등질 수가 있는 건지.


"오...는 길입니다. 좀 늦어지긴 해도, 오긴 올 겁니다."


한성우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윤증이 그간 스승을 외면한 일을 그도 내심 못마땅해 하는 참이었다. 시묘살이를 치른 지가 언젠데, 덕원부로 한번 머리카락 삐죽 내비친 게 전부였다. 그 뒤로는 스승이 장기나 거제로 귀양을 다니는데도 한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스승이 그리 말했다. 물론 다소 심술궂은 구석이 있는 스승이니, 한번도 찾아오질 않았다고 이 제자 저 제자 붙들고 하소연을 한 것도, 정말로 윤증이 한번도 찾아오질 않아서가 아니라, 여러번 찾아왔는데도 스승의 성에 차질 않아서, 한번도 찾아오질 않았다고 푸념하는 것일 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스승의 기분을 헤아려 대답하는 것이 먼저였다. 어디까지나 윤증을 위한 거짓말이 아니라, 스승을 위한 거짓말이었다.


"오는 길?"


송시열은 미간을 와락 찌푸렸다. 스승이 귀양에서 풀려나서 환향하는 길인데도, 모든 제자들이 도성에서든 섬에서든 만사 제쳐 두고 달려오는 마당에, 고제자란 놈이 홀로 미루적거리며 홀로 늑장을 부리다니. 제자가 윤증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송시열 자신을 위해서라면 간도, 쓸개도 내어놓겠다는 놈들이 수두룩했다. 아쉬울 것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섭섭했다. 머릿속으로는 윤증 이놈이 자신의 품에서 벗어나니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막상 윤증이 끝내 등돌렸다 생각하니 괜히 입맛이 껄쩍지근하다 못해 코끝이 알짝지근했다.


"어? 저기..."


그저 스승의 기분을 생각해서 빈말로 둘러댔을 뿐인데, 정말로 윤증이 왔다. 그 조카 되는 박태보, 그리고 웬 아이와 함께였다. 한성우는 떠름한 입맛을 다셨다. 헌데 윤증과 함께 이쪽으로 걸어오는 아이는 또 누구란 말인지. 그새 제자를 또 두었나. 송시열의 명성을 좇아서 문하가 되겠다고 찾아오는 제자들이 열이면 열, 으레 윤증부터 손꼽았다. 그러니 윤증, 박태보와 함께 걸어오는 열서너살짜리 아이를 보는 기분도 썩 좋진 않았다. 그 와중에도 권상하는 뭐가 그리 반가운 지, 속도 없이 윤증에게로 달려가서 두손을 부여잡는 참이었다. 몇년 전엔 윤증과 함께 백강 일대를 유람도 했다더니, 꼴에 반갑긴 반가운 모양이었다. 헌데, 아이는 그런 권상하의 어깨너머로 이쪽을 보았다.


"할...아니 외조부님!"


윤증, 그리고 박태보와 살갑게 나란히 걸어오던 아이가 맞은편의 송시열을 발견하더니, 웃는 둥 마는 둥 얼굴이 어색하게 일그러졌다. 그리고 마지 못해 허리숙여 꾸벅 인사했다. 어딘지 스승과 분위기가 비슷한 아이를 멀뚱히 쳐다보던 제자들은 아이 입에서 나온 '외조부'란 호칭을 듣고서야 비로소 아이가 누군지 눈치챘다. 뒤늦게 알아본 건 송시열도 마찬가지였다.


"이진아? 네가 왜 자인이랑 같이 오느냐?"


무려 5, 6년만에 보는 외손자였다. 반가움에 입이 함박 벌어져도 좋을 판에, 송시열은 어쩐지 웃음이 나오질 않았다. 게다가 아이는 자신을 보고도 어딘지 맹수를 경계하는 토끼처럼 솜털을 온통 곤두세우는 참이었다.


"고모부께 주역을 배우는 참인데요?"


열세살, 주역을 배우기엔 다소 이른 나이였다. 하지만 최석정은 열두살 나이에 주역에 나오는 온갖 도해며 마방진을 그리고, 만들고 하였으니, 외손주가 윤증에게 주역을 배우는 것도 허무맹랑한 얘긴 아니었다.


"스승님이 제일 아끼신다는 그 외손주 말입니까?"

"정말 닮았군요. 이러니 더 눈에 밟히셨던 거지요."

"저 어린 게 주역이라니...역시..."

"달리 스승님의 외손자가 아니로군요."


그래도 제자들은 놀란 눈빛으로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스승의 외손주였다. 벌써 주역을 배우다니. 그런데 윤증이 송시열의 외손주까지 제자로 삼은 셈이니 제자들로선 제법 속이 쓰렸다. 아직 정식으로 사승관계를 맺은 건 아니지만, 맺은 거나 다름이 없었다.


"오랜만입니다, 스승님. 몸은 평안하신지요?"


윤증은 송시열을 보고 복잡한 눈빛이 되었지만, 애써 어두운 그늘을 감추고 송시열에게 공손히 허리를 숙여보였다. 송시열은 어쩐지 껄끄러운 눈빛으로 윤증의 등줄기를 내려다보았다. 자신을 찾지 않는 대신 외손주를 끼고 가르쳤다?


"네가 우리 이진을 끼고 가르쳤다고?"

"예, 형님이 석달 전쯤 이 아이를 저한테 맡겼습니다."


스승이 선친을 모욕하는 묘갈문을 써준 이래 가슴 속에 한줄기 균열이 생긴 윤증으로서는 그저 스승의 외손주이자 자신에겐 처조카인 권이진을 성심성의껏 가르치는 것이 그나마 자신이 도리를 다할 수 있는 길이었다.


"호오...그래, 가르칠 맛은 나더냐?"

"예, 어찌나 총명한 지 피는 못속인다는 것이 이 아이를 보고 하는 말 같습니다."

"..."


송시열은 눈두덩을 슬쩍 꿈틀거리며 외손주를 쳐다보았다. 스승과 제자란 학문이나 학풍만 이어주고 이어받는 것이 아니었다. 이 아이가 아무리 자신을 쏙 빼닮았어도, 결국은 더러운 남인의 씨였다. 이미 이 아이의 친조부 권시는 8년 전에 죽고 없지만 친부는 남아 있었다. 그들의 영향을 받았으니 이 아이도 남인일 터였다. 그나마 고제자 윤증이 서인이니 이 아이를 데리고 뭐라도 좀 가르쳤을까. 송시열은 자애로운 웃음으로 외손주 이진의 머리를 연신 쓰다듬으며 물었다.


"그래, 주역을 배운다? 네가 주역을 아느냐? 요즘엔 뭘 배우느냐?"

"요거요."


권이진은 그 자리에서 주저없이 흑혜 뒤축에 힘을 주어 작대기를 그어보였다. 한개의 온전한 양효陽爻(ㅡ)가 다섯개의 음효陰爻(--)에 떠밀려서 그대로 추락할 기세였다. 그리하여 무너지고 부서진다는 의미로 깨어질박剝자를 써서 박괘였다. 시선을 외손주의 발뒤축 아래로 떨군 송시열의 움푹하면서도 불룩한 눈두덩이 꿈틀거렸다.


"박괘?剝卦"

"석과불식碩果不食이리니 군자君子는 득여得輿하고 소인小人은 剝廬박여하리라."


이제 열세살인 이진이 낭랑하게 읊은 박괘의 상구上九에, 송시열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생각지도 못한 글귀였다.


씨과일은 차마 먹지 않는 법이니,

군자는 견여肩輿(큰 상여로 좁은 길을 지날 때 쓰는 작은 상여)를 얻지만,

소인은 여막廬幕(무덤가에 지은 움막)을 깨리라.


하필이면 외존자가 언급한 박괘의 구절은 송시열 자신을 비롯한 서인들이 남인들을 한놈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씨를 말리려는 상황과 똑같았다. 결국 남인의 핏줄인 이 아이는, 서인들의 수뇌인 자신에게 주역의 박괘 상구를 인용하여 넌지시 비꼰 것이었다. 남인들을 멸하려 들다가는 서인들도 여막마저 잃게 되는 법이니, 손끝에 인정을 두라는 뜻으로.


"다 삼키지 말고, 맥은 잇게 하라? 누가 남인 아니랄까봐..."


외손주를 보는 송시열의 눈빛이 한순간 서늘하게 식었다. 열세살이면 뭘 안다고도, 뭘 모른다고도 할 수 있는 나이였다. 하지만 이 요악한 놈은 절대로 뭘 모르고 석과불식을 인용한 것이 아닐 터였다.


윤증을 돌아보는 눈길은 더욱 싸늘했다. 외손주놈을 가르친 윤증 이놈도 문제였다. 이왕 가르치는 김에 남인은 흑이고, 서인은 백이란 사실을 똑바로 가르칠 것이지, 감히 자신의 눈앞에서 석과불식에 빗대어 자신을 가르치러 들게 만들다니. 이게 다 윤증 이놈이 잘못 가르친 탓이었다. 누가 윤휴까지 끌어안으려 들었던 윤선거 그놈 자식 아니랄까봐. 누가 부전자전 아니랄까봐. 헌데 분노로 눈동자가 날카로워질 수록 오히려 눈꼬리는 부드러워졌다.


"아이구 이쁜 내 새끼...오랜만에 이 할애비랑 자자꾸나. 이 할애비는 네놈이 없으면 잠을 못 자는데 모처럼 푹 자게 생겼구나."


송시열은 마치 목을 조르듯이 외손주의 목을 한팔로 한껏 휘감았다. 숨이 막히는 지 이진이가 켁켁거리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진이놈을 윤증에게서 떼어놓을 심산이었다. 그래도 자신의 피가 섞인 녀석인데, 제 아비나 스승에게 잘못 물이 들게 놔둬선 안되었다. 귀양 가기 전에 자신이 데리고 자면서 서인의 학풍을 가르치던 그때로 되돌려야 했다.


"할아버님! 저희들은 안 보이십니까? 할아버님 뵈려고 도성에서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너무하세요!"


갑자기 등뒤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음성에, 송시열은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 친손주인 송순석, 송준석 형제가 살짝 토라진 얼굴로 자신을 보는 참이었다. 수락산 호원동에서 박세채 밑에 있어야 할 순석이놈이 여기 와 있었다. 믿기지가 않았다. 송시열은 이진이 놈의 목을 껴안았던 팔을 풀고 자신도 모르게 함박웃음을 지으며 송순석을 얼싸안았다.


"어이구! 내 진짜손주 왔구나!"


그럼 뭐 난 가짜손준가. 어린 이진은 미간을 실룩이며 입술도 비죽였다. 송시열이 송순석 형제의 등을 토닥이며 화양계당을 향해 걸어가버리자, 한순간에 버려진 권이진의 표정은 어쩐지 서러웠다.


늘 이런 식이었다. 외조부는 제자들한테 자신을 제일 아끼는 손주라고 말했다지만, 순 거짓말이었다. 착각이든지, 가식이든지. 어느 쪽이든간에, 외조부는 자신을 아끼는 것이 아니었다. 이진은 외조부가 자신을 진심으로든 진정으로든 생각한다고 느낀 적이 단 한순간도 없었다.


물론 외조부가 자신을 몹시 귀여워 한 기억은 있었다. 다른 외손주들은 출가외인이니 출가외인의 손님이니 하며 내보내곤 하면서도 자신만은 꼭 데리고 살고 싶어했다. 눈에 안 보이면 답답하다면서 노상 끼고 살았다.


하지만 외조부는 이진 자신이 눈두덩이 벌개지도록 우는 것이 귀엽다며 일부러 볼을 한껏 꼬집어서 울리는 사람이었다. 첫돌이 지나고 자신이 걸음마를 떼었을 때부터 줄곧 아짓거리면서 걸어가는 이진 자신에게 발을 걸어 슬쩍 넘어뜨리고선 우는 얼굴을 보며 손뼉치고 웃어댔다. 아기 적 기억에야 당연히 없지만, 불과 대여섯살 때도 외조부가 슬그머니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선 어떻게 아직도 당하냐며 비웃은 적도 있었다. 정말로 고약한 노인네였다. 이진은 어금니를 꽉 물고 다시금 속으로 읊었다. 정말로 밤에 잘 때 노인네와 같이 자야 하는지도,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냥 해본 소리일 지도 몰랐다. 친손주들이 눈앞에 나타난 이상, 외조부는 자신의 존재는 새까맣게 잊어버렸을, 아니면 잊어버릴테니.



하지만 이진의 생각과는 달리, 그날밤 이진의 모시이불과 베개는 송시열의 사랑채 큰방에 깔리고 말았다. 이상은 두채의 모시이불과 한 개의 베개를 깔고, 또 권상하와 김창협은 모기가 얼씬도 못할 만큼 유난히 향이 강렬한 산초잎이 한웅큼 든 피곁 주루막을 매달았다. 밤이 깊어지며 바람도 서늘해진 탓에, 이진의 코끝에 알싸한 산초잎 냄새가 파고들었다. 이진은 이러다 콧물이 날세라 코를 조용히 훌쩍였다. 본새를 보아하니 이대로 외조부와 한방을 쓰게 될 것 같았다. 싫었다.


이진은 그 자리에서 자신의 베개를 와락 끌어안고 장지문 쪽으로 반쯤 돌아서며 금세라도 뛰쳐나갈 기세로 소리쳤다.


"아 왜요! 나 고모부랑 잘래요!"


그 순간 피곁을 삼아서 만든 주루막 같은 것을 천정에 매달던 권상하와 김창협이 마뜩찮은 눈길로 이진을 쏘아보았다. 자신들의 하늘 같은 스승이 같이 주무시겠다는데, 감히 거부하는 모습이 마냥 괘씸했다. 게다가 예의라곤 말아먹은 듯한 말투에 태도라니. 스승 체면을 살려주긴 커녕, 자신들 앞에서 오히려 뭉개놓는 저 남인의 핏줄을 보니 울화통이 터졌다.


"이놈이...뭘 잘못 먹었나?"

"싫으니까 그렇죠! 고모부랑 잘래요!"

"이놈이...못본 새에 왜 이리 버르장머리가 없어진 게냐? 네 고모부가 그리 가르치더냐?"

"..."


애먼 윤증까지 걸고 넘어지는 송시열의 핀잔에 이진은 더는 항의를 못하고 입술만 비죽거렸다. 고모부를 욕먹일 바에야 그냥 두눈 딱 감고 오늘 하루만 외조부와 함께 자면 되었다. 두눈 딱 감는 게 뭐가 힘들까 싶었다. 만약 이번에도 외조부가 자신에게 심술을 부리면 자신도 똑같이 갚아줄 요량이었다.


"자인인 암서재에서 잔다는데, 갈 거냐?"


이진은 결국 그대로 송시열 곁에 누워 천정을 올려다 보았다. 갓 따다 놓은 산초잎 냄새 덕분인지 당장 모기들이 자신들의 주변을 맴도는 일도 없을 듯 하였다. 물론 저들 산초잎이 밤새 조금이라도 마른다면 모기들은 금세 이진 자신의 콧잔등 위를 맴돌겠지만.


"이만 자자꾸나."


외조부가 다정다감한 음색으로 던진 말에, 이진은 어깻죽지를 화들짝 뒤척였다. 하지만 이대로 외조부 곁에 계속 드러눕자니 참으로 등줄기가 껄쩍지근했다. 산초잎 냄새 탓인지 코끝도 알짝지근했다.


"불편한 데는 없으십니까?"


한눈에도 누르죽죽하니 불그죽죽한 것이, 모기나 파리의 피가 묻었음 직한 낡은 부채를 하나 들고 권상하가 조심스레 하는 말에 송시열은 피식 웃었다.


"위리圍籬(가시울타리) 속에 있다가 향리鄕里로 돌아왔는데, 불편할 게 뭐 있겠느냐?"

"여름철이라 모기랑 파리가 기승을 부립니다. 혹시라도 저 산초잎으로도 안되면 저희들을 부르십시오. 밖에 있겠습니다."

"내가 제자 하난 잘 뒀구나. 그래도 네놈도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모기나 잡아서야 쓰겠느냐?"

"허면 중화仲和(김창협의 자字) 이친구 혼자 고생시킬까요?"

"험, 영상댁 자제를 모기 잡는 일이나 시키면 쓰나. 이만들 물러가거라."

"예, 스승님."


권상하와 이상, 김창협이 물러가고, 송시열은 두다리를 한껏 뻗어보았다. 이제야 집에 온 것이 실감이 났다. 몇년을 유배살이를 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니, 마냥 편안했다. 아무리 이곳저곳 들르는 고을마다 수령들이 융숭히 향응을 대접했다 해도, 집 만한 곳은 없었다. 그저 좋기만 한데, 언제든지 부르면 달려와서 모기나 파리를 잡아줄 기세인 권상하를 보니 그저 흡족했다.


다만, 손톱 밑의 가시라고, 오랜만에 윤증의 문하가 되다시피 하여 만난 외손주놈이 하필이면 박괘 상구의 석과불식碩果不食 구절을 암송한 것이 자꾸 따끔따끔 뇌리를 콕콕 찔러댔다.


석과불식碩果不食이리니 군자君子는 득여得輿하고 소인小人은 剝廬박여하리라.


그날밤, 송시열은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기어이 외손주 이진을 윤증의 곁에서 떼어놓고 자신의 방으로 불러들여 바로 옆에 눕히고도, 두눈을 끔뻑거리면서 한참을 아무 것도 없는 천정과 씨름했다. 겨우 잠이 들만 하면 모기가 윙윙거리는 소리에 눈도 붙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몇번을 짜증을 내며 일어나니, 잠은 아예 멀찌감치 달아나버렸다. 그런데 모기의 날갯짓 같은 것은 귓전에만 맴도는 것이 아니라, 뇌리도 맴돌았다.


곱씹으면 곱씹을 수록 점점 쓴맛이 났다. 송시열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옆에 잠든 이진을 내려다보았다. 어떻게 윤증이 끼고 가르치는데도 이렇게 남인 편만 들 수가 있는 건지, 생각만 해도 이놈이 너무도 괘씸했다. 남의 속을 발깍 뒤집어놓고서 어떻게 이렇게 등불도 끄기 전에 세상 모르고 잠들 수가 있는 건지, 참으로 고약했다. 자신의 제자들은 혹여 모기나 파리 때문에 스승이 잠을 못 이룰 세라 장지문 밖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는 마당에.


"참, 스승님께 여쭈셨습니까?"

"뭘 말인가?"


얼룩덜룩한 부채를 들고 모기며 파리를 잡는 이상에게 김창협이 넌지시 건네는 말이었다. 어슴푸레한 초롱 불빛에 비친 모기를 잡느라 열중하던 이상은 잠시 김창협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새 잊으셨는지요? 지비공紙鼻公 말입니다."

"아..."

"아직 여쭈지 않으셨습니까?"


귀가 밝지는 않지만, 워낙 주위가 고요한 탓에 장지문 너머에서 제자들 두어명이 두런두런 떠드는 소리는 송시열의 귓전에도 들렸다. 송시열은 제자들이 언급한 지비공이 누구를 말하는 지 익히 잘 알았다.


지비공紙鼻公, 코에 종이를 붙이고 다니는 어르신이란 뜻이었다. 그 지비공은 자신이 오래전에 김창협에게 화답하여 써준 5언율시에도 나오는 인물이었다. 희고 더부룩한 ㄱ자형 은빛 눈썹에, 성긴 은빛 수염에, 깡마른 학 같은 몰골에...한번은 콧물이 심하게 흘러서 아예 종이로 코를 틀어막고 다녔던 노인네였다. 송시열이 기억을 더듬어보는데, 김창협이 마침 읊조렸다.


수많은 모기들 앵앵거리는데 / 蚊蚋百千閙

내 입이 있어도 무슨 말을 하겠는가 / 我有口何言

근래 새로이 귀해진 사람들 / 向來新貴人

기세도 자꾸만 오르는구나 / 氣勢正桓桓

다투어 태평성대 강구요를 부르면서 / 爭誦康衢謠

굴뚝에서 연기 치솟는 걸 모르누나./ 不知竈突然

수염 없는 내관 무리 많아 / 無鬚兒衆多

그 재앙이 하늘에 미치네 / 其禍日稽天

묵묵히 생각하니 시름이 / 嘿嘿念憂端

두보의 종남산 꼭대기만 하구나 / 可齊終南顚

생각해 보니 저 지비공에게는/ 惟彼紙鼻公

허자라는 조상이 있었던가./ 祖磁在其前

사화를 빚어 냈으니 / 釀成乙巳禍

그 교훈을 잊을 수도 없으리. / 遺敎未能諼


"그건 스승님이 중화仲和(김창협의 자字) 자네한테 써준 화답시가 아닌가?"


이상도 금세 알아들었다. 송시열이 김창협에게 써준 화답시인데, 한구절한구절 금과옥조라며 제자들이 서로 베껴서 필사하여 암송하는 터라, 김창협 본인은 물론 권상하도 이상도 눈 감고도 욀 수 있었다. 이상은 자신도 목청을 가다듬고 마저 읊었다.


저 개(윤휴)의 문앞을 살피니 / 試睠狗之門

안장을 얹은 말들 뜬구름 같구나 / 鞍馬如浮雲

남곤(을사사화의 주역)의 꾀를 도습하려 하지만 / 盜襲士華謀

사람들 모두 그 속을 들여다 본다네 / 人皆見肺肝

날카로운 송곳니에 칼과 톱도 늘어놓고 / 利牙刀鉅陳

으르렁 짖어대어 사람을 겁주고 죽여 / 狺然怖殺人

한 입거리 은혜와 원한에 대해서도 / 一飯與睚眦

그때그때 갚기에만 급급하네/ 汲汲要及時

충현은 한낮에 넘어져서 / 忠賢白日卧

아무 말 없이 눈물만 흘릴 뿐 / 涕淚流無辭

내 붉은 신이 횡역을 만나서/ 赤舃困橫逆

물리치려 해도 더디기만 하구나./ 欲去還遲遲

흰 망아지 고삐 잡으시는 것도 보지 못하고/ 未見白駒維

부질없이 북쪽 오랑캐말 울음만 듣게 되었네 / 空聞胡馬嘶

궁궐 앞을 맹수가 지키니 / 九關虎豹守

임금께 알릴 길이 없구나 / 無路聖明知

세월이 흐르니 한탁주는 주자를 모함하고 / 歲轉侂誣朱

세력이 굳으니 진시황은 양나라 글을 탄압하네. / 勢成嬴喝梁

민생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 民生有何辜

하늘의 뜻이 공평하질 않구나. / 天意不可詳

무슨 이유로 이런 무리 낳아서 / 何故生此輩

앞뒤로 이어지게 한 건가. / 項與背相望

꽃벽돌 고운 담장 사이에 / 花甎細氊間

담장처럼 떼지어 늘어섰구나 / 簇立如堵墻

원컨대 천제께서 그들의 속내를 잘 타일러서 / 願天誘其衷

우리 어리석은 동국 보존케 해 주소서 / 保我東魯疆


다리에 신경통이 있는 윤휴에게 여각驪脚이란 별명을 붙인 송시열은 코에 비염이 있는 허목에게도 어김 없이 지비공紙鼻公이란 별명을 붙여버렸다. 게다가 여지 없이 시구에도 넣어버렸다. 그리 스승이 미워하는 허목의 목숨이 아직도 온전히 붙어 있었으니 스승의 심기가 불편할 터였다. 이상은 자신도 모르게 비분에 차서 한숨을 내쉬었다.


"지비공의 얼굴에 도모지塗貌紙(숨을 쉬지 못하도록 물을 묻혀 얼굴에 붙이는 종이)를 붙여야 하는데..."

"..."


듣기만 해도 가슴속이 섬뜩해지는 말이었다. 비염이 심하여 한때 코에 종이를 붙이고 다녀서 지비공이라고 놀림거리가 되었던 허목을 두고, 그냥 종이가 아니라 도모지를 붙여 숨구멍을 막아버려야 한다는 말을 너무도 당연하게 내뱉는 터였다. 권상하는 차마 대꾸를 못하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네놈들은 모기를 잡는다더니, 입으로 잡느냐?"


갑자기 장지문 안에서 들려온 송시열의 음성에, 권상하와 이상, 김창협은 화들짝 놀라서 돌아보았다. 스승이 자신들을 꾸짖는 것 같아서 대번에 어깻죽지가 굳어졌다.


"들어들 오너라."


스승의 음성에 그들은 서로 눈치를 보고서 방안으로 들어갔다. 세 제자가 긴장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서자, 송시열은 냉엄한 얼굴로 노려보았다.


"내게 그 독물의 얘기는 왜 하려는 것이냐?"

"스승님께서 늘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윤휴와 허적, 그들의 뿌리가 허목이라고. 삭초제근...그 뿌리까지 뽑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지만 허목이 문외출송에 그쳐서...제 아버님이 그 묘안을 아직..."


삭초제근削草除根...


머뭇거리면서 말하는 김창협을 송시열은 그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허목까지 뿌리를 모조리 뽑으라 하였더니, 지금 그 뿌리를 어쩌지 못해서 쩔쩔매며 자신의 눈치를 보다니. 조정에 들여보낸 영의정 김수항이나, 우의정 민정중이나, 참으로 답답하게 느껴졌다.


"허목을 잡을 묘안이 왜 필요하느냐? 그놈이 홍수의 변 때 이연과 이정의 편을 들었거늘. 그 두 역도 놈의 편을 든 걸로 몰아세워야지. 아울러..."


계속해서 말하던 송시열은, 문득 제자들이 평소와는 달리 분위기가 산만해진 느낌을 받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항상 자신의 말에 경청하고 시선조차도 서로 얽히거나 하지 않고 질서가 정연했거늘.


송시열은 그제야 제자들의 눈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김창협의 눈길이 송시열 자신의 무릎맡에 닿아 있었다. 아니, 자신의 무릎팍을 지나 그 뒤에 자세를 똑바로 하고 잠든 외손주, 이진에게 머물러 있었다. 이제 보니 김창협은 이진의 존재를 느끼고 이진의 집안이 남인 집안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걸려서 얼버무린 것이었다.


"그 아이요..."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김창협의 말에, 송시열은 뜨악한 눈길로 외손주를 돌아보았다. 이놈이 잠이 든 건 맞나? 설핏 잠들어 잠귀가 들리는 건 아닌가? 아니, 좀전엔 자신이 귀찮아서 일부러 잠든 척 한 건 아닌가? 혹시라도 남인인 제 아비한테 이 얘기를 전하는 건 아닌가? 아무래도 더 이상의 얘기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이놈, 이놈이 사실 흉악한 놈이지."


송시열은 자신도 모르게 또 심술이 동하여, 그만 손을 뻗어 이진의 두 뺨을 힘껏 꼬집어 비틀었다. 열세살 아이한테 할 소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진이 얘기를 엿듣는다거나, 흘린다거나 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리고 당장은 잠든 체하는 아이의 앙큼한 얼굴이 너무도 귀여워 견딜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아이가 눈을 반짝 떴다. 그 두눈엔 송시열에게 그간 쌓인 원망과 설움이 불꽃처럼 폭발했다.


"외조부님이 더 흉악해요!"


이진은 팩 토라진 얼굴로 쏘아부치고선 송시열에게 등을 보이고 홱 돌아누웠다. 참을 수가 없었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열세살 아이의 여리고 예민한 감성으론 참기가 어려웠다. 할아버지의 심술을 당해낼 수가 없어서 일찌감치 잠든 척을 했었다. 그런데, 제자들이 갑자기 들어와서 정치 얘길 꺼내더니, 자신이 남인의 아들이란 사실을 경계하고 견제하듯 하였다. 그리고 외조부는 자신을 더럭 의심하고 깨우려 들면서 흉악한 놈이라 욕했다. 너무도 서러웠다.


"이놈 보게?"

"..."


눈시울이 붉어져서, 이진은 홀로 곱씹고 곱씹다가 울음이 복받쳐서 숨까지 헐떡이고 말았다. 손으로 입을 틀어막아봤자, 이미 자신이 우는 걸 들킨 느낌이었다.


"저런, 사내자식이 울기는! 창피한 줄도 모르느냐?"

"우라질!"


송시열의 핀잔에 이진은 마침내 더는 참을 수가 없어서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정말로 외조부는 흉악한 사람이었다. 자신보다 더 흉악한 사람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흉악한 사람이었다. 이진은 그대로 울면서 방문을 확 열어젖히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고모부가 보고 싶었다. 고모부가 외조부 얘기를 하기 싫어한 기분도 알 것 같았다.


"야 이놈아! 어디 가?"


이진은 대꾸도 없었다. 머릿속엔 고모부 윤증과 고모부의 조카인 박태보를 찾는 일로 가득했다. 정신없이 신을 신던 이진은 섬돌에 널린 신발들 중 하필이면 윤증과 박태보의 신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말로 저 건너편 암서재에 머무시는 모양이었다. 이진은 그대로 암서재를 향해 내달렸다. 이만 집에 가자고 보챌 요량이었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너럭바위를 건너뛰는 이진의 머리 위로 어슴푸레 달빛이 비쳤다. 발밑이 온통 금빛 모래로 반짝였다. 이진은 홀린 듯이 걸음을 멈추고 내려다 보았다. 그때였다. 사내들만 있는 이곳 금사담에 웬 어린 계집의 비명이 들린 것은.


"꺄아! 오라버니!"


작가의말

1. 어릴 적에 속리산에 갔다가 죽을 뻔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데, 송시열의 화양구곡 얘기를 쓰자니...기분이 참 묘하네요.


2. 권이진은 실존인물이고, 실제로 송시열의 외손자입니다. 그리고 윤증의 처조카이구요. 이 윤증이 나중에 자기 부친을 송시열이 모욕한 것에 대해 원망을 품고 사건을 좀 터뜨리는데...나중에 권이진이 이 윤증의 문인이 되는데다, 윤증을 위해 친부모 같은 분이라는 등의 글을 써서 서인, 특히 노론에게 비난을 한몸에 샀지요. 외조부보다 스승을 더 위한다느니...그런데 윤증은 스승보다 아비를 더 위한 죄로 공분을 샀으니 좀 묘하지요.


3. 송시열이 잠자는 어린 권이진한테 “이 아이는 흉악한 놈”이라고 말한 것은 조선 후기 심노숭이란 사람이 남긴 기록을 참고했습니다. 심노숭은 서인, 그것도 노론 시파 계열이라 송시열의 저런 표현을 그저 사이가 각별한 조손간의 해학 정도로 표현했지만, 또 다른 야사에는 당시 권이진이 격분해서 혼자 강을 건너 집으로 돌아간 기록이 있습니다. 도깨비의 도움을 받았다는 설화 식으로 전해지는 얘깁니다만. 이후 외조부를 배신했다고 낙인찍힌 윤증을 스승으로 삼은 행보를 봐도 권이진은 송시열에게 좀 응어리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지나가는 권이진에게 발을 걸어 넘어뜨린 일화는 송시열의 실화가 아니라, 제가 아는 어느분의 일화입니다. 어쩐지 같이 매칭이 되는 바람에...)


4. 실존인물을 쓰다 보니 동명이인이 너무 많아서 헷갈립니다. 흑...머릿속이 포화상태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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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7

  • 작성자
    Personacon ANU
    작성일
    14.07.15 11:46
    No. 1

    숙종과 송시열과 중궁과 또 누구더라... =3=3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김은파
    작성일
    14.07.15 17:53
    No. 2

    뭔가 수상한 사람이 나타났지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파리매
    작성일
    14.07.15 15:51
    No. 3

    그간의 이야기 전개만 해도 머리에 쥐가 날 정도인데...
    송시열의 제자들까지... 머리가 어찔어찔합니다. ㅠㅠ
    언제 제대로 정독 한번 더 해야 겠어요.
    잘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김은파
    작성일
    14.07.15 17:56
    No. 4

    송시열의 제자들은 지금은 그냥 패쓰하심이...그냥 송시열만 보시면 됩니다. 또 무슨 짓을 꾸미는구나...그 정도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6 아고니아
    작성일
    14.07.16 07:51
    No. 5

    빨리 송시열 사약 드링킹하는 장면을
    보고싶습니다
    사대주의에 찌든 노인네같으니라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7 뚱뚱한멸치
    작성일
    14.07.16 12:29
    No. 6

    요 몇편은 송시열편이네요
    도성에 진입할 때까지 송시열이 쥔공이 될 듯...^^
    꺽정이가 보고시포~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일화환
    작성일
    15.10.15 17:28
    No. 7

    그래도 마냥 악역은 아니네요. 정말 성리학 지하디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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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의 그림자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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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해의 그림자 223 +2 14.12.27 1,382 26 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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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해의 그림자 221 +1 14.12.16 1,441 23 43쪽
221 해의 그림자 220 +2 14.12.10 1,492 28 43쪽
220 해의 그림자 219 +1 14.12.05 1,624 21 43쪽
219 해의 그림자 218 +3 14.11.30 1,350 29 41쪽
218 해의 그림자 217 +1 14.11.25 1,618 23 43쪽
217 해의 그림자 216 +2 14.11.20 1,573 28 43쪽
216 해의 그림자 215 +3 14.11.14 1,713 30 43쪽
215 해의 그림자 214 +3 14.11.10 2,369 30 35쪽
214 해의 그림자 213 +3 14.11.06 1,318 27 42쪽
213 해의 그림자 212 +3 14.11.02 1,612 29 43쪽
212 해의 그림자 211 +3 14.10.26 1,827 33 44쪽
211 해의 그림자 210 +3 14.10.20 1,629 26 42쪽
210 해의 그림자 209 +4 14.10.13 1,954 30 44쪽
209 해의 그림자 208 +3 14.10.07 1,492 28 43쪽
208 해의 그림자 207 +3 14.10.02 1,312 22 43쪽
207 해의 그림자 206 +4 14.09.25 2,690 34 43쪽
206 해의 그림자 205 +4 14.09.19 1,624 26 43쪽
205 해의 그림자 204 +3 14.09.12 1,709 26 40쪽
204 해의 그림자 203 +6 14.09.05 1,496 30 39쪽
203 해의 그림자 202 +7 14.08.30 1,732 31 41쪽
202 해의 그림자 201 +4 14.08.21 1,842 42 41쪽
201 해의 그림자 200 +5 14.08.14 1,381 30 42쪽
200 해의 그림자 199 +4 14.08.07 2,036 34 42쪽
199 해의 그림자 198 +5 14.07.31 1,852 41 43쪽
198 해의 그림자 197 +3 14.07.21 1,784 41 41쪽
» 해의 그림자 196 +7 14.07.15 1,845 34 42쪽
196 해의 그림자 195 +3 14.07.11 2,017 32 41쪽
195 해의 그림자 194 +3 14.07.06 1,941 34 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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